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48화 (48/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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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루이가 루시아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아벨은 에드윈 백작령의 참혹한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 하고 있었다.

실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사람들은 피골이 상접해있었고, 짐승의 울음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다들 하나 같이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무뿌리를 캐먹거나, 풀죽을 끓여먹고 있었다. 아니, 이것은 그나마 풍족한 편이었다.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이들은 자기 자식을 노예 상인에게 팔거나 자신의 몸을 팔아야만 되었다.

스스로 노예가 되는 것이었다.

이 끔찍한 광경에 아벨은 감히 입을 떼지 못 했다. 물론 이건 그를 따라 고향땅으로 돌아온 일곱 명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풍족하진 못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부족하지 않았던 에드윈 백작령이 어째서 이리도 참혹하게 변한 것일까?

다들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 했다.

그러나 이것은 실로 당연한 결과였다.

에드윈 백작령과 테일 백작령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금광에 눈이 먼 에드윈 백작은 금광을 서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자는 테일 백작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홀로 독차지하기를 원했다.

그 만큼 이번에 발견한 금광은 실로 매력적인 것이었다.

결국 에드윈 백작은 테일 백작에게 말도 안 되는 트집을 걸어, 영지전을 걸었다. 그리고 이번 영지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서, 여러 귀족들에게 자금을 빌렸다. 말 그대로 엄청난 금액을 빌린 것이었다.

하지만 에드윈 백작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번 영지전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금광에서 나오는 엄청난 금으로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에드윈 백작은 자신이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에드윈 백작의 군대는 테일 백작의 잘 무장된 병사들에게 철저히 유린당하며 패배했다.

결국 에드윈 백작이 얻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도리어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병사도, 돈도, 영토도 말이다. 기름진 평야가 테일 백작에게 넘어가버렸고, 거대한 금광 역시도 모조리 빼앗겨버렸다.

더욱이 전쟁 배상금이라는 명목 하에 10년 동안 매년 금화 1000개를 테일 백작에게 주어야만 되었다.

하지만 에드윈 백작에게 닥친 불운한 상황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영지전을 위해서 여러 귀족들에게 돈을 빌린 탓에 그의 앞으로 엄청난 양의 채무가 쌓이고 말았다. 온갖 귀족들이 그에게 어서 돈을 갚으라며 빚을 독촉했다.

때문에 에드윈 백작은 어쩔 수 없이 영지민들에게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세금을 이전보다 더 가혹하게 붙여서 빚을 갚고자 했다.

[나는 저들에게 자비를 내려준 것이다! 만약에 저들이 에드윈 백작령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지금 에드윈 백작은 테일 백작에게 패했다! 그런 그가 패배로 인해 생긴 손실금을 어디서 충당할 것 같은가? 바로 영지민들의 고혈이다! 영지민들을 쥐어 짜내서 손실금을 메우려고 하겠지. 그렇게 되면 과연 몇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나? 설혹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결코 산 것이 아닐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게, 루이의 말대로 된 것이었다.

에드윈 백작은 빚을 갚기 위해서 영지민들의 고혈을 쥐어짜기 시작했고, 결국 그 탓에 영지 내의 모든 사람들이 고통에 신음했다.

아벨은 그제야 자신이 하멜른의 따뜻함에 너무 젖어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벨 님.”

이렇듯 아벨이 에드윈 백작령의 참혹한 모습에 경악하고 있을 때, 한 명의 중년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이번에 하멜른을 떠나 고향땅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중년 사내는 자신의 뒤에 서있는 아내와 세 명의 아이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 염치없지만……. 다시 하멜른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이 말에 아벨은 저도 모르게 침음성을 내뱉고 말았다.

“그런가…….”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처자식들이 있기 때문에…….”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중년 사내의 태도에 아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마음이 무겁기는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자식이 딸려있지 않는 자신조차도 이리도 마음이 무겁건만, 그라고 해서 별 수 있겠는가?

분명 아벨보다도 더 했을 게 틀림없었다.

“그나저나 자네들은 어쩌겠나?”

이렇듯 중년 사내의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한 아벨은 남은 두 사내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둘 중에 형 되는 사내가 앞으로 나와서 대답했다.

“부모님의 유해를 하멜른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유해를?”

“네, 아무도 없는 마을에 놔두기보다는 하멜른으로 옮겨서 모시고 싶습니다.”

이러한 사내의 말에 아벨은 이들 형제의 효심에 감탄했다.

다음날 아벨은 일곱 명의 사람들과 함께 형제의 마을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형제의 부모님이 묻혀있는 묘를 파헤치고 있을 때였다.

“쳐라!”

열다섯 명으로 이루어져있는 도적들이 크게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그걸 본 아벨은 조용히 검을 뽑아든 뒤에 도적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에 부모님의 유골을 수습하던 형제 또한 잇따라 삽을 치켜들며 아벨을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아벨은 고개를 가로젓는 것으로 그들의 도움을 뿌리쳤다.

단신의 힘만으로도 얼마든지 저 열 다섯 명의 도적 무리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저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여기저기 녹이 슨 검과 도끼들뿐이었다. 그 말은 즉, 전쟁터에서 대충 무기를 주워서 쓰는 도적들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체구가 작고, 피골이 상접한 것이 먹고 살 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도적이 된 농민으로 보였다.

이를 보고 얼추 짐작한 아벨은 힘찬 기합성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도적 세 명이 휘두른 검과 도끼가 챙! 소리와 함께 깨어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우와아악!!”

그 모습을 본 나머지 도적들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얼굴이 샛노랗게 질린 것이 단단히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이에 아벨은 가장 앞에 서있는 도적의 멱살을 잡아들어 올려서는 우두커니 서있던 도적들에게 던졌다.

“크악!”

“아악!”

아수라장이었다.

아벨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열다섯 명의 도적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무기를 버려라!”

그 외침에 도적들은 무언가 홀린 것 마냥 무기를 버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몇몇은 여지없이 죽었다고 생각하며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다.

‘농민들이 도적떼로 변할 정도라니……. 영지 상황이 말이 아니구나.’

아벨은 저들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동시에 불현듯 아벨의 뇌리에 저들을 설득해서 하멜른으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벨은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여기서 그런 말을 하게 된다면, 이제껏 루이에게 반박했던 것이 전면 부정되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벨은 침음성을 삼켰다.

새삼 자신을 되돌아본 아벨은 열다섯 명의 도적들과 일곱 명의 영지민들을 번갈아보았다. 그리고는 곧 아벨은 크게 소리쳐 도적들을 꾸짖은 뒤에 전부 내보냈다. 원래 같았다면 전부 죽여야 되었지만, 저들은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서 도적으로 변한 농민들이었다.

영지가 다시금 안정된다면 틀림없이 농민의 본분으로 돌아갈 자들이었다.

아벨은 그들을 동정하며 도망치는 도적들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 작품 후기 ============================

이번 편만 대체 몇 번을 썼다가 지우는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일단 이 정도로 봐주세요.

다음에는 더 잘 써보겠습니다!

캬투 님 : 비비안의 바람직한 다이어트!

리눅 님 : 넵.ㅎ

Unkn0wn 님 : 엌ㅋㅋㅋ 세상에..ㅋㅋ

halem 님 : 좋은 게 좋은거죠.ㅎ

양산형마법사 님 : 일단 근친은 아닌데... 이거 참 문제네요. 루시아와 비비안의 인기가 너무 높아져서...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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