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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귀족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루이가 다스리는 영지는 안 그래도 귀족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취급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첫 번째는 카샤의 가루였고, 두 번째는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 몬스터들의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굳건히 버티고 있는 걸 보면 분명 무언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다크 엘프의 존재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인들을 통한 소문에 불과했지만, 아닌 뗀 굴뚝에서 연기가 날까? 분명 그에 흡사한 존재를 손에 넣은 것이 틀림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귀족들에게 있어서 하멜른은 그야말로 탐이 나는 도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루이가 루시아를 후계자로 지목하니, 다들 난리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몇몇 귀족들은 루시아 공주와 약혼을 해보려고 슬며시 편지를 보내기까지도 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건 루이가 바라던 바였고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루시아를 당장에 약혼 시킬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루시아를 후계자로 지목한 것은 어린 누이가 자신이 없는 동안 다른 귀족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바랐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에게 공격받아 자신이 죽거나, 왕자의 전쟁 도중에 전사할 경우를 대비해서 루시아를 후계자로 삼은 것도 있었다. 일단 여기서 루시아를 후계자로 지목해 놓으면 차후 자신이 죽은 뒤에 하멜른이 붕 떠버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죽을 생각은 없지만…….’
루이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막내 왕자로 태어나 이렇다 할 외척도 없이 괄시받으며 자라온 루이였다. 그러다가 돌연 아슬롯이 병사하고, 왕자의 전쟁이 터지게 되었다. 그리고 전쟁이 이어지던 와중에 휴안이 아슬롯의 뒤를 이어서 병사하게 되는 것이었다.
당연히 승자는 밀튼으로 굳혀지게 된다.
하지만 귀족들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넷째 왕자를 찾아간다. 하지만 은둔자를 자청한 넷째왕자는 귀족들의 청을 뿌리쳤다. 때문에 기회는 자연스럽게 막내 왕자인 루이에게로 돌아갔다.
그 당시, 루이의 나이가 14살이었다.
어린 나이였다. 그 때문일까? 주변에서 귀족들이 루이를 추켜 세워주자, 저도 모르게 루이는 자신이 왕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했다. 실로 철이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세상의 관심이라고는 일말 받아본 적 없던 루이였다. 그런데 그런 어린 소년이 돌연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었다.
한편의 동화와도 같았다.
과연 이 상황에서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몇몇이나 될까?
단언컨대 루이는 그럴 인물이 되지 못 했다.
오필리아처럼 영특한 머리를 가진 것도 아니었고, 철가면처럼 강인한 힘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벨처럼 뛰어난 재주를 지닌 것도 아니었다.
하다 못 해 아자젤처럼 잘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면 타국의 공주라도 꼬셔보았을 테지만, 루이는 이토록 많은 재능 중에 그 무엇 하나 가지지 못 했다.
범인이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소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비록 스무 살을 겨우 넘긴 해에 처형을 당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루이는 그 동안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무척이나 유용한 힘이었다. 실제로 그 덕택에 하멜른을 이만큼이나 성장시킬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신의 힘이 약하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하물며 루이는 열한 살 소년에 불과했다. 앞선 두 왕자처럼 병으로 죽을 수도 있었고, 전쟁 도중에 날아온 눈먼 화살에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후계자를 미리 세워둘 필요가 있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식을 두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당장 후계를 키우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모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루이는 루시아를 후계자로 내세운 것이었다.
“루시아라면 분명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겠지.”
물론 처음에는 당혹스러워할 것이다. 그러나 루이의 곁에는 무수히 많은 명인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아벨, 아놀드, 아자젤, 카샨, 오필리아, 램지, 클라우드……. 이들과 함께라면 틀림없이 루시아는 올바른 길로 나아갈 것이 틀림없었다.
“……어쩌면 내가 해내지 못 한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고.”
피식, 실없이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이윽고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는 두 눈을 감으려는데, 돌연 똑똑! 하고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루이는 도로 몸을 일으킨 뒤에 입을 열었다.
“누구냐?”
“오라버니, 루시아에요.”
루시아의 목소리였다. 이에 루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윽고 입을 열어 대답했다.
“들어오거라.”
이처럼 루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달칵 소리와 함께 방 문이 열리며 어린 누이가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슨 일이냐, 루시아?”
루이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기운이라도 얻은 건지, 루시아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오, 오라버니하고 함께 자고 싶어요.”
“혹여 무서운 꿈이라도 꾼 것이냐?”
이 물음에 루시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곧 양 손을 가지런히 모아 제 가슴 위에 올리며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돌아가시잖아요.”
“…….”
“돌아가기 전만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요.”
그 말에 루이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린 누이와 함께 하룻밤 정도 함께 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함께 잔다고 해서 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옛날에는 자주 함께 잤었지.’
물론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였지만 말이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루시아를 향해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이리오거라, 루시아.”
“정말이요?”
“정말이고말고.”
이렇듯 루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루시아는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곧바로 루이의 침대 쪽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는 곧 다이빙을 하듯이 루이의 옆자리에 제 몸을 눕히며 두 눈을 반짝거렸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였다.
하긴 아홉 살 여자 아이가 천진난만하지 않으면 어쩌라는 말인가? 허허, 웃은 루이는 어린 누이가 편히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펴준 뒤에 베개를 내주었다. 그리고 이윽고 자리를 잡은 소녀는 루이의 팔을 꼬옥 붙잡았다.
“오라버니, 도망가시면 안 되어요.”
“도망이라니?”
“제가 자는 사이에 도망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리 말한 루시아는 좀 더 강하게 루이의 팔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런 어린 누이의 행동에 루이는 허허 웃음을 터트리며 루시아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왼손을 들어 루시아의 이마에 붙어있는 금빛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떼어내며 쓰다듬어주었다.
“안심하고 자려무나, 루시아. 내가 널 두고서 도망치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약속해주세요.”
이러한 루이의 말에 루시아는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그 행동에 루이는 곧바로 손을 내밀어 어린 누이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도장도요.”
그 요구에 루이는 루시아의 엄지에 자신의 엄지를 꾹 맞대었다.
“헤헤.”
이처럼 루이가 새끼를 걸고 엄지로 도장을 찍어주자, 어린 누이는 그제야 안심한 듯이 양 볼을 발그레 물들이며 앙증맞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곧 두 눈을 꼬옥 감으며 루이의 손길을 가만히 느꼈다. 그 때문에 그런 지, 넓은 침실에선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나오는 소리 밖에 나지 않았다.
“…….”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주 천천히 소녀의 숨소리가 색색 거리며 흘러나왔다. 벌써 잠에 든 모양이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오늘 하루 종일 손님을 맞이하느라 피곤할 루시아였다.
아무리 운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아홉 살 소녀에겐 다소 버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루이는 곤히 잠든 루시아를 바라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렸다.
“응?”
그 때, 불현듯 루이의 시야 속으로 루시아의 살짝 부푼 가슴이 들어왔다.
다만 그저 부푼 가슴이 아니었다.
힘없이 풀어헤쳐진 잠옷 사이로 루시아의 뽀얀 피부가 여실히 보이고 있었다. 더욱이 창문 너머로 들어온 달빛이 어린 누이의 분홍빛 유두를 선명하게 비추어보여주고 있기까지 했었다. 마치 이제 막 꽃봉오리를 펴려는 꽃과도 같았다.
너무나도 달콤해보였다.
“…….”
그 순간, 루이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이 어린 누이의 가슴을 보고서 얼굴을 붉혔다는 사실을 깨닫곤 경악했다.
‘내가……?’
깜짝 놀란 루이는 다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쿵쿵 뛰는 심장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루이는 어떻게든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한번 뛰기 시작한 가슴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안 되겠다 싶어진 루이는 곤히 잠들어 있는 루시아를 조심스럽게 떼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바람을 쐐기 위해서 방 문을 열자, 문 앞에 서있는 비비안의 모습이 루이의 눈에 들어왔다.
“누님?”
루이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비비안을 불렀다. 그리고 그 부름에 그녀는 잠시 머뭇머뭇 거리다가 이윽고 루이의 몸을 살포시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루루, 오늘밤은 나랑 같이 자자.”
“누, 누님?”
“내일 떠난다며? 그러니까 오늘밤은 나하고 보내줘.”
비비안은 애달픈 목소리로 루이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남성을 매혹시키는 달콤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괜히 악녀라 불린 게 아니었다.
물론 지금의 비비안은 회귀 이전의 비비안과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녀의 매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루이만을 바라보는 비비안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안 그래도 루시아의 젖가슴을 보고서 흥분했던 루이에게 치명적이었다.
“진정하세요, 누님.”
“루루, 혹시 내가 싫은 거니?”
비비안은 거절당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눈물을 글썽였다. 이에 루이는 뻘뻘 식은땀을 흘리다가 이윽고 궁색한 꾀를 내어 말했다.
“잠시 정원을 걸으시죠, 누님. 마침 달빛도 밝아서 운치가 좋습니다.”
“정원? 아, 그래. 루루가 그러자면 그래야지.”
이러한 루이의 말에 비비안은 언제 울상을 지어보였냐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루이의 몸을 살포시 놓아주며 말했다. 덕분에 그제야 한숨 돌린 루이는 자신의 옆에 서는 비비안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달라지셨구나.’
살을 뺀 것도 뺀 것이었지만, 성격마저도 살짝 변해있는 듯이 싶었다. 더욱이 외모가 사람을 결정한다고 했던가? 예전에 살이 쪘을 때보다도 훨씬 더 부드럽게 변해져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유의 날선 미모는 여전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매력적이지.’
이리 생각하며 비비안과 함께 정원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돌연 방 안 쪽에서 비명과도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허엉, 오라버니! 엉엉, 오라버니!”
루시아의 울음 소리였다. 이에 루이는 다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 우는 루시아를 달래주었다. 자기는 여기 있다며 말이다. 하지만 루시아는 좀처럼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루이가 자기를 두고서 도망치려 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소년의 몸을 꽉 붙들었다. 더 이상 도망치지 못 하도록 말이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자, 루이는 비비안을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비비안은 돌아가기 싫단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싫어, 나도 루루랑 잘 거야!”
이리 선언한 비비안은 기어코 루이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때문에 루이의 침대 위에는 비비안까지 더해져, 세 남매가 나란히 눕게 되었다.
‘이러다간 제 명에 못 죽겠군.’
루이는 홀로 눈물을 삼키며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서히 여름이 가시고 가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루시아의 가슴은... 크흠!
ginrneves 님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향향공주 님 : 엌ㅋㅋㅋ 오라버니를 계승ㅋㅋㅋ
예술꽃 님 : 본문에 설명이 나와있지만, 루이는 지금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 이제껏 단 한번도 공략된 적이 없던 랄프 산맥을 기반으로 영지를 두고 있으며, 왕자의 전쟁이 발발했을 때 눈 먼 화살에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후계 없이 죽게 되면 영지가 붕 떠버리게 됩니다. 이걸 미연에 방지 + 루시아를 치켜세우기 위해서 후계자로 삼는 겁니다.
나데스 님 : 글은 철컹철컹하지 않아요!
라이나 류트 님 : 하지만 루시아는 여동생이죠. 흑흑
Astraya 님 : 아버지가 섞였어요. 그냥 배다른 남매요.ㅋㅋ
v아빠곰v 님 : 아니, 제가 뭘 했다고 그러세요 ㅠㅠㅠ 그냥 사랑스러움만 표현했을 뿐입니다! 어허, 뭘 생각하시는 겁니까! 루시아는 원래 지켜보기만 하는 겁니다!
반딧가 님 : 아내 아닙니다. 약혼녀 입니다. 누가 역혼녀를 후계자로 지목합니까?
돼지띠 님 : 이제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완결까지 쭉 달릴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