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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저희 상단의 견습생들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견습생들을?”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마침 상단의 규모를 늘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카샤의 가루 덕분에 아놀드는 자신의 상단을 기존의 세 배 이상으로 그 규모를 확장시켰다.
그리고 그만큼 급격하게 규모가 확장된 덕택에 일손도 부족하게 되었다. 때문에 아놀드 상단에는 유래가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견습생들이 들어와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아놀드는 한 가지 꾀를 내었다.
그건 바로 견습생들을 이용해서 화전민들을 꼬드기는 것이었다. 물론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 할 확률이 다분했지만, 하멜른에 방문하는 상인들만 동원해서 하는 것보다 훨씬 쓸만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일에는 자금이 들지 않았다.
“견습생들을 어떻게 이용하자는 건가?”
“간단합니다. 견습생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는 겁니다. 일정한 숫자 이상의 화전민들을 하멜른으로 데려올 시에 아놀드 상단에 소속된 상인으로서 받아주겠다고 말입니다. 그들로서는 따로 견습 기간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 틀림없이 많은 이들이 지원할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이전에 상인들에게 제안했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나?”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크게 다릅니다.”
이러한 아놀드의 말에 루이는 호기심을 내비쳐보였다.
“무엇이 말인가?”
아놀드의 말을 보채는 루이의 태도에 그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상인들의 경우, 화전민들을 하멜른으로 데려오는 것을 부가적인 것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생업은 장사이지, 화전민들을 하멜른으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마음가짐이 가벼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견습생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다르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아놀드 상단에 정식으로 소속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필사적으로 화전민들을 하멜른으로 데려오려 할 것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데려오기만 한다면 그 견습생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저로서는 유능한 견습생을 보다 일찍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서 좋고, 견습생은 따로 견습 기간을 거치지 않고서 정식 일원으로 들어오는 것이니 좋은 것이지요.”
“나쁘지 않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무엇보다도 좋은 건, 바로 자금이 따로 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아놀드는 상인 특유의 계산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루이는 아놀드의 이런 모습을 보며, 확실히 그는 천생이 상인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아주 유능한 인물이라는 것도 말이다.
“자네 말대로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이렇듯 서로의 뜻이 일치되자, 루이와 아놀드는 이 계획을 좀 더 다듬어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가 거의 다 끝나갈 때쯤, 카샨이 루이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레베카의 상태가 왜 저런가?”
그 물음에 루이는 작게 침음성을 내뱉고는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었다.
특히나 레베카의 고향이 노예 사냥꾼으로 추정되는 무리에게 습격을 받아 폐허가 되었다는 것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루이로서는 카샨이 이 이야기를 듣고서 레베카를 잘 위로해주길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기대대로 카샨은 그녀를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우리가 잘 보살펴주겠네.”
“부탁하네, 카샨.”
이러한 루이의 말에 카샨은 크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곧바로 레베카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무어라 몇 마디 건네고는 레베카와 함께 영주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엘프 마을로 데려가서 마음을 안정시켜줄 요량인 듯이 싶었다.
루이는 이걸로 레베카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으면 했다.
“큰일을 겪으셨군요.”
문득 아놀드가 이리 말했다.
“나보다 그녀가 더 큰 일을 겪었지.”
쓰게 혀를 차며 이리 말하는 루이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 서려있었다.
‘아무래도 주군께선 레베카의 고향이 그리 된 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군.’
그 모습을 보며 아놀드는 안타까워하면서도 동시에 기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신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군주만큼 또 훌륭한 군주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주군.”
“고맙구나, 아놀드.”
이렇듯 루이를 좋은 말로 다독여준 아놀드는 혹여 여행의 피로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서둘러 이야기를 끝마치고는 루이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루이의 시녀인 데이지를 찾아서 루이를 잘 보살펴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물론 이 이야기를 들은 데이지는 당연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지만 말이다.
“걱정 마십시오.”
한때, 어수룩하기만 했던 어린 소녀였는데 지금은 어엿한 시녀가 되어있었다. 더욱이 루이를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까지도 내던질 정도로 충성스럽게 변해있었다.
아놀드는 내심 흐뭇해하며 데이지를 칭찬해주고는 영주관 밖으로 나왔다. 그 후, 아놀드는 하멜른에 지어져 있는 자신의 상단을 찾아가서는 곧바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노예 사냥꾼들이 엘프 마을을 습격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분명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늦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아야겠지. 이게 주군의 짐을 덜어 들이는 길이니 말이야.’
아놀드는 밤이 새도록 수백여 통의 편지를 작성한 뒤에 하폰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인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는 분명 며칠 내로 자신과 안면이 있는 모든 자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든 아놀드 상단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뛰어다닐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예전 같았다면 꿈에도 꾸기 못 할 힘든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놀드 상단이 가지는 이름의 값어치는 카샤의 가루와 이미 동등, 혹은 그 이상이었다.
그 만큼 아놀드 상단이 가지는 무게는 무척이나 무거웠다.
아놀드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이렇게 편지를 하폰 전역으로 뿌린 것이었다.
단지 노예 사냥꾼들에 잡혀있는 엘프들을 구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놀드의 노력은 불과 한 달 만에 결실을 맺었다.
“아놀드 씨, 오랜만입니다.”
“이둔 씨,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하멜른에 이둔이란 상인이 이끄는 상단이 들어섰다.
이둔은 무척이나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놀드와 악수를 나누고는 곧바로 마차 안에 들어있는 자들을 보여주었다.
‘많군.’
마차 안에는 십여 명의 엘프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아놀드는 천천히 마차 안으로 들어가 입을 열었다.
“레베카를 아십니까?”
이러한 그의 물음에 몇몇 엘프들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레베카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무엇 때문에 레베카에 대해서 묻는 것인지 몰랐기에 다들 쉬이 입을 열지 않았다.
‘확실하군. 이들 모두 레베카의 고향 사람들이다.’
이렇듯 확신을 얻은 아놀드는 환한 미소와 함께 마차 밖으로 나온 뒤에 이둔에게 말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쉽지 않으셨을 텐데.”
“아닙니다. 마침 제가 머물던 마을에 이들을 잡은 노예 사냥꾼들이 머물고 있었기에 쉽게 인도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금액이…….”
“걱정 마십시오. 돈이라면 넉넉하게 준비해두었습니다.”
이리 말하며 아놀드가 돈을 건네주려 하자, 이둔이 황급히 아놀드를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
“현금보다는 다른 것으로 받고 싶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이둔이 노리는 바를 눈치 챈 아놀드는 쓰게 웃고 말았다.
역시 상인은 상인이었다.
아놀드는 사람을 시켜서 카샤의 가루가 담겨있는 목갑 다섯 개를 가져오도록 했다.
현재 최대 시세로 목갑 한 개 당 금화 500개의 값어치를 하고 있으니, 엘프 노예의 대금으로는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아니, 어찌 보면 오히려 넘친다고도 할 수 있었다.
왜냐면 카샤의 가루는 지금도 그 값어치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상인들의 예상에 따르면 향후 1년 후면 그 값어치가 두 배 이상으로 뛸지도 모른다고 하고 있었다.
한 갑당 금화 1000개!
실로 신의 가루라고 부를만 했다.
“이것이 바로 카샤의 가루로군요.”
이둔은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목갑 안에 들어있는 카샤의 가루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혹여 바람에 가루가 날아갈까 싶어 곧바로 닫았다.
‘이걸 몇 년 만 가지고 있으면…….’
가지고만 있어도 그 값어치가 저절로 오르는 자산이라니!
상인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없었다.
이둔은 이번 일로 큰 이득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크게 기뻐했다. 반면에 아놀드는 그 나름대로 일이 잘 풀렸다고 생각하며 기뻐하고 있는 중이었다. 설마하니 엘프 사냥꾼들이 아직까지도 엘프 노예들을 팔고 있지 않았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아놀드로서는 무척이나 기쁜 일이었다.
‘어서 빨리 주군께 가봐야겠군.’
이리 생각한 아놀드는 곧바로 이둔에게서 엘프들을 인계받고는 영주관으로 향했다.
“주군, 아놀드입니다.”
“무슨 일인가, 아놀드?”
이렇듯 아놀드가 별다른 기별 없이 갑작스레 자신을 찾아오자, 루이는 저도 모르게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고 말았다.
“다름이 아니라, 레베카의 고향 엘프들을 찾아냈습니다.”
“레베카의……?”
“그렇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이리 말하는 아놀드의 태도에 루이는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 했다.
설마하니 아놀드가 자신 몰래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는 아놀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곧바로 레베카에게 갈 것이지, 어째서 나를 찾아온 것인가?”
“주군께서 직접 레베카에게 엘프들을 보여주셨으면 해서입니다. 분명 이 일로 레베카가 주군께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안 그래도 카샨의 후임자를 찾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러한 아놀드의 말에 루이는 혀를 내둘렀다.
그의 마음이 참으로 고마우면서도,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자네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이건 자네가 한 일이네. 그러니 아놀드, 자네가 레베카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게.”
“하오나, 주군…….”
“아놀드.”
루이는 점잖은 목소리로 아놀드를 불렀다. 그리고는 짧은 침묵 뒤에 말을 이었다.
“……자네는 누구의 사람인가?”
“주군의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문제없지 않나? 레베카가 자네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결국 내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네. 그러니 아놀드, 자네는 자네가 해낸 일에 자긍심을 가지게.”
“…….”
“무엇보다도 나는 가신의 공적을 가로채는 취미가 없네.”
이러한 루이의 말에 아놀드는 새삼 루이의 넓은 아량에 감탄하며 고개를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이 조아렸다.
============================ 작품 후기 ============================
갓놀드.
LunaticF 님 : 아놀드가 해주었습니다!
나데스 님 : 섬뜩! 이러지 마세요!
그눈건 님 : 흠, 하긴... 합스부르크가 그랬죠
스텍터 님 : 해, 해도 되겠죠? 아, 안돼! 왜 이렇게 악마의 속삭임이 많은지...ㅂㄷㅂㄷ
멸린 님 : 츄, 츄릅이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