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55화 (5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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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

다음날 아침이 밝자, 루이는 하멜른의 수비를 맡을 숲의 감시자 100명을 제외한 4개 부대 350명을 이끌고서 랄프 산맥 안으로 들어섰다.

우선 선두를 맡은 것은 카샨이 이끄는 숲의 감시자들이었다.

그들의 재빠른 발놀림이라면 충분히 몬스터들의 기습에도 대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아벨이 이끄는 부대가 맡았다.

아벨의 활솜씨라면 여차 할 때, 카샨을 도와줄 수 있을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선두를 카샨과 아벨에게 맡긴 루이는 자신이 직접 용병대장인 호울과 함께 중군을 맡았다. 후미를 맡을까도 싶었지만, 이번 토벌에 오필리아가 참여한 만큼 그녀에게도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리 편성한 것이었다.

때문에 아자젤이 본의 아니게 후미에 위치하게 됐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자젤은 자신의 위치에 그다지 큰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병사들의 입장은 조금 다른 모양인지, 자신들이 후방에 배치되었다는 사실에 은근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아자젤은 일 백 명의 여성 병사들을 한데 모아서 다독여주었다. 그러자 다들 하나같이 자신들이 언제 불만을 토로했었냐는 듯이 사랑에 빠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것을 본 오필리아가 아자젤에게 쪼르르 달려가 뭐라고 말한 것이냐고 묻자, 아자젤은 오른쪽 눈을 찡긋 하며 대답했다.

“꼬마 아가씨는 아직 몰라도 된단다.”

그 말에 오필리아는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또 섹스하려고?”

“뭐, 뭐?”

이러한 오필리아의 말에 아자젤이 크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오필리아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깔깔 웃으며 루이의 곁으로 돌아왔다.

힐끔, 아자젤을 살펴보니 그의 얼굴에는 황망함이 가득 서려있었다.

하긴 그 누가 10살짜리 여자 아이의 입에서 ‘또 섹스하려고?’라는 핀잔을 튀어나올 줄 예상했겠는가? 솔직히 멀찍이 떨어져서 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루이조차도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당돌한 아가씨로군요.”

옆에 있던 용병 대장 호울이 오필리아를 바라보며 이리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루이는 딱히 무어라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 말에 긍정을 표시했다.

여하튼 이번 토벌에 나설 350명의 병사들이 랄프 산맥 안으로 발을 들였다.

랄프 산맥은 아르센, 테르, 리온, 레아르 평야에 이르는 대산맥이다.

단순히 면적만 두고 따진다면 하폰 왕국 전체 면적의 오분지 일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백여년 전까지만 해도 왕실에서는 매년 랄프 산맥 내에 머물고 있는 몬스터들을 토벌하기 위해서 군대를 조직해서 공격하곤 했다.

그러나 랄프 산맥이 가진 험준한 산세는 군대의 이동과 보급에 여러 가지 장애를 주었다.

더욱이 몬스터들 또한 자신들이 랄프 산맥에서 내쫓기게 되면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이러한 까닭에서 왕실에선 랄프 산맥의 토벌이 득보단 실이 더 크다고 판단을 내려, 이백 여 년 전부턴 더 이상 랄프 산맥을 공격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루이는 알고 있었다.

왕이 되어, 후세에 자신의 이름을 길이길이 남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랄프 산맥 토벌이라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도 과거의 많은 왕들이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했지만, 속으로는 랄프 산맥을 어떻게 토벌할 순 없을까 끙끙 앓았었을 것이다.

물론 이 중에는 루이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 위험천만한 곳이 바로 이곳, 랄프 산맥이었다.

그나마 루이가 위치한 곳이 몬스터들의 출현이 적은 곳이었고, 초입부분이었기에 이렇게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었다.

“주군, 카샨이 소규모의 고블린 부락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벨이 이끄는 부대를 앞으로 내보내서 전면전을 벌이도록 해라. 그리고 카샨이 이끄는 부대는 잠시 뒤로 물러나서 대기. 이후 각각의 지휘관이 상황을 판단해서 고블린 부락을 섬멸하도록.”

루이는 고민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아벨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소규모의 고블린 부락 정도는 쉽게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기대대로 아벨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일백여 마리의 고블린들을 처리했다.

“뛰어나군요.”

루이와 함께 아벨의 전투를 바라본 용병대장 호울이 감탄했다.

전장에서 제법 오랫동안 몸을 굴린 그가 보더라도 아벨의 용병술은 어디 한군데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아벨의 명령을 받는 병사들 모두 고블린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맹하게 맞서 싸웠다.

한 눈에 보아도 이들 모두 매우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정병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혹여 전쟁이라도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럴 리가.”

호울이 농담 삼아 루이에게 이리 묻자, 루이는 내심 찔끔하긴 했으니 이내 태연하게 받아쳤다.

여하튼 아벨의 활약 덕분에 무사히 첫 전투를 치룬 루이는 목적한 광산까지 한층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3시간쯤 행군을 지속하자, 카샨으로부터 새로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이번에는 오크 부락이라고 합니다, 주군. 숫자는 오백이 넘는다고 합니다.”

오백이 넘는다는 말에 루이는 잠시 침묵했다.

“피해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를 본 호울이 조심스레 의견을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아군의 숫자는 350명에 불과한데 상대는 500명이었다.

더욱이 상대는 오크였다.

일반적으로 오크 하나당 성인 남성 두셋은 붙어야지만 상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 루이의 군대는 1500명의 군대를 앞에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언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 500명의 오크들이 전부 다 전투가 가능한 인원인 것은 아닐 테지만, 그 수를 제외한다고 하라도 루이가 이끄는 군대보다 많거나 혹은 비슷했다.

“아벨과 카샨은 무어라 하더냐?”

“이길 수는 있겠지만, 적잖은 피해가 우려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병사의 말에 옆에 서있던 호울이 순간 자기 모르게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짓고 말았다.

‘제정신인가? 이길 수 있다니? 전멸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겠군!’

이리 생각한 호울은 혹시라도 루이가 이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넘어가 전면전을 벌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만에 하나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면 틀림없이 자신들 또한 전투를 하게 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자신들까지도 선두로 보내질지도 몰랐다.

“제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이 때, 오필리아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호울이 오필리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 영주님께서 고민하고 있지 않나? 가만히 있거라.”

이리 말하며 오필리아를 밀쳐내는 호울의 태도에 루이가 돌연 손을 흔들며 입을 열었다.

“물러나라, 호울. 오필리아 또한 나의 가신이다. 그녀에게도 충분히 발언권이 있다.”

“하지만…….”

“한낱 용병 따위가 지금 내 말에 토를 다는 것인가?”

루이가 한층 더 사납게 쏘아붙이자, 호울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며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울은 자신의 추태를 깨닫고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설마하니 자신이 11살짜리 소년에게 기가 질려서 뒷걸음질 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 있군.’

호울은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오필리아의 앞을 비켜주었다. 이에 오필리아는 재빨리 루이의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주군.”

어느덧 오필리아의 호칭이 왕자님에서 주군으로 바뀌어있었다.

그건 바로 루이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방금 전 호울에게 오필리아를 자신의 가신이라고 명명했기 때문이었다.

오필리아는 자신을 아벨이나 아자젤과 같은 가신으로 취급해주는 루이의 태도에 크게 기뻐해하며 그에 상응하는 호칭으로 바꾸어 말한 것이었다.

“그래, 오필리아. 어디 한번 속 시원하게 말해보거라.”

이렇듯 루이가 오필리아로 하여금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자, 오필리아는 곧바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계책을 내놓았다.

“적이 아군보다 많으니, 매복계를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매복계? 하지만 그것은 적들이 이쪽을 공격해올 때나 쓸법한 계책이 아니더냐?”

이러한 루이의 물음에 오필리아는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상대로 하여금 이쪽을 공격하도록 만들면 될 것이 아닙니까?”

============================ 작품 후기 ============================

오필리아 님이 전략을 세우십니다!

Duo 님 : 최고 귀요미는 루시아죠!

halem 님 : 귀요미 천국!

여관집아들 님 : 그렇습니다. 레베카가 아놀드는 잡아먹는 겁니다! 실제로도 레베카가 아놀드보다 연상입니다!

여관집아들 님 :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오필리아를 아자젤에게 넘겨주다니요! 절대로 안 줍니다!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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