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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냥]
루이는 자신이 내세운 방침에 따라서 항복한 마을 주민들에게는 그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그들을 최대한 정중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하나의 마을에서 머무르도록 했다.
반면에 자신에게 저항하는 마을 주민들은 모조리 죽였다.
약탈하고, 불태우고, 철저히 짓밟았다.
덕분에 노예 사냥꾼들은 아주 신이 나서는 노략질을 해댔다.
간간히 도를 넘는 행위를 하긴 했지만, 루이는 그것에 대해서 따로 제지를 가하지 않았다. 그저 방관하기만 할 뿐이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노예 사냥꾼들이 활쏘기 연습이라며 도망치는 어린 아이에게 화살을 쏠 때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심지어 여러 사내들이 한 여인을 윤간하더라도 루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저게 정말로 10살짜리 어린 아이라는 말인가?’
이러한 루이의 의연한 태도에 지그를 비롯한 이그실과 헤메스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그들도 이 광경을 처음 마주했을 땐, 토악질을 하고 온갖 생난리를 피웠었는데 지금 그들의 앞에 서있는 루이라는 왕자는 토악질을 커녕 무심하게 지켜보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왕족이란 족속들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이라는 말인가?
‘그들의 피는 정말로 차가운 금속으로 되어있는 걸까?’
이런 황당무계한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의 추측과는 다르게, 루이는 단지 이 상황에 익숙해져있을 뿐이었다.
회귀 이전에 무수히도 많이 보았던 광경이었다.
익숙하다 못 해서 반가울 지경이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 건물이 불에 타는 소리,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
이 모든 게, 너무나도 익숙했다.
루이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자신이 밟고 서있는 지상은 이토록 추악하건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했다.
참으로 무심하다. 짧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문득 노예 사냥꾼들의 화살을 피해 도망치고 있는 여자 아이를 발견했다.
“에라이, 저걸 하나 못 맞추냐?”
“얼른 잡아!”
영리한 여자아이였다.
목숨이 걸린 상황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달려서 도망치고 있었다. 물론 저것도, 말을 타고 따라가는 노예 사냥꾼들에게 잡혀 죽을 운명이었지만 말이다.
분명 호된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노예 사냥꾼들에게 굳이 쫓아야 되는 번거로운 수고를 들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루이는 조소를 머금었다.
그냥 순순히 화살에 맞아 죽었다면 편했을 것을…….
“지그, 내게 활과 화살을 다오.”
“여기 있습니다, 왕자님.”
이런 루이의 말에 지그가 재빨리 자신의 활과 화살을 건네주었다. 이에 루이는 활과 화살을 건네받은 뒤에 저 멀리 도망치고 있는 여자 아이를 향해 겨누었다.
지금 여기서 자신이 맞추지 못 하고, 저 여자 아이가 또다시 도망치게 된다면 후일 노예 사냥꾼들에게 잡혀서 몹쓸 꼴을 당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분명 여러 사내들에게 윤간을 당하다가 마지막에는 목이 졸려서 죽을 것이다.
그런 꼴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화살에 맞아서 편히 죽는 게 좋았다.
슉!
루이가 활시위를 놓는 순간, 빠르게 쏘아져 나간 화살이 여자 아이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며, 명중입니다.”
그 옆에 있던 지그가 감탄하며 이리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11살이나 되었을 법한 소년이 이리도 화살을 잘 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루이가 회귀까지 합쳐서 도합 20여년을 살아왔다는 것을 안다면 이 놀라움도 사그라들겠지만 말이다.
“이만 정리하거라. 다른 마을로 향하겠다.”
이리 말한 루이는 지그에게 마을 정리를 맡긴 뒤에 걸음을 돌렸다.
이 후, 루이는 마을 두 곳을 더 불태우고, 한 곳의 주민들의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때쯤, 테일 백작과 에드윈 백작의 영지전 또한 마무리 되어갔다.
승부는 당연하게도 테일 백작의 승리였다.
루이가 준 금화 5만개로 잘 무장된 테일 백작가의 병사들을 당해낼 재간이 에드윈 백작에겐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실력 또한 에드윈 백작이 테일 백작에 비해서 한 수 떨어졌었다.
운명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다만 루이가 준 금화 5만개가 변수가 되었던 탓에 영지전이 예상보다 더 일찍 끝나버렸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기회로 테일 백작가가 에드윈 백작가의 영지를 몇 곳 가져가버렸다.
이건 회귀 이전의 운명과는 조금 다른 결말이었다.
루이는 이것이 무척이나 흥미롭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내 그러려니 했다.
‘당연한 결말인건가.’
회귀 이전에는 양측이 서로 비슷비슷한 상황 속에서 테일 백작의 승리로 매듭지어졌다.
그러다보니 테일 백작은 영지전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금광의 소유권과 전쟁 배상금을 받는 것으로 영지전이 끝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압도적인 전력차이로 끝을 맺었다.
전력차이가 압도적이었던 만큼 승자가 더 많은 이권을 챙겨야 되는 게 지극히 당연했다.
결국 에드윈 백작은 차남도 잃고, 땅도 잃고……. 심지어 광산마저도 잃고 말았다.
패자의 비참한 말로였다.
“돌아가자.”
이렇듯 종전 소식을 들은 루이는 노예 사냥꾼들과 함께 이번에 받아들인 영지민 오백 명을 데리고 회군했다. 그리고 그것에 맞춰서 후미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자젤이 정병 일백과 함께 루이를 마중했다.
“이들은 다 누구입니까?”
오백에 가까운 영지민들을 이끌고 오고 있는 루이를 발견한 아자젤이 더없이 놀란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하멜른의 새로운 영지민들이다.”
“노예로 삼으신 겁니까?”
“…….”
아자젤의 물음에 루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자젤은 이 문제를 결코 가볍게 넘어갈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좀 더 끈질기게 물음을 던졌다.
“저들에겐 고향이 있지 않습니까? 부디 돌려보내주십시오.”
“저들에게 돌아갈 고향 땅은 이제 없다. 하멜른이야 말로 저들의 진정한 고향 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르겠나, 아자젤? 저들의 주인인 에드윈 백작은 패했다. 더욱이 땅을 잃고, 전쟁 배상금까지 물어줘야 될 입장이지. 이 상황에서 에드윈 백작이 무엇을 할 것 같은가?”
“…….”
“세금을 올리겠지! 영지민들의 고혈을 쥐어 짜낼 것이다. 그럼 고통 받는 건, 저들이야! 그러니 이렇게 된 것, 차라리 하멜른으로 데려가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나?”
“분명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정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의도 결국 힘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루이는 이리 말을 하고는 말머리를 돌렸다.
정의……. 좋다, 정의!
하지만 힘이 없는 정의는 그저 허울뿐인 쓰레기에 불과했다. 그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보았던 루이였다.
정의!
정의를 울부짖으며 충언을 고했던 자들이 모두 어떻게 되었던가? 전부 내쫓기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했다.
물론 루이의 말로는…….
정의를 울부짖으며 반란을 일으킨 자들에 의해서 죽고 말았지만 말이다.
‘정의라…….’
루이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하멜른으로 돌아갔다.
근 두 달만이었다.
얼어붙었던 땅이 서서히 녹고, 산뜻한 봄이 돌아오는 시기였다.
물론 하멜른에도 봄이 찾아왔다.
따뜻한 산들바람을 동반한 바람이 하멜른에 한층 더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더욱이 이번에 루이가 데려오는 사람들까지 합쳐진다면 하멜른은 이제 도합 이천 오백의 엄연한 소도시가 된다.
하지만 하멜른은 소도시라고 하기엔 조금 과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일단 도시의 규모는 여러 가지 요인에서 갈린다.
보통은 인구로 그 규모를 따지는데, 가끔씩은 주변의 환경에 따라서 결정되기도 한다. 가령 예를 들어 인근에 산과 숲이 있어,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강과 비옥한 토지의 수혜를 받아 농작물이 넘쳐난다면 인구가 다소 적다고 하더라도 품질이 좋은 농작물을 사기 위해서 몰리는 상인들로 북적이게 된다.
물론 상인들이 몰리게 되면 돈도 쌓기에 된다. 영주는 그 돈으로 영지의 부를 축적하고, 영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게 된다. 이때, 도시의 규모가 늘어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생필품을 보급하기 위해서 몰리는 여행객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공연을 하러 온 떠돌이 광대나 설교사 등으로 어수선해진다.
시장이 선 시내 중심부가 그런 이들의 열기로 떠들썩하다면, 주변부는 도시의 생활을 떠받치는 자들의 소음으로 가득하다.
신발과 의복, 짐마차에 차려진 공방이며 환전상, 나그네의 필수품인 나이프나 검을 벼르는 대장간도 대성황이다.
오른쪽을 보아도 왼쪽을 보아도 사람, 사람, 사람.
하멜른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두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두 달 만에 하멜른에 돌아온 루이는 조금 벙 찌고 말았다. 이건 변해도 너무 변하지 않았는가? 이건 아자젤도,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변해도 너무 변한 하멜른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 하고 있었다.
여기가 정말로 자신들이 살던 하멜른이 맞는 걸까?
“영주님, 오셨습니까?”
이렇듯 다들 하멜른의 변화된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는데, 어느샌가 다가온 아놀드가 공손히 고개를 조아리며 루이를 반겼다.
꽤나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말이다.
============================ 작품 후기 ============================
0명에서 시작한 하멜른이 2000명의 소도시가 되었군요.
흐뭇하군요.
Lizad 님 : 충신이니까 태클 거는거죠.ㅎ 원래 충언은 쓴소리라고 합니다.
레디다 님 : 제왕이라기 보단 안 좋은 경험을 많이해서.. 불쌍한 루이.ㅠ
歪曲 님 : 그래서 일부러 아자젤을 안 데려간거죠. 물론 휘하 병사들에게도요
고유미 님 : 비극..비극이라... 어떤 걸 비극이라고 하시는건지요! 후후.
누굴지? 님 : 루이도 만만찮은 스팩이죠. 일단은 왕족이니까요!
왕족 하나만으로 아자젤을 찍어 누르고도 남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