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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냥]
약혼식은 무사히 치러졌다.
별다른 일 없이 치러진 덕택에 조금은 지루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물론 테일 영애의 경우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영애는 약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루이의 옆에 가만히 앉은 채로 항상 양 볼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혹여 어딘가 불편한 건가 싶어서 루이가 무어라 말이라도 걸어보려 했지만, 그 때마다 영애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루이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때문에 루이는 아자젤에게 배운 것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 하고서 그저 모두의 축하 속에서 평이하게 약혼식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튼 루이는 약혼식을 무사히 치룬 뒤에 테일 백작의 장남과 함께 성을 나섰다. 이번에 발견된 광산에 관해서 에드윈 백작과 협상을 진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번 협상에 루이까지 동행 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테일 백작의 장남이 정말로 자비를 베풀지 않은 건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기에 일부러 이렇게 동행한 것이었다.
“호오.”
그리고 일찍이 예상했던 대로 협상 테이블의 분위기는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간간히 험한 소리가 오고가는 걸 보아하니, 양 측 모두 광산에 대해서는 1cm도 양보해줄 생각이 없는 듯싶었다.
루이는 이 모든 걸,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결투다!”
마치 한편의 희극을 보는 듯 했다.
감정이 격해진 에드윈 백작의 차남이 돌연 장갑을 벗어 던지며 결투를 신청했다. 그리고 그 장갑에 맞은 장남은 당연하게도 그 장갑을 주워들었다.
결투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모든 것이 루이가 들었던 그대로였다.
“번거롭게 할 것 없이 바로 결판을 내지.”
“좋다!”
두 사람은 즉석에서 결투를 벌였다.
제 3자의 참관조차도 없이 말이다.
‘이상한 일이군.’
이 모든 게, 마치 하나의 잘 짜여 진 연극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주위에 선 그 누구 한명도 이 둘을 말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결투를 벌이기에 앞서 제 3자를 참관인으로 데려와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 이조차도 없었다.
‘……자신감인가.’
얼추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들 모두 자신이 모시는 분이 질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실제로도 테일 백작의 장남과 에드윈 백작의 차남, 둘 다 실력이 매우 출중했으니 말이다.
“하압!”
힘찬 기합성과 더불어 날카롭게 뻗어지는 검, 넘실거리는 마나의 파도. 그리고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지는 검무는 그저 감탄만 자아내게 만들었다.
‘두 사람 모두 대단하군.’
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정말이지 안타까웠다.
이토록 훌륭한 기사를 한명 잃게 된다는 것이 말이다. 루이가 왕이 되면 결국 저들이 왕국의 인재가 될 텐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드윈 백작의 차남을 살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여기서 그가 죽어야지만 영지전이 일어나게 된다.
그의 죽음이 시발점이 되는 것이었다.
비정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바로 현실이었다.
“허억, 헉…….”
결국 결판이 났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에드윈 백작의 차남의 검이 허공을 선회하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상대방을 응시했다. 그리고 잠시 뒤, 에드윈 백작의 차남이 자신의 목을 검지로 툭툭, 두 번 두드리며 치라는 표시를 했다.
“그대에게 경의를 표시하겠다.”
이 말과 동시에 테일 백작의 장남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에드윈 백작의 차남의 목을 베었다. 이걸로 테일 백작이 자비를 베풀지 않았냐, 베풀었냐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이건 베풀었냐, 베풀지 않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일은 결투 결과와는 상관없이, 둘 중 한 명이 죽어야만 되는 일이었다.
이건 이면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다.
‘정치적인 희생양이군.’
더럽다.
루이는 이리 생각하면서도, 자신 또한 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 또한 더럽다.
아니, 이미 자신은 죄인이었다.
왕국을 피로 얼룩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 그것을 반복하게 될 것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이전과는 다르게 반란군의 손에 붙잡혀서 비참하게 삶을 마감하게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부정부패한 귀족들이 일소에 말살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또 있군.’
루시아.
이번 생에선 루시아가 죽지 않을 것이다.
이전처럼 자신과 권력 다툼을 하다가 탑 꼭대기에 올라서 자살하는……. 그런 비참한 생을 맞이하게 되진 않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행복하게 살다가, 좋은 혼처에 시집을 가서 평범하게 아이를 낳고……. 한 사람의 아내로서, 한 사람의 어미로서 행복하게 살다가 수명을 다하고 죽을 것이다.
루이는 그 모습을 떠올리며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가시죠.”
문득 테일 백작의 장남이 루이에게 말했다.
에드윈 백작의 차남이 결투로 사망한 만큼 협상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에드윈 백작가의 사람들이 목이 베인 차남의 시신을 수습해서는 돌아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걸 본 루이는 살짝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시하고는 테일 백작의 장남과 함께 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삼일 뒤, 에드윈 백작 측에서 정식으로 항의를 보내왔다.
물론 그 항의의 내용은 결투 도중 테일 백작의 장남이 죽은 에드윈 백작의 차남에게 자비를 베풀었냐, 아니냐는 것이었다. 물론 그가 자비를 베풀었다는 것을 아는 루이로서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는 일었다.
하지만 그 장면을 직접 보지 못 한 이들은 그저 테일 백작의 장남이 무자비하게 에드윈 백작의 차남을 죽인 걸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걸 대비해서 제 3 자, 참관인이 필요한 것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참관인은 없었다.
“전쟁이 나겠군.”
슬슬 전운이 감돌자, 루이는 곧장 사람을 시켜 하멜른으로 편지를 전하게 했다. 물론 이 편지는 하멜른에 머물고 있는 노예 사냥꾼들에게 보내도록 했다.
이번 전쟁에 필요한 것은 루이가 보유하고 있는 정병들이 아닌 노예 사냥꾼이었으니 말이다.
‘더러운 일은 더러운 것들에게 시켜야겠지.’
사람을 노예로 잡는 일이었다.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물론 개중에는 노예 사냥꾼들처럼 즐기는 이들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질색할 것이다.
그러니 영지병들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건, 아직 시기상조였다.
괜히 억지로 이런 일을 시켰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루이는 영지병들의 충성심을 유지하고자, 노예 사냥꾼에게 이 일을 맡겼다.
“영주님의 말씀대로 최대한 모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기대대로 노예 사냥꾼인 철완의 이그실, 신속의 헤메스. 그리고 철혈의 지그가 사백에 달하는 노예 사냥꾼들을 데리고 도착했다. 더없이 완벽한 숫자였다. 루이는 크게 만족한 미소를 띄워 보이며 셋을 크게 칭찬했다.
“잘 왔다. 이번 일을 잘 해낸다면 너희들에게 큰 상을 내려주겠다.”
“감사합니다!”
“그래, 서둘러 출발하자. 이번에 잡아야 되는 인간들이 많으니 말이다.”
루이는 이리 말하며 인간 사냥의 시작을 알렸다.
400명으로 이루어진 노예 사냥꾼들은 전원 테일 백작의 병사임을 뜻하는 갑옷을 차려입은 뒤에 루이의 지휘를 받으며 산속으로 들어갔다. 산길을 타고 에드윈 백작의 영지로 들어간 뒤에 마을 사람들을 포획할 생각에서였다.
루이는 노예 사냥꾼들과 함께 산속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아자젤에게 일러서 일백의 정병을 이끌고 이곳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이유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후미를 지키라는 것이었다.
물론 당연히 아자젤이 반발했다.
“전하, 저들은 노예 사냥꾼들입니다! 혹시라도 주군께 무언가 위해라도 끼친다면……. 적어도 저라도 데려가주십시오.”
“너를 데려가면 누가 대체 이들을 지휘한다는 말이냐? 너는 잠자코 기다리고 있거라.”
“하지만…….”
“아자젤! 내가 명령하지 않았나? 기다리고 있어라. 이것은 명령이다.”
이리 소리쳐 말하며 루이가 고집을 피우자, 결국 아자젤도 그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아자젤을 산 밑에 둔 루이는 400명의 노예 사냥꾼들과 함께 산을 넘어서 에드윈 백작의 영지로 들어섰다.
“텅텅 비었군요!”
“식은 죽 먹기겠군요.”
말 그대로 텅 비어있는 에드윈 백작의 영지 상황을 마주한 이그실과 헤메스가 낄낄 대었다.
“영주님의 말씀대로군요.”
지그 또한 감탄하며 루이를 칭찬했고, 그 말에 소년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윈 백작은 지금 영지전에 총력을 기울인 상태다. 수비군이라고 해봐야 성을 지키는 병사가 고작일 거다.”
루이의 말대로 현재 에드윈 백작은 테일 백작과의 영지전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 수비군까지 차출한 상태였다. 덕분에 온 마을이 텅 빈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성벽이 높게 쳐져 있는 성만이 안전할 뿐이었다.
이렇듯 수비군 한 명 없이 비어있는 마을들을 살펴본 루이는 곧바로 사냥을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사냥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루이는 병력을 이끌고서 마을 앞에 선 뒤에 항복을 권유했다. 더불어 항복할 시에 이곳이 아닌 하멜른에서 영지민으로 대우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물론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좋은 조건에 술렁였다. 당연히 몇몇 마을을 곧바로 항복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고는 해도 이제까지 나고 자란 고향땅을 떠나고 싶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때문에 적잖은 수의 마을이 루이의 제안을 거절했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오!”
신기하게도 한 사람이 이리 소리치면 마을 전체가 분기탱천해서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루이는 그것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곧바로 사냥을 명령했다. 마음 같아서는 모른 척 지나치고 싶었지만, 혹여 이대로 지나쳤다가 저들이 에드윈 백작에게 소식을 알리기라도 한다면 여간 골치 아파지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경우, 에드윈 백작이 병사들을 이끌고서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루이는 이번 인간 사냥에서 두 가지를 내세웠다.
항복하면 전원 받아들이고, 저항하면 전원 죽인다.
살거나 죽거나.
“전부 죽여라.”
루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하게 명령을 내리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 작품 후기 ============================
시작되었군요.
노예 사냥!
S신S유S 님 : 엌ㅋ 그러네요. 제가 그걸 못 생각하고 있었네요. 오필리아, 미안해.ㅠㅠ
블러드헬 님 : 그렇죠.ㅋㅋ 돈은 역시.
변함없는하루 님 : 네? 아닌데요! 아니에요! 루이의 동정은 바로 읍! 으으읍!! (이미 끌려간 리코멘입니다.)
천연베이킹소다 님 : 엌ㅋㅋㅋㅋ
halem 님 : 여자를 후리고 다니는 루이라니! 세상에.
lussi 님 : 아자젤에 관한 설정을 제가 안 읊어드렸군요.
아자젤은 일단 귀족입니다. 거기다가 기사입니다. 게다가 돈도 잘 법니다. 심지어 왕자의 수족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 생겼습니다!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진짜 잘 생겼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원빈급입니다. 키 크고, 잘생기고,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는 원빈입니다.
현실로 말하자면 완전 상류층 도련님인데 운동을 못 하는 게 없습니다. 게다가 잘 생기고 성격도 좋아서... 아, 이게 가장 중요한데, 정력도 끝내줍니다. 물론 밤기술도 최고 수준입니다. 여자 혼자선 도저히 감당 안되는 수준이죠.
이러다보니 아자젤은 하렘을 꾸릴 자격 요건이 충분합니다.
그리고 성적인 관념에 관해서는 꽤 개방적인 편입니다. 피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 마법이 개발될 정도니까요. 실제로 아자젤이 그걸 많이 애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