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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이처럼 루이가 다크 엘프를 손에 넣었을 때, 오필리아는 데이지 몰래 루이의 침실에 숨어들어 침대에 제 몸을 파묻고 있었다.
킁킁, 몇 번 냄새를 맡자 루이의 냄새가 맡아졌다. 오필리아는 살랑살랑 엉덩이는 흔들며 기쁨에 취했다.
‘왕자님의 냄새……. 하아.’
너무나도 행복했다.
비록 루이를 따라 원정대에 참여하지 못 해 우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냄새를 맡으니 우울한 기분이 싹 가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루이의 베개를 이렇게 품 안에 꼭 끌어안고 있을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함이 오필리아의 가슴에 엄습해왔다.
‘……내가 왕자님의 신부가 되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의 약혼녀 에이나를 머릿속에 떠올리자 급격하게 기분이 가라앉았다. 왜 내가 아닐까? 물론 신분의 제약이 있다는 건, 오필리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루이는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평등하게 대해주고 있었다.
심지어 노예에게조차도 말이다.
그 때문에 오필리아는 알게 모르게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루이는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필리아에게 모질게 대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아껴주었다.
사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의심했었다. 루이가 자신의 몸을 노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서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루이는 이토록 자신을 아껴주는 것일까?
수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지만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정답이 있기는 했다.
‘상냥함.’
그것이야 말로 정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루이의 상냥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따스했다. 이런 분이 왕위에 오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십번도 들었다.
분명 루이를 닮은 상냥한 세상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세상이 말이다.
오필리아는 루이의 베개에 고개를 묻고서 엉덩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흔들었다. 그렇게 몇 번이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 있는데, 불현듯 누군가가 오필리아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오필리아 씨!”
아주 단단히 성이난 목소리였다. 이에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오필리아를 쏘아보고 있는 데이지가 자리해있었다. 루이의 직속 시녀인 만큼 루이의 침실을 하루도 빠짐없이 청소하는 소녀였다.
그 성실함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데이지, 너도 이리와 봐. 왕자님의 냄새가 잔뜩 나.”
“저, 정말이요?”
오필리아의 말에 데이지는 순간 동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쫄래쫄래 루이의 베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앗!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재빨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오, 오늘은 어림도 없어요! 오늘은 안 넘어가요!”
“쳇.”
“오필리아 씨, 방금 혀를 찼죠?”
“응? 내가 언제?”
“찼잖아요! 아무튼 오늘은 그냥 못 넘어가요! 어떻게 영주님이 자리를 비운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주님한테 전부 다 말할 거예요!”
크게 소리치며 데이지가 양 팔을 들어 올리자, 오필리아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꺄악!”
불시에 습격 받은 데이지는 그대로 오필리아의 품에 갇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 틈에 오필리아는 소녀를 꽉 잡아당겨 루이의 침대에 던졌다. 그리고는 베개를 데이지의 배 위에 올린 뒤에 다시 자신이 그 위에 올라갔다.
그러자 마치 샌드위치라도 되는 것처럼 루이의 베개를 사이에 끼운 두 소녀다.
“어때? 꼭 왕자님에게 안긴 거 같지 않아?”
“화, 확실히……. 앗! 이러시면 안 된다니까요! 어서 내려오세요!”
“왜 좋잖아? 왕자님의 성은을 받으라!”
히죽거리며 웃은 오필리아는 그대로 손을 뻗어 데이지의 온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꺄앗! 아, 안 돼요! 히익!”
그리고 그 농염한 손길에 데이지는 자지러지는 비명성을 터트리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오필리아는 더더욱 짓궂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몸의 안쪽까지 더듬었다. 그리고 이윽고 데이지의 가슴에 손이 딱 맞닿은 순간 오필리아는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세상에……. 이렇게 커다란 가슴이라니!”
“자, 잠깐!”
“이런 음탕한 가슴을 왜 달고 있는 거야? 설마 왕자님을 꼬시려고 이렇게 키운 건 아니겠지?”
“그, 그럴 리가요!”
화악, 얼굴을 붉힌 데이지가 큰 소리로 부정했다. 그러나 매일 밤 루이를 생각하며 가슴을 만지작거린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오필리아는 ‘과연, 그럼 무엇 때문에 이렇게 커진 걸까?’라고 물으며 데이지의 신체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절정에 달하려는 찰나, 창 밖에서 땡땡땡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몬스터가 하멜른을 공격해왔을 때, 울리는 종소리였다. 이에 번뜩 고개를 들어 올린 오필리아는 그대로 데이지를 놔두고서 영주관을 벗어났다. 그런 다음 성문 쪽으로 다가서자, 심각한 표정으로 레베카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아놀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놀드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오필리아? 대체 여긴 왜 온 거냐? 여긴 위험하단다. 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 있거라!”
오필리아의 물음에 아놀드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녀를 내쫓으려했다. 그러나 오필리아는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단 듯이 단호히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제가 도와드릴게요.”
“오필리아……!”
“저도 싸울 수 있어요.”
그 단호한 목소리에 아놀드는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가 자신에게 당부했던 말이 떠올랐다.
‘분명 왕자님께서 말씀하셨지. 오필리아를 두고 갈 테니, 적극 활용하라고…….’
이 순간, 아놀드는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말로 오필리아의 도움을 받을 때라고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놀드는 태도를 바꾸었다.
“알았다, 오필리아.”
“잘 생각하셨어요.”
이러한 아놀드의 말에 오필리아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총을 챙겨온 뒤에 아놀드와 함께 성벽 위로 올라섰다. 그러자 하멜른을 향해서 한 걸음씩 착실하게 다가오고 있는 오크들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취이이익!”
삼백에 달하는 오크들이 하나 같이 성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분명 하멜른 내에 있는 인간들을 죽일 생각으로 흥분한 것이 틀림없었다. 저들은 한시 바삐 식량을 챙기고 인간 암컷들을 번식용을 차지하고 싶어서 안달난 상태일 것이다.
더욱이 저리도 당당하게 오는 것을 보면 하멜른에 병력이 그다지 없다는 것도 아는 듯했다.
‘지능적인데?’
오필리아의 입가에 옅은 호선이 그려졌다. 반면에 아놀드는 초조한지 딱딱 이를 부닥치고 있었다. 확실히 상인 출신인 그에게는 이런 전투가 어울리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오필리아는 아놀드에게 말해서 병사 오십 명을 따로 차출 받았다.
현재 하멜른의 수비 병력 이백 삼십 명인 것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숫자였다. 그러나 그것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아놀드는 군말 없이 허락했다. 아니, 그것의 중요성을 알더라도 루이의 귀뜸이 있었기에 기꺼이 넘겨주었을 것이다.
여하튼 오십 명의 병사를 따로 얻어낸 오필리아는 곧바로 대장간으로 향해서 램지가 만든 신무기를 강탈했다. 물론 나중에 램지가 이 사실을 안다면 크게 화를 낼 것이 틀림없었지만, 지금은 하멜른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중에 램지 아저씨한테 제가 가져갔다고 해주세요.”
이러한 오필리아의 말에 대장장이들은 하나같이 난색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일단 하멜른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란 것을 알았기에 딱히 무어라 말을 하지 않았다. 여하튼 램지의 신무기를 챙긴 오필리아는 한참 전장에 휩싸여있는 성벽 아래를 살펴보았다.
“취이익!”
“쏴라! 쏴!”
전장은 혼잡했다. 더욱이 하멜른의 수비 병사들을 지휘하는 사람은 아놀드, 레베카 밖에 없었다. 만약에 이 자리에 아자젤이나 아벨, 카샨, 아만다라도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전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었겠지만 이들 모두 각자 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오필리아, 소녀가 전황을 이끄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오크 족장이라면 어디부터 공략할까?’
성문? 아니다. 지금 성문을 아놀드와 레베카가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그러니 뚫기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어디일까?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수비하기 껄끄러운 좌우로 공격해 들어올 심산이 높았다. 하지만 그곳은 성벽이었다.
오크들로만 뚫기는 어려웠다.
‘……아.’
그 순간, 오필리아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전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우거진 나무들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나무가 흔들리는 것에 비해서 날아다니는 새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즉, 그곳에 위협적인 몬스터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동한다!”
오필리아는 당장 크게 소리쳐 병사들을 데리고 숲이 흔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 후, 램지가 개발한 신무기를 집어 들었다. 그건 하나의 철구였는데, 심지에 불을 붙여서 폭발하는 형식이었다.
“준비!”
오필리아가 크게 소리치자, 병사들은 이인 일개조가 되어 폭탄을 준비했다. 그리고 곧 쿵쿵 소리와 함께 우거진 나무를 뚫고서 오우거가 나타났다. 심지어 한 마리가 아니었다. 무려 세 마리였다.
만약에 저것들이 성벽에 한번이라도 부닥친다면 무너지진 않더라도 반쯤 허물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충격은 곧 다른 나무 성벽에도 갈 것이 분명했다.
이를 깨달은 오필리아는 재빨리 오른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투척!”
“투척!”
오필리아의 호령에 맞춰 병사들 또한 소리치며 폭탄을 던졌다. 그러자 그 순간, 오우거의 앞에 정확히 떨어진 폭탄들이 차례차례 폭발을 일으키며 오우거의 온 몸을 찢어버리기 시작했다.
“크워어어!!”
“크어어!”
순간 오우거의 머리는 물론이고 팔다리가 찢겨나갔다. 세 마리의 오우거가 순식간에 잘게 찢긴 고깃덩어리로 변한 것이었다. 이를 본 병사들과 오크들은 잠시 손을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멜른의 수비 병사들이 저마다 환호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반면에 오크들은 신무기에 적잖게 당황한 듯이 우왕좌왕 대기 시작했다.
“취이익! 멍청한 놈들! 싸워라!”
이를 본 오크 족장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이전에 루이에게 요새를 빼앗긴 오크였다. 그리고 그걸 발견한 오필리아는 재빨리 화승총을 꺼내들었다.
‘저 놈이 족장!’
침착하게 호흡을 고른 오필리아는 오크 족장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거리가 멀지 않아.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사격하는 거니까 닿을 수 있어.’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순간 심장이 쿵쿵 뛰었다. 시야가 아득해지는 것이 사방이 보이지 않았다. 손끝이 떨려와, 자신이 과연 오크 족장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 무서워졌다.
‘괜찮아. 아벨 아저씨만큼은 아니더라도 맞출 수 있어. 할 수 있어.’
자신을 다그친 오필리아는 다시금 집중했다. 그러자 서서히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와 죽어가는 사람과 오크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내가 끝내야해. 저 놈만 죽이면 끝이야!’
이윽고 숨을 멈춘 오필리아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일순 탕! 소리와 함께 오크 족장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동시에 피가 뿌옇게 안개처럼 터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명중이었다! 오필리아는 환호성을 터트리며 크게 소리쳤다.
“오크 족장을 쓰러트렸다! 쳐라!”
이러한 오필리아의 외침에 하멜른의 병사들은 보다 크게 소리치며 오크들을 향해 돌을 던지거나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오크 족장의 죽음을 목격한 오크들은 지휘 체계를 잃고서 우왕좌왕 대다가 곧 제 살 길을 찾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오필리아는 추격대를 꾸려서 오크들을 모조리 섬멸하고 싶었지만, 다들 지친데다가 혹시라도 적이 다시 공격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지금의 승리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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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라아 무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