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26화 (2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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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를 발전시키다.]

고작 삼일 만에 금화 25만개라는 엄청난 금액을 긁어모은 루이는 너무 기쁜 나머지 하멜른의 창고에 남아있는 카샤의 가루도 이곳으로 가져와 마저 팔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을 아놀드가 찾아와서 말렸다.

“지금 카샤의 가루의 값이 비싼 이유는 오로지 희소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더 가져와 팔게 된다면 분명 값이 내려갈 겁니다. 그러니 예정대로 닷새 동안만 파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아놀드의 말에 루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제아무리 욕심이 난다고는 하지만 아놀드의 말이 훨씬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상인으로서의 경험은 루이보다 아놀드가 월등히 앞섰다. 이럴 땐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아놀드의 말에 얌전히 따르는 것이 상책이었다.

이렇듯 아놀드의 조언을 받아들인 루이는 예정대로 닷새 동안만 카샤의 가루를 경매에 올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나흘째가 되던 날에 왕성에 들어섰다.

루이가 이번에 찾아간 왕성은 셋째 왕자 휴안의 궁이었다.

휴안은 막내가 자신을 찾아온다는 소식에 상당히 의아해하고 있던 참이었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하고 있는 일이 잘 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셋째 왕자 휴안은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루이의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었다.

과연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해주는 셋째 왕자다웠다. 이기주의의 선두주자라고 불리는 둘째 왕자 밀튼과는 정반대라고 볼 수 있었다.

어쩌면 둘째와 셋째 왕자가 서로 대립하게 된 건, 필연적인 일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타인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둘째 왕자와 자신보다 타인을 우선시하는 셋째 왕자. 이 둘은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휴안 형님이 왕이 되었다면 성군이 되었을까?’

잠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셋째 왕자가 병으로 죽지 않고, 둘째 왕자 밀튼을 몰아내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그 후, 왕위에 오르게 된 셋째 왕자 휴안이 하폰을 통치하게 되는데……. 과연 이 때, 휴안이 하폰 왕국을 잘 다스릴 수 있을까?

국왕으로서 말이다.

‘……아니.’

루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셋째 왕자, 휴안은 지독할 정도로 이타주의자다.

물론 이것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왕이 된 입장에서 타인을 생각해준다는 건, 분명히 올바른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되면 주위에 흔들리게 된다. 한마디로 줏대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왕이란 자고로 적당히 이기적이어야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셋째 왕자는 절대로 성군이 되지 못했다.

도리어 루이처럼 귀족들에게 흔들리는 꼭두각시 왕이 될 확률이 다분했다. 실제로 많은 귀족들이 셋째 왕자를 꼭두각시 왕으로 세우려고 했으니 말이다.

‘밀튼 형님은 어땠을까?’

밀튼 왕자가 셋째인 휴안을 몰아내고 왕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분명 폭군이 되었을 것이다. 피의 숙청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의 흉포한 성정을 떠올려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아버지가 현명하셨던 것이구나.’

국왕은 처음부터 차기 국왕으로 왕태자 아슬롯을 점찍어 두고 있었다.

영특하고 사리분별이 뛰어나다. 더욱이 모든 이를 골고루 봐줄 줄 아는 안목을 지니고 있었으며, 적당히 잔인했다. 나설 때를 알고 물러설 때를 아는 훌륭한 사내였다.

만약에 아슬롯이 병으로 죽지만 않았다면, 분면 후세에 길이길이 남을 훌륭한 성군이 되었을 게 틀림없었다.

‘……아슬롯 형님이 왕위에 올랐다면 내전도 일어나지 않았겠지.’

안타까움이 몰려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왕태자 아슬롯의 병세를 살펴봐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린 루이가 아슬롯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기껏 해봐야 금화로 고위 성직자를 불러와 병세를 호전시키거나, 몸에 도움이 되는 약을 지어 올리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국왕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루이가 두 팔 걷고 나선다고 하더라도 변할 건 없어보였다.

“이게 다 형님, 누님들 덕분이지요.”

“하하, 우리가 뭘 했다고 그러는 것이냐? 전부 루이, 네가 해낸 것이지. 안 그러냐?”

휴안은 진심으로 루이의 성공을 기뻐해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루이는 왠지 모를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루이가 휴안을 찾아온 까닭은 앞으로 있을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를 이용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루이는 마음을 다그쳤다.

이용은 하지만 휴안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결코 해가 되는 일이 아니다. 루이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신년 파티 때, 형님과 누님들이 오시지 않으셨다면 이렇게까지 성공하지 못 했을 것입니다.”

“하하, 나는 그저 칭찬했을 뿐이다. 별것 없다.”

“아닙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한 가지 선물을 드리고자 왔습니다.”

“선물? 카샤의 가루라도 가져온 것이냐?”

휴안의 물음에 루이는 준비해온 상자의 뚜껑을 열면서 대답했다.

“카샤의 가루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물건이기에 다른 것으로 바꾸어 왔습니다.”

루이가 가져온 상자 안에는 금이 가득했다.

이번에 경매로 벌어들인 금화를 금으로 바꾸어서 준비한 것이었다.

“허…….”

그것을 본 휴안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한눈에 척 보아도 금화 3만개 어치는 될 법한 금이 한가득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경매로 많은 금화를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약소하게나마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서 금화를 금으로 바꾸어서 가져왔습니다. 부디 거절치 마시고 받아주십시오, 형님.”

“성의 표시치고는 지나치게 많구나.”

“혹여 이것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제가 영지를 안전하게 다스릴 수 있도록 약간의 배려만 해주십시오. 아무래도 제가 아직 어리다보니 영지를 다스리는데 여러모로 미숙합니다. 그러니 제가 엇나가지 않도록 형님께서 살펴만 주십시오.”

“뇌물이란 것이냐?”

셋째 왕자는 자못 불쾌해하는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설마하니 막내가 자신에게 뇌물을 주려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루이는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당당히 입을 열었다.

“뇌물이라면 둘째 형님께 드려도 충분합니다.”

“뭣이?”

이 말에 휴안이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아무리 자신이 둘째 왕자인 밀튼에 비해서 세력이 밀린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자신도 왕자였다. 더욱이 평소에도 둘째 왕자를 극도로 싫어하던 휴안이었다.

이러다보니 성격 좋은 휴안이라고 해도 화를 안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루이는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는 일찍이 예상한 바였기 때문이었다.

“저는 피를 원하지 않습니다. 휴안 형님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그렇기에 형님을 찾아온 것이고요. 제가 너무 심하게 말한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저는 형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제가 다스리고 있는 영지가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도록 살펴봐주시지 않겠습니까?”

루이의 말에 어느 정도 화가 식은 휴안은 말이 없었다.

루이는 잠깐의 시간을 두고서 다시금 말을 이었다.

“……게다가 형님과 저는 한 가족이 아닙니까? 비록 지난 몇 년간 서먹서먹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저는 이것을 계기로 다시금 가족이 화목해졌으면 할 뿐입니다. 그것이 차후 아슬롯 형님이 왕위 올랐을 때, 도움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구나. 루이, 네가 나보다 훨씬 낫구나.”

화가 풀린 휴안은 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 어리게만 봤는데, 어느덧 이렇게 훌쩍 커버린 막내였다. 허허, 웃음을 터트린 휴안은 루이가 준 상자를 건네받고는 입을 열었다.

“……네 영지는 걱정 말거라. 내가 적당히 말해둘 테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형님.”

이렇듯 만족스런 대답을 들은 루이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이걸로 하멜른을 노리는 귀족은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왕태자 아슬롯과 셋째 왕자 휴안을 등에 업고 있는 이상 섣불리 이빨을 드러내지 못 할 것이다.

더욱이 루이의 노림수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 루이가 휴안에게 건네준 금화 3만개는 후일 휴안 왕자가 밀튼 왕자와 서로 왕위를 두고서 다툼을 할 때, 요긴하게 쓰일 군자금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면 싸울수록 득을 보는 건 나니까.’

어차피 병으로 죽게 될 휴안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루이가 준 금화를 사용해서 휴안 왕자가 밀튼 왕자의 세력을 깎아주었으면 할 뿐이었다. 어찌 보면 이것이 무척이나 매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루이가 귀족들의 도움 없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이걸 보고 정치적인 희생양이라고 하는 거죠.

양산형마법사 님 : 엘프 노예가 은근 착합니다. 츤데레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츤츤데면서 다 해주죠.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툴툴 대면서 다 해주는 사람이요.ㅋㅋ

천연베이킹소다 님 : 으엌ㅋㅋ 호구.ㅋㅋㅋ

halem 님 : 큰 일이요? 무슨 일 했던가요?

[炎風] 님 : 돌아온 탕아.ㅋㅋㅋ

으함 님 : 엘무룩..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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