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64화 (6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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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

간밤에 열린 축제를 충분히 즐긴 램지는 기분 좋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램지가 광장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그의 눈에 심히 거슬리는 광경이 들어왔다.

“야!”

그건 바로 건축 현장이었다.

램지는 집을 짓고 있는 목공을 향해 크게 소리쳤고, 그 외침에 작업 중이던 목공들이 무슨 일이냐는 듯이 램지를 바라보았다. 이에 램지는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 지금 관 짜냐?”

“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진짜로 몰라서 하는 소리냐? 집을 그 따위로 지으면 어떡해? 지진이나 폭우라도 오면 어쩌려고?”

“네? 그, 그런가요?”

얼빠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되묻는 목공의 태도에 램지는 자기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어이구, 이 답답한 것들아!”

이리 소리친 램지는 목공이 들고 있던 망치를 빼앗아 든 뒤에 주춧돌부터 시작해서 지붕까지 새롭게 만들었다.

그것도 1시간도 채 안 돼서 말이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1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 행동 하나하나가 어찌나 빠르던지, 목공들은 그저 입만 딱 벌리고서 구경하고 말았다.

“봤냐? 이게 바로 집이란 거다!”

“괴, 굉장하십니다! 램지 님의 말씀대로 저희는 관을 짜고 있었습니다!”

목공들은 하나 같이 램지를 우러러보며 칭송했다. 그리고 그 칭송에 램지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집 만드는 법을 하나하나 새로 가르쳐주었다.

비록 화승총에 심취해있는 램지라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드워프였기 때문이었다.

예술가, 건축가, 대장장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에 축복받은 종족!

그것이 바로 드워프였다.

드워프의 위엄을 새삼 실감한 목공들은 연신 굽실거리며 램지의 건축기술을 전수받았다.

“이것들아! 잘들 만들어봐라!”

“네, 네! 새겨듣겠습니다!”

이렇듯 다섯 명 남짓한 목공들에게 기술을 전수한 램지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 때, 또다시 램지의 눈에 무언가 거슬렸다.

“야! 비켜! 위험하잖아!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냐!”

이번에는 감시 초소를 건설하고 있던 목공들이었다.

3미터는 족히 되어보이는 감시 초소를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만들고 있는 목공들이었다.

그 모습에 램지는 아주 기겁하며 목공들을 전부 내려오게 만들었다.

“……이 미련한 것들아! 그러다가 떨어지면 어쩌려고? 다리병신 돼서 굶어 죽게?”

크게 소리치며 목공들을 꾸짖은 램지는 그 자리에서 곧장 사다리를 만들어주었다.

“병신되기 전에 이걸 쓰라고!”

“감사합니다, 램지님!”

당연히 사다리라는 신세계를 접한 목공들은 새삼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램지에게 고마워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램지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건설 현장이 너무나도 열악했다.

물론 아자젤이란 인간이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램지의 눈에는 모든 것이 한없이 열악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램지는 곧바로 아자젤을 찾아갔다.

“이보게, 아자젤!”

“무슨 일이십니까, 램지 씨?”

“목공들 좀 다 불러 모아봐.”

“지금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금 당장!”

램지의 외침에 아자젤은 군말 없이 목공들을 불러 모았다.

만약에 다른 사람이었다면, 특히나 아자젤과 같은 귀족 출신이었다면 콧방귀를 뀌며 램지의 말을 무시했겠지만 아자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아자젤은 램지의 태도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는 서둘러 목공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이처럼 목공들이 아자젤의 부름을 받아 광장에 모이자, 램지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이것들아! 이제부터 내가 너희들의 작업 감독이다! 알았냐?”

그 외침에 목공들은 하나 같이 크게 기뻐했다.

그 짧은 사이에 램지의 활약상이 목공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네!”

목공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마을 안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 날을 기점으로 목공들의 작업 속도가 한층 더 올라갔다. 특히나 램지가 한번 휩쓸고 간 지역은 반나절도 안 되어서 건설되었다.

괜히 드워프란 게 아니었다.

목공들은 경의를 표하며 램지를 진심으로 따랐다.

그리고 이런 램지 덕분에 아자젤의 입가에선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덕분에 훨씬 일찍 끝나겠구나.’

램지의 존재가 모든 일정을 빠르게 앞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램지가 목공들의 작업 감독이 된 지 보름째가 되던 날, 램지는 문득 오늘이 화승총을 가져다줘야 되는 날이란 걸 깨달았다.

때문에 램지는 목공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언질을 했다.

“나 없다고 안전 공사 안 하면, 내가 그 놈을 찾아내서 다리몽둥이를 부러트릴 줄 알아라!”

“네!”

그 외침에 목공들은 하나 같이 크고 기쁘게 대답했다.

비록 말은 거칠지만, 그 마음씨가 그 누구보다도 좋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목공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를 마신 램지는 다음날 아침 동이 트는 대로 하멜른으로 떠났다.

루이와 약속했던 화승총을 어깨에 짊어지고서 말이다.

“흠, 여기가 하멜른인가?”

하멜른 앞에 선 램지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 성벽이 생각 이상으로 견고해보였기 때문이었다. 분명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을 게 틀림없었다. 더욱이 나무 성벽 위에 있는 것은 인간도 아닌 엘프였다.

‘몬스터들이 얼씬도 못 하겠군.’

물론 오우거 같은 대형 몬스터가 공격해온다면 나무 성벽도 얄짤없이 무너지겠지만, 그 전까지만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 틀림없었다.

“램지 님이십니까?”

여하튼 램지가 도시 입구에 서자,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가 정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내가 램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러한 병사의 말에 램지는 얌전히 병사의 뒤를 따라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헉!”

병사를 따라 도시 안으로 들어선 램지는 전혀 예상지도 못 한 광경에 그만 헉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램지가 보는 앞에서 어린 오크와 어린 인간, 그리고 어린 엘프들이 깔깔대며 뛰어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이런 미친…….’

순간 램지는 자신이 다른 세상에 온 건 아닌가 싶었다.

세상에, 어떻게 인간과 오크, 그리고 엘프들이 함께 어울려서 놀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놀라운 광경에 램지가 어버버 거리자, 길안내를 하던 병사가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처음엔 좀 놀라셔도, 나중에는 그러려니 하실 겁니다.”

“…….”

그 말에 램지는 완전 침묵했다.

아무리 천하의 램지라도 여기서 무어라 소리칠 기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램지는 마음을 다그쳤다. 여기서 뭐가 더 나오더라도 절대로 놀라지 않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그의 다짐은 또다시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다른 쪽으로 말이다.

퍼엉!

“이게 무슨 소리야!”

도시 내에서 폭발음이 들려오자, 램지가 크게 소리쳤다. 이에 병사는 골치 아프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대장간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난 모양입니다.”

“폭발 사고라니?”

“영주님의 명령으로 총이란 것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뭐? 초오오옹!!”

굉장히 다른 쪽으로 크게 놀란 램지는 루이를 만나야 된다는 것도 잊은 채로 대장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에 병사가 다급히 램지의 뒤를 쫓으며 루이에게 데려가려고 했지만, 램지의 발걸음을 돌릴 순 없었다.

‘총이라니? 총이라니!’

램지는 잔뜩 흥분해서는 병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대장간 안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램지는 총이 아닌 기괴하게 생긴 물건을 보고 말았다.

“시발! 이게 총이야, 똥이야!”

대장장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뜸 소리친 램지는 그대로 잔뜩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빽빽 소리쳤다.

“……이것들아! 만들려면 똑바로 만들라고! 누구 얼굴에 똥칠하려는 거냐!”

램지는 당장에라도 대장장이들을 쏘아죽일 듯이 총으로 겨누었다. 때문에 대장장이들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재빨리 몸을 숨겼다.

혹시라도 램지가 자신들을 총으로 쏘아 죽일까봐 걱정한 까닭이었다.

‘이것들을 죽여? 말아?’

모조품을 그나마 비슷하게 만들었다면 허허 웃어넘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건 모조품이 아니라 거의 모욕 수준이었다. 만약에 이걸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준 뒤에 램지의 작품을 따라 만든 것이라고 말해봐라. 그럼 그 사람이 뭐라 생각을 하겠는가?

램지란 드워프도 어지간히 손재주가 없군. 이라고 생각할 게 틀림없었다.

“당장 얼굴 내밀어!”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붉힌 램지는 방방 날뛰며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 사이에 병사들의 보고를 들은 루이가 대장간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이 물음에 램지는 마침 잘 됐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쳤다.

“너냐! 네가 이딴 똥을 만들라고 시킨 거냐!”

그 외침에 루이는 핼쑥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게 최선이었네.”

“뭐어! 최에선? 내가 발로 만들어도 저것보단 잘 만들겠다!”

“도면도 없이 만들었는데…….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도오면? 도면이라고 했냐?”

이리 소리친 램지는 작업대 위에 올려져있는 도면을 펼친 뒤에 펜으로 여기저기 손봤다. 그리고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대장장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밥버러지들아! 이리와 봐라!”

“네, 넵!”

그 외침에 대장장이들은 허둥지둥 램지 곁에 모였다.

“만들어!”

이러한 램지의 명령에 대장장이들은 잠시 루이의 눈치를 보았다. 이에 루이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열댓 명의 대장장이들이 정신없이 도면대로 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확실히 도면을 보고서 만드니, 초기에 만든 괴상한 총이 아닌 제법 그럴듯한 총이 만들어졌다.

그걸 본 램지는 조금 화가 풀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아주 손재주가 없는 놈들은 아니군.”

이렇듯 램지의 화가 조금 풀린 듯하자, 루이는 그를 완전히 달래줄 생각에서 대장간 안으로 준비한 맥주를 가져오도록 시켰다. 그러자 안 그래도 대장간 안의 더운 열기로 갈증을 느끼고 있던 램지가 반색하며 맥주를 꿀꺽이며 마시기 시작했다.

‘응?’

그런데 그 때, 대장장이들이 루이의 눈치를 보며 침만 꼴깍꼴깍 삼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에 램지는 루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봐, 이거 다 내 술이지?”

“그렇지.”

그 대답에 램지는 씩 웃으며 대장장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 놈들아, 똥 마려운 똥개처럼 끙끙 앓지 말고 이리 와서 좀 마셔라!”

그 외침에 대장장이들이 루이를 쳐다보며 허락을 구하자, 루이는 두말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해주었다. 그러자 다들 환호성을 터트리며 램지가 주는 맥주를 받아 벌컥이며 마셨다.

“캬하!”

다들 하나 같이 천국에 발을 들인 표정을 지어보이며 기뻐했다.

그 모습에 램지는 마치 옛 동료들과 함께 작업을 마친 뒤에 맥주를 마시는 것만 같은 향수를 느끼며 부어라 마셔라 맥주를 들이켰다.

============================ 작품 후기 ============================

이런 츤데레 드워프 같으니.

팀워크 님 : 감사합니다! 즐독하세요!

나데스 님 : 네?ㅋㅋ

루블리츠 님 : 죽을 거 같아요! 히익

리눅 님 : 네~ 즐독하세요

향향공주님 : 엌ㅋ 핵이라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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