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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몬스터]
다음날 루이는 예정대로 하폰의 수도, 팔칸을 떠났다.
루시아와 비비안은 점점 멀어지는 루이의 마차를 보며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어지간히도 루이와 헤어지는 게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루이가 탄 마차는 단 한 번의 멈춤도 없어 빠른 속도로 수도를 벗어났다.
물론 루이라고 해서 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소년에게는 아직 해야 될 일이 많이 남아있었다. 루이는 애써 아쉬운 마음을 떨쳐내며 창밖으로 던지던 시선을 거두었다.
그런 다음 마차 안으로 시선을 돌리자,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에이나와 묵묵히 창밖을 주시하고 있는 아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 아니 견인족 소녀를 찾아 이리저리 눈을 돌리자 곧 오독 오독 소리를 내며 과자를 먹고 있는 세람이 보였다.
“맛있느냐?”
루이의 물음에 세람은 별안간 야단맞은 강아지처럼 낑낑 소리를 내며 꼬리를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세람이 먹고 있는 과자는 비비안이 오로지 루이를 위해서 정성껏 만든 과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걸 루이의 허락도 없이 함부로 먹었으니, 당연히 혼이 날 거라고 생각한 세람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루이는 세람을 혼내기는커녕 인자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견인족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맛있느냐?”
루이가 다시금 묻자, 세람은 쫑긋 귀를 세우며 대답했다.
“왕!”
“몇 개 먹었느냐?”
이 물음에 세람은 짐승의 귀를 쫑긋쫑긋 대더니 곧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천천히 대답했다.
“여, 여섯……. 아니, 다섯 개?”
“남은 건?”
이어지는 물음에 세람은 아놀드가 탐을 낼만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가며 대답했다.
“스, 스물.”
“스물?”
“스물 넷…….”
이처럼 세람이 정확히 과자의 개수를 세어 대답하자, 루이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일전에 심심해서 한번 산수를 가르쳐주었었는데, 세람이 그걸 정확히 이해해서 자신에게 대답해주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전부터 수인족들이 영리하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루이였다.
‘만약에 수인족들의 수명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어쩌면 이 세상을 지배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수인족이었겠구나.’
실제로 수인족들이 타고난 신체 능력을 앞세워 대륙을 지배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수가 수인족의 수를 압도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힘의 균형이 인간 쪽으로 넘어갔다.
때문에 수많은 수인족들이 인간의 손에 죽거나 노예가 되었고, 그것을 겨우 피한 수인족들은 인간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숲속에 들어갔다.
수인족이 대륙을 지배하던 영광의 시대는 짧은 수명을 이유로 과거의 저편으로 사라진 것이었다.
“더 먹고 싶으냐?”
“네, 더 먹고 싶어요!”
루이의 물음에 세람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더불어 꼬리가 정신없이 바닥을 쓸었다. 어찌나 세게 쓸던지, 먼지가 다 일어날 지경이었다. 분명 그만큼 먹고 싶다는 뜻일 게 분명했다. 이에 루이는 세람이 먹던 과자 중에 하나를 집어 들고는 입을 열었다.
“난 이거면 됐으니, 나머지는 네가 다 먹거라.”
“왕!”
이렇듯 루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세람은 아구아구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혹시라도 루이에게 들킬까 싶어 조심히 먹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허락을 받았으니 잔뜩 신이 난 채로 먹는 것이었다.
참으로 식탐이 많은 견인족 소녀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누님에게서 과자 좀 더 받아올 걸 그랬나?’
피식,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과자를 깨물어먹었다. 그러자 달콤한 맛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데이지가 좋아하겠군.’
불현듯 데이지가 생각한 루이는 따로 몇 개 더 챙겨둘 생각에서 과자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이미 과자는 세람의 뱃속으로 다 들어간 모양인지, 견인족 소녀는 자신의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배부른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이런.”
그 모습에 쓰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남은 과자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여름과 가을의 경계를 타고서 루이는 하멜른으로 돌아갔다.
“오셨습니까, 영주님?”
루이가 하멜른으로 돌아오자, 아놀드를 비롯한 여러 가신들이 마중나와서 소년을 맞이했다. 심지어 아자젤까지도 나와서 루이를 맞이했다. 이에 루이는 크게 기뻐하는 동시에 가신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가볍게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자, 아놀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몬스터들이 준동하려는 기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놀드의 말에 다들 손을 멈추었다.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는 램지에게 시선을 던지며 물음을 던졌다.
“램지, 성벽은 어떻게 되었지?”
그 물음에 램지는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대답했다.
“당연히 다 완성되었지! 오크 놈들, 쳐들어오라고 해봐! 여기 안으로는 한 발자국도 들이지 못 할 거다!”
이렇듯 자신 있게 소리쳐 말하는 램지의 태도에 루이는 화색을 띠워보였다. 생각보다 성벽 공사가 일찍 끝났기 때문이었다. 이로서 한 가지 시름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성벽만 믿는 것은 금물이었다.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은 그 악명이 타 왕국에까지 전해질 정도로 지독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먹잇감이 풍족한 여름이 가시고, 서서히 빈곤해지는 가을이 다가올 때면 녀석들은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흉포해졌다. 더욱이 성욕 또한 왕성해져, 여러 종족의 암컷들을 사냥하러 무리 지어 내려오기도 했다.
물론 그 여러 종족에는 인간도 포함되어 있었고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멜른은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먹음직한 사냥감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 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 단단히 준비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다들 이토록 긴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지금 이 가을은 하멜른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을이었다.
1년째.
이 말이 상징하는 바는 매우 컸다.
“아자젤, 마을 쪽은 어떻게 되었지?”
“다들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또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남녀 불문하고 훈련을 해둔 상태입니다.”
훌륭했다. 루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번에는 카샨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카샨, 경계에 부족함이 없도록 기해주게.”
“맡겨주십시오.”
귀가 밝고, 발이 빠른 엘프라면 경계에 조금도 문제가 없었다. 더욱이 고지식하다 싶을 정도로 꽉 막힌 엘프의 사고방식은 모든 일을 빈틈없이 처리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만큼 경계에 있어서 엘프가 인간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소화 낼 것이 틀림없었다.
실제로 이제까지 그래주었고 말이다.
“오필리아, 병사들의 훈련은 어떻게 되었지?”
“아, 아직 부족합니다.”
루이의 호명을 받은 오필리아는 살짝 긴장한 기색을 띄우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하지?”
“한 달입니다.”
“한 달……. 보름으로 줄일 수는 없겠느냐?”
이 물음에 오필리아는 훈련 일정을 이리저리 배치하며 생각해보았다. 그리고는 곧 괜찮겠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충분합니다.”
이처럼 오필리아가 힘차게 대답하자, 루이는 그제야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이윽고 루이의 시선이 떨어진 곳을 아벨이었다.
“아벨, 아자젤과 의논하여 쓸만한 자들을 병사로 뽑아라.”
“네!”
아벨이라면 틀림없이 최고의 병사들을 추려낼 것이 분명했다. 이처럼 대략적으로 명령을 내린 루이는 아놀드와 함께 자금 운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된 화제는 단연코 식량 문제였다.
루이는 하멜른이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지 않은 만큼 보다 많은 식량을 비축해두기를 원했다. 반면에 아놀드는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 뒤에 일어난 왕자의 전쟁을 알고 있는 루이는 식량을 비축할 시기가 지금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소 억지를 부려가며 아놀드를 설득했다. 그리고 이러한 루이의 말에 한동안 납득하지 못 하던 아놀드도 결국 두 손, 두 발 들어 올리며 식량을 구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자금이야 충분했으니 말이다.
이로서 하멜른은 식량과 함께 병사를 충원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 또한 준동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저는 그저 우애 좋은 남매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인데...!
향향공주 님 : 루시아는 그렇게 못된 아이가 아닙니다! 암요!
로미루스 님 : 확실히 혈통을 잇게 하기 위해서 근친을 하긴 했죠. 대표적으로 합스부르크
kiacel 님 : 흔하지 않나요?
MardiGras 님 : 대단까지야..ㅎㅎ
트릭스타 님 :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