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57화 (5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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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

비좁은 감옥 안에는 고블린부터 시작해서 오크까지, 실로 다채로운 종족의 암컷들이 갇혀있었다.

루이는 병사들로 하여금 감옥 안에 갇혀있는 암컷들을 전부 꺼내도록 한 뒤에 이들을 한곳에 모아두었다.

그 후, 아만다를 이 자리로 불러내어 의견을 물었다.

“이들도 어린 오크들과 마찬가지로 하멜른으로 데려가서 보살필 수 있겠느냐, 아만다?”

이러한 루이의 물음에 아만다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들은 이미 자기 종족의 삶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까지 이지가 발달되어 있지 않은 어린 오크들과는 다르게 철저히 종족 본연의 삶에 따르고 있으니, 하멜른으로 데려가서 보살핀다고 하더라도 결코 인간들과는 어울리지 못 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루이는 이들을 어린 오크들과 마찬가지로 하멜른으로 데려가려했던 마음을 말끔히 접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들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가?”

“살려주심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제아무리 몬스터라고는 해도 한번 은혜를 입으면 그 은혜를 감사히 여기니까요. 어쩌면 훗날 영주님을 도와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흐음, 그렇다는 말이지?”

아만다의 의견이 제법 구미가 당기는 모양인지,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수십 여 마리에 달하는 암컷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곧 결정을 내린 루이는 병사들로 하여금 이들에게 저마다 약간의 식량을 나누어준 뒤에 자기 부락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해주었다.

그 후, 루이는 오크 부락을 숙영지로 삼아 하룻밤을 보낸 뒤에 광산으로 향했다.

물론 이 때, 아만다는 루이가 떼어준 50명의 병사들과 함께 어린 오크들을 데리고서 하멜른으로 돌아갔다.

이렇듯 남은 300명의 병사들을 이끌고서 광산으로 향한 루이는 해가 정오를 지나 서쪽으로 스멀스멀 기울어 갈 때쯤에 광산에 도착했다.

“병사를 붙여 줄 테니, 알아보고 오거라.”

루이는 이번에 데리고 온 광산 기술자들에게 병사를 붙여주었다.

광산의 대부분은 지하 깊은 곳에 매장되어 있고 외부로부터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설사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광산의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서 충분히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광산 기술자의 전문 기술이 필요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루이는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광산 기술자를 데려와 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랄프 산맥 전체가 거대한 광산이라는 것은 부정할 여지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이왕에 개발 할 것이라면 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광산 개발은 무척이나 많은 돈이 소모되는 사업이었다.

갱도를 개발하고, 노동자를 고용하고 광산을 유지하는데 엄청난 돈이 소모되며 수입은 거의 없다. 더욱이 루이가 광산을 개발하는 이유는 자력으로 무구류를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이러다보니 루이가 설사 광산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따로 들어오는 수입은 없었다.

그래도 자력으로 무구류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으며, 더 이상 타 영지의 무구류 따위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니 루이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런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하튼 루이는 광산 기술자가 조사를 완전히 끝마칠 때까지 기다릴 생각에서 야영지를 펼치도록 했다.

여차 할 경우,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생각에서였다.

타앙!

“……!”

그 때였다.

날카로운 총성이 공기를 찢으며 울러 퍼졌다.

물론 병사들은 이 소리가 총소리라는 것을 알지 못 했지만, 루이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건 바로 총소리였다! 루이는 덜컥 가라앉은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서둘러 주변을 살펴보았다.

‘우리를 공격한 건 아닌 모양이로군.’

죽거나 다친 병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루이는 서둘러 말에 올랐다. 이를 본 아벨이 루이에게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어딜 가시려고 하십니까, 주군?”

그 물음에 루이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가보겠다. 아벨, 나를 따라와라.”

이 말에 아벨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수의 병사들과 함께 루이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렇게 사오 분 정도를 달리자, 저 멀리 광산 기술자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병사 하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본 루이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니나 다를까 총을 들고 있는 드워프 한 명이 서있었다.

‘드워프인가!’

루이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도 말았다.

왜냐하면 총을 가장 먼저 개발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지 지금 자신의 눈에 들어온 존재는 사람이 아닌 드워프였다. 5년이나 빠르게, 드워프가 총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

그 때였다.

드워프가 돌연 루이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걸 본 루이는 아연 질색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탕! 소리가 나더니, 루이의 머리 위로 탄환이 스쳐지나갔다.

물론 루이로서는 그것을 알 도리가 없었지만, 드워프가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던 것만 생각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건 틀림이 없었다.

“주군!”

뒤늦게 아벨이 루이를 향해 손을 뻗어왔다. 이에 루이는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여준 뒤에 드워프를 향해 소리쳤다.

“드워프여! 그것을 잠시 거두는 게 어떻겠는가?”

루이가 이리 소리쳐보지만, 드워프는 결코 총을 거두지 않았다. 도리어 옆에 놓여있는 총을 주워들어 다시금 겨눌 뿐이었다. 이에 루이는 이를 악 물고서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일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대화를 푸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리 말하며 루이가 말에서 내리자, 일순 드워프의 표정이 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드워프는 자신의 수염을 파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대화는 무슨 놈의 대화!”

“무언가 오해가 있었던 같소.”

“오해? 오해라고 생각한다면 썩 내 땅에서 꺼져!”

그 태도를 보아하니, 루이와 대화를 나눌 생각이 조금도 없어보였다. 이에 루이는 이를 어떻게 해야 될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루이는 천천히 드워프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나는 하폰 왕국의 다섯 번째 왕자이자, 이곳 랄프 산맥을 다스리는 영주요.”

이렇듯 루이가 자신을 소개하자, 다시금 드워프의 표정이 변했다. 설마하니 저 어린 인간 소년이 왕국의 왕자이자 이 산맥의 영주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냐?”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드워프의 목소리가 한풀 꺾였다.

“그대가 방금 전, 이곳을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곳은 내 땅이오.”

“하! 그래서 힘으로 뺏겠다는 거냐? 그럼 어디 한 번 해보시지! 그 전에 내가 네 놈들 머리통에 구멍을 내줄테니까!”

이리 소리치며 총구를 이리저리 돌리는 드워프다. 이에 루이는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내 뜻은 그게 아니오. 나는 나의 온전한 권한으로 이곳을 그대의 땅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오.”

“뭐?”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그대를 비롯한 이 땅을 빌리고 싶소. 아니, 좀 더 정확히는 그대와 계약을 하고 싶소.”

루이는 최대한 정중하게,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태도가 드워프의 마음을 잘 구슬린 것인지, 그는 잠시 고민 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어디 이야기나 한번 들어보지.”

드디어 드워프가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그걸 본 루이는 그제야 마음을 내려놓으며 드워프를 마주보았다.

============================ 작품 후기 ============================

5년 일찍 총 등장.

다만 조총 수준입니다.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고 몇 번 반복하다보니 늦었습니다.

나데스 님 : ㅂㄷㅂㄷ... 싫어요. 히익!

halem 님 : 네?

으함 님 : 듬직한 오크부대가 되죠. 후후

스텍터 님 : 네~

무념무상임 님 : 아자젤이 확실히 돋보이는 인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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