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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아자젤과 아놀드 그리고 아벨이 서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카샨은 레베카의 언니를 데리고서 영주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 레베카의 언니인 아만다가 카샨에게 따로 부탁을 해서 이곳의 영주인 루이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카샨이다. 잠깐 들어가도 되겠나?”
이렇듯 카샨이 늦은 밤중에 영주관을 방문하자, 루이는 내심 의아해하면서도 이내 몸을 일으켜 대답했다.
“들어오거라.”
루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카샨은 아만다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앳된 소년이 침대에 앉은 채로 자신을 맞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카샨은 살짝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내가 깨운 것인가?”
“아니, 괜찮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지?”
이런 루이의 물음에 카샤는 곧바로 아만다를 루이에게 보여주었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는군.”
이 말과 동시에 아만다가 앞으로 나와 루이에게 인사를 했다.
“아만다라고 합니다. 영주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반갑군.”
레베카의 언니, 아만다의 인사말에 루이는 살짝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에게 존칭을 사용하는 엘프는 실로 오랜만에 보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자신을 아만다라고 소개한 엘프는 그 누가 따로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알아서 존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루이는 놀라움을 표시하며 아만다를 살펴보았다.
‘엘프치곤 못 생겼군.’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추녀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다른 엘프들과 비교했을 때, 미모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만다는 틀림없이 미인이었다.
“이번에 저희를 구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찾아왔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말에 루이는 쓰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사의 인사라면 나 말고 아놀드에게 하게나. 그가 그대들을 구해준 것이니까.”
“그렇다곤 하나 이 모든 게 영주님의 허락이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이리 말하며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를 표시하는 아만다다. 이에 루이는 저도 모르게 눈동자를 빛내고 말았다.
정말로 신기한 엘프였다.
루이는 살짝 몸을 일으켜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아만다, 그대는 인간의 법도를 잘 아는 것 같군. 어디서 따로 배운 것인가?”
“저의 동생, 레베카와 마찬가지로 저 또한 숲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 동안 인간들과 어울리면서 배운 것입니다.”
“레베카와 마찬가지로? 잠깐, 그렇다면 그대는 레베카의 언니인가?”
“그렇습니다.”
“재밌군. 그런데 어째서 그대와 레베카는 서로 따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지?”
이 물음에 아만다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레베카의 나이가 아직 차지 않았기에 제가 13년 일찍 마을을 나가 있었습니다.”
“아아, 그렇군. 그럼 그대는 지난 13년 동안 숲 밖에 있었던 거로군. 그런데 어쩌다가 이리 잡히게 된 것인가?”
이러한 루이의 물음에 아만다는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아만다, 그녀는 루이가 레베카의 고향에 도착하기 바로 닷새 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루이와 마찬가지로 폐허가 된 마을을 발견했다.
처음에 아만다는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에 절망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을이 노예 사냥꾼들에게 습격을 당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서둘러 노예 사냥꾼들의 뒤를 밟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노예 사냥꾼들을 발견했고 아만다는 마을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 멀리서 노예 사냥꾼들을 저격하며 공격했다. 그리고 그 저격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무려 열 명에 이르는 노예 사냥꾼들을 죽여 버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거기까지였다.
아만다가 정확히 열 명 째를 죽인 순간, 노예 사냥꾼들을 이끄는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마차 안에서 엘프 한 명을 데리고 나왔다.
“비겁한 녀석! 당장 나와라!”
그 외침에 아만다는 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열한 명 째 되는 노예 사냥꾼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활시위를 당길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내가 그대로 검을 뽑아들어 대뜸 엘프의 목을 베었다. 그리고는 아만다가 있다고 생각되는 방향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네 녀석이 그렇게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마차 안에 있는 다른 년놈들마저 죽여 버리겠다!”
그 외침에 아만다는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이대로 투항을 해야 되는 것일까? 아니면 동족을 구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저격을 해야 되는 걸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노예 사냥꾼들이 또 한 명의 엘프를 마차 밖으로 끌어내어 죽여 버렸다.
그 모습을 목격한 아만다는 결국 항복을 선택하고 말았다.
어리석었지만, 엘프의 피를 타고난 아만다에게 있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이렇게 투항한 아만다는 수십여 명의 노예 사냥꾼들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한 뒤에 다른 노예들과 마찬가지로 마차 안에 태워졌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녀의 미모가 다른 엘프들에 비해서 떨어졌기에 폭행만으로 그쳤다는 것이었다.
여하튼 노예 사냥꾼들은 아만다 탓에 예정보다 훨씬 더 늦게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아놀드에게 편지를 받은 이둔이 늦지 않게 엘프 노예들이 다른 곳에 팔려가기 전에 구입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군.’
이렇듯 아만다의 이야기를 전부 다 들은 루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만약에 노예 사냥꾼들이 더 화가 나서 아만다를 죽이기라도 했다면 틀림없이 레베카가 더 슬퍼했을 테니 말이다. 루이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고생이 많았구나, 아만다.”
“아닙니다.”
루이의 말에 아만다는 재차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신기한 엘프로군.’
이러한 아만다의 태도에 루이는 내심 흐뭇한 마음를 감추지 못 했다.
이렇게나 예의가 바른 엘프는 간만에 보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자발적으로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나온다는 점이 더 마음에 들었다.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나를 직접 찾아온 건, 그저 감사의 인사만 하기 위해서인가?”
“아닙니다. 사실 이번에……. 우연치 않게 랄프 산맥을 토벌하려 하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이러한 아만다의 말에 루이가 카샨을 쏘아보자, 재빨리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루이의 시선을 피하는 카샨이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누가 아만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쯧쯧, 혀를 찬 루이는 계속해서 아만다보고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미력하게나마 영주님께 도움을 드리고자 이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도움을?”
“그렇습니다. 제 실력이 비록 미비하기는 하나, 활 하나로 13년 동안 숲 밖에서 살아왔습니다. 저를 데려가신다면 결코 짐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여차하면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영주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이리 소리쳐 말하며 자신의 각오를 내비치는 아만다의 태도에 루이는 저도 모르게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물론 이것은 결코 상대가 우스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너무나도 듬직했기에 그런 것이었다.
“마음에 드는구나, 아만다! 그래, 그대도 이번 토벌전에 참여하도록 하거라.”
“감사합니다.”
이렇듯 아만다까지 합류시킨 루이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랄프 산맥 토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이것과 동시에 아놀드 상단의 견습생들에게 일백 명 이상의 화전민들을 하멜른으로 데려올 시에 정식 상단 사람으로 받아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이에 당연히 무수히 많은 견습생들이 지원을 했다.
루이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견습생들이 지원한 것에 기쁘기는 했으나, 이들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이미 한 차례 실패했던 것이 내심 마음에 걸린 것이었다.
하지만 아놀드가 그 옆에서 루이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주군께서 따로 손해 보시는 일이 아니니,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비록 저들이 견습생이기는 하나 대부분 유능한 인재들입니다. 분명 저나 주군께서 생각지도 못 한 방법으로 화전민들을 데려올 것입니다.”
이러한 아놀드의 말에 루이는 그제야 마음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런 아놀드의 전망대로 견습생들은 그들 나름대로 젊은 방식으로 화전민들을 하멜른으로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 몇몇은 결혼이란 방식을 사용했다.
당장에 가진 것이 젊은 몸뚱이 밖에 없으니, 화전민 마을의 촌장 딸과 결혼을 해서 신용을 쌓으려는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끼리 신뢰를 다지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결혼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도 루이 또한 테일 백작과 에드윈 백작의 영지전에 참여하기 위해서 결혼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결혼이라는 방법이 반드시 잘 먹히는 것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생긴 것이 문제라서, 혹은 결혼할 적령기의 딸이 없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견습생들이 다른 꾀를 내었다.
그건 바로 신고를 하는 것이었다.
근본적으로 화전민은 범죄자이다. 그렇기에 견습생들은 화전민 마을이 위치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를 찾아가서 화전민 마을의 위치를 알렸다.
그럼 응당 영주들은 범죄자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병사를 보내게 된다. 물론 이 때, 견습생들이 마을의 위치를 아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마을의 근처, 화전민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의 위치만 알려주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공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물론 거짓된 정보를 영주에게 제공한 탓에 다소의 벌금을 물게 되겠지만, 견습생들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화전민 마을 사람들을 하멜른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여하튼 견습생들은 벌금을 물은 뒤에 뻔뻔스럽게 화전민 마을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그곳 사람들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묻는다.
“어쩐 일로 이리들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까?”
그럼 화전민 마을 사람들은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에 마을 근처로 병사들이 왔다가 갔네. 아무래도 우리의 존재를 눈치 챈 것 같아.”
“그럼 자리를 옮기시죠.”
“벌써 봄이 오고 있네. 숲을 태우고, 땅은 언제 일구나? 더욱이 살 집은 어쩌고? 이제 와서 자리를 옮기게 되면 제 시간에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어버리네.”
이러면 이제 견습생들의 뜻대로 되는 것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제가 마침 살만한 곳을 알고 있습니다. 땅은 물론이고 살 집까지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막다른 길에 몰려있는 이들에게 있어서 견습생들의 제안은 너무나도 달콤한 것이었다.
하지만 낯선 이를 따라 하멜른이라는 먼 곳까지 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들을 노예로 삼으려는 함정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몇몇 화전민들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하멜른까지 가는 동안 제 몸을 묶어놓으셔도 좋습니다. 제 말에는 한 점 거짓도 없으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간단히 포기할 견습생들이 아니었다.
이들 모두 저마다 필사적이었다. 아놀드 상단의 정식 일원! 이 얼마나 달콤한 말이라는 말인가? 일단 아놀드 상단의 일원이 된다면 상인으로서의 성공은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다들 실패에 굴하지 않고 화전민들을 설득했고, 그 결과 수많은 화전민들이 견습생들을 따라서 하멜른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아만다가 추가되었습니다!
halem 님 : 뜨끔!
나데스 님 : 히익!
천연베이킹소다 님 : 감사합니다! 추천 사랑합니다!
YesGay 님 : 히익! 이러지 마세요.ㅠㅠ
다크체리 님 : 레베카는 회귀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놀드하고 이어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