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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
오필리아는 카샨으로 하여금 협곡 좌우측에 각각 엘프를 50명 씩 나누어 숨어있게 했다.
인간들과는 다르게, 엘프가 한번 몸을 숨기면 인기척은 물론이고 숨소리 하나 새어나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카샨이 이끄는 엘프들 모두 유능한 사냥꾼이었다.
이들이 숲 속에 숨으면 설사 오우거라고 할지라도 찾아내는 게 불가능했다.
이러다보니, 그들이 숲 속에 몸을 숨기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루이를 비롯한 모두가 두 명 이상의 엘프들을 찾아내지 못 했다.
그 정도로 카샨이 이끄는 숲의 감시자 부대의 은신 능력은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것이었다.
여하튼 카샨을 협곡 좌우측에 매복시킨 오필리아는 아벨에겐 협곡 초입 부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오크들이 협곡 사이로 들어오거든 다시 뒤돌아 도망치지 못 하도록 막을 셈이었다.
“그래서 미끼는 내가 되는 거고?”
“미안해, 아자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는 걸? 이렇게 딱 좋은 미끼가 준비되어 있는데 안 써먹을 순 없잖아.”
그리고 오크들을 협곡 사이로 유인하는 것은 아자젤의 부대가 맡게 되었다.
“딱 좋은 미끼라…….”
이러한 오필리아의 말대로 아자젤이 이끄는 부대는 오크들을 유인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무려 여성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부대!
오크들의 눈에는 아자젤의 부대가 그야말로 잘 차려진 성매매 업소로 보일 게 틀림없었다. 그것도 무료 성매매 업소 말이다! 실제로 오크들은 다른 종족의 암컷들을 납치해서 자신들의 아이를 낳도록 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습성을 지니게 된 이유는 바로 오크의 성비 때문이었다.
오크는 다른 종족들과는 다르게, 수컷이 태어날 확률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았다. 그 때문에 오크들은 항상 성욕에 굶주려 있으며, 암컷에 대한 갈망이 컸다.
하지만 암컷의 비율이 수컷에 비해서 워낙에 낮다보니, 자연스레 오크들의 시선이 다른 종족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종족의 부락을 습격해서 그 암컷을 납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암컷을 씨받이로 쓰는 것이었다. 그 약탈 행위가 어찌나도 심하던지, 세간에는 오우거 암컷까지도 납치해서 씨받이로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에서 아자젤이 이끄는 여성 병사들은 오크들을 유인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 미끼가 사실은 아주 작은 실지렁이가 아니라 아주 덩치가 큰 드래곤이잖아.”
이리 말하며 오필리아가 환하게 웃어보이자, 아자젤은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냐?’라고 대꾸하며 병사들을 이끌고 오크 부락으로 향했다. 이 때, 오필리아는 오크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확실히 알 수 있도록 창검을 정연히 하고 북까지 울리면서 당당하게 쳐들어갔다.
물론 그걸 본 오크들은 아주 신이 난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니, 아주 단단히 발정 난 표정을 지어보이며 여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아자젤은 소수의 여기사들을 앞세워 오크들을 공격하는 동시에 방어에 치중했다.
“물러나라! 전열을 갖추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라!”
하지만 한 손으로 열 손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아자젤이 이끄는 여병사들에 비해서 몇 배나 많은 오크들이 계속해서 물밀 듯이 들이닥치자, 아자젤은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후퇴하며 협곡까지 오크들을 유인했다. 물론 이 와중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오크에게 팔이 붙잡히는 등의 일이 벌어졌지만, 아자젤은 그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서 달려가 여병사들을 구해주었다.
“아자젤 님!”
“괜찮아, 일리아? 여긴 내가 막을 테니, 뒤로 물러나!”
“네!”
이렇듯 여병사들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불러주며 뒤로 물러나도록 하자, 여병사들은 힘든 것도 잊은 채로 오크들을 상대로 분전하며 뒤로 물러났다. 특히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아자젤 님이 구해주러 올 것이란 게 머릿속에 각인되자, 여병사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서 오크들을 상대했다.
때문에 오크들은 단 한 명의 여병사들을 붙잡지도 못 한 채 협곡 사이까지 끌려오고 말았다.
“이때다!”
이렇듯 협곡 사이까지 오크들을 유인해온 오필리아는 북은 든 병사로 하여금 크게 세 번 치도록 했다.
둥! 둥! 둥!
협곡 사이로 북 소리가 크게 세 번 울려 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화살이 오크들을 향해 쏟아졌다.
“쳐라!!”
그리고 그것에 맞춰서, 협곡 입구 부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벨이 일백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서 오크들의 후미를 공격했다. 때문에 오크들은 자신들의 수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적들이 공격해오자, 쉬이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더욱이 아까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에게 쫓겨 도망치던 여병사들이 갑자기 반전해서 공격해오니, 마치 적들의 수가 몇 배로 불어난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오크들은 아까 전처럼 싸울 생각도 못 한 채로 이리저리 살길을 찾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걸 얌전히 두고 볼 오필리아가 아니었다.
“누가 오크 아니랄까봐 멍청하네.”
이리 말한 오필리아는 북을 든 병사로 하여금 크게 두 번 치도록 했다.
그러자 협곡 전체에 깃발이 세워졌다.
“취이익!”
그걸 본 오크들은 적들이 협곡을 아주 에워쌌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한 곳이 비어있다는 것을 깨달은 오크는 저곳에 병사들이 없다고 생각하고는 곧장 내달리기 시작했다.
완벽한 혼전이었다.
저마다 살기 위해서 오로지 한 곳을 향해 내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곳에는 호울이 이끄는 용병 부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참……. 정말로 11살짜리 여자 아이 맞아? 영주님이나 그 여자 아이나…….”
이렇듯 살아남은 오크들이 자신이 있는 곳까지 제 발로 찾아온 것을 목격한 호울은 끌끌 혀를 차며 곧바로 오크들을 공격하도록 했다.
“……쳐라!”
“와아아아!!”
그 명령에 용병들은 아주 신이 난 듯이 오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물론 오크들 또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격렬하게 저항해보았지만, 협곡을 올라오느라고 지친 오크들이 기력 충만한 용병들을 이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때문에 이날 사백 여 마리에 달했던 오크들이 한 마리로 남김없이 협곡에 뼈를 묻고 말았다.
“잘 했다, 오필리아. 그리도 모두들 수고했다.”
이렇듯 오크들을 전멸시킨 루이는 오필리아를 비롯한 아자젤과 아벨, 호울을 불러놓고서 칭찬했다. 특히나 이번에 작전을 짠 오필리아를 가장 먼저 칭찬해주는 것으로 소녀의 공적을 치하해주었다.
덕분에 오필리아의 얼굴에선 미소가 내내 끊이질 않았다.
아무튼 이걸로 논공행상을 간단히 끝마친 루이는 병사들을 정돈한 뒤에 오크 부락을 공격했다. 아니, 사실 공격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부락에 남아있는 거라고는 어린 오크들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락에 남아있던 여성 오크들이 어린 오크들만 놔두고서 모조리 도망쳐버린 까닭이었다.
때문에 루이는 오크 부락 안으로 들어선 뒤에 어린 오크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보았다.
“전부 죽이셔야 합니다.”
루이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호울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어째서지?”
“오크는 인간에게 있어서 백해무익한 존재입니다. 괜히 저들을 남겨두었다간 후에 후환이 될 것입니다.”
이 말에 루이는 아자젤과 아벨에게도 차례차례 의견을 물었다.
“동의합니다. 저 또한 그와 같은 의견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아자젤과 아벨이 군말 없이 동의의 뜻을 내비치자, 루이는 슬쩍 오필리아를 바라보았다. 이에 어린 오크들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던 오필리아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전부 죽이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왜지?”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성장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번에 아만다가 말했습니다. 오크가 인간처럼 행동했다고요.”
이 말에 루이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만다를 바라보자,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숲 밖으로 나와서 떠돌아다닐 때, 인간처럼 행동하는 특이한 오크를 만났었습니다. 그는 무척이나 유쾌한 오크였으며, 어린 시절 인간 부모의 밑에서 자랐다고 했습니다.”
“…….”
이러한 아만다의 말에 루이는 물론이고, 호울과 아자젤, 아벨까지도 전부 황당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세상에, 인간처럼 행동하는 오크라니?
과연 저 말을 믿어도 되는 건지, 아니면 믿지 말아야 되는 건지 쉬이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만다.”
“말씀하십시오, 주군.”
루이의 부름에 아만다는 곧장 무릎을 꿇으며 하명을 기다렸다.
“병사 50명을 줄 테니, 어린 오크들을 하멜른으로 데려가라. 어린 오크들의 처우는 토벌전이 끝나거든 결정하겠다.”
“명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아만다에게 명령을 내린 루이는 병사들로 하여금 부락을 정리하게 한 뒤에 야영을 준비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 루이는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씨받이들인가.”
오크 부락, 구석에 여러 종족의 암컷들을 모아둔 감옥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록타 오가르!
클리너63 님 : 안 나온다고요!
천연베이킹소다 님 : 틀린 말은 아니죠.ㅎ
halem 님 : 오필리아는 원래 책사 타입이었습니다. 좀 악랄한 책사요
으함 님 : 회귀 이전에 반란군에서 아벨이 앞서서 싸웠다면 오필리아는 뒤에 흉계를 꾸몄으니까요. 아무래도 책사 타입으로 갈 수밖에요.ㅎ
여관집아들 님 : 솔직히 고민좀 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