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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형제의 부모의 유골을 모두 수습한 아벨은 곧바로 하멜른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모두가 하멜른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 이상, 구태여 에드윈 백작령에 남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아벨이 하멜른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동안, 루이는 왕태자 아슬롯의 궁을 찾아갔다.
이번에도 왕태자 휘하의 기사단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카샤의 가루에 대한 소문이 대륙 전체에 퍼지면서, 알게 모르게 루이를 노리는 조직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안전에 안전을 기하기 위해서 일부러 아슬롯 휘하의 기사단을 빌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유가 그것, 하나 뿐인 것은 또 아니었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루이는 제법 의젓하게 고개를 숙여, 아슬롯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이런 막내의 인사에 아슬롯은 무척이나 기뻐해하며 루이를 반겼다.
“그 동안 잘 지냈느냐?”
“형님께서 걱정해주신 덕분에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루이의 말에 아슬롯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루이를 바라보는 아슬롯의 시선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다른 형제, 남매를 바라볼 땐 조금도 내비치지 않던 그런 애틋함이었다.
이게 다 그 동안 루이가 아슬롯에 보인 행동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루이는 그 동안 루시아에게 간식을 보내는 동시에 몸에 좋다는 약초 등을 모조리 사들여서 아슬롯에게도 보내주고 있었다. 물론 이걸 아슬롯이 먹는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루이는 이렇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루이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아슬롯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아슬롯과 루이의 대화는 온화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그나저나 형님의 건강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군.’
루이는 아슬롯과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병세를 살펴보았다.
의술에 대한 조예가 없는 루이가 보기에도 아슬롯의 병색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대화를 얼마 나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슬롯은 벌써부터 지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결코 예전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병세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진행될 수가 있지? 혹시…….’
순간 불온한 의구심이 든 루이였으나, 이내 그 의심을 접었다.
‘성녀조차도 손을 쓰지 못 한 병이다. 독살이라고 볼 순 없지.’
고개를 가로저은 루이는 다시금 아슬롯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대화가 무르익어갈 때쯤, 아슬롯이 본론을 꺼냈다.
“그래, 오늘 나를 찾아온 걸 보아하니…….”
잠시 뜸을 들인 그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기사단을 빌리고 싶은 모양이구나.”
“형님께서 가지고 계신 기사단만큼 든든한 자들은 또 없으니까요.”
이러한 루이의 말에 아슬롯은 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흔쾌히 루이의 요구를 받아주었다.
그 동안의 노력으로 손쉽게 기사단을 얻어낸 것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것이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루이는 왕태자 휘하의 기사단의 호위를 얻어낸 뒤에 팔칸을 떠날 채비를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비비안과 루시아가 눈물 도장을 찍으며 루이보고 좀 더 머물다가 가라고 말했지만, 루이는 그럴 순 없다며 좋은 말로 거절하고는 왕태자 휘하의 기사단의 호위를 받으며 성문을 나섰다.
일주일 만에 팔칸을 떠나는 것이었다.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았기에 날씨는 서늘했다.
루이는 둘째 누이와 막내 누이의 마중을 받으며 마차에 오르고는 북쪽 문을 통해 팔칸을 나섰다.
원래대로라면 다른 문을 통해서 팔칸을 나서야되었지만, 일찍이 계획했던 대로 레베카의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서 일부러 북쪽 문을 이용한 것이었다.
“사람이 많군.”
북쪽 문에 다다르자, 무수히 많은 인파가 루이의 눈에 들어왔다.
다들 하나 같이 성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귀족의 경우, 따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평민이거나 상인들이었다. 루이는 새삼 호기심 어린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성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난생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레베카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그녀가 귀를 쫑긋하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글쎄…….”
루이로서도 이 이유를 몰랐기에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사실 이들이 성문에 몰려있던 건, 전부 루이 때문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카샤의 가루 때문이었다.
카샤의 가루가 팔칸에서 판매된다는 소식이 대륙 전역으로 퍼지자, 무수히 많은 상인들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팔칸으로 몰려든 것이었다. 혹시라도 운이 좋아, 카샤의 가루를 얻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일확천금하는 것은 꿈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세간에는 카샤의 가루가 담긴 목갑 다섯 개만 가지고 있어도 계급이 바뀐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 정도로 카샤의 가루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자세히 모르는 루이는 그저 이 광경을 신기해하며 북쪽 문을 지나칠 뿐이었다.
여하튼 루이는 마부를 다그쳐 서둘러 레베카의 고향으로 가도록 했다.
서둘러 엘프들을 수습한 뒤에 하멜른에 산재한 일들을 처리해야 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루이는 이번에 랄프 산맥을 한번 정리할 생각이었다.
‘슬슬 영토를 늘려야겠지.’
더욱이 아놀드가 말해준 계획이 잘만 이루어진다면 하멜른의 인구가 지금의 배로 늘어나는 건, 그야말로 시간 문제였다.
이렇듯 하멜른을 발전시킬 생각에서 싱글벙글 웃은 루이는 사과를 한입 깨물어 먹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레베카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오한을 떨었다.
아무튼 루이는 레베카가 표시해준 지도를 들고서 그녀의 고향을 찾아갔다.
다행히도 레베카의 고향은 그리 멀지 않았는데, 겨울의 막바지라서 그런지 추위가 유별나서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며칠 쉬었다가 가시죠, 왕자님.”
루이가 감기에 걸리자, 기사단장이 직접 루이를 찾아와 간청했다.
“나는 괜찮으니, 걱정 말거라.”
그러나 루이의 뜻은 단호했다.
“그렇다면 저희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기사단장은 아무래도 루이의 고집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돌연 휘하 부하들에게 명령해서 마차를 둘러싸도록 했다.
루이가 어디로 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이것들이…….’
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루이였으나, 이내 저들의 마음이 모두 자기를 걱정하는데서 비롯됐다는 것을 되새기고는 고집을 꺾었다.
“알았다. 그럼 며칠 쉬도록 하마.”
이렇듯 루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사단장은 곧바로 가장 가까운 도시로 루이를 모셨다. 그리고 그곳에서 며칠 푹 쉰 루이는 자신의 몸이 완전히 낫자, 다시금 레베카의 고향으로 마차를 출발시켰다.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구나.”
레베카의 고향이 있는 숲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실 숲이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가 다소 작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 작은 규모가 루이의 마음에 쏙 들었다.
보고 있으면 어쩐지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가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훗, 안쪽을 보고나면 더 크게 감탄하게 될 거다.”
이러한 루이의 감탄을 들은 레베카가 괜히 어깨를 으쓱이며 콧대를 세웠다.
어찌보면 굉장히 잘난 척 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또 한 편으로는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한껏 묻어나고 있었다.
쓰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그래, 어디 한번 보자구나.’라고 대꾸하고는 숲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저쪽이다.”
레베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마차를 몰고 가자, 얼마 가지 않아서 마을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가 살고 있는 마을이 아니었다.
“이건…….”
마을이었던 흔적만이 남아있는 폐허였다.
============================ 작품 후기 ============================
코멘 감사합니다!
천마악 님 : 이번편도 즐독해주세요~
여관집아들 님 :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데스 님 : 헉, 이러시면 안되요.ㅠ
네기마? 님 : 아벨, 진짜...ㅂㄷㅂㄷ
돔페리뇽 님 : 이럴때를 위해서 TS빔을 준비했습니다! 근데 작동을 안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