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95화 (9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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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고]

이처럼 밀튼과 휴안이 서로 다투고 있는 사이, 루이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상단을 꾸렸다.

아놀드에게 시킬 수도 있었지만, 루이는 루시아와 비비안에게 좀 더 세상을 구경시켜주고 싶다는 이유에서 일부러 직접 준비했다. 더욱이 이번에 목적한 장소는 태호란 별난 이름을 가진 도시였다.

태호는 다른 나라로 통하는 도시인데, 일종의 무역 기지를 담당하고 있는 도시였다.

덕분에 그곳의 문화는 하폰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도 조금씩 섞여있었다. 상당히 이색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었다.

분명 두 누이가 좋아할 것이 틀림없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루이가 태호로 떠날 준비를 하자, 이 소식을 전해들은 비앙카와 오필리아가 상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루이는 흔쾌히 두 사람의 동행을 허락했다.

마침 비앙카와는 대화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램지가 매일 밤 루이를 찾아와, 자기 시간을 가지고 싶다며 투덜거리기도 했었고 말이다.

때문에 루이는 서둘러 준비를 끝마친 뒤에 마차에 올랐다.

이 날, 이례적으로 램지가 성문까지 나와서 루이를 배웅했다. 말로는 오필리아가 걱정되어서 배웅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내심 비앙카가 걱정되어서 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정말이지 솔직하지 못 한 드워프였다. 비앙카도 그런 스승의 속내를 눈치챈 모양인지, 활짝 웃으며 램지에게 ‘소녀, 다녀오겠사와요.’라며 손을 흔들었다.

물론 램지는 ‘다녀오건 말건!’이라 소리치며 고개를 홱 돌렸지만 말이다.

그 모습에 비앙카는 키득키득 웃으며 ‘정말로 솔직하지 못 한 스승님이와요.’라고 말했다.

실로 유쾌한 사제지간이었다. 하긴 애당초 드워프와 인간이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그만큼 램지도 비앙카의 재능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루이는 이걸로 자신의 눈이 결코 잘 못 되지 않았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비앙카는 분명히 반란군의 수장 중에 한 명이었다.

‘운이 좋았구나.’

루이는 옅게 웃으며 현 상황에 만족했다. 더불어 자신의 옆에서 쉴 새 없이 재잘대는 두 누이를 보살폈다. 이 때, 마차 밖에서 병사들을 이끄는 오필리아가 몇 번이고 루이를 향해 애틋한 시선을 보내왔지만, 루이는 일부러 무시했다.

괜히 여기서 어설프게 신경을 써주었다가 오필리아가 상단 호위를 게을리 할 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경계는 병사들이 서는 것이었지만, 그들을 이끄는 수장인 오필리아가 한가롭게 노닥거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결코 좋은 인상을 남겨주지 못 한다.

원래 모든 것은 처음이 중요한 법이었다.

더욱이 이번 상단 호위가 흑장미단의 첫 임무였다. 그만큼 철저한 경계태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시하는 태도만 보여주지도 않았다.

루이는 자유시간이면 틈틈이 오필리아를 불러서 이야기도 해주고 독려도 해주었다. 특히 상단 첫날밤에는 오필리아와 함께 불침번을 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루이가 질문하고, 오필리아가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부대를 이끄니 어떤 기분이 드느냐?”

“신기해요. 뭐랄까……. 동네 아이들을 데리고서 대장놀이를 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 들어요. 특히 이렇게 갑옷을 차려입고 있으면 마음이 긴장된다고 할까? 그래서 때때로 힘들 때가 있어요.”

“그 땐 어떻게 버텼느냐?”

“왕자님을 생각했어요.”

오필리아를 솔직하게 대답하며 루이를 올려다보았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시선이 실로 아름다웠다. 특히나 달빛에 반사되어 일렁일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묘한 감정마저도 일어날 정도였다.

루이는 이 소녀가 정말로 그 흑장미가 맞는지 의심되었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앞에 있는 소녀는 흑장미가 맞았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오필리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며 대답했다.

“고맙구나.”

이러한 루이의 대답에 오필리아는 배시시 웃음을 터트렸다. 원하던 키스를 받지 못 했지만, 이렇게 이마에 입맞춤을 받은 것만으로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오필리아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었다.

루이 또한 이 시간이 즐거웠기에 태호로 향하는 동안 오필리아와 함께 1시간씩 함께 불침번을 서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처럼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며 본격적으로 고원지대에 들어서자, 어느덧 목적한 태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태호는 사방이 온통 바위로 뒤덮인 고원지대인데, 여기서 동쪽을 향해 내려간 뒤에 북쪽으로 가건, 남쪽으로 가건, 서쪽으로 가건 비옥한 대지와 숲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리로 향했을 경우였다.

그렇지 못 한 이 지대는 바위가 널린 데다 그 틈새로 솟는 물의 양도 얼마 되지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별로 없는 황무지에 가까운 장소였다. 그런데도 이곳에 큰 도시가 세워진 까닭은 다른 나라로 통하는 교통로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무역 기지였던 것은 아니었다.

본래의 용도는 다른 나라의 침입으로부터 하폰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요새였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양 국가를 풍요롭게 해주는 무역기지로 변모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새의 기능이 어디로 간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과거도 사리지지 않았다. 지금도 도시 외곽에는 무수히 많은 묘비가 말뚝처럼 박혀있었다. 다들 이 거점을 지키기 위해서 헌신했던 이름 모를 병사들이었다. 이들이야 말로 하폰의 영웅들이라 할 수 있었다.

외세로부터 조국을 지켜내었으니 말이다.

루이는 태호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잠시 묘지에 들려 묵념했다. 물론 다들 이런 소년을 따라 묵념을 했다. 때문에 잠시 장관이 펼쳐졌다. 태호에 처음 들리는 풋내기 상인들은 이것을 하나의 규칙으로 착각하고서 얼떨결에 묵념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런 웃지못할 일을 뒤로하고서 루이는 태호 안으로 들어섰다. 요새에서 무역 거점으로 바뀐 태호는 활기가 넘치고 이국의 상인들로 넘쳐났다. 이 도시를 통과하는 것은 북쪽이나 동쪽에서 오는 모직물, 철, 소금과 서쪽이나 남쪽에서 오는 곡물과 모피 등이다. 물론 하폰에선 쉬이 보지 못 하는 귀한 과일 등도 있었다.

서로가 영토를 두고서 다투던 무대는 이미 옛날로 옮겨지고, 지금은 여러 상인들이 들어왔다 떠났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루이는 새장 속의 새처럼 왕성에만 갇혀 지냈던 루시아와 비비안을 위해서 일부러 상업로로 향했다. 오랜 옛날부터 있어온 상업로인 만큼 진귀한 물품을 실은 짐마차가 쉴 새 없이 스쳐 지났다. 특히 직물에 관해서는 진귀한 물품이 많았다.

“오라버니, 저건 무엇인가요?”

때때로 루시아가 두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던졌다. 주로 희귀한 동물에 관련한 것이었다. 특히나 원숭이라 불리는 동물에게서는 감히 눈을 떼지 못 하고 있었다. 그걸 본 루이는 상인에게 물어 원숭이가 공격성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먼저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 얌전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루이는 암수로 해서 원숭이 한쌍을 구입한 뒤에 루시아에게 선물로 주었다.

당연히 루시아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기뻐했다.

한편 비비안은 향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국의 향수에 흥미를 생기는 모양이었다. 물론 카샤의 가루에 비해서 향수의 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향수라는 건, 틀림없이 이성을 매혹시키는 마법의 도구였다.

“루루, 어때? 냄새 좋니?”

“좋습니다, 누님.”

“그래? 정말로 좋아?”

“네, 정말로 좋습니다.”

“정말로?”

“정말로요.”

비비안은 마치 루이와 데이트를 하듯이 루이와 함께 여러 향수를 살펴보았다. 루시아는 코가 아픈 모양인지, 원숭이들과 함께 코를 틀어막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 모습이 굉장히 웃겨서,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만 루이였다.

한 쌍의 원숭이는 정말로 루시아와 쏙 닮았다. 물론 외형은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여하튼 비비안의 향수까지 고른 루이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곡식을 파는 상인을 찾았다. 그리고 간단히 거래를 마쳐 최대한 많은 양의 식량을 구입했다.

물론 지불한 금화가 상당히 많았지만, 이건 그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하멜른에선 자체적인 농업이 되지 않으니.’

설혹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몬스터들이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지가 의문이었다.

이러한 까닭에서 루이는 본격적인 전쟁이 개시되기 이전에 최대한 많은 곡식을 비축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볼일을 끝마친 루이는 저녁에는 오필리아를 데리고서 전문 무기점을 방문했다.

이번에 오필리아에게 검을 선물해주기 위해서였다.

“부대를 이끄는 수장이 되었으니, 마땅히 그에 걸맞는 품위를 갖추어야하지 않겠느냐?”

물론 오필리아에게는 램지가 선물한 총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총을 높이 치켜들며 군대를 지휘하는 것보다는 검을 높이 치켜들어 군대를 지휘하는 편이 좀 더 보기에 좋았다. 더욱이 총이라고 해서 무조건 만능인 것은 아니었다.

애당초 적이 근접해오면 총은 버리고 검을 뽑아들어야 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루이는 오필리아에게 값비싼 검을 선물해주었다. 당연히 오필리아는 감격하다 못 해 곧 죽을 것만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행복해했다. 혹여 이대로 실신해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루이는 눈물까지 글썽이는 오필리아를 달래며 간단히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 루이는 비앙카의 방을 찾았다.

============================ 작품 후기 ============================

루시아에게는 원숭이를! 비비안에게는 향수를! 오필리아에겐 검을! 그리고 비앙카에겐...

sch6469 님 : 네, 감사합니다.ㅎ

향향공주 님 : 엌ㅋㅋ 에이나..ㅠㅠ 그러고보니 에이나 언급해야하는데 정신이 없네요

시원섭섭 님 : 그러게요.ㅠ

[炎風] 님 : 어느 방향이요?ㅋㅋ

jinni 님 : 네, 감사합니다!

우월정자매 님 : 크흠, 크흠. 글쎄요?ㅎ

매후 님 : 레진에 연재되고 있는 부인함락 같은 경우에는 내용 추가 + 외전 + 일러 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경우에는 재판 예정이 없기 때문에 구하기 힘드실겁니다.

AliceChong 님 : 아직 살얼음이긴 하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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