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47화 (4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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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둘째 공주 비비안의 생일파티가 무사히 끝을 맺었다.

비비안은 어째서인지, 생일 파티를 하는 내내 루이의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을 루시아가 부담스러워하긴 했지만, 루이는 애써 어린 누이를 다독이며 비비안과 루시아, 두 사람 모두 챙겨주었다.

누가 보면 루이가 비비안보다도 나이가 많은 오라버니로 보일 지경이었다.

아무튼 루이는 비비안과 루시아, 두 명의 누이를 잘 돌보아주며 생일 파티를 무사히 끝마친 뒤에 자신의 왕궁으로 돌아왔다. 어쩐지 온 몸이 노곤하게 녹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때문에 루이는 씻는 것도 잊은 채로 그대로 잠에 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루이는 레베카와 함께 아카데미에 방문했다.

이번에 아카데미에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내기 위해서였다.

물론 아벨과 아자젤, 그리고 아놀드 덕분에 한 없이 높아져버린 루이의 눈에 아카데미 학생들을 찰 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어쩐지 하나 같이 모자란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이러니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 했지.’

쯧쯧, 혀를 찬 루이는 아직 저학년인 아카데미 학생들을 지나쳐, 고학년의 아카데미 학생들이 공부하는 장소로 걸음을 옮겨보았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곳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아자젤처럼 번뜩이는 지휘력을 가진 자도 없었고, 아벨처럼 놀라운 무위를 가진 이도 없었다.

하다 못 해 아놀드처럼 뛰어난 상재를 가진 이가 있었다면 말이라도 걸어보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상업에 뜻을 가진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루이는 안타까움에 한숨만 푹푹 내쉬고는 아카데미를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졸업생들이 남긴 논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루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시라도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도 정치에 뛰어들지 않은 인재가 있을지도 모른 생각에서였다.

실제로도 회귀 이전에 많은 이들이 왕위를 두고서 다투는 왕자들의 행태에 실망해,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 버리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떠올린 루이는 한달음에 달려가서 졸업생들의 논문을 하나하나 세심히 읽어보았다.

“응?”

그렇게 한참을 읽어나가고 있는데, 문득 공화정이란 이름의 논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문득 위험한 호기심이 들었다.

루이는 그 논문을 작성한 자의 이름을 살펴보았다.

“테온? 들어본 적 없는 자로군.”

성이 따로 적혀있지 않는 걸 보아하니, 평민 출신인 모양이었다.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공화정이라 적힌 논문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곧 점점 루이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내용이 참으로 가관이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왕을 투표로 뽑다니?

아니, 여기에 적힌 대로라면 왕도 아니었다.

일정한 임기를 두고서 왕처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었다.

왕족을, 혈통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불온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루이는 당장에 논문을 바닥에 내던지며 씩씩 대었다.

“레베카, 당장에 이것을 불태워라!”

이런 루이의 외침에 레베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이가 내던지 논문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태우기 위해서 벽난로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불현듯 루이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뒤늦게 루이가 레베카에게 소리쳐보지만, 이미 레베카는 논문을 벽난로에 던져서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루이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침음성을 내뱉었다.

‘공화정을 이용해서 내전 자체를 무마시켜볼까 했는데…….’

물론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기는 했지만, 놀랍게도 논문에는 그 방법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공화정을 실현시킬 방법부터 시작해서, 유지할 방법, 그리고 올바르게 정치를 하는 방법까지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꽤나 잘 쓰여진 이상적인 논문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왕족의 혈통을 무시하는 그 언사가 루이를 자극하고만 것이었다.

왕족이란 본디 고귀한 것이다.

이제까지 그리 배워왔고, 그것이 무시되는 순간 루이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만약에 왕족이 고귀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왕자들이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싸웠다는 말인가?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함하면서 말이다.

“그래, 이것도 운명이겠지.”

장작불에 활활 타고 있는 논문이 마치 이전 날에 태운 책을 보는 듯했다.

루이는 레베카와 함께 멍하니 벽난로의 불길을 쳐다보다가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비록 논문을 잃어버렸지만, 다행스럽게도 논문의 작성자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루이는 당장에 아카데미의 총장을 찾아가서 테온이란 이름의 학생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테온 말씀이십니까? 아아, 기억이 납니다. 꽤나 특이한 논문을 작성해서……. 불운하게도 그것을 밀튼 왕자님에게 들킨 탓에 퇴학을 당했지요. 졸업을 바로 앞에 두고 있었는데……. 혹시 그 논문을 보셨습니까?”

“봤네. 그리고 그걸 그만……. 태워버렸지.”

“태우셨습니까? 그건…….”

“그래, 내가 실수했네. 논문은 아카데미의 재산인 동시에 문화이지. 보상을 원한다면 보상을 하도록 하지.”

이런 루이의 말에 총장은 인자하게 허허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태우셨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안 그래도 이전부터 밀튼 왕자님에게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루이 왕자님께서 태우셨다니, 저로서는 한시름 놓은 셈이군요.”

이러한 총장의 배려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야무야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기부금 형식으로 금화 일천을 아카데미에 전해주었다. 귀환 논문을 불태운 것치고는 상당히 싸게 먹힌 셈이었다. 왜냐하면 아카데미는 하폰 왕국에 소속되어있으면서도, 동시에 소속이 되지 않은 치외법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루이는 아카데미 총장과 테온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해보았지만, 퇴학당한 이후로 행적이 묘연해진 테온을 찾아낼 길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간단히 포기할 루이가 아니었다.

루이는 길드에 의뢰를 넣어서 테온을 찾도록 해보았다.

그리고 테온의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루이는 루시아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하루가 멀다하고 둘째 공주인 비비안이 루이를 찾아오긴 했지만 말이다.

“루루, 하멜른으로 돌아갈 생각이니?”

루루는 최근 비비안이 루이를 부르는 애칭이었다.

처음에는 그 애칭에 난색을 표했지만, 비비안은 좀 더 루이와 친해지고 싶은 모양인지 구태여 루루라는 애칭을 부르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그럴 생각입니다.”

“나도 같이 갈까?”

이러한 비비안의 물음에 순간 루시아의 눈초리가 매섭게 올라갔다.

어쩐지 그 태도가 용납을 하지 못 하겠다는 걸로 보였다.

“아직 랄프 산맥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안전이 확보된다면 누님을 초대하겠습니다.”

“정말로?”

“정말로요.”

이러한 루이의 말에 비비안이 기뻐해하자, 루시아가 ‘저는요? 저는요?’라는 눈길로 루이를 바라보았다. 이에 루이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문을 열었다.

“……루시아, 너도 초대하마.”

“꼭이에요, 오라버니!”

이렇듯 확답을 들은 루시아는 마치 뛸 듯이 기뻐해하며 루이의 품에 포옥 안겼다.

그 모습에 비비안은 내심 부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체구로 보나, 키로 보나 자신과 루이의 차이가 꽤 컸기 때문이었다.

루시아처럼 루이의 품에 안기기에는 자신의 몸집이 지나치게 컸다.

‘그래, 살을 빼자.’

비비안은 루이의 품에 안긴 채로 헤실헤실 웃고 있는 루시아를 부러워하며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회귀 이전, 귀족들에 대한 증오심으로 살을 뺐던 것과는 다르게 루이에 대한 애정으로 살을 빼기로 결심한 비비안이었다.

============================ 작품 후기 ============================

추후에 나비처럼 날아서, 아기새처럼 포옥 안기는 비비안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루이와 루시아는 서로 배다른 남매입니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남매는 장남인 아슬롯과 삼녀인 셋재 공주. 그리고 차남인 밀튼과 차녀인 비비안입니다.

누굴지? 님 : 으잌ㅋㅋ

레디다 님 : 일단 비비안은 예뻐지는 거, 확정입니다.ㅎ

변함없는하루 님 : 츤데레 속성 누님.ㅋㅋㅋ

천연베이킹소다 님 : 네?ㅋㅋㅋ 그런 의도가 아닌데요!ㅋㅋㅋ

아스라히i 님 : 저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든 화였죠. 역시 주인공은 이런 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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