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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몬스터들의 공격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막아내는 하멜른의 병사들 또한 만만치 않았다. 무수히 많은 화살들이 몬스터들을 향해 쏟아졌고, 화승총 또한 시꺼먼 연기를 뿜어내며 몬스터들을 고꾸라트렸다.
“쿠오오오오!”
그러나 계속해서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내기엔 체력이 뒤받쳐주지 못 했다. 하루 이틀이야, 교대로 쉬면서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일주일이 되자, 다들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잔뜩 끼어있었고, 아벨을 비롯한 가신들은 피를 토할 것처럼 기침을 해대고 있었다. 실제로 오필리아는 성대가 상한 모양인지, 때때로 피가 섞인 가래침을 뱉고 있었다.
아무리 대비를 하고 있었다지만 일주일밤낮으로 치러진 전투를 버텨내기엔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빌어먹을 몬스터들!’
루이 또한 슬슬 진절머리가 나려고 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하멜른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까도 생각했다. 들어보니, 광산 쪽은 아직 공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그 쪽으로 하멜른의 영지민들을 이주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무리다.’
그래, 옮기는 것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시 기반을 세우고, 카샤의 가루를 확보하려고 한다면 분명 적잖은 시간이 들어갈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년이 바로 왕자의 전쟁이었다.
‘하다 못 해 5년 전……. 아니, 2년 전으로만 돌아갔어도.’
왜 하필 열 살로 돌아온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대로 불만을 토로하기엔 상황이 너무나도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첫날 물러났던 하피들이 계속해서 하멜른 위로 날아다니며 병사들의 심기를 살살 건드리고 있었다.
마치 사람들이 죽기를 기다리는 까마귀 떼를 보는 듯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그 때, 아벨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말에 루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벨의 말대로 이대로는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도망을 치던가, 결판을 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결판이라 하면, 바로 몬스터들의 뒤에서 크게 소리치고 있는 오크 족장을 일컫는 것이었다.
그 놈들만 죽여도 오크의 태반이 물러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 어느 정도의 숨통이 트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어떻게든, 병사들의 체력이 바닥나기 전에 오크 족장을 죽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루이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원군을 부를 수만 있다면.’
이때만큼 원군이 간절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루이는 당시 랄프 산맥의 영토를 위임받을 때, 주변 귀족들의 원조를 일절 받지 않겠노라고 못 박아서 이야기했었다. 그런 이상 주변 귀족들의 도움을 구할 수는 없었다.
물론 약혼녀 에이나를 빌미로 테일 백작에게 원군을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테일 백작은 에드윈 백작과의 영지전에서 승리한 뒤에 한참 영지를 안정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몬스터 습격은 이곳 하멜른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랄프 산맥과 조금이라도 닿아있는 곳이라면 여지없이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게 되어있었다. 그런 이상 타 귀족의 도움을 바라는 건, 꿈에도 꿀 수 없었다.
“결판을 내자.”
이윽고 루이는 결정을 내렸다. 이곳을 버리고 가기에는 내년이 너무나도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버리고 간다고 해서 무조건 몬스터들이 광산 지역 쪽을 공격하지 말란 법은 또 없었다.
그 사실을 아벨 또한 잘 알고 있었기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사들을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루이는 도시의 수비를 맡고 있는 다크 엘프 오르가를 불렀다.
그 동안 혹시 모를 몬스터들의 공격에 대비해서 오르가를 도시 내에 배치해두었지만, 결판을 내기로 결정을 내린 이상 다크 엘프를 확실하게 동원할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그 동안 상대적으로 전투를 덜 했을 테니, 체력이 많이 보전되어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 죽음을 신봉하는 그들이라면 몸이 한참 달아올라 있을 것이다.
“오르가, 준비해라.”
“드디어인가!”
오르가는 기쁨에 찬 표정을 지어보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마치 절정에 달하려는 여자처럼 말이다. 루이는 그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바라보았으나, 이윽고 고개를 돌려 다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정해진 인선은 아벨과 아자젤 그리고 클라우드와 오르가. 마지막으로 루이였다. 이 때, 루이가 자기가 직접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모두가 반대했다. 루이가 참여하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전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루이는 단호했다. 오히려 이리 말했다.
“내가 나서야지 그대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서 하멜른으로 귀환할 것이 아닌가?”
이러한 루이의 말에 다들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필리아는 끝까지 울며불며, 차라리 자기가 대신해서 가겠다며 소리쳤다. 그러나 루이는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가야된다며 일축하고는 준비를 마쳤다.
“정말로 가셔야 되겠습니까?”
아자젤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루이는 슬쩍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내가 가야한다.”
딱 잘라 말한 루이는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그 후, 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문을 열어라!”
루이의 외침에 맞춰, 나무 위에 철제를 덧대어 만든 성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드르륵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몬스터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끓는 기름에 익어 죽은 몬스터들의 시체가 개미떼마냥 잔뜩 쌓여있었다.
성문을 열 때, 몬스터들이 접근하지 못 하도록 끓는 기름을 뿌린 것인데 그것이 이토록 끔찍한 광경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루이는 잠시 숨을 들이켰다가 이윽고 검을 앞으로 내지르며 소리쳤다.
“……돌격!!”
그 외침이 실로 비장했다.
아벨과 아자젤은 서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앞으로 내달렸고, 그 뒤를 이어서 병사들이 따랐다.
“크워어어!”
말을 탄 아벨과 아자젤 그리고 그 병사들이 성벽 밖으로 쏟아져 나가자, 몬스터들이 그 앞을 가로막으며 크게 포효를 터트렸다. 그러나 아자젤은 창대를 내질러 녀석의 목을 꿰뚫는 것으로 그 소리를 멈추게 했다.
“뚫어라! 계속 나아가라!”
“와아아아!”
모두가 분기탱천해선 아자젤의 뒤를 쫓았다. 아벨 또한 질 수 없단 듯이 검을 휘두르며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을 베어 넘겼다. 그러다가 문득 집채만 한 대형 몬스터가 뿌리째 뽑힌 나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후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아벨의 등골이 오싹해져왔다. 저런 공격에 얻어맞게 된다면 뼈도 못 추리고 죽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벨은 그런 둔한 공격에 얻어맞을 만큼 느리지 않았다.
아벨은 재빠르게 말고삐를 잡아당겨 방향을 선회한 뒤에 대형 몬스터의 등 뒤를 점했다.
“크워어어!”
아벨의 검이 오우거의 등허리를 베었다. 그러나 그 깊이가 얇았다. 아차 싶은 아벨은 재빨리 도망치기 위해 말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오우거는 그런 아벨을 순순히 놓아줄 생각이 없단 듯이 사납게 으르렁대며 뒤돌아섰다.
타인!
그때였다. 성난 총소리와 함께 오우거의 몸이 휘청였다. 아벨은 그 틈에 오우거의 시야 밖으로 도망친 뒤에 있는 힘껏 검을 휘둘러 오우거의 발목 힘줄을 잘라내었다.
“크어어!”
이 공격에 오우거는 중심을 잃고 뒤로 끄러졌고, 아벨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서 쓰러진 오우거의 목줄기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묵을 꿰뚫다시피 한 찌르기에 오우거는 꺽꺽 힘겹게 숨을 토해내었다. 쿵쿵 양 팔을 휘두르기까지 했지만, 마구잡이식의 공격이었기에 아벨의 몸을 잡기란 무리였다. 결국 오우거는 피거품을 물며 죽고 말았다.
“계속 돌격하라!”
그걸 확인한 아벨은 재차 소리치며 병사들을 다그쳤다. 아직까지 가야 될 길이 멀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아벨은 아까 전에 총성이 들려왔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이리저리 총구를 돌리며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루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놀라운 소년이었다. 괜히 왕족인 것이 아니었다.
물론 혈통을 믿는 건 아니었지만, 루이를 통해서 새삼 혈통을 깨닫는 아벨이었다.
한편 루이는 좀처럼 길이 뚫리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을 느꼈다. 괜히 밖으로 나온 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는 자신의 곁에서 호위하고 있는 오르가를 향해 말했다.
“오르가, 길을 뚫을 수 있겠나?”
“물론.”
오르가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에 루이는 스읍, 숨을 들이켜고는 차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길을 뚫어라, 오르가. 전부 죽여 버려.”
이렇듯 루이의 명령이 떨어지자, 오르가는 휘한 다크 엘프 열다섯을 이끌고서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이처럼 공백이 생기자, 오크나 고블린 같은 몬스터들이 루이를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에 루이는 신경질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들의 목과 팔을 베었다.
“……다크 엘프의 뒤를 쫓아라! 그들이 길을 뚫을 것이다!”
이러한 루이의 외침에 맞춰 병사들이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갖가지 몬스터들이 병사들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그 때마다 다크 엘프들이 귀신같이 나타나 몬스터들을 베었다. 그 모습을 보니, 루이는 새삼 다크 엘프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동화 속 이야기가 아주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었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그림자에 동화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살과 피로 이루어진 생명체였기에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틀림없이 대단한 존재인 것은 틀림없었다.
“뚫렸다! 곧장 내달려라!”
그 때, 아자젤이 크게 소리쳤다. 그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오르가가 단신의 힘으로 오우거를 쓰러트리며 길을 여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이 흡사 철가면과도 같아 보였다. 확실히 저런 패도적인 분위기를 내뿜었었다.
다만 틀린 게 있다면 오르가는 좀 더 요염함을 품고 있었다. 분명 다크 엘프 특유의 분위기 일 것이 틀림없었다.
“죽여!”
“크워어어어!”
드디어 오크 족장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벨과 아자젤은 병사들을 다그치며 오크 족장을 공격했다. 클라우드는 빠른 기동력을 이용해서 후방을 지켰다. 오크 족장을 쓰러트린 뒤에 다시 하멜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퇴로가 남아있어야 되었기 때문이었다.
타앙!
루이는 거듭 화승총을 쏘며 오크 족장을 착실하게 쓰러트려 나아갔다. 더불어 전장을 쭉 훑어보았다.
‘진작 다크 엘프들을 사용할 걸 그랬군.’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크 엘프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만약에 이 중에 하나라도 잃는다면 루이로서는 실로 뼈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까닭에서 루이는 보다 바쁘게 움직이며 혹시라도 위험에 빠지는 이들이 없도록 엄호했다.
그리고 그렇게 오크 족장의 대부분을 처리했을 무렵, 돌연 머리 위쪽에서 퍼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 날갯짓 소리에 고개를 치켜든 순간 하피 무리가 루이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이에 루이는 재빨리 화승총을 위로 들어 올려 하피를 향해 쏘았다.
타앙!
“컥……!”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가는 순간 하피의 발톱이 루이의 어깨를 꽉 물었다. 동시에 녀석의 거대한 몸체가 루이의 몸을 덮었다.
“주군!”
저 멀리서 아벨과 아자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루이는 그 말에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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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엘프는 역시...
나데스 님 : 꾸준히 하겠습니다! 걱정마세요!
향향공주 님 : 엌ㅋ 모르모틐ㅋㅋ
halem 님 : 아뇨, 정도로 할 생각은 없습니다.ㅋㅋ
잘되기를 님 : 아껴두고 있던 겁니다.ㅋㅋ
Blood╋Moon 님 : 히익.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