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82화 (8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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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몬스터들이 하멜른의 성벽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모여든 것은 오크 무리였다. 꽤나 질긴 악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루이는 아벨과 함께 성벽 위로 올라가 병사들을 다독였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몬스터들의 숫자에 압도된 병사들의 표정은 좀처럼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보였다.

“많이도 왔군.”

반면에 루이는 무수히 많은 오크들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에 아벨은 신기하단 표정으로 루이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아벨, 그 또한 이렇게 많은 몬스터들을 처음 보았다기에 꽤나 긴장한 상태였다. 그런데 루이는 긴장하긴 커녕 초탈한 모습마저도 보여주고 있으니, 누가 보면 이미 삶을 포기한 줄 착각할 정도였다.

‘신기하신 분이야, 역시.’

아벨은 한동안 루이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소년의 시선이 자신 쪽으로 향했다는 것을 깨닫곤 서둘러 입을 열었다.

“만만치 않을 겁니다.”

“긴장되나?”

“긴장됩니다.”

아벨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에 루이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하멜른을 공격하기 위해서 모여든 몬스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충 보이는 것만 세어보아도 일천은 되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그 점이 병사들에게 심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건 병사들을 이끌어야 되는 지휘관들을 마찬가지였다.

“긴장하지 마라, 아벨. 이 전투는 단지 신호탄일 뿐이다.”

루이는 피부로 전해지는 전투의 고양감을 맛보았다.

이 얼마나 그리운 고양감이란 말인가? 일찍이 수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을 이끌었던 루이였기에 이것은 너무나도 가벼운 전투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심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누차 말하지만 이건 하멜른의 1년이었다.

여기서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서 하멜른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몬스터들의 공격을 버티지 못 해, 하멜른이 쑥대밭이 되거나 그에 준하는 피해를 받으며 이긴다면 하멜른은 더 이상 사람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하멜른으로 오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하멜른이 몬스터들을 거뜬하게 막아낸다면 화전민은 물론이고 자유민들마저도 하멜른으로 몰려들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 화전민들뿐이겠는가? 작게는 짐수레를 이끄는 상인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상단을 이끄는 상인들이 끝없이 몰려들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여행자도 있을 테고, 랄프 산맥의 신비를 캐내고자 찾는 학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멜른이 대도시로 발돋움하는 것이었다.

그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흐르는 듯했다.

“……우리는 이길 것이다.”

루이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아벨은 자신의 활을 꽉 붙잡았다. 이렇게 루이의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흥분되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저토록 생기 넘치게 말하는 루이와 마주하고 있자니, 가슴 한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기겠습니다.”

아벨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 있게 소리쳐 대답했다.

그리고 이처럼 몬스터들의 공격에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끝마치고서 끈기 있게 기다리자, 곧 오크들이 하나둘씩 참지 못 하고 하멜른의 성벽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저들도 굶주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애당초 인간처럼 보급을 맡을 몬스터들이 없으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굶주림이 절정에 달했을 때, 오크들의 흉포함이 하늘을 찔렀다.

“온다!”

그 때였다.

오크들이 오크 족장의 지휘에 맞춰 일제히 하멜른의 성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크워어어어어어!!”

일천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일제히 하멜른을 향해 달려드는 장면을 실로 장관이었다. 작게는 고블린과 코볼트 그리고 오크, 많게는 집채만 한 오우거까지!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뒤섞여있었다.

“쏴라!”

“놈들이 성벽에 접근하게 놔두지 마라!”

아벨을 포함한 카샨, 아자젤이 크게 소리치며 궁수들을 다그치자, 다들 몬스터들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이처럼 쏘아진 화살은 하늘을 일순 까맣게 물들이며 몬스터들 위로 쏟아졌다.

“취이익!”

“췻!”

“키에엑!”

소나기처럼 쏘아진 화살은 몬스터들의 가죽을 꿰뚫으며 박혔다. 몇몇은 그 공격을 견디지 못 하고 나자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우거를 비롯한 대형 몬스터들은 화살이 간지럽다는 듯이 성난 포효를 터트리며 성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막아라!”

“쏴라!”

이처럼 오우거들이 쿵쿵 발소리를 내며 성벽을 향해 달려들자, 지휘관들이 저마다 크게 소리치며 오우거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아무리 성벽이 개량되었다고는 하지만 집채만 한 오우거가 달려들어 부닥친다면 그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크워어억!”

그 때, 화살 하나가 쏘아져 나가 오우거의 눈을 정확하게 맞췄다. 아벨의 화살이었다! 그리고 그 화살에 맞은 오우거는 자기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다가 결국 뒤에서 달려오던 오우거와 부닥치며 땅바닥을 꼴사납게 뒹굴고 말았다.

실로 통쾌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아벨 혼자서 오우거들을 감당하기엔 적들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았다. 물론 다른 병사들이 쏜 화살에 몇몇 오우거가 죽긴 했으나, 아직도 멀쩡한 오우거들이 성벽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충격에 대비하라!”

결국 오우거의 접근을 허용하고 말자, 아벨이 크게 소리치며 충격에 대비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필리아가 크게 소리치며 성인 남성의 머리통만한 흑색 구체를 집어 들었다.

“투척!”

소녀가 큰 소리로 호령하며 흑색 구체를 던지자, 휘하 병사들이 일제히 오우거들을 향해 던졌다.

콰앙!

“크어어!”

정확히 오우거의 앞으로 날아간 폭탄은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폭발했다. 그리고 그 폭발로 비산한 철조각들이 오우거는 물론이고 그 주변에 있던 온갖 몬스터들의 몸을 짓이겨 버렸다.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와아아아!”

이처럼 다수의 오우거들이 쓰러지자, 하멜른의 병사들이 저마다 환호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환호성은 금세 끊어졌다. 왜냐하면 몬스터들이 다시금 끝없이 몰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나쁘지 않군.’

한편 루이는 성벽 위에서 전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들 이 날을 위해서 열심히 훈련을 한 만큼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나 램지가 만든 폭탄은 루이의 혼을 쏙 뺄 만큼 굉장한 위력을 뽐내고 있었다. 일찍이 오필리아에게 듣기는 했지만, 설마 저 정도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크기만 좀 더 죽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하지만 이런 엄청난 위력을 가진 폭탄도 한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너무 무겁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한 사람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폭탄이 한 개에 두 개가 한계였다.

물론 그 크기를 줄이면 문제가 해결되긴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작아져 위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더욱이 심지가 짧아서 금방 폭발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 폭탄은 당장 왕자의 전쟁에 대비해서 쓰기에 적당하지 않아보였다.

여하튼 루이는 차분히 전장을 훑어보았다.

“와아아아아!”

사기가 바짝 오른 병사들의 공격에 몬스터들은 하멜른의 성벽에 닿기도 전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더욱이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에게 압도되었던 병사들이 하나 둘씩 긴장을 풀며 능숙하게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기까지 했다.

‘문제는 공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는 것이겠지.’

만약에 이게 인간 대 인간의 전투였다면 해가 저무는 것과 동시에 공격이 멎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살아있는 생명체인 이상 피로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식사를 할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항상 굶주려있었고, 식량은 죽은 몬스터들의 팔다리를 뜯어먹으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저들은 약탈자였다.

이토록 근사한 보상이 바로 눈앞에 놓여있는데, 잠이 오겠는가? 더욱이 몬스터들 중에는 야행성인 몬스터들도 있었다.

분명 전투는 밤까지 이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으아아악!”

“막아!”

그때였다.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루이는 재빨리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눈을 돌렸다. 그러자 곧 소년의 눈에 하피들에게 공격받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피까지 있다고?’

반인반조인 하피는 상반신이 여성이고 하반신이 새의 모양을 하고 있는 괴조이다. 주로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잇감을 사냥하고는 그러는데, 의외로 겁이 많아서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공격하지 않는 종족이었다. 그런데 그 종족이 돌연 성벽 위의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으니, 루이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클라우드, 따라와라!”

크게 소리쳐 말한 루이는 화승총을 챙긴 뒤에 클라우드와 함께 하피 무리에게 공격받고 있는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이윽고 전투 현장에 도착한 루이는 곧장 총구를 들어 발톱으로 병사 하나를 부여잡고 있는 하피에게 겨누었다.

그리고 곧 방아쇠를 당기자, 탕! 소리와 함께 하피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키에에엑!”

그 순간, 하피들이 사납게 울부짖으며 루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걸 얌전히 두고 볼 클라우드가 아니었다. 그는 견인족의 우두머리답게 사납게 울부짖으며 휘하 전사로 데려온 견인족들과 함께 하피들을 향해 달려들어 루이를 지켰다.

충성심이 매우 높은 만큼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루이를 지키려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기대대로 견인족들은 훌륭하게 하피들의 앞을 가로막았고, 그 틈에 루이가 거듭 발포하자 하피가 하나둘씩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결국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하피들이 저마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색이 된 채로 하피들의 공격을 받던 병사들이 저마다 환호성을 터트리며 루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루이는 총구를 위로 치켜 들며 소리쳤다.

“집중해라! 아직 적들이 남아있다!”

이처럼 루이가 크게 소리치자, 환호성을 터트리던 병사들도 다급히 제 무기를 주워들며 성벽 위로 기어 올라오려고 하는 몬스터들을 쳐내거나 목을 베었다.

‘온갖 몬스터들이 있다더니……. 생각보다 힘들어지겠구나.’

루이는 크게 숨을 들이켜며 전장을 돌아보았다.

============================ 작품 후기 ============================

지금 나온 일천이 끝이 아닙니다. 몬스터 웨이브 형식으로 해서 계속 몰려옵니다.

팀워크 님 : 네, 감사합니다!

나데스 님 : 히익!

향향공주 님 : 엌ㅋ 오필리아 킁카킁카ㅋㅋ 맘에 드네요

지나가는1인 님 : 안 될겁니다. 루시아는... 조아라에서 허락해주지 않을 거에요.

FatalError 님 : 근친은 안 된다고 명확하게 적혀있더라고요. 그래서 안 될 것 같습니다.

bd14 님 : 자주 안 쓰는 편인데, 많이 거슬리셨나보네요. 되도록 안 쓰도록 하겠습니다.

시원섭섭 님 : 저도 연참하고 싶지만, 매일 연재 하는 게, 한계입니다. 쿠폰은 넣어두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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