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50화 (5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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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루이는 지체 없이 기사단과 함께 폐허가 된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생존자를 찾아라!”

혹시라도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리 명령을 내려보지만, 폐허가 된 마을 그 어디에서도 생존자를 찾을 수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죽은 지, 시간이 오래 지난 엘프의 시체와 불에 타버린 집들뿐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주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나흘 전에 습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흔적을 보아서는 아무래도……. 노예 사냥꾼들의 짓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기사단장의 말에 레베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동시에 루이는 왠지 모를 죄책감에 이를 악 물었다.

만약에 그 때, 자신이 감기에만 걸리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엘프 마을이 노예 사냥꾼들에게 습격받기 전에 도착했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다못해 노예 사냥꾼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엘프 마을을 구할 수라도 있을지 몰랐다.

“이건 결코 왕자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문득 기사단장이 루이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죄가 있다면 모든 게, 제 잘 못입니다. 왕자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 했기에……. 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신다면 제게 벌을 주십시오!”

그 외침에 루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잠시 뒤, 루이는 기사단장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경에겐 죄가 없다. 그러니 그만 일어나거라. 그리고 이번 일로 내가 형님께 따로 보고하는 일은 없을 테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말거라.”

루이가 이리 말해주자, 기사단장은 미안해하면서도 감격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기사단장이 일부러 이렇게 무릎을 꿇고 저자세로 나온 건, 어디까지나 루이의 심사가 꼬여서 아슬롯 왕태자 전하에게 보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문제는 레베카인가.’

이렇듯 기사단장의 근심을 풀어준 루이는 다음으로 레베카가 서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까부터 하염없이 폐허가 된 엘프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 눈에 보기에도 그녀의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넋이 나간 듯이 공허한 눈동자, 그리고 반쯤 벌어진 입술까지…….

쓰게 혀를 찬 루이는 레베카의 곁으로 다가갔다.

“레베카.”

이런 루이의 부름에 레베카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루이를 바라보았다.

“도와줘, 루이…….”

“방법이 없구나.”

“도와줘. 제발……. 아니, 도와주세요. 제발……. 이렇게 빌테니까…….”

급기야 존댓말까지 하며 루이의 손을 꼭 붙잡는 레베카다.

하지만 지금의 루이로서는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었다.

이곳 엘프 마을을 습격한 엘프 사냥꾼들이 어디로 갔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데다가 설혹 찾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엘프들은 대륙 각지로 팔려간 뒤일 것이 틀림없었다. 어쩌면 엘프 사냥꾼들이 국경을 넘어 타국을 넘어간 뒤일지도 몰랐다.

“포기해라, 레베카.”

“아아…….”

이러한 루이의 말에 결국 레베카는 혼절하듯이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는 꺼이꺼이 울음을 터트렸다.

루이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 했다.

‘내가 좀 더 빠르게 움직였다면…….’

하다못해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그곳에서 쉬지만 않았더라면…….

무수히 많은 후회가 루이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지금 와서 루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안타까워하고, 지나간 과거를 가슴 깊이 묻어두는 수밖에 없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군.’

그 때도 그랬다.

오필리아에게 속은 줄도 모르고 무리하게 추격을 하다가 그만 고립되었을 때, 얼마나 후회를 했었던가?

그녀의 조롱이 귓가에 맴돌았다.

병신 같은 놈.

아아, 그래.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병신 같은 놈이다.

‘병신 같은 놈.’

루이는 스스로를 욕한 뒤에 몸을 돌렸다.

폐허가 된 엘프 마을에 더 이상 머물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루이는 자신의 마음을 좀 더 다그치며 마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여전히 울고 있는 레베카를 기사들에게 시켜 억지로 마차에 태운 뒤에 하멜른으로 향했다.

뒤에 보이는 엘프 마을이 서럽게 우는 듯했다.

‘내가 과연 회귀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회귀 이전과 같은 운명이 루이의 앞에서 기라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루이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멜른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동안 레베카 또한 마음이 진정되는 모양인지, 더 이상 울음을 흘리지 않았다. 대신이 얼음장 같은 차가운 얼굴로 창밖을 내다볼 뿐이었다. 그래도 이 와중에 다행인 점이 있다면, 루이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감정을 잃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뭐라도 좀 먹거라, 레베카.”

“…….”

“걱정이구나.”

“…….”

루이는 오늘도 무엇 하나 입에 대지 않는 레베카를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얌전히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차츰 나아지겠지.’

루이는 애써 좋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베카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카샨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하는 루이였다. 일단은 카샨도 레베카와 같은 엘프였으니 말이다. 더욱이 그는 레베카보다도 훨씬 오래 산 엘프였다.

그라면 틀림없이 레베카를 잘 위로해줄 수 있을 게 틀림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주군!”

여하튼 루이는 기사단의 호위를 받으며 무사히 하멜른에 도착했다.

“그 동안 별일들 없었나?”

루이는 자신을 마중 나온 가신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네, 주군.”

“아벨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군.”

“다소 시일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보니…….”

“이해하네.”

혹여 루이의 마음이 상하지는 않을까, 뻘뻘 땀을 흘리며 변명하는 아놀드의 태도에 루이는 점잖게 웃으며 그를 달래주었다.

“……그보다 다들 이렇게 건강해보이니 정말로 다행이군.”

이리 말한 루이는 곧바로 아자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자젤, 기사단에게 머물 숙소를 제공해주게.”

“알겠습니다. 자, 이리로 오시죠.”

귀족 출신인 아자젤이라면 틀림없이 적절한 선에서 기사단원들을 대접해줄 것이 분명했다. 너무 고압적이지도, 그렇다고 해서 너무 비굴하지도 않은 선에서 말이다.

이렇듯 아자젤에게 기사단을 맡긴 루이는 아놀드와 카샨, 그리고 레베카를 데리고서 영주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나저나 아놀드, 저번에 말한 화전민은 어떻게 되었나?”

“흠, 그게 말입니다.”

이런 루이의 물음에 아놀드는 저도 모르게 침음성을 삼키고 말았다. 그리고는 잠시, 몇 번 고민하던 그는 이내 준비한 말들을 늘여놓았다.

“생각보다 모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인들이 화전민들을 하멜른으로 안내해주는 것을 꺼려하는 것인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화전민들이 상인들을 따라가길 꺼려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루이는 저도 모르게 침음성을 삼키고 말았다.

“어째서인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상인들이 노예 사냥꾼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신뢰가 부족한 것입니다.”

“그렇군.”

루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하긴 세상에 누가, 난생처음 보는 상인의 말을 믿고서 넙죽 따라가려하겠는가? 물론 오랫동안 교류를 가진 상인이라면 얼마든지 따라가려하겠지만, 그렇지 못 한 화전민 마을이라면 데려오기가 힘들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아야겠군.”

“그렇습니다.”

이렇듯 루이와 아놀드의 대화가 끝나자, 카샨이 기다렸다는 듯이 루이의 곁으로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아벨의 부대를 맡아줄 사람은 데려왔는가?”

그 물음에 루이는 난색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마땅한 사람을 구하지 못 했네. 그러니 카샨, 자네가 며칠만 더 고생해주게.”

“으음, 알겠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내가 과로로 몸져누울지도 모르네.”

이러한 카샨의 말에 루이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다 큰 청년이 울상을 지어보이며 약한 소리를 하니, 어쩐지 그림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는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말게, 근시일 내로 찾아낼 테니.”

이리 말하며 카샨을 다독여준 루이는 오랜만에 데이지가 타준 차를 마시면서 아놀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작품 후기 ============================

그눈건 님 : 그건 그렇죠. 배다르면... 아, 이거 참 곤란하군요. 안 되요. 근친물은!

나데스 2 님 :노리지 마세요! 저 맛 없어요

천연베이킹소다 님 : 괜찮아요. 금방 회복할 거에요. 아마도요

리눅 님 : 넵, 이번편도 즐독하세요~

천마악 님 : 천마악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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