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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이튿날이 되자, 루이는 루시아의 생일 파티장을 직접 꾸몄다.
원래대로라면 루시아가 직접 시녀들에게 지시를 내려서 꾸미거나, 보모가 대신해서 파티장을 꾸며야 되었지만 일찍이 말했듯이 루시아는 루이와 마찬가지로 배경이 되어줄 든든한 귀족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이렇다 할 외척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돈이 많은 약혼자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결국 상황이 이렇다 보니 루시아가 쓸 수 있는 재화는 한정되어 있었다.
즉, 가난하다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건 아니었다. 단지 생일 파티장을 사치스럽게 꾸밀 만큼 넉넉한 재화를 가지고 있지 못 하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루이 또한 매년 생일 파티를 조촐하게 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래봤자, 찾아오는 손님이라고는 루시아가 전부였지만 말이다.
여하튼 간단히 말해서 생일 파티장을 꾸미는데는 많은 돈이 들어가고, 그 돈을 지불하기에는 루시아가 가진 재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때문에 루이가 직접 나선 것이었다.
자신이 가진 재력을 사용해서 어린 누이를 대신해서 생일 파티장을 꾸미고, 없는 인맥 있는 인맥 다 사용해서 여러 귀족들을 초대하는 것이었다. 물론 회귀 이전 같았다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루이가 카샤의 가루를 손에 쥐고 있는 한 귀족들도 한번쯤 이곳으로 발걸음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비비안 또한 적극적으로 참석의사를 밝혔으니, 그녀가 이끄는 파벌의 여귀족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 틀림없었다.
이러한 까닭에서 파티장을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최소한 루시아가 주눅이 들지 않을 만큼 말이다.
아니, 루이는 자신의 어린 누이를 이 파티의 주인공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 누구도 감히 루시아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만큼 말이다.
‘이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내가 죽더라도 루시아가 천대받는 일은 없겠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루이는 이 자리에서 루시아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자신이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왕자의 전쟁 도중에 죽는다고 하더라도 루시아가 회귀 이전처럼 엇나가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여유로운 자금으로 국정을 잘 다스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렇게 어리광 많은 소녀일지는 몰라도, 앞으로 6,7년만 지나면 영특한 여인으로 성장하니 말이다.
틀림없이 루이, 자신 이상으로 금화를 유용하게 쓸 것이 분명했다.
여하튼 이러한 까닭에서 루이는 파티에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했다.
그리고 루시아의 생일 당일이 되자, 무수히 많은 귀족들이 파티에 참석했다.
제 2 왕녀인 비비안 공주를 시작으로 익히 이름이 알려진 영애들이 파티장 안으로 발걸음을 들였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왕태자 아슬롯이 참석했다. 루이로서는 별다른 기대 없이 초대장을 보낸 것이었는데, 의외로 루시아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준 아슬롯이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그래, 루이. 허허, 네가 파티를 개최했다고 들었다. 벌써 네가 그런 나이가 되다니……. 세월이 참 빠르구나.”
아슬롯은 대견하다는 듯이 루이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말에 루이는 더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겸손을 표했다. 여기서 우쭐대보아야 좋은 인상을 남겨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아슬롯은 막내의 겸손함에 크게 기뻐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셋째 왕자 휴안이 파티장 안으로 들어섰다.
“루이, 오랜만이구나! 아니, 형님도 오셨습니까?”
“그래, 막내가 이렇게 파티를 개최했는데 한번쯤 와봐야 되지 않겠느냐?”
아슬롯과 휴안은 루이를 사이에 두고서 하하 웃었다. 실제로 사이가 좋은 형제이기도 했고 말이다. 사실 왕자들 간에 사이는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었다.
딱 한 명, 둘째 왕자 밀튼만 빼고서 말이다.
만약에 밀튼만 없었다면 왕자의 전쟁 같은 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밀튼이 폭군이 될 것을 우려해서 귀족들이 휴안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킨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루이는 아주 잠시 밀튼의 암살을 고려해보았었지만, 이내 기각되었다. 왜냐하면 셋째 왕자인 휴안 또한 아슬롯의 뒤를 이어서 병사할 운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구태여 여기서 무리하게 밀튼을 죽일 필요가 조금도 없었다.
이처럼 상념에 잠겨있는데, 휴안이 루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막내가 이렇게 다 크니, 정말로 기분이 이상하군요.”
그 말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성 밖에 나가,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하하, 우리 막내가 고생을 많이 했구나?”
“고생이라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형님들이 절 예쁘게 봐주신 덕택에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아슬롯이 힘을 써준 덕택에 루이가 랄프 산맥 아래에 하멜른을 세울 수 있었고, 휴안이 여러 귀족들에게 귀뜸을 해준 덕분에 주변 영지들과도 별다른 마찰 없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하하, 요 녀석. 밖에 나가더니 아부만 늘었구나.”
이처럼 루이가 두 사람을 높여주자, 휴안이 크게 기뻐하며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아슬롯 또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이처럼 세 형제가 모여서 덕담을 나누자, 주변 귀족들이 흐뭇하게 웃으며 형제를 바라보았다.
일단 왕자들 간에 사이가 좋다는 건, 후계 구도가 그만큼 안정 되어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루이는 한창 그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하멜른의 주인이었다.
그러다보니 왕국 내에선 크고 작은 소리가 나돌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우애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앞으로 그 소리가 쏙 들어갈 것이 틀림없었다.
한편 루이는 두 형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시에 아슬롯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형님의 병색이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구나.’
마치 누군가가 아슬롯을 저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저주라면…….’
혹시라는 생각에서 저주를 떠올렸지만, 루이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냐하면 회귀 이전에 아슬롯이 병사했을 때, 신관을 비롯한 유명 치료사가 모여서 병명을 밝혀내었기 때문이었다.
즉, 저주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소리였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이처럼 상념을 떨쳐낸 루이는 두 형을 데리고서 루시아에게 데려갔다. 자신이 직접 소개시켜줘야지만 구색이 좀 갖춰질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파티 주최자가 대리인 경우, 이런 식으로 소개시켜주는 일도 종종 있었다.
“루시아, 생일 축하한다.”
“가, 감사합니다.”
이처럼 아슬롯과 휴안, 두 사람을 루시아에게 데려가자 어린 누이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축하를 받았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얼굴색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하지만 카샤의 가루를 거의 쏟아 붓듯이 뿌린 덕분인지, 꽤나 긴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요정인양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루이는 어린 누이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인사가 모두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윽고 축하 인사가 끝나자, 아슬롯과 휴안이 가져온 선물이 앞으로 나왔다. 두 왕자는 각각 목걸이와 드레스를 가져왔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최상품이었다.
다만 루시아는 눈앞이 핑글핑글 돈 탓에 그것을 제대로 확인도 못 하고 그저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
어찌 보면 무례한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도 두 왕자를 비롯한 주변 귀족들은 그저 루시아를 귀엽게만 봐주었다.
실로 다행인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두 왕자의 축하 인사가 끝나자, 루이는 이런 식으로 여러 귀족들을 루시아 앞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첫째 공주인 엘리자베스와 둘째 공주인 비비안이 루시아의 생일을 축하해 줄 때는 결국 루시아가 속이 울렁거리며 칭얼대고 말았다.
확실히 이렇게 큰 규모의 생일 파티는 루시아에게 좀처럼 익숙한 게 아닌 것이었다.
하물며 자신이 이 파티의 주인공이기까지 했다.
루이는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고서 다른 귀족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에 루시아를 테라스로 데려갔다.
“피곤 하느냐?”
“피곤하고 목도 아파요.”
하루 종일 ‘감사합니다’란 말만 해서 그런지 루시아는 자기 목을 슥슥 문지르며 울상을 지어보였다.
루이는 이런 어린 누이가 너무나도 귀여워 보여, 살포시 끌어안아주며 다독여주었다.
“앞으로 익숙해져야 된단다.”
이러한 루이의 말에 루시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윽고 루이의 팔을 꽉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응?”
“저는 오라버니만 있으면 충분해요.”
그 목소리는 단호했다. 정말로 루이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듯이 오로지 루이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투명할 정도로 반짝이는 황금색 눈동자에 루이는 잠시 헛숨을 들이켰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회귀 이전에 무수히 많은 미녀를 보았던 루이였지만, 역시나 루시아가 단연코 가장 아름다웠다.
실제로 첫째 공주인 엘리자베스가 죽고 나서 루시아가 성인이 되었을 때, 왕국제일미로 칭송받았으니 말이다.
아름다운 소녀다.
루이는 그런 어린 누이가 또다시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루시아, 세상은 하나만 가지고는 안 되는 법이란다.”
“왜 안 되는 건데요?”
“그건…….”
살짝 목이 메여왔다. 루이는 한참동안 말문을 잇지 못 했다.
하지만 결국엔 대답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었기에 루이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란다.”
“모두……. 하지만 저는 오라버니만 행복해지면 되요. 전 그것만 원해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나도 루시아, 네가 행복해지길 원한단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모두가 행복해져야한단다.”
루이의 말에 루시아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실제로 루시아는 그저 루이만 자신의 곁에 남아있어 주었으면 할 뿐이었다. 그것이 비록 어린 마음일지라도 말이다.
“…….”
하지만 그래서는 회귀 이전과 같은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루이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루시아, 이 오라비를 믿어주겠니?”
이러한 루이의 물음에 루시아는 한동안 입술을 벌리지 못 하다가 이윽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믿을게요.”
이처럼 루시아가 대답해주자, 루이는 그제야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고맙구나.”
이리 말한 루이는 루시아의 이마에 입술을 맞춰주고는 포옥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함께 한참 동안 밤바람을 맞다가 이윽고 파티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 후, 루이는 모든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루시아를 자신의 후계자로 선언했다.
이로서 그 누구도 감히 루시아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루시아는 사랑입니다!
향향공주 님 : 엌ㅋㅋ 소프.. 뭐요?ㅋㅋㅋ
라이나 류트 님 : 노블에서 제가 연중한 소설은 제국의 영웅들이 유일합니다. 뭐, 그것도 나중에 리메이크해서 올릴 거지만요.ㅎ
마리오넷 님 : 자, 잠시만요. 절 죽이시게요?ㅋㅋㅋ
와룡선생a 님 : 엌ㅋ 너무 높게 평가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ㅎㅎ 열심히 쓰겠습니다!
Unkn0wn 님 : 걱정마세요. 소설은 아청법의 대상이 아닙니다.
풀냄세 님 : 엌ㅋㅋ 보통 좋은 아이는 얀데레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