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1 / 0158 ----------------------------------------------
[몬스터]
며칠 사이 하멜른에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용병들이었다. 슬슬 몬스터들이 활동을 개시하는 계절인 만큼 고용이 되지는 않을까 싶어 모인 것이었다. 물론 목숨이 아까워서 오지 않은 용병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것이 바로 용병이란 족속들이었다.
그들은 루이가 카샤의 가루로 큰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아주 비싼 값에 고용되어 목돈을 만져볼까 해서 모여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루이는 용병들은 단 한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애당초 루이는 용병이란 족속을 신용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용병들 쪽에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쯤이면 대대적으로 용병들을 모집하거나 영지민들을 강제 징집 해야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루이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자, 다들 술렁이기 시작했다.
몇몇은 루이가 병신이라 욕하며 하멜른을 떠났다. 하지만 미련이 남은 용병들은 계속해서 하멜른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자, 서서히 용병들이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다들 버는 돈도 없이 계속 쓰다 보니, 주머니가 그만 가벼워져버린 탓이었다.
특히나 하멜른에는 제법 잘 꾸며진 창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혈기왕성한 용병들이 영주에게 고용되기를 기다리며 창관에 돈을 물쓰듯이 써버린 것이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초조해진 용병들이 술을 잔뜩 마시고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자신들을 고용해달라는 무력시위였다.
물론 루이가 그걸 얌전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전부 다 내쫓아버려라.”
이 말에 아벨과 아자젤이 얼씨구나 좋구나 하며 행패부리를 용병들을 내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내쫓는 용병들이 많아지고, 용병들 사이에서 루이에 대한 안 좋은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아놀드가 넌지시 루이에게 말했다.
“용병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일단 일백 명의 용병만이라도 고용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러한 아놀드의 말에 루이는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그 딴 놈들에게 돈을 쓸 바에는 차라리 병사를 더 뽑겠다.”
이처럼 딱 잘라 말한 루이는 아벨과 아자젤에게 지시를 내려, 아주 싹 뿌리를 뽑게 만들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치안이 삼엄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행패 부리는 용병들의 숫자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물론 하멜른을 떠나는 용병의 숫자도 서서히 늘어났다. 다들 루이가 자신들을 고용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혹시나 싶어서 머무르는 용병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 중에는 루이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을 가진 용병도 있었다.
‘과연 어떻게 나올라나.’
일찍이 루이와 함께 행동했던 호울이었다. 호울은 휘하 용병단을 이끌고서 루이의 호출을 기다렸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호울을 부를 루이가 아니었지만, 반대로 호울을 내쫓을 것도 아니었다.
일단 호울이 이끄는 용병들은 전체적으로 얌전한 편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용병들이 하멜른에 머물고 있으면, 만에 하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급히 고용하기에 좋았다. 물론 그 때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러한 까닭에서 루이와 용병들은 조용히 쉬쉬하며 상대방을 간보았다.
그리고 이 와중에 기사 수행이란 이유로 하멜른을 찾아오는 무리가 있었다. 그 보고를 들은 루이는 혹시나 쓸만한 자가 없을까 싶어, 아벨과 아놀드를 데리고서 여관과 선술집을 방문했다.
‘분명 옥석이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젊은 시절의 철가면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그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루이는 하멜른 내에 존재하는 여관과 선술집을 차례차례 방문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방문을 마치 예견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여관과 선술집에는 중갑을 갖춰 입은 덩치 큰 기사들이 시끄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 한켠에는 여자를 끼고서 낄낄대며 술을 마시는 용병들과 혹시라도 일확천금을 할 수 있는지는 않을까 싶어 교활한 시선으로 사방을 훑어보고 있는 사기꾼들이 있었다.
루이는 이런 세 부류의 사람들을 지나쳐 빈 테이블에 앉았다. 뒤이어 루이의 맞은편에 앉은 아벨과 아놀드는 적당한 안주와 술을 시킨 뒤에 천천히 쓸만한 자를 찾아보았다.
‘꽤나 명망 높은 귀족가의 자제인가? 시종도 제법 차려입고 있군.’
아놀드는 주로 잘 차려 있은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상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쪽으로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반면에 아벨은 신체가 건장하고 자신의 호승심을 불태우는 남성을 주로 훑어보았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이제껏 단 한 번도 아벨의 호승심을 이끌어내는 수행 기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루이는 철가면과 최대한 비슷한 몸을 가진 사람을 찾아 정신없이 눈동자를 굴렸다.
‘철가면만 손에 넣는다면…….’
아벨과 오필리아 그리고 철가면까지 손에 넣는다면 차후 일어날 반란은 이미 진압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루이는 그 순간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상황이란 말인가? 하지만 불운하게도 그 어디에서도 철가면과 비슷한 덩치를 가진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물론 비슷해 보이는 인물이 몇몇 눈에 들어오긴 했으나, 그 특유의 기세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철가면은 보다 광포했지.’
무어라 해야 할까? 마치 일인지하 만인지상을 보는 듯했다. 단신의 힘으로 서른에 달하는 기사들을 모조리 쳐 죽이고, 겨우 수십 밖에 되지 않는 부하들만 데리고서 거점을 점하는 그의 무모함은 루이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공포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벨도 무섭고, 오필리아도 무서웠지만……. 그 중에서도 철가면은 으뜸이라 해도 될 정도로 무서운 자였다.
“쓸만한 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불현듯 아벨이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드는 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아놀드 또한 살짝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두 사람이 고개를 설래설래 젓자, 루이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마지막 하나 남았던 선술집까지 모두 다 둘러본 루이는 대충 주문한 음식을 먹은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나서 밖으로 나가자, 빈 공터에서 이번에 몬스터들에게 사용할 사슬과 그물을 만들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대장장이들은 램지의 지시를 받으며 사슬을 잇고, 아낙네들은 그런 대장장이들을 도와 그물을 짜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사슬과 그물들은 신체 건장한 일꾼들이 창고로 가져다 놓기 위해 바쁘게 들락거렸다.
조금 소란스런 느낌이 들어, 마치 이제 막 장이 들어선 시장과도 같았지만 결코 나쁜 느낌이 아니었다. 루이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서 현장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때, 저 멀리서 꺅꺅 거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드워프란 말이야? 어쩜 이렇게 예쁘게 이을 수가 있을까?”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머리를 산발한 채로 해맑게 웃고 있는 여성이 서있었다. 만약 머리에 꽃을 꽂고 있었다면 그야말로 광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은데?’
루이는 잠시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때, 그물을 어깨 위에 잔뜩 짊어진 청년이 여성 쪽으로 다가가고 있는 게 보였다.
‘……이런!’
그 광경에 루이는 다급히 발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왜냐하면 어깨 위에 잔뜩 짊어져 있는 그물 탓에 시야가 가려진 청년이 여성을 미처 발견하지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대로 여성은 램지가 만든 사슬을 정신없이 구경하느라 청년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조금도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놔둔다면 틀림없이 여성과 청년이 부닥쳐, 둘 중 한명이 그물에 깔리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어쩌면 크게 다칠지도 몰랐다. 이러한 생각에서 루이는 무작정 앞으로 걸음을 옮겨 여성의 손을 잡아당겼다.
“아!”
그 순간, 여성은 짤막하게 탄성을 터트리며 루이 곁으로 당겨졌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그물을 잔뜩 짊어진 청년은 ‘거 참, 조심 좀 하쇼!’라고 소리치고는 쌩 하니 지나쳐갔다. 그걸 본 여성은 그제야 자신이 일꾼과 부닥칠 뻔 했단 걸 깨닫곤 루이를 향해 생글생글 웃었다.
“……고마워요, 꼬마 도련님.”
“…….”
그 말소리를 듣는 순간, 루이는 저도 모르게 와락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이건 단순히 꼬마 도련님이란 이야기를 들어서가 아니었다.
‘그래, 분명히 그 여자도…….’
지하 감옥에 갇혀있던 자신을 찾아와 말했었다. ‘철부지 도련님’이라고 말이다. 그래, 기억이 났다. 그 날, 잠깐 만났던 게 전부였기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루이는 숨을 크게 들이켜며 여성을 마주보았다.
그래, 다소 앳되어 보이긴 하지만 틀림없이 그녀였다.
‘……비앙카.’
발석거부터 시작해서 토성까지 만들어낸 장본인……. 심지어 하폰의 수도, 팔칸을 함락시킬 뻔 했던 공전 무기를 만들어낸 그녀가 바로 지금 루이의 눈앞에 있었다.
“…….”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루이는 천천히 비앙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런 소년의 시선에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루이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작고 보드라운 게,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어린 소년인 주제에 자신을 잡아당기던 힘을 성인 못지않게 강하기까지 했다.
“주군.”
그 때, 아벨과 아놀드가 다급히 루이의 곁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비앙카의 시선이 그 둘에게 향했다. 그러나 이윽고 그녀는 흥미를 잃은 듯이 다시금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소년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한편 루이는 무어라 말을 해야지,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끙끙 앓으며 고민에 빠졌다.
‘이럴 때, 아자젤이 있었다면…….’
이때만큼 아자젤이 안타까운 적이 없었다. 루이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가 이윽고 여성이 램지가 만든 사슬을 보며 꺅꺅 거렸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대, 혹시 드워프에게 관심이 있나?”
“네, 그럼요. 당연히 관심 있죠.”
비앙카는 사뭇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실제로 루이의 손에 잡혀있는 그녀의 손이 흥분감에 벌벌 떨고 있었다. 그걸 느낀 루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날 따라오게.”
이리 말한 루이는 비앙카를 램지에게로 데려갔다. 물론 작업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 하도록 일꾼들이 잠시 가로막긴 했지만, 루이가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자 다들 아연실색하며 서둘러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이윽고 램지 앞에 선 루이는 드워프에게 비앙카를 소개시켜주었다. 물론 램지는 질색했지만, 비앙카는 전혀 아닌 모양인지 온갖 호들갑을 떨며 드워프에 대한 찬양을 늘여놓았다. 거의 광적인 찬양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램지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아무래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가 칭찬해주는 것만큼 기쁜 일은 또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것이 진심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처럼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자, 루이는 비앙카에게 공방에서 일을 해보지 않겠냐며 넌지시 제안을 했다.
“램지와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 물론 지원은 원하는 대로 해주마.”
이처럼 루이가 제안하자, 비앙카는 활짝 얼굴을 펴며 루이의 손을 꽉 붙잡았다.
“네, 하겠사와요. 하고 말고요, 영주님!”
그녀의 목소리는 생기로 가득했다.
지하 감옥에서 들었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말이다.
루이는 새삼 가슴이 뛰는 걸 느끼며 슬쩍 웃었다.
============================ 작품 후기 ============================
회귀 이전에 오필리아한테 화승총 건네준 사람이 바로 비앙카입니다.
향향공주 님 : 아뇨, 제 소설에도 착한 주인공들이 많습니다. 로얄의 주인공이 대표적이죠.
나데스 님 : 절 너무 그렇게 핡지 마세요! 루시아를 핥으세요! 루시아! 하악하악
대표형 님 : 고민 중입니다. 루시아를 어떻게 해야할지... 계속 고민되네요.
starkeeper 님 : 불쾌감을 느끼셨다니, 죄송합니다.
DㅡAND 님 : 배다른 남매입니다.
실버얌 님 : 국왕은 진작 나왔습니다. 다만 병들고 늙어서 아슬롯에게 거의 대부분을 물려준 상태죠. 사실상 아슬롯이 국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오는날엔우울해 님 : 네? 지, 진심이세요? 오크 족장의 딸이라니욬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