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94화 (9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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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고]

밀튼 다음에는 휴안 차례였다.

휴안의 경우에는 이미 루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무언가를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휴안이 밀튼과 루이의 관계를 오해하지 않도록 잘 조율해주기만 하면 되었다.

요는 이렇다.

나는 밀튼과 휴안 둘 다 좋다. 그러니 둘 중에 그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다. 나를 존중해 달라.

밀튼은 이러한 루이의 태도를 비난했지만, 휴안은 그러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애당초 그는 타인을 극도로 존중해주는 상냥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주변에 충신이 즐비해있었다면 틀림없이 성군이 되었을 휴안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난세였다.

난세에는 오로지 간신배들만 즐비할 뿐이었다. 하물며 그것이 왕의 주변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루이는 휴안을 찾아가 말했다.

“저는 빠른 시일 내로 비비안 누님과 루시아를 데리고서 하멜른으로 돌아갈 겁니다.”

“루시아는 하멜른의 후계자이니 넘어가고, 비비안은 어째서이냐?”

휴안은 나직이 물었다. 추궁의 뜻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루이가 가진 의중이 궁금한 것 뿐이었다. 이에 소년은 공손히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철저하게 중립의 입장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루이, 나는 네가 내 편에 서줄 줄 알았다.”

“저 또한 휴안 형님을 돕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저는 이런 큰 결정을 내리기엔 그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하물며 이것은 왕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감히 제가 이런 일에 발을 들여도 되는 것인지 심히 걱정됩니다.”

“흠…….”

휴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걸 본 루이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저는 형님들이 서로 다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피를 나눈 형제끼리 어찌 다툰다는 말입니까?”

“루이야, 그건 네가 아직 어리기에 모르는 것이다. 이것은 그렇게 간단히 치부할 일이 아니다.”

“형님…….”

루이는 일부러 안타까움에 가득찬 목소리를 내었다. 이걸로 끝이 났다. 휴안은 루이는 아직 어린 막내로 인지했고, 그것은 곧 동정으로 변했다. 의젓한 막내에서 아직 마음이 여린 막내가 된 것이다. 루이는 그것에 만족하며 조용히 휴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런 막내의 시선에 휴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눈동자에는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

“미안하구나.”

휴안의 사과에 루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께서 그리 결정을 내리셨다면 그것이 옳다는 것이겠죠.”

“고맙구나. 그리고 미안하구나. 내가 막내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주었구나.”

허허 웃은 휴안은 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무척이나 큰 손이었다. 동시에 따스했다. 확실히 휴안 같은 이가 가지기에 적합한 손이었다. 루이는 조용히 휴안을 올려다보았다. 아마도 지금 이 모습이 루이가 보는 휴안의 마지막 모습이 될 것이 분명했다.

루이와 휴안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몇 마디 간단히 말을 나눈 뒤에 헤어졌다.

이로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루이는 하멜른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두르는 동시에 다음 날 있을 귀족 회의에 참석했다.

모든 귀족들은 자연스럽게 루이 쪽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오늘 루이가 이렇게 참석하는 건, 근 일주일 만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루이가 왕성을 떠날 준비를 부산하게 하고 있으니, 드디어 루이가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귀족들의 예상대로 루이는 자신의 결단을 내비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루이는 귀족 회의가 한참 달아오를 때까지 기다린 뒤에 자신의 결단을 모두에게 내비쳤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까닭은 제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일단 저는 밀튼 형님과 휴안 형님. 그 누구의 편에도 들 생각이 없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지금 중요한 것은 랄프 산맥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거의 모든 것을 랄프 산맥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서 저는 누군가의 편에 들 여력이 없으며, 설혹 편을 든다고 하더라도 거의 도움이 되지 못 할 겁니다.”

틀린 말이었다. 루이가 가지고 있는 카샤의 가루만 하더라도 많은 자금을 긁어모을 수 있었다. 세력을 키우는데, 있어서 더없이 유용한 카드였다. 그러나 그 누구 한명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괜히 여기서 이의를 제기했다가 루이가 마음을 틀어 반대편에 가담하게 된다면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밀튼과 휴안, 두 왕자 모두 루이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것은 즉, 이미 사전에 합의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애당초 사전에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면 밀튼이 루이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여하튼 이러한 까닭에서 귀족들은 조용히 수긍해주었다. 또 몇몇은 안도했다. 차라리 루이가 끼어들어 판이 일그러지느니, 이렇게 조용히 중립의 편에 서도록 하는 편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루이가 랄프 산맥을 틀어막고 있으면 있어줄수록 귀족들의 거동은 보다 편했다. 물론 밀튼의 최측근들이 이러한 루이의 제안을 달갑게 받아들 리가 없었다. 더욱이 랄프 산맥에 근접한 영지의 대부분은 휴안의 세력들이었다. 결국 여기서 유리한 고지를 가지고 가는 건, 휴안의 귀족 세력이었다.

이 때문에 밀튼의 최측근들이 무언가 불만을 표시하려는 찰나 밀튼이 입을 열었다.

“비비안과 약혼하거라.”

그 말은 최측근의 입을 다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루이가 비비안과 약혼을 한다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배신에 미리 대비해둘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물며 밀튼의 외척 입장에선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었다.

“하겠습니다.”

이처럼 뜻이 일치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양 쪽 귀족들은 언제 싸웠냐는 듯이 루이의 중립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고 더불어 비비안과의 혼인을 루이가 16살 성인이 되는 날로 정했다. 그리고 덧붙여 비비안을 하멜른으로 보내는 것에도 동의했다.

이걸로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루이는 귀족들이 내놓은 결과를 고분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중립의 입장에 섰고, 그 길로 루이는 비비안과 루시아를 데리고서 하폰의 수도, 팔칸을 떠났다.

마차는 두 대로 나누어 탔다. 하나는 루이의 가신들이 타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루이가 누이들과 함께 타고 가는 마차였다. 루시아와 비비안은 마차를 타고 가는 내내 루이의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루이는 활짝 웃는 두 누이를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특히나 비비안과 약혼을 했다는 생각하니,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와 비비안 누님이 이런 관계가 될 줄이야.’

쓰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재잘재잘 떠는 두 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먼저 약혼한 에이나가 떠올랐다. 그녀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약혼을 파기하고 테일 백작령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에이나가 스스로 첩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녀는 백작의 영애였다.

그것을 백작이 허락할 리가 없었다.

여하튼 루이는 잠시 약혼 문제를 접어두었다. 어차피 열여섯까지 되려면 아직 많이 남은데다가 그 때까지 밀튼이 살아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루이는 지금의 평화를 만끽하며 두 누이와 함께 여행길을 즐겼다. 그리고 그렇게 보름이 지나 하멜른에 도착한 루이는 귀족들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당장 두 왕자가 맞붙을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방 영주들의 이야기는 다소 달랐다.

몇몇 귀족들은 벌써부터 상대 세력의 귀족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몇몇 귀족들은 당연하게도 밀튼의 비호를 받고 있는 귀족들이었다.

호전적인 밀튼이라면 분명 지방 귀족들을 이용해서 시비를 걸 것이 분명했다. 더욱이 루이에게 받은 3만의 금화도 있었다. 무엇하나 꿀릴 것이 없으니, 먼저 전초전을 일으킨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전쟁의 기본은 상대의 팔다리를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밀튼은 놀랍도록 신속하게 그리고 일사분란하게 휴안의 세력을 압박해갔다.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서, 그걸 지켜보는 루이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하물며 루이처럼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던 휴안의 세력은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다들 속수무책을 당했다. 그리고 뒤늦게 이 소동의 배후에 밀튼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들 벌떼처럼 일어났다. 분명 밀튼의 고의로 퍼트린 것이 틀림없었다. 악질이었다.

실제로 휴안의 귀족들이 밀튼에게 항의했을 때, 지방 귀족들의 영지가 대부분 잿더미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휴안의 귀족들이 항의한다고 해서 밀튼이 들어먹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꼬우면 덤벼보란 식으로 휴안의 귀족들을 도발했다. 물론 그 도발을 받아들이기에는 휴안의 세력은 너무나도 비참하게 메말라있었다.

이 피해를 추스르려면 최소 한 계절은 필요했다.

이제 여기선 휴안의 결단만 남은 것이었다. 실제로 휴안은 다음해, 여름이 되던 날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회귀 이전에 밀튼이 봄부터 전초전을 벌였던 것을 고려해보면 이보다 더 일찍 결단을 내릴지도 몰랐다.

============================ 작품 후기 ============================

아슬롯이 문무 겸비라면 밀튼은 무, 휴안은 문이죠.

향향공주 님 : 엌ㅋㅋㅋ 역시 남자형제따윈!

이키다스 님 : 루이도 나름 쎄긴 한데.. 육체의 한계가!

우월정자매 님 : 그렇죠.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죠.

AliceChong 님 : 하지만 아직 더 큰 고비가 남아있죠

도즈 님 : 지금 루이가 노리는 게 그건데요?

그눈건 님 : 음, 합법적으로 노려보려 합니다

매후 님 : 이웃집 그녀는 부인함락이란 이름으로 레진에 정식 서비스 중이고, 러브 비트는 습작입니다.ㅎ

거사거사 님 : 이제와서 설정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다음에 또 회귀물을 쓰게 된다면 고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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