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72화 (72/158)

0072 / 0158 ----------------------------------------------

[여름날]

카샨의 말에 따르면 다크 엘프는 랄프 산맥의 초입과 중반 사이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덧붙여 카샨은 다크 엘프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서는 엘프를 반드시 동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오직 엘프만이 다크 엘프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여기서 감지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란 불가능했다.

“다크 엘프는 우리와는 다르게 어디 한 곳에 정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영원한 방랑자이자, 추방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카샨의 설명을 들은 루이는 카샨을 길잡이로 삼기로 마음먹고서 다음 날 원정대를 꾸렸다.

그리고 이번 원정대의 목적을 랄프 산맥의 몬스터 토벌이 아닌 다크 엘프 발견이라 밝혔다.

이 소식이 하멜른 내에 알려지자, 병사들이 동요했다. 기실 다크 엘프는 동화 혹은 전설 속에서나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던 종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아예 없는 종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지금 이 시기에 다크 엘프를 찾아 나서겠다고 하니 병사들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또 놀랍게도, 그 누구 한명 루이의 말에 반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맹목적으로 믿으려하는 이가 나타날 정도였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루이를 신뢰하는 영지민들의 마음이 한 몫하고 있었다.

그만큼 하멜른의 영지민들에게 있어서 루이란 하나의 이정표였다.

애당초 루이가 아니었다면 온갖 궂은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벌어먹는 노예 혹은 화전민으로 남아야 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루이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은 더 이상 하루하루 겨우 벌어먹는 인생을 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하멜른의 영지민이 되어서 한 명의 사람으로 살게 된 것이었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단 한 명도 루이의 말에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영주님이니까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우리도 드디어 다크 엘프를 볼 수 있게 되는 건가?”

일각에선 은근한 기대를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일각에는 당연히 상인들도 자리해있었다. 혹시라도 루이가 다크 엘프를 잡아와 노예로 팔지는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세상에 다크 엘프가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순식간에 날 리가 날 테니 말이다.

분명 천만금을 들고 와서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수두룩하게 나올 것이 틀림없었다.

그 만큼 다크 엘프란 신비에 감춰져 있는 종족이었다. 하지만 루이는 다크 엘프를 팔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선봉장으로 세워서 랄프 산맥을 개척하고, 차후 더 나아가 왕자 전쟁에 있어서 암살자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출발!”

이러한 까닭에서 두 번째 원정대는 첫 번째 원정대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의미로 기대를 받으며 하멜른을 나섰다.

“오필리아가 서운해 하겠군요.”

문득 카샨이 입을 열어 말했다. 그리고 그가 이리 말하는 까닭에는 루이가 이번 원정에 오필리아를 집어넣지 않는데서 기인했다.

사실 원정대가 한참 꾸려지던 날, 오필리아가 루이를 찾아왔다. 저번처럼 이번 원정대에 넣어주기를 희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루이는 단칼에 거절했다.

물론 오필리아를 데려가도 크게 상관없기는 했지만, 이번 원정은 반드시 성공해야 되는 것이었다. 더욱이 만에 하나 오필리아가 저번처럼 큰 위기에 빠져 오크에게 살해당하기라도 한다면 루이에게 있어서 큰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루이는 오필리아가 아직 미숙하단 이유로 참가를 불허했다. 때문에 오필리아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잔뜩 떠오르긴 했으나, 루이는 애써 그 시선을 무시했다. 미움을 받더라도 오필리아를 아주 잃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한 가지 노림수도 있었고 말이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라, 카샨.”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루이가 괜히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러한 소년의 태도에 카샨은 소리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에는 영락없이 노인네인데, 이럴 때 보면 또 귀여운 또래 사내아이였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가벼운 웃음을 뒤로하고 원정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오크 무리와 조우했다.

“취이이익!”

“쳐라!”

원정대는 마치 이전의 패배를 되갚아주겠다는 듯이 자신들의 용맹을 뽐냈다. 더욱이 오크들과의 전투가 반복되면서 조금씩 요령이 쌓이고 있기도 했다.

아벨이 이끄는 병사들은 엘프들과 호흡을 맞추며 원정대를 향해 달려드는 오크들을 별다른 피해 없이 물리쳤다.

때문에 원정대는 첫 번째 원정 때와는 다르게 사기가 매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게다가 하늘도 루이를 돕고 있는 모양인지, 날씨는 푸르고 가끔씩 시원한 여름 바람이 불어와 병사들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모든 것이 원활했다. 루이는 이것이 호기라고 여겨 보다 빠르게 진격했다. 그리고 이윽고 루이가 이끄는 원정대는 오크 무리와 다시금 조우하게 되었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하?”

그건 바로 오크들이 요새를 지어놓고서 원정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하니 오크들이 요새를 지어놨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 했던 루이는 그만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고 말았다. 비단 이건 카샨과 아벨도 마찬가지였다. 이제껏 살면서 한 단 번도 저런 식으로 방어하는 오크는 보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단순히 ‘지능적이다’라고 부르기엔 부족했다.

그래, 인간 같았다. 물론 오크 특유의 저돌적인 성향은 여전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때문에 루이는 섣불리 공격하기 보다는 야영지를 만들어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무언가 방법이 없는가?”

루이는 카샨과 아벨을 불러모아놓고서 방법을 물었다. 그러나 오크가 요새를 지어놓고서 원정대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기에, 그 누구 한명 쉬이 방법을 꺼내놓지 못 했다. 때문에 셋은 밤새 골머리를 썩다가 결국 아무런 방법도 내어놓지 못 한 채 잠자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뭔가 방법이…….’

잠자리에 누운 루이는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계속 작전을 고안해보았다. 그리고 이윽고 루이는 한 가지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자신이 오필리아에게 당했던 방법이었다.

‘……그래, 이 방법은 오크에게 맞춰서 조금 바꾼다면 쓸모 있을지도 모르겠군!’

속으로 쾌재를 외친 루이는 그 다음 날, 자신이 생각한 작전을 바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 모두 루이의 작전에 감탄하며 곧바로 수긍했다.

“공격!”

“쏴라!”

루이는 오전 오후, 해가 질 때까지 오크의 요새를 공격했다. 그러나 견고하게 지어진 요새는 원정대의 공격에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오크들이 쏜 화살과 던진 돌에 크게 작게 다치는 병사들만 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무의미한 전투를 한 루이는 병사들을 물리고서 야영 준비를 하게 했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깊은 어둠이 찾아왔을 때 루이는 아벨과 함께 병사를 이끌고서 야영지를 떠났다.

그리고 카샨은 소수의 엘프들을 이끌고서 요새 옆을 지나갔다.

단, 이 때 카샨은 실수를 가장해서 오크에게 일부러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처럼 엘프들이 이동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오크는 즉각 족장에게 알렸다.

당연히 오크 족장은 크게 분개하며 당장에 모든 오크들을 깨웠다. 그리고는 곧장 원정대의 야영지를 습격했다.

“취익! 없습니다! 인간이 없습니다! 취익!”

당연히 야영지는 텅 비어있었다.

“취이익! 엘프를 쫓아라! 여길 지나게 해선 안 된다!”

오크 족장은 원정대가 엘프들과 함께 요새를 우회해서 돌아갔다고 단정 짓고는 곧바로 뒤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오크 족장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원정대가 요새를 우회해서 지나가기에는 그 길이 너무나도 협소했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만한 숫자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러나 오크 족장은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인간의 군대가 엘프와 함께 이동했다고만 생각한 것이었다. 더욱이 속았다는 사실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것도 한 몫하고 있었다.

때문에 오크 족장은 최소한의 오크만 요새에 남겨두고서 엘프의 뒤를 쫓았다.

한편 오크 족장이 이끄는 오크들을 야영지를 벗어난 것을 확인한 루이는 곧바로 병사들과 함께 오크 요새를 공격했다.

당연히 요새를 지키고 있던 오크들은 인간의 군대가 엘프들과 함께 요새를 지나쳤다고 생각하고서 방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결국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요새는 루이의 손에 떨어졌다.

이 사실은 뒤늦게 알아챈 오크 족장이 요새를 탈환하기 위해서 돌아왔지만, 원정대가 쏘는 화살만 맞으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취이익! 간악한 인간 놈들!”

오크 족장은 분통을 터트리며 남은 오크들과 함께 숲 속으로 들어갔다.

복수를 다짐하면서 말이다.

============================ 작품 후기 ============================

오크 엿맥이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