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62화 (6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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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

견인족을 영지민으로 받아들인 루이는 그 나름대로 그들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존중의 뜻에서 이번에 새로 짓게 된 마을의 중심지로 견인족 마을을 선택했다.

즉, 견인족들이 따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우리의 주군이시여.”

당연히 견인족들은 크게 기뻐했다. 이제까지 잘 살아왔던 터전을 구태여 떠나지 않아도 되었으니 말이다.

이렇듯 감사 인사를 받은 루이는 크게 만족해하고는 아예 며칠간 견인족 마을에 머물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동시에 아벨과 아자젤 그리고 오필리아로 하여금 견인족 마을을 중심으로 청소 할 것을 명령했다.

‘슬슬 하멜른으로 돌아가야 될 것 같군.’

루이는 그늘 아래에 앉은 채로 잠시 계획을 정리했다.

일단 세 사람에게 청소를 명령했으니, 훌륭하게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원주민 몬스터들을 몰아낼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게 끝나면 사람을 시켜서 주택을 짓고 벽을 세우면 완벽하게 새로운 마을이 건설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겠지만, 루이는 자신이 있었다.

특히나 자신의 휘하에는 그 아벨과 아자젤이 있었다.

더욱이 이곳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견인족들까지 있으니, 생각 이상으로 수월하게 마을 건설을 끝마칠 수 있을 게 틀림없었다.

“하우웅.”

이렇듯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문득 루이의 무릎에 머리를 배고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 견인족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루이가 견인족 마을에 머물게 되면서부터 유독 친근하게 굴던 견인족 소녀인데, 처음에는 클라우드가 그런 소녀를 꾸짖었다.

그도 그럴 것이 루이는 자신들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신분에 위치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간들의 정점에 선, 그것도 그 꼭대기에 근접해있는 왕족이었다.

그러니 클라우드가 소란을 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루이는 너그럽게 견인족 소녀의 무례를 용서해주었다.

오히려 이것을 견인족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 루이는 견인족 소녀가 자신의 곁에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번에 오크 부락에서 구해낸 암컷 무리 속에 이 소녀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토록 루이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작은 것으로도 인연이 만들어지는 것인가.’

새삼 세상이 참 좁다는 것을 깨달을 루이였다.

“하응.”

그 때, 견인족 소녀가 또다시 하품을 했다.

어지간히도 심심한 모양이었다.

루이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의 감촉이 느껴졌다.

확실히 겉보기엔 사람을 닮아있었지만, 머리카락의 감촉은 신기하게도 개의 털을 닮아있었다. 아니, 사실 그 둘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개라…….’

소녀의 갈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던 루이는 문득 근처에 나뭇가지가 놓여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응?”

이렇듯 루이가 나뭇가지를 집어 들자, 소녀가 관심을 보였다. 이에 루이는 나뭇가지를 좌우로 살살 흔들다가 이내 저 멀리 집어던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막대기 쪽으로 달려가서는 그것을 입에 물고 돌아오는 소녀다.

그 후, 루이의 앞에 선 소녀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루이에게 말했다.

“또 던져줘!”

그 말에 루이는 풉 웃음을 터트리고는 소녀가 바닥에 내려놓은 막대기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돌연 견인족 소녀가 막대기를 입에 물고서 뒤로 숨겼다. 이에 루이는 다소 어처구니없단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자, 견인족 소녀가 곧바로 소리쳐 말했다.

“……빼앗진 말고!”

이 말에 루이가 무어라 말을 하려고 하자, 소녀가 다시금 크게 소리쳐 말했다.

“얼른 던져줘!”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그걸 줘야지 던져 줄 것이 아니냐?”

이러한 루이의 말에 견인족 소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이걸 뺏으려고 하는 건데?”

“뺏는 게 아니라 그걸로 놀아주려는 거다.”

“아하!”

그제야 이해한 모양인지 소녀는 나뭇가지를 입으로 문 뒤에 루이 앞에 내려놓았다. 이에 루이가 나뭇가지를 집기 위해서 손을 뻗자, 돌연 소녀가 손으로 소년의 손을 가로막으며 입을 열었다.

“……근데 왜 뺏어?”

“…….”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 루이였지만, 이내 힘으로 나뭇가지를 뺏은 뒤에 저 멀리 던졌다. 그러자 언제 정색했냐는 듯이 헥헥 대며 나뭇가지가 날아간 방향으로 뛰어가는 견인족 소녀다.

이렇듯 루이가 견인족 소녀와 노닥거리고 있는 동안 하폰의 수도 팔칸에서는 변화의 바람……. 아니, 다이어트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살을 빼자.”

비비안은 결연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그녀는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뚱뚱하고 보기 흉한 몸을 살펴보며 결심했다.

물론 루이는 이런 비비안의 모습도 예쁘다고 해줬지만, 그녀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앞으로 루이와 어울리려면 자신을 아름답게 가꿀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그 시건방진 밀튼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도 자신의 생일 날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은 그에게 말이다!

물론 그것을 루이가 잘 막아주었지만, 아니……. 자신을 구해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 구함을 받은 것이다.

“……아아, 루루.”

비비안은 루이의 늠름한 모습을 떠올리며 신음했다.

그 날, 자신의 손과 허리를 잡고서 능숙하게 리드해주던 루이는 더 이상 어수룩한 막내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에게 있어서 한 명의 남자로 다가오고 있었다.

특히나 오롯 자신을 바라봐주며 진지하게 상대해주던 루이는……. 비비안이 살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찔한 경험이었다.

그 누가 그녀와 춤을 출 때, 시선을 마주 쳐주었던가?

심지어 루이는 자신이 불쑥 찾아가더라도 귀찮아해 하는 기색 하나 없이 반겨주었다.

물론 루시아가 은근하게 눈총을 주었지만, 비비안은 개의치 않았다.

애당초 그녀의 눈에는 루이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차, 이럴 게 아니지!”

크게 소리친 비비안은 살을 빼기 위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영애들을 자신의 궁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영애들을 앞에 두고서 입을 열었다.

“살을 빼고 싶구나.”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영애들은 하나 같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이내 잘 됐다며 손뼉을 쳤다.

“정말로 잘 생각하셨습니다.”

“네, 그래요. 분명히 공주님도 빼실 수 있을 겁니다.”

“저희가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영애들은 이리 말하며 비비안을 응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저 년이 살을 뺀다고?’라고 생각하며 비웃었다.

왜냐하면 다이어트는 말 그대로 고문에 가까운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인내심 없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하겠다니?

일평생 곱게 자란데다가, 운동이라고는 손톱만큼도 해본 적이 없는 공주였다.

왕국 제일가는 게으름뱅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 정도로 비비안은 뚱뚱하고, 흉측했다. 그런 그녀가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분명 이틀……. 아니, 하루도 못 가서 포기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걸 면전 앞에서 말할 수는 없었기에 영애들은 일단 겉보기엔 하하호호 하며 응원하며 하루 일과를 짜주었다.

물론 식단도 말이다.

“이걸 하란 말이냐?”

영애들을 짜준 일과표와 식단을 확인한 비비안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물어보았다.

“네, 그렇습니다. 이대로 하시면 금세 빠지실 겁니다.”

“그렇고말고요! 한 달……. 아니, 보름만 하셔도 충분히 빠지실 거예요!”

영애들은 영혼 없이 아우성쳤다. 어차피 하루 하고서 포기할 게 틀림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애들에게 조언을 받고, 일과표와 식단을 건네받은 비비안은 그날부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살과의 전쟁이었다.

“지금 나보고 이걸 먹으란 것이냐!”

일단 그날 저녁 식사가 신호탄이었다.

비비안은 대뜸 화를 내며 접시에 담겨져 있는 사과 반쪽과 녹색 콩들을 사납게 쏘아보았다.

“공주님께서 이리 달라하셔서…….”

그리고 그 분노에 죄 없는 시녀들이 덜덜 떨었다.

‘이걸 먹고 어떻게 버티라고?’

비비안은 마치 철천지원수를 보듯이 접시에 담겨져 있는 음식을 바라보았다.

식단표를 보았을 때와 이렇게 실제로 봤을 때, 그 차이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었다.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이야? 간에 기별……. 아니, 입가심도 안 될 양이었다.

그녀가 평소 먹던 양에 비하면 터무니없었다.

“으으…….”

신음성을 내뱉은 비비안은 피를 토하듯이 사과 반쪽과 초록색 콩들을 삼켰다. 그리고는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는 입을 열었다.

“……나가.”

이러한 비비안의 말에 시녀들은 엉덩이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재빨리 방 밖으로 나갔다.

혹시라도 그녀의 불호령이 떨어질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배고플 때, 그녀가 얼마나 포악해지는지 잘 알고 있는 시녀들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루루! 루루, 누나가 참을게!’

비비안은 눈물을 삼키며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는 꼬륵꼬륵 소리를 내는 굶주린 배를 움켜쥐며 잠을 청했다.

이렇게 비비안의 다이어트 첫날밤이 흘렀다.

그리고 다음날, 해가 뜨자 비비안은 영애들을 가르쳐준 대로 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를 마신 뒤에 정원을 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돼지가 정원을 뛰어다니는 것 같아서, 몇몇 정원사들이 그만 웃음을 참지 못 하고 빵 터트리기까지 했다.

물론 그 날, 웃음을 터트린 정원사 모두 수도 밖으로 내쫓겨났지만 말이다.

아무튼 비비안은 자신을 극한 상황까지 몰아붙이며 일과표와 식단을 소화했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그녀의 모습에 시녀들은 물론이고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영애들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특히나 살이 빠짐과 동시에 비비안의 이중 턱이 사라지고 갸름한 턱이 모습을 드러내자, 영애들은 그녀가 진정으로 미녀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엄청난 사건이야!’

‘이 다이어트, 무조건 성공시켜드려야 해!’

만약에 이대로 비비안이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면 틀림없이, 그녀는 사교계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을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천하의 비비안을 다이어트 시킨 게, 바로 자신들이란 게 알려진다면 덩달아 주목을 받을 게 분명했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다이어트를 도와준 자신들을 비비안이 홀대할 리가 없었다.

그야말로 출세의 길이 열린 것이었다.

“공주님, 힘내세요!”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영혼 없이 소리치던 처음과는 다르게 영애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불사르며 비비안을 응원해주었다.

============================ 작품 후기 ============================

다이어트!!

향향공주 님 : 이누미미요?

GoodYear 님 : 그렇죠. 견인족은 정말 굉장한 전사들이죠

halem 님 : 다종족 도시.ㅋㅋ

으뜸볍신처리하기2 님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dbss 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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