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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냥]
아벨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그는 틀림없이 정답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향땅……. 루이라고 해서 왕성을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것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루시아와 함께, 되도록 오랫동안 행복하게 머물고 싶었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행복하게-.
좀 더 행복하게.
회귀 이전과는 다른 삶.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아벨이 보고 있는 정답이 아닌, 이면 속 정답을 알고 있는 루이로서는 좀 더 다른 해답을 찾아야해야만 되었다.
시간이 없었다.
당장만 해도, 다음해 지독히도 추운 겨울날에 왕태자 아슬롯이 사망하게 된다.
고작 1년도 채 남지 않는 시간. 지독히도 짧은 시간이었다.
왕국은 전란에 휩싸이게 되고, 루이 또한 거기에 휘말리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야만 되었다.
발버둥치고, 소리치고, 발악해야만 했다.
그것이 유일하게, 회귀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갈 해결책이었으니 말이다.
‘아벨…….’
아니다.
이건 어딘가 잘 못 되어 있다.
루이와 아벨은 어딘가 크게 어긋나 있었다.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항상 정의롭고 타협할 줄 몰랐다. 그렇기에 그는 부당하게 세금을 갈취하는 영주에게서 반기를 들었다. 자신이 쫓기게 될 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루이의 화를 돋울 걸 뻔히 알면서도 그는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아자젤과는 다르게, 아벨은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조금도 타협하지 않았다. 분명 이 때문에 앞으로도 루이와 수없이 부닥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끊임없을지도 몰랐다.
항상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가 바라는 이상과 루이가 바라는 이상은 너무나도 달랐다.
아니, 이상은 같다.
단지 그 과정이 달랐을 뿐이었다.
“…….”
그렇기에 아벨을 어떻게 대해야 될지, 쉽사리 결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죽이기엔 아깝고, 살려두자니 그와 계속 부딪칠게 두려웠다.
‘이러다가 아벨이 내게 실망하고 떠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덜컥, 두려움이 몰려왔다.
아벨은 뛰어난 지휘관인 동시에 뛰어난 궁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적으로 돌아선다는 건, 루이에게 있어서 더없이 끔찍한 일이었다.
악몽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실력은 일찍이 루이,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말이다.
영웅……!
루이, 자신과는 다르게 아벨은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이었다.
틀림없이 후세에 길이길이 이름을 남길 뛰어난 무장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영웅이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든든하기 짝이 없었다. 실제로도 루이는 아벨을 손에 넣었을 때, 원수를 복속시켰다는 기쁨보다는 영웅을 손에 넣었다는 기쁨을 더 크게 느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루이는 망설이고 있었다.
애증이라고 해도 좋았다.
아니, 애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건 애증이었다.
“죽여야만 하는 건가.”
애증이라 해도 쳐낼 때는 쳐내야 되었다.
그는……. 루이가 오백 명의 영지민들을 돌려보내기 전까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벨을 자신의 곁에 두려면 이번에 사로잡은 오백 명의 영지민들을 에드윈 백작령으로 돌려보내야만 되었다.
그들을 돌려보낸다.
그 말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영지민들을 늘리는 방법은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무슨 수로 영지민들을 늘린다는 말인가?
대체 무슨 수로 영지병들을 늘린다는 말인가?
어떠한 방법으로 둘째 왕자, 밀튼을 상대한다는 말인가!
또다시 귀족들의 도움을 받으라고?
그 귀족들의 도움을 받아서 밀튼을 몰아내라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그들의 손을 빌리는 순간, 루이의 운명은 회귀 이전과 같아질 뿐이었다.
‘또다시 꼭두각시가 될 것 같으냐!’
이번만큼은 달랐다.
반드시 달라야만 되었다.
“주군.”
이렇듯 루이가 고뇌를 거듭하고 있을 때, 방문 너머로 아놀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루이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서는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아놀드?”
그 물음에 아놀드는 재빠르게 대답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내게……?”
“그렇습니다.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정중한 목소리로 재차 물음을 던지는 아놀드의 태도에 루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들어오거라.”
이러한 루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놀드는 곧바로 방문을 열고 루이의 침실로 들어왔다.
“……그래, 무슨 일로 이런 야심한 밤에 나를 찾아온 것이냐?”
“아벨에 관한 것입니다.”
“…….”
설마하니 아놀드가 아벨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 했었기에, 루이는 그만 벙찐 표정을 지어보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는 자세를 똑바로 하며 입을 열었다.
“……아벨에 관해서라고? 그게 무슨 말이지?”
“주군께서 오늘 저녁 일로 너무 노여워하지 않으셨으면 해서입니다.”
“…….”
그 말에 루이는 아놀드의 시선을 피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에 아놀드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한 발자국 더 루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주군께서 아시고 계신지는 잘 모르시겠지만, 아벨은 오래 전에 고향땅에서 쫓겨난 자입니다. 때문에 고향 땅에 대한 그리움이 그 누구보다도 더한 사람입니다. 주군이나 저처럼 자의로 떠난 것이 아니지요.”
“알고 있다.”
루이는 자기도 모르게 퉁명스런 목소리로 대꾸하고 말았다. 마치 아놀드가 자신을 훈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는 무언가 퍼뜩 떠오르는 바가 있는 모양인지, 고개를 치켜들며 말을 이었다.
“……설마 아벨을 이대로 고향땅으로 돌려보내자는 것이냐?”
“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드릴 말씀은 그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다?”
“그렇습니다.”
이리 대답한 아놀드는 잠시 크흠, 소리와 함께 목청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주군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상인입니다. 상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결과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주군의 의견이 아벨의 의견보다 좀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인의 입장에선 더 없이도 훌륭한 결과니까요. 하지만 사람으로 넘어가게 되면 조금 달라집니다.”
“사람으로?”
“저는 주군께서 좀 더 사람다워지셨으면 합니다.”
“사람다워지라고?”
루이가 거듭 물음을 던지자, 아놀드는 말없이 루이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이전에 저희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셨듯이, 이번에 데려온 영지민들의 마음도 헤아려주시는 겁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구나.”
혼란스러운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하는 루이의 태도에 아놀드는 재차 입을 열었다.
“간단합니다. 그들에게 잘 대해주시면 됩니다. 이곳 하멜른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주군께서 다스리고 있는 이곳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를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우치게 만들면 됩니다.”
“깨우치게?”
“그렇습니다. 지금 그들은 단순히 겁을 먹은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이 랄프 산맥 근처이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라도 겁먹을 것입니다. 언제 어느 때에 몬스터 무리가 공격해올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주군께서 직접 나서서, 그들을 위로해주고 하멜른이 얼마나 안전한 곳인가를 알려주신다면 그들의 마음도 서서히 주군께로 기울 겁니다.”
“아벨은?”
“그 때가 된다면 그 또한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을 것입니다.”
“확신할 수 있나?”
이 물음에 아놀드는 짓궂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상인에게 확신이란 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확률이지요.”
이리 대답하는 아놀드의 태도에 그제야 루이 또한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래, 그 확률이 얼마나 되나?”
“십중팔구입니다.”
아놀드는 자신감에 가득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작품 후기 ============================
아자젤 대신 아놀드가 대활약 하는군요.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2015년 7월 27일 이후에 읽어주신 분들은 40편부터 다시 읽어주시면 됩니다!
의식의흐름기법 님 : 제 멘탈은 소중하니까요.
lussi 님 : 그만큼 아자젤을 신용한거죠.
으함 님 : 말보단 결과죠.
필리온 님 : 보시면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