소설리스트

하폰 전기-24화 (2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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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를 발전시키다.]

다음날 아침 일찍서부터 루이는 서재에 들어섰다.

책 냄새. 서재 특유의 냄새가 루이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주르륵, 책을 훑어보던 루이는 문득 헬레나 공주의 이야기라 적힌 동화책을 꺼냈다.

옛날부터 루시아가 유독 좋아하던 동화책이었다. 그래서 루이도 곧잘 어린 누이를 옆자리에 앉혀두고서 읽어주곤 그랬다. 참 귀여웠지. 그 당시는 루이에게 있어서 더없이 행복한 어린 시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의 루이는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 했지만 말이다.

행복하지 않고 불행하다. 외롭다.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곧잘 울음을 터트리곤 그랬다. 만일에 루시아마저도 자신을 보러 오지 않았었다면, 루이는 분명 넷째 왕자와 똑같이 은둔자 생활을 했을 게 틀림없었다.

‘루시아와 단 둘 뿐인 세상…….’

루이에게 있어서 루시아는 빛이고 희망이고……. 유일하게 허락된 온기였다.

그나마 루이가 바깥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다 루시아 덕분이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것 때문에 루이는 살해당했다. 성난 백성들의 손에 왕좌에서 끌어내려져 내려와 목이 베였다.

그 때를 떠올리니, 생생하게……. 더없이 사납게 울부짖던 성난 군중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이 싶었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왕자님?”

루이가 몸을 휘청이자 옆에 서있던 데이지가 화들짝 놀라선 서둘러 소년의 몸을 부축해주었다.

“아아, 미안.”

“피곤하신 건 아닌가요?”

“아니야, 괜찮아. 그냥……. 평소 같은 거야.”

“…….”

이런 루이의 대답에 데이지는 걱정 가득한 눈길로 소년을 바라보며 팔을 꼭 붙잡아주었다. 확실히 루이는 가끔씩, 종종 몸을 휘청이곤 했다. 그건 어디 한 군데, 루이가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건 정신적인 문제였다.

“그보다 데이지. 저 책 좀 꺼내줄래.”

“네.”

루이의 부탁에 데이지는 서재에 꽂혀있는 책 한 권을 뽑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안에 제목이 적혀있지 않은 책 한 권이 책장 안쪽 깊숙한 곳에 딱 붙은 채로 꽂혀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마치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도록 숨겨둔 일기장과도 같았다.

“그 안에 책 하나 보이지? 그것 좀 꺼내줄래?”

“아, 네.”

잠시 당황하던 데이지는 이내 루이의 말대로 책들을 뽑은 뒤에 벽에 딱 붙어있는 책을 꺼냈다. 딱히 오래 된 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빳빳한 새 책의 느낌이었다. 미약하게 잉크 냄새가 나는 걸 보니, 글귀를 적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혹시 왕자님의 일기장인 건 아닐까?

‘왕자님의 일기…….

왕자님의 일기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현듯 호기심이 든 데이지였지만, 이내 그 호기심을 접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이지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른다. 지금 당장 일기장을 펼쳐본다고 한들 글을 배우지 못 한 그녀가 그 내용을 읽기란 불가능했다.

설혹 읽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읽을 정도로 데이지의 강단이 센 것도 아니었다.

“고마워.”

이렇듯 데이지에게서 책을 건네받은 루이는 의자에 앉은 뒤에 책을 펼쳤다. 그러자 회귀 당시에 적어놓은 글귀들이 주르륵 나타났다. 루이는 책에 적혀있는 글귀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자신이 원하는 전쟁 혹은 사건을 찾아보았다.

‘있다.’

딱 하나 있었다.

게다가 17살의 혼기가 꽉 찬 영애도 한 명 데리고 있는 귀족이었다.

운이 좋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루이는 흥분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영지전이 일어난 원인을 살펴보았다.

“금광 때문인가.”

역시나 돈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넉 달 뒤에 테일 백작과 에드윈 백작이 다스리고 있는 영지의 경계선 부근에서 금광 하나가 발견된다. 그런데 이게 왜 영지전의 원인이 되느냐고 하면……. 하필 발견된 금광이 길게 늘어져서 두 영지를 잇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통상적으로 생각해보면 두 귀족이 사이좋게 금광을 반씩 나누어서 먹으면 될 일이었다. 이게 지극히, 착한 사람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게, 생각 이상으로 탐욕스러운 것이었기에 두 귀족은 서로 금광을 차지하기 위해서 논쟁을 펼쳤다. 두 사람 모두 이번에 발견한 금광을 독차지하고 싶은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논쟁이 좋게 시작할리가 없었고, 좋게 진행될 리도 없었다.

끝내는 건, 더더욱 무리였다.

결국 감정이 격해진 두 백작가는 급기야 칼부림을 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희생되는 게, 바로 에드윈 백작의 차남이다.

당시 에드윈 백작의 차남은 테일 백작의 장남과 언쟁을 벌이다가 감정이 격해져서 결투를 신청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결투에서 에드윈 백작의 차남은 상대에게 패하고 동시에 목숨을 구걸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승자인 테일 백작의 장남은 그것을 묵살하고서 상대의 목을 단호히 베어버린다. 다만 이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당시 결투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양측의 측근들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제 3자를 데려다놓지 않고서 즉흥으로 결투를 벌인 것이었다. 이러다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목숨을 구걸했다와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말이다.

‘부질없는 짓이지.’

여하튼 에드윈 백작의 차남이 목숨을 구걸했음에도 불구하고 테일 백작의 장남이 죽였다는 이유로 에드윈 백작은 영지전을 선포했다. 무척이나, 그것도 더없이 훌륭한 전쟁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기는 건, 테일 백작인가.’

참으로 유감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남을 잃은데다가 금광까지 빼앗겨버렸으니 말이다. 루이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검지로 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이번에 루이가 손을 내밀 쪽은 테일 백작이었다. 다행히도 이기는 쪽인 테일 백작이 혼기가 꽉 찬 영애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일에 테일 영애와의 약혼을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루이로서는 코 안 풀고 손쉽게 승리와 노예를 확보하는 셈이었다.

‘테일 백작의 영애라…….’

테일 백작의 영애가 어떠한 여성이었는지, 떠올려보려 했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점잖은 여성이었던가, 수다스런 여성이었던가. 혹은 뚱뚱했는지 말랐는지도 말이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뭐, 상관없겠지.’

옅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그건 바로 엘프의 숲이었다.

당시에 루이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지만, 노예 시장에선 한바탕 큰 소란이 일어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백이 넘는 아름다운 엘프 노예들이 대규모로 시장에 나온 것이었다.

덕분에 엘프 노예의 값이 꽤 줄어들어서 거의 모든 귀족들이 엘프 노예를 하나씩 장만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엘프의 숲이라…….”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더욱이 마침 랄프 산맥 안에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만일에 이것을 기회로 다수의 엘프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랄프 산맥을 개척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을 어떻게 설득 하냐는 것이었다. 물론 노예 사냥꾼들이 했던 것처럼 저항하는 엘프는 죽이고, 겁에 질린 엘프는 사로잡는 식으로 해도 좋았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잡은 엘프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 했다. 루이가 원하는 것은 병사로 키울 수 있는 용감한 엘프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겁에 질린 엘프들은 그저 쓰잘데기 없는 밤노예에 불과했다.

‘두 달 뒤…….’

두 달 뒤라고 하면 제법 시간이 촉박했다. 일단 이곳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하멜른으로 돌아간다. 그 후, 테일 백작 가에 약혼 의향을 묻는 편지를 보낸 뒤에 엘프의 숲으로 떠나는 것이다.

제법 빠듯한 시간이긴 했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일이었다.

‘나쁘진 않군.’

만약에 이게 루이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적게는 삼천, 많게는 오천까지도 영지민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무언가 퍼즐을 맞추어 나가는 것처럼 착착 계획이 진행되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다가 드래곤의 비호까지 얻는 건 아닐까 모르겠군.’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리던 루이는 이내 자기가 생각해도 참 허무맹랑한 생각이라며 책을 덮었다. 그 후, 루이는 자기 궁으로 돌아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이번 기회에 책의 내용을 다 외운 뒤에 불태워버릴 생각에서였다.

‘이 책은 내게 유용한 것이지만 위험한 책이다.’

만약에 이걸 루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보기라도 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칫 잘 못 하면 마녀 사냥으로 루이가 화형에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루이는 다음에는 잊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용을 외운 뒤에 벽난로에 책을 던져서 태웠다.

“흠…….”

불길에 휩싸여 타고 있는 책을 보고 있자니, 조금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러나 루이는 애써 그 아쉬움을 떨쳐내었다. 괜히 다른 누군가에게 들켜서 의심을 사는 것보다는 지금 이렇게 속 시원하게 태워버리는 게 나았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책을 말끔히 태운 루이는 그 날 밤, 아놀드를 찾아갔다.

“왕자님, 오셨습니까?”

수도 외곽에 지어져 있는 상단의 건물은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한창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아놀드에게 물음을 던졌다.

“고생이 많군. 그래, 얼마나 팔렸지?”

이 물음에 아놀드는 이틀간 경매로 판 카샤의 가루의 개수와 판매액을 보고했다. 그리고 그 판매액을 들은 순간 루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물건을 경매에 붙이면 그 값이 몇 배로 뛸 수 있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값이 뛸 줄은 전혀 생각지 못 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 만큼 젊은 영애들과 귀부인들이 미모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일 처녀의 피로 목욕하는 악녀의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아다닐 정도겠는가?

그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미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금화 십만 개라…….”

루이조차도 놀랄 수밖에 없는 금액이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이걸로 백작령 하나를 거뜬히 사들일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귀족 작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루이가 알기론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그 정도로 다들 카샤의 가루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특히나 사창가에서 유행을 타고 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창녀들 사이에서 카샤의 가루만 바르면 하급에서 단번에 최상급 창녀로 취급받을 수 있을 거란 이야기가 나돌 정도겠습니까?”

아놀드의 말이 어느 정도 과장된 면모가 있긴 했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제법 팔린다는 창녀들 중에서 몇몇이 카샤의 가루를 바르고 난 뒤에 특별대우를 받으며 더없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이러니 평민 귀족 할 것 없이 다들 카샤의 가루를 구하기 위해서 안달을 내고 있었다.

“……정말로 카샤의 가루가 금값이 되었습니다. 아니, 이건 금보다 더하군요.”

이리 말한 아놀드는 정말로 만족한 듯이 웃고 있었다.

어찌나 크게 웃던지, 입가가 찢어져서 귀밑에 걸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아놀드에게 다음 날 있을 경매에 참여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왕성으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컴퓨터가 오긴 왔는데... 파워가 나가면서 무선 인터넷 연결기기도 함께 고장나린 모양인지 작동을 하질 않네요. 허윽..ㅠㅠ

RedRuby 님 : 근친 소설은 안 합니다!! 꽁냥꽁냥은 있어도 쿵떡쿵떡은 없습니다.ㅎ

양산형마법사 님 : 별 뜻 없습니다. 이거..ㅋㅋ 동화내용 무시하세요

누굴지? 님 : 근친하면 저 잡혀가요!

[炎風] 님 : 히힣. 아직 키잡할 얘들 더 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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