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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여름날]
하멜른의 성벽은 통짜나무로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이제까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오우거 같은 대형몬스터가 공격해온다면 여지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루이는 이번 기회에 몬스터들의 공격으로부터 하멜른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나무 성벽을 무너트리고 돌을 쌓기로 한 것이었다. 더불어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마을까지 보호할 생각에서 북쪽으로 길게 쌓았다.
이로서 하멜른의 성벽은 북쪽을 방어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변모하는 동시에 험준한 산세를 이용해서 몬스터들의 침공을 막아내는 울타리로 변모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 터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져 유사시에 하멜른의 영지민들을 다른 영지로 피난시킬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루이는 식수와 광산을 한 번에 확보할 생각을 해서 과감히 금전을 투자했다. 원래 다른 영주라면 꿈에도 못 꿀 일이었지만, 많은 자금을 가지고 있는 루이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러한 루이의 결정에 휘하 가신들은 일절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루이와 같은 뜻이었기에 기꺼이 동참했다.
특히나 엘프들을 이끄는 카샨과 견인족을 이끄는 클라우드가 유독 기뻐했다.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더욱 안전해지는 것이었으니,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듯 열렬한 환영 속에서 성벽은 빠른 속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램지가 있었다. 램지는 잠시 화승총 개발에 손을 뗀 뒤에 루이의 부탁대로 공사의 총 책임자가 되어서 성벽 개축을 도왔다.
덕분에 성벽 개축은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었고, 그에 따라서 경작지와 창고, 그리고 병기창이나 병영 같은 주요 시설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요 시설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위해서 1년은 소요되어야 되었다.
더욱이 아무리 램지가 돕는다고 해도 성벽 개축은 올 가을은 되어야 끝날 것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자금이 많이 들었다.
제아무리 카샤의 가루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에는 엄연히 한계라는 것이 존재했다.
이 때문에 루이는 아놀드를 불러놓고서 말했다.
“카샤의 가루를 팔아야겠구나.”
이 말에 아놀드는 재빨리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번에는 제게 맡겨주십시오. 저 홀로 다녀오겠습니다.”
이러한 아놀드의 말에 루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대에겐 따로 할 일이 많지 않은가?”
“아닙니다, 주군! 오히려 주군께서 이 중요한 시기에 자리를 비우시는 게, 더 큰 일입니다.”
“흠……. 알겠다.”
아놀드의 말에 루이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이처럼 허락이 떨어지자, 아놀드는 내심 안도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사실 여기에는 아놀드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 그건 바로 매일 밤, 레베카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물론 레베카 같은 미인이 침실로 찾아와준다는 것은 무척이나 영광스런 일이었다. 남자로서 레베카 같은 미인을 안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놀드는 낮 동안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신세였다.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서 침대 위에 몸을 눕히는 건데, 레베카가 그 몰래 침입해 들어오는 것이다. 때문에 아놀드는 낮이며 밤이며, 온갖 체력을 소모해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잠시나마 레베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놀드에게 있어서 꿀과 같은 휴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유다!’
아놀드는 영주관 밖으로 나서며 만세 삼창을 외쳤다.
한편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레베카는 오늘 밤에도 아놀드의 침실에 들어갈 생각을 하며 한참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본 그녀의 언니, 아만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오늘은 왜 꾸미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레베카가 묻자, 아만다가 전후 사정을 이해했다는 까르르 웃으며 가르쳐주었다.
“오늘 저녁에 아놀드 씨가 카샤의 가루를 가지고 팔칸으로 향하기로 했단다.”
그 말을 들은 레베카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재빨리 아놀드를 찾아갔다.
“아놀드, 뭐해?”
“네? 아아, 주군께서 카샤의 가루를 팔칸에 팔러 가신다고 해서 준비하는 중입니다.”
“너는?”
“아, 저는 당연히 하멜른에 남아야죠.”
아놀드는 비지땀을 흘리며 애써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에 레베카는 잠시 의뭉스런 시선으로 아놀드를 쳐다보더니 곧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휑하니 사라져버렸다.
‘무사히 속인 건가.’
그 모습에 아놀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 레베카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루이를 찾아갔다.
“루이.”
자신의 앞에 대뜸 나타난 레베카의 모습에 루이는 조금 놀란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냐?”
“카샤의 가루를 팔러간다면서.”
“그거 말이야? 그거라면 아놀드가 팔러가기로 했다. 왜?”
이러한 루이의 말을 들은 순간, 레베카의 눈동자에 보기 드문 불꽃이 활활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차분히 가슴을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나도 아놀드를 따라가도 될까?”
그 물음에 루이는 자신의 잠시 펜을 내려놓은 뒤에 레베카를 바라보았다.
‘좋아하는 건가? 아니, 이미 사귀고 있는 건가?’
루이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아놀드와 레베카는 루이가 회귀하기 이전에 연인 사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회귀한 이후에도 사귀게 되었다.
‘……운명인가.’
조금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만약에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자신의 운명도 회귀 이전과 마찬가지로, 단두대 위에서 목이 잘리는 건 아닐까?
루이는 자신의 목을 더듬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년은 자신의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따라가거라. 허락하겠다.”
“고마워!”
이렇듯 루이가 허락해주자, 레베카는 곧장 소리쳐 말하고는 그대로 휑하니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놀드와 레베카는 팔칸으로 향하는 마차에 함께 올랐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날 밤, 마차 안에서 하루 종일 신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했다.
아직 한창 젊은 두 남녀였다.
여하튼 이렇게 아놀드가 팔칸으로 향한지 일주일 되던 날, 한 무리가 하멜른을 방문했다.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니오.”
루이는 직접 밖으로 나와서 이들을 반겨주었다.
좀 더 정확히는 소년의 약혼녀를 반겨주는 것이었다.
“……테일 영애.”
루이는 겉으로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반겨주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의아해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지?’
그도 그럴 것이 하멜른은 아직까지 안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테일 백작이 무작정 하멜른으로 자신의 딸아이를 이곳으로 보낼 까닭이 없었다.
물론 지난번 영지전에서 루이에게 큰 도움을 받은 테일 백작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지나친 행동이었다.
‘……딸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건가?’
아주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는 테일 백작의 성품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 아버님께서 후작님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그 때, 테일 영애가 뒤에 서있는 시종들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이번에 금광에서 채광한 금과 은 그리고 몬스터 토벌에 쓰일 검과 방패, 화살 따위가 잔뜩 실어져 있는 수레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걸 본 루이는 그제야 테일 백작의 의중을 알 수 있었다.
‘은혜 갚기인가.’
루이는 저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
이건 테일 백작을 향한 비웃음이 아니었다. 반대로 테일 백작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자기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었다.
‘……나도 참 속물이군.’
쓰게 혀를 찬 루이는 그 날 밤, 크게 축제를 열어 테일 영애를 환영해주었다.
============================ 작품 후기 ============================
약혼녀 등장!
으뜸볍신처리하기2 님 : 수확해야죠.ㅋㅋ
스텍터 님 : 엌ㅋㅋ 아마 완결 나고 에필로그쯤에서?
향향공주 님 : 백맠ㅋㅋ 아니에요.ㅋㅋ
SUNDYA 님 : 플래그 대마왕ㅋㅋ
쿠마백작 님 : 지금 크는 애들 중에 나옵니다.
수없는씨박 님 : 지금 키우는 오크는 그런 용도 아닙니다. 1년 뒤에 일어날 전쟁에 대비한 용도입니다. 오크와 싸울 일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