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36화 (3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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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냥]

[인간 사냥]

오필리아의 상처가 거의 다 아물어갈 때쯤, 루이는 일찍이 예정한대로 약혼식을 치루기 위해서 마차에 올랐다. 이번 약혼식은 전적으로 테일 백작 가에서 준비하기로 했으니, 루이는 그저 자신의 몸과 지참금만 가지고 가면 될뿐이었다.

“몸 건강히 다녀오십시오.”

“다녀오마. 내가 없는 동안 하멜른을 부탁한다, 아벨. 아놀드.”

“걱정 마십시오.”

이번 여행길에는 아벨과 아놀드가 하멜른에 남기로 결정되었다.

덕분에 아자젤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루이를 따라 마차에 오를 수 있었다. 얼마나 기분이 좋아보이던지, 입가가 쭉 찢어져서 귀밑에 걸리는 듯했다.

“그렇게 좋으냐?”

루이가 넌지시 물음을 던지자, 아자젤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고말고요! 자고로 남자란 항상 새로운 인연을 찾아서 헤매야하는 법입니다.”

“그러다가 복상사라도 당하면 어쩌려는 것이냐?”

“그게 가장 행복한 죽음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제발 복상사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라며 크게 웃음을 터트리는 아자젤이다.

어찌나 유쾌하던지, 루이는 테일 백작가로 향하는 내내 마차 안에서 웃음만 터트렸다. 특히나 마차 안에는 데이지 같은 여성이 없었던 탓에 아자젤은 더더욱 거리낌 없이 성적인 농담을 했다.

“자네는 이제까지 여성을 몇 명이나 안아보았나?”

“일백이 넘어간 이후로 세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 감으로는……. 일천 명쯤은 된 것 같군요.”

“그렇게 여성을 안으면 질리지 않나?”

조금 질색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루이가 물음을 던지자, 아자젤이 후후 하고 낮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렇기에 매번 새로운 인연을 찾아다녀야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질릴 일도 없지요. 오히려 항상 새롭지요.”

“이 여자가 그 여자고, 그 여자가 이 여자가 아니더냐? 결국 벗겨놓으면 다 같은 여성인 것을…….”

“그렇지 않습니다, 왕자님! 겉보기엔 다 같은 여성일지라도 어떠한 여성은 목석과도 같고, 또 어떤 여성은 폭포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여성은 불과 같기도 하지요. 데이지와 오필리아를 보십시오. 왕자님께서 보시기에 두 소녀가 같은 여성으로 보이십니까?”

“그렇지 않지.”

“네, 바로 그겁니다. 데이지와 오필리아는 엄연히 서로 다른 여성입니다. 당연히 둘 다 잠자리에서 다르지요.”

그 말에 루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납득이 되면서도, 동시에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루이는 회귀 이전에 수많은 여성을 품에 안았었다. 그 중에는 아자젤의 말처럼 목석과도 같은 여성이 있었고, 폭포와도 같은 여성이 있었다.

개중에는 불 혹은 얼음과도 같은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품에 안으면 다 같은 여성이었다.

“……왕자님에게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군요.”

“아자젤, 너는 여성을 품에 안으면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것이냐?”

“물론입니다. 서로 다르죠. 완벽하게 다릅니다. 그렇기에 항상 새롭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매번 새롭게 느낄 수 있지?”

“상대를 배려하시면 됩니다. 잠자리를 가질 때, 결코 상대를 얕보아서는 안 됩니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숨을 쉬고, 손길을 느끼고, 말소리를 들으니까요. 오히려 남성보다도 더 민감하게 느끼지요. 그런 그녀를 짐승처럼 다루시면 안 됩니다. 그럼 단순히 짐승의 교미밖에는 되지 않으니까요.”

“놀랍군. 그럼 배려를 하면 된다는 것인가?”

“물론 배려만 가지고는 안 되지요. 배려라는 건, 어디까지나 매너입니다. 섹스와는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그럼 무엇이 더 필요하지?”

“기술입니다. 박수를 칠 때도 여러 가지 기교가 있듯이 섹스 또한 여러 가지 기교가 있습니다. 물론 이 기술은 대체로 여성들이 배우지만, 남성이라고 해서 배우지 않을 이유는 없지요. 아니, 오히려 남성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을 기쁘게 해주는 것만큼 기분 좋은 것은 또 없으니까요.”

“기교라……. 그걸 내게 가르쳐 줄 수 있겠는가?”

“물론이고말고요. 분명 테일 영애도 기뻐할 겁니다.”

아무래도 아자젤은 루이가 이런저런 물음을 던지는 게, 전부 테일 영애를 생각해서라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이에 루이는 이 오해를 풀까 생각했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딱히 나쁜 방향의 오해도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루이는 테일 백작 가로 향하는 보름 동안 마차 안에서 아자젤에게 이것저것 배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말을 통한 이론 교육이었지만, 루이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 할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그 어떤 여성이라도 정복할 수 있다고 말이다! 더욱이 자신에게 이 지식을 가르쳐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자젤이었다.

그였기에 더더욱 믿을만 했다.

“드디어 도착했군요. 왕자님, 이제 실전만이 남았습니다.”

마차 창문 너머로 테일 백작이 다스리는 성이 보이자, 아자젤이 이리 말하며 루이의 기운을 돋워주었다. 이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이 기술을 테일 영애에게 한번 써보는 것도 꼭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쁜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 루이였다.

여하튼 테일 백작이 다스리는 성에 도착한 루이는 아자젤과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이를 마중 나온 테일 백작과 그 휘하 식솔들이 루이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루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테일 백작 앞에 섰다.

“반갑네, 테일 백작.”

“아닙니다, 전하.”

“그만 일어나게, 백작. 곧 있으면 내 장인이 될 텐데, 언제까지고 그렇게 무릎을 꿇고 있게만은 할 수 없지 않는가?”

이러한 루이의 말에 백작은 허허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 주위에 서있던 자들 또한 몸을 일으켰다. 루이는 테일 백작가의 식솔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곧 장남을 발견하고는 눈에 이채를 그렸다.

‘과연…….’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은 그 누가 보아도 기사라는 생각을 연상시키게 만들었다. 더욱이 표정 또한 냉랭한 것이 한 치의 자비심도 엿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곧 냉정하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런 자가 화가 난다고 해서 에드윈 백작의 차남과 무작정 결투를 벌인다는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이 이길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싸운 건가?’

물론 이렇게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되었다.

루이는 선선히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백작, 그대의 아들들이 무척이나 듬직하군. 마음이 든든하겠어.”

“아직 못난 아들들입니다. 혹여 흠이 보인다면 얼마든지 꾸짖어주십시오.”

이러한 루이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들들을 낮추어 말하는 테일 백작의 태도에 루이는 쓰게 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겸손한 사람이었다. 전부 아놀드가 말한 그대로였다.

루이는 살짝 고개를 가로젓고는 시선을 테일 영애 쪽으로 던졌다.

그러자 순간 영애가 양 볼을 발그레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낯을 가리는 모양이었다. 참으로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영애가 아닐 수 없었다. 후후, 짧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금세 시선을 거두고는 테일 백작과 함께 성 안으로 들어섰다.

이렇듯 루이가 테일 백작의 성에 도착했을 무렵, 하멜른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무리를 짓기 시작하니……. 이거 참 문제로군.”

하멜은의 인구는 어느덧 이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출신성분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다는 말이었다. 화전민 출신부터 시작해서 노예 출신, 그리고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는 자유민들까지. 거기다가 오백에 이르는 엘프들까지 있었다.

이렇듯 신분부터 시작해서 종족까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이천 명씩이나 모여 있다 보니, 사람들이 서로를 시기하며 자신들과는 다르게 보려고 하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은 거주 구역을 임의로 나누기까지 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너와 나는 서로 다른 존재라는 뜻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난다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였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가 의문이었다. 짧게는 오년, 길게는 한 세대가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놀드를 아벨과 카샨을 따로 불러내어 의견을 물었다.

“……자네들의 생각은 어떤가? 무언가 수가 없는가?”

이런 아놀드의 물음에 카샨이 제일 먼저 의견을 내었다.

“추방하는 건 어떤가?”

지극히 엘프다운 생각이었다. 이념이 서로 다르다면 마을 밖으로 추방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명일 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지금 하멜른에는 이천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거기서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추방한다? 자칫 폭동이라도 일어날 수 있었다.

아니면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마을 밖으로 내쫓기던가 말이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그 숫자가 만만치 않네. 화전민 출신들만 하더라도 일천에 달하네. 그들을 모두 내쫓자고? 안 될 말일세. 루이 왕자님께서 하멜른에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셨는데……. 그걸 우리 손으로 무너트려서는 안 되네.”

이러한 아놀드의 말에 카샨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아벨이 의견을 내었다.

“대대적으로 크게 축제를 벌이는 건 어떤가? 이런 시기일수록 축제를 열어서 서로 친하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걸세. 더 나아가서 루이 왕자님의 기반을 단단히 하고 말이야.”

그 말에 카샨 또한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며 찬성의 표시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로군. 그럼 그렇게 합시다. 카샨, 엘프 마을 쪽의 협조를 구할 수 있겠소?”

“물론이오. 기꺼이 도움을 주겠소.”

카샨은 이전의 애매모호한 대답이 아닌 확실한 대답을 내어주었다.

사실 엘프들도 하멜른에 합류하게 되면서 하나의 변화를 겪었다. 그건 바로 지도자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절실하게 말이다. 자신들의 의견을 대신해줄 이가 필요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견을 대신해줄 지도자로서 카샨을 뽑았다.

엘프들이 자발적으로 말이다.

이건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라서, 카샨 또한 자신이 엘프들의 추대로 지도자로 뽑혔을 때 무척이나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무척이나 빠르게 자신의 지위에 적응해서 숲의 감시자를 이끄는 대장인 동시에 엘프 마을의 지도자로서 훌륭히 임무를 수행해 나아갔다.

아무튼 이렇게 카샨의 확답을 얻어낸 아놀드는 아벨에게도 따로 작업을 내어주며 축제 준비를 서둘렀다.

============================ 작품 후기 ============================

영애와의 H씬을 쓸까 말까 고민되는군요.

양산형마법사 님 : 그런데 그게 가끔 일어나죠.ㅋㅋ 미녀 대식가

바보벌레 님 : 특히 잠을 일찍 자면 가슴 발육이...크흠

으함 님 : 다른 느낌의 신사.ㅋㅋ

Demodex 님 : 감사합니다!

폭탄z기 님 : 아자젤의 흔한 착각..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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