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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아벨이 일곱 명의 영지민들을 데리고 에드윈 백작령으로 향한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그 동안 루이는 아놀드와 함께 남은 영지민들이 하멜른에 무사히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해주었다. 덕분에 하멜른에 남기를 선택한 사백 구십 삼 명의 영지민들은 별다른 잡음 없이 하멜른에 녹아들었다.
이렇듯 무사히 오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하멜른의 영지민으로 받아들인 루이는 곧바로 새롭게 영지민을 늘릴 방법을 강구해보았다. 어찌나 심각하게 그 방법을 고민하던지, 루이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끙끙대는 소리가 영주관 밖으로 새어나갈 지경이었다.
이를 본 아자젤과 아놀드는 혹여 루이의 몸이 상할까, 쉬엄쉬엄 고민하라고 조언을 올려보았지만 전부 다 소용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루이의 머릿속에는 하멜른의 영지민을 꾸준히 늘려나갈 생각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오늘도 아자젤과 아놀드는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 한 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걱정입니다. 이러다가 영주님의 몸이 상하기라도 한다면……. 약이라도 한 첩 지어다드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아직 주군께선 젊고 건강하신데 약은 무슨……. 오히려 어릴 때는 잘 먹고 잘 자야하는 법이라네. 그런데 주군께서 저리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서 고민하시니……. 차라리 후사를 보려는 노력 중이라면 이런 걱정도 하지 않을 텐데 말이야.”
“후, 후사라니요? 아직 왕자님은 11살이십니다!”
아자젤의 말에 아놀드가 기겁하며 소리치자, 아자젤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성욕 앞에 나이가 무슨 소용인가? 자고로 사내라면 수저 하나 들 힘만 있으면 여자를 안을 수 있다네.”
“…….”
이러한 아자젤의 말에 아놀드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핫, 아놀드! 자네도 결혼하고 나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야!”
그 모습이 어지간히도 우스웠던 모양인지, 아자젤은 아놀드의 등을 두세 번 강하게 두드리고는 자리를 떠났다. 실로 여자를 밝히는 아자젤다운 발언이었다.
아놀드는 저 멀리 걸어가는 아자젤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이내 루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의 근원을 생각해보았다.
문제의 근원…….
그것은 바로 영지민이었다.
‘영주님은 어째서 그토록 서두르시는 걸까?’
영지민이란 건, 본디 하루아침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차츰 늘려가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하멜른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인구 증가 속도가 빨랐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인구를 확보하고 있는 영지일지도 몰랐다.
그만큼 하멜른은 비상식적일 정도로 빨랐다.
그러나 루이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서, 더욱 더 빠르게 영지민을 늘려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을 염두에 두어두고 계신 걸까?’
아니다.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이 제아무리 사납다고는 해도 성벽을 뛰어넘어서 공격해 올만큼 악독하지 못했다. 물론 저들이 작정하고서 성벽을 넘어오려고 한다면 넘어올 수도 있었지만……. 수비하는 이쪽에서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더욱이 이쪽에는 카샨이 직접 이끄는 엘프들로 이루어진 숲의 감시자 부대도 있었다.
그들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이다.
적어도 그들이 하멜른의 편에 서서 싸우는 이상, 쉽게 뚫리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대체 뭘 걱정하고 계신 걸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리도 서두르는 것일까?
뭐가 그렇게나 두려운 걸까?
‘직접 물어볼까?’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접는 아놀드였다.
그의 감이긴 했지만, 주군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심지어 그것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섣불리 건드려선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인으로서의 감이라고 해도 좋았다. 괜히 건드려보았자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아놀드는 즉시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었다.
반면에 아자젤은, 그 나름대로 고민하는 중에 있었다.
말로는 후사니 뭐니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루이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살다보니 이렇게 여성이 아닌 남성을 두고서 고민하게 되는 날도 오는군.’
자기가 생각해도 우스운 모양인지, 아자젤은 저도 모르게 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자젤은 주군을 위해서 자신이 따로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생각해보았다.
‘……북부에서 이민족들이 난리를 피우고 있다는데……. 그들을 잡아와볼까?’
아자젤의 머릿속에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자칫 잘 못 했다간 역으로 이쪽이 당할 수도 있어.’
설혹 잡아온다고 하더라도 난폭한 그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적어도 그들을 영지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하멜른의 병사 규모가 지금의 세 배 정도는 더 커질 필요가 있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멜른을 몬스터들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는 일 뿐인가?’
이렇듯 아놀드와 아자젤이 루이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더 덜어주고자 고민하고 있는 사이, 카샨은 이번 일로 아벨이 지휘하고 있던 병사들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한창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사양하려고 했던 카샨이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아벨의 부하들이 아자젤의 지휘를 받고 싶지 않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지휘권이 카샨에게 넘어가버렸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영지 내에는 카샨과 아자젤, 이 둘을 제외하곤 부대를 지휘할 인재가 마땅히 없었다.
절대적인 인재의 부족이었다.
‘어서 돌아와 주시오, 아벨!’
결국 카샨은 느긋한 엘프의 삶과는 아주 동떨어져 있는 바쁜 삶을 살아가며, 속으로 아벨의 빠른 귀환을 빌고 있었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루이는 다른 이들의 반발 없이, 영지민을 늘릴 방법을 고심하며 밤낮을 지새웠고, 아자젤과 아놀드는 그런 주군을 걱정하며 영지 업무를 돌봤다. 물론 카샨은 두 개의 부대를 관리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둘째 공주의 생일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깨달은 루이는 서둘러 정신을 수습했다.
‘하마터면 잊을 뻔 했군!’
아차 싶어진 루이는 잠시 영지민에 대한 고민을 뒷전으로 밀어두었다.
“주군!”
이렇듯 루이가 영주관을 나와서 아놀드를 찾아가자, 아놀드가 더없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루이를 반겼다.
“……어쩐 일이십니까? 혹여 고민이 해결되셨습니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생겼네. 그나저나 내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자네들이 수고했군.”
“고생이라니요? 아닙니다.”
이리 대꾸하며 고개를 조아린 아놀드는 루이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보고했다.
대부분 작은 일들이었지만, 아놀드는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상세히 보고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여서 아벨이 보낸 편지를 루이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말을 끝마쳤다.
“별다른 일이 없어서 다행이군.”
아벨이 보낸 편지를 꼼꼼히 읽은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편지를 곱게 접었다.
“……물론 자네들도 말이야.”
“아닙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뭔가?”
루이가 궁금증을 표시하며 물음을 던지자, 아놀드가 꿀꺽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영지민의 숫자를 늘릴 방법에 관해서입니다.”
“늘릴 방법?”
“그렇습니다. 그 동안 주군께서 영지민을 확보하기 위해서 고심하셨던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러한 아놀드의 말에 루이는 흥미가 동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확실히 아놀드의 말대로 지금 루이가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영지민의 확보였다. 일단 영지민을 확보해야지, 나중에 영지병을 늘릴 게 아닌가?
이러한 까닭에서 루이가 아놀드의 말을 보채자, 그는 미리 해결 방법을 생각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행상인들과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행상인들과?”
“그렇습니다. 행상인들에게 이리 제안하는 것이죠. 왕국 전역에 퍼져 있는 화전민 마을 사람들을 이곳, 하멜른으로 불러올 때마다 금전을 주겠다고 말입니다. 한 사람당 은화 10개씩만 해도 10명이면 총 은화 100개입니다. 충분히 행상인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근처가 아닌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화전민들이 이곳에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기 때문에 행상인들과 거래를 하자는 겁니다. 그들에게 화전민들의 길안내를 맡기는 것이지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더욱이 주군 입장에선 딱히 손해가 될 일도 없습니다.”
확실히 아놀드의 말대로 루이 입장에선 딱히 손해를 보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행상인과 루이, 둘 다 이득을 보는 일이었다.
행상인들 입장에선 화전민들을 하멜른까지 안내해주는 것으로 큰돈을 얻게 되니 이득을 보는 것이었고, 루이 입장에선 영지민들의 숫자가 저절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니 서로 좋은 일이었다.
이러한 까닭에서 루이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놀드와 함께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었다.
============================ 작품 후기 ============================
둘째 공주 보러 갑시다.
하폰 전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메인 스토리니까요.
[炎風] 님 : 쿠폰 감사합니다! ㅎㅎ 아벨을 안 내쫓는걸로 쓰긴 하지만, 큰 틀은 안 바뀌어서 큰 무리는 안 가고 있습니다.ㅎㅎ
돌아온이반 님 : 처음엔 열 네명으로 설정했었는데, 너무 많아서 일곱명으로 줄인거거든요. 그러다보니 제가 미처 신경쓰질 못 했네요. 죄송합니다!
천연베이킹소다 님 : ㅋㅋ 만약에 그러면 아벨은 진짜 ㅂㄷㅂㄷ..
레디다 님 : 네, 안 내쫓아요. 독자님들이 원하시면 그렇게 해드려야죠.
kagurayato 님 : 그런가요? 전 루이가 딱 자기 성격에 맞게 행동했다고 생각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