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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루이는 그 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가 무섭게 서둘러 하멜른을 떠나야만 했다.
당장에 카샤의 가루만 하더라도 조금 지나칠 정도로 창고에 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이곳저곳 돈을 물 쓰듯이 써버린 탓에 자금 상황이 그다지 여유롭지도 못 했다. 그 때문에 루이는 영지 내에 산재해있는 일들은 서둘러 처리한 뒤에 마차에 올랐다.
이번 여행길에는 엘프 노예만 루이를 따라 나섰는데, 그 이유는 이번에 그녀와 함께 엘프 노예의 고향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엘프 노예의 고향은 하폰 왕국의 북부에 위치해 있었는데, 루이는 그 사실을 전해 듣고는 곧바로 엘프 노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건 바로 엘프 노예의 고향에 살고 있는 엘프들 또한 하멜른으로 이주시켜서 살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엘프 노예 또한 동의를 표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멜른은 엘프들이 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루이가 하멜른을 통치하고 있는 동안만큼은 말이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 여행길에는 엘프 노예만이 루이를 따라가게 되었다.
반대로 따라가지 못 하게 된 아놀드와 아자젤은 루이를 대신해서 영지의 업무를 돌보게 되었다. 물론 카샨은 여전히 아벨의 병사들과 숲의 감시자 부대를 통솔하게 되었다.
이때 카샨이 루이에게 적잖은 불만을 표시했다.
그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다른 이들에 비해서 과하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두 개나 되는 부대를 통솔해야 되는데다가 엘프 마을까지 총괄해야만 되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정식으로 루이에게 아벨이 이끌던 부대의 지휘자를 새로이 임명시킬 것을 요구했다.
“조금만 참거라, 카샨. 이번에 내가 팔칸에 가서 마땅한 인재를 찾아올 테니 말이다.”
루이는 이리 말을 하며 카샨을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루이는 이번 기회에 수도의 아카데미를 찾아가서 새로운 인재를 찾아볼 심산이었다. 물론 아카데미에서 나온 인물들 중에 회귀 이전에 특출나게 이름을 알린 자는 없었지만, 적어도 아카데미는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었다.
그러니 분명 영재에는 미치지 못 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인재가 있을 게 틀림없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루이는 카샨을 위로해주고는 곧바로 아자젤을 찾아가서 오필리아를 맡겼다. 한동안 오필리아에게 소홀히 대하긴 했지만, 오필리아는 회귀 이전에 대단한 천재였다.
그런 그녀인 만큼 반드시 교육 시킬 필요성이 있었다.
“아자젤, 오필리아를 잘 부탁한다.”
“걱정 마십시오, 주군.”
아자젤 또한 이러한 루이의 부탁을 달갑게 받아드렸다.
실제로도 오필리아와 각별한 사이인 아자젤이기도 했고 말이었다. 이렇듯 아자젤에게 오필리아를 맡긴 루이는 한시름 내려놓은 뒤에 여행길에 올랐다.
“또! 또 먹으란 것이냐……!”
“벌써부터 약한 소리를 하는 것이냐, 레베카?”
“우으……. 야, 약한 소리가 아니다. 이건……. 우욱.”
레베카가 우는 소리를 내며 자기 입을 가로막았다.
그 동안 루이는 엘프 노예의 이름을 모르고 지냈는데, 이렇게 단 둘이서 마차를 타고 가는 동안 우연치 않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레베카.
붉은빛을 띤 갈색 머리카락에 어두운 녹색 눈동자를 가진 이 아름다운 엘프의 이름은 레베카였다. 확실히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루이는 엘프 노예의 이름을 듣자마자,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덕분에 레베카와 루이 사이의 공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이게 문제였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루이가 권하는 음식을 먹은 게 실수였다.
‘그 때, 먹지를 말아야 했는데!’
뒤늦게 후회하는 레베카였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루이는 틈만 나면 음식들을 잔뜩 가져와서 레베카에게 먹여댔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마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마차에서 잠깐 내려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어떤 병사가 꿩과 같은 새를 사냥했을 때도 빠짐없이 챙겨 먹였다. 어떤 날에는 자기 전까지 먹이기도 했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지 않은가!”
결국 레베카가 폭발했다.
“식사는 점심과 저녁. 하루에 딱 두 끼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렇게 많이 먹을 필요도 없다! 딱 두 끼면 충분하다! 이러다가 내가 오크나 돼지가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최근 들어서는 배가 꺼질 날이 하루도 없다! 심지어 몇몇 병사들은 내 모습을 보고 비웃기까지 한다!”
그 말에 루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비웃는다고?”
“마, 말이 그렇다는 거다! 아무튼……. 나는 이제 한계다! 이러다가 뒤룩뒤룩 살이 쪄서 돼지가 되는 건 아닐까 싶다! 난 이제 그만 먹겠다! 강요해도 소용없다! 차라리 마차를 하멜른으로 돌려서 데이지를 데려와라! 그 인간 소녀야말로 먹기에 최적화 되어 있지 않느냐?”
잠시 움찔, 몸을 떨긴 했으나 레베카는 금세 기세를 회복하며 으르렁거렸다.
“데이지는 시녀장으로서 할 일이 많은 몸이다. 그에 반해서 넌 할 일도 없지 않느냐? 카샨에게 들어보니, 내가 영지 업무로 정신없는 사이에 너는 엘프 마을에서 빈둥빈둥 거렸다고만 하던데……. 너무 나태한 것 아니냐? 얼마나 나태하게 지냈으면 살이 홀쭉해져서 이게 해골인지 사람인지…….”
“딱 평균이다!”
“평균은 무슨……. 쯧쯧, 데이지는 요즘에 보기 좋게 딱 살이 올랐는데 너는 내가 며칠 안 봐줬다고 이렇게 깡말라서……. 누가 보면 내가 널 쫄쫄 굶긴 줄 알겠구나.”
이리 말하며 빵에 꿀을 바르는 루이다.
이를 본 레베카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급히 소리쳤다.
“틀렸다! 그대가 못 봐서 그렇지 내 몸은 돼지처럼 뒤룩뒤룩 쪄있는 상태다! 데이지보다도 더하면 더 했다.”
그녀가 서둘러 자신의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가슴 가리개에 가려져 있는 풍만한 가슴과 더불어 잘록한 허리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베카는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봐라, 볼록 튀어나오지 않았나?”
레베카의 말대로 그녀의 배는 아주 조금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아주 조금 부풀어있는 것에 불과했다.
다른 이들의 눈엔 그저 애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살짝 부풀어 올라있는 것이 남성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저 매끄러운 피부에 손바닥을 맞대고서 살살 문지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아주 잠시 이런 음흉한 생각을 한 루이였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볼록 튀어나오기는……. 네 팔, 다리를 한번 봐라. 아주 빼빼 말라서 살이 붙어있는지 구분이 가지 않는구나.”
“아니다! 살이 확실히 붙어있다! 봐라, 이렇게 늘어나지 않느냐?”
이리 소리쳐 말하며, 자신의 팔에 붙어있는 살을 잡아당기는 레베카다.
“……그러니 이제 그만 봐주거라. 더는 무리다!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 자꾸 먹여대면, 내 배가 버티지 못 하고 터져버릴 거다!”
“엄살 부리긴…….”
“엄살이 아니다!”
급기야 레베카가 루이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루이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난 이제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엄살을 부린 적이 없다! 결단코 말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못 참겠다! 차라리 때려라! 아니면 성적으로 유린을 해라! 차라리 그게 더 반가울 지경이다! 아니면 저 병사들에게 다리를 벌릴까? 내가 아직 경험이 없는 처녀이긴 하지만, 분명 그것이 지금 이렇게 먹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으, 응?”
그녀의 강한 의사 표현에 루이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말을 더듬고 말았다.
“식사는 하루에 두 번이면 족하다! 그 이상은 욕심이다!”
“레베카, 나는 어디까지나 널 생각해서…….”
“날 생각한다면 제발 그만둬주게!”
필사적으로 소리쳐 말하는 레베카의 태도에 루이는 그제야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레베카, 너도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느냐? 그 때도 그러지 않았나? 혹시 빵이 아니라 과일이 먹고 싶은 것이냐?”
“물론 과일이 빵보다 더 좋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많이 먹인다는 것이다! 어떻게 같은 과일을 두세 번이 아닌 몇 십번씩이나 먹인다는 말인가? 나는 짐승이 아니다! 어느 정도 먹으면 만족할 줄 아는 지성체인 것이다! 인간이여, 알겠는가? 지성체라면 만족했을 때, 멈출 줄을 알아야하는 법이다! 과욕은 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그녀는 마치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현자마냥 진실 된 목소리로 호소해왔다.
“……하루 종일 먹고 싸는 기분을 아는가? 가끔은 밤중에도 깨어나서 볼일을 볼 때가 있다! 그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 줄 아나? 찌릉찌릉 울어대는 곤충의 소리가 마치 나를 비웃는 것만 같단 말이다! 그리고 그 상태가 벌써 일주일째다! 그래, 진귀한 과일을 먹어볼 수 있다는 건 분명 기쁜 일이다.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지 않나?”
레베카는 자기 머리를 쥐어 잡으며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음…….”
이렇게까지 나오니까 마치 루이, 자신이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엘프들에게 인간과 같은 식사량을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
엘프는 인간과는 다르게 초식을 하며, 적은 식사량으로 생활을 이어나가니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데이지와 같은 식사량을 요구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이치에 맞지 않았다. 루이는 이 점을 납득하고는 꿀을 바른 빵을 내려놓았다.
“그래, 네 말이 맞구나.”
“이해해주는 것이냐?”
이러한 루이의 말에 레베카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음을 던졌다.
“그래, 이해하마. 엘프인 네게 인간과 같은 식사량을 부여한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겠지.”
“…….”
이 말에 레베카는 속으로 안도했다.
“그런 의미에서 과일이나 먹자구나.”
이리 말한 루이는 과일 바구니를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레베카가 털썩, 하고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굉장히 좌절하면서 말이다.
“데이지라도 데려왔어야 했는데!”
그녀의 말소리에 루이가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꾸했다.
“확실히 데이지에게 이 과일들을 못 먹이는 건 참으로 안타깝구나.”
루이는 허허 웃으며 여전히 좌절 포즈를 취하고 있는 레베카에게 사과를 건네주었다.
============================ 작품 후기 ============================
간만에 먹방이군요.
mvp33 님 : 선추코는 사랑이죠.ㅎ 감사합니다.ㅎ
으함 님 : 헉헉, 루시아는 사랑입니다.ㅋㅋ
리눅 님 : 넵, 감사합니다.ㅎ
dbss 님 : 네!
강철의혼 님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