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97화 (9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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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이념]

루이는 테일 백작과의 약혼을 파기했다.

일방적인 파혼이었기에 루이는 그에 상응하는 금화를 내놓아 유감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시했다. 테일 백작 또한 루이와 이런 것으로 사이가 틀어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기꺼이 금화를 받았다. 하지만 너무 받기만 해서는 염치가 없다고 생각된 모양인지, 루이가 많은 식량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무려 열두 대에 달하는 마차에 식량을 가득 실어 보냈다.

이로서 루이와 테일 백작 두 사람 모두 웃으며 파혼에 동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 에이나가 하멜른에 계속 머물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다 큰 처자가 전 약혼자의 영지에 계속 머문다는 것은 그다지 보기에 좋지 않았기에 루이는 그녀를 거의 억지로 떠밀다시피 해서 테일 백작령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떠나는 날, 에이나가 눈물을 보이는 바람에 루이의 마음도 그리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에이나를 하멜른에 두는 것은 결코 영애에게 득이 되지 못 하는 일이었다. 오히려 혼기를 놓치고 평생 홀로 여생을 보내야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면 다 늙은 귀족의 첩으로 들어 가야될지도 몰랐다.

루이는 에이나가 그런 비극적인 삶을 보내지 않기를 원했기에 약혼을 파기한 직후 테일 백작령으로 떠나보낸 것이었다. 비록 정치적인 뜻을 품고서 테일 영애와 약혼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연인으로서 애틋한 감정을 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공과 사는 엄연히 분리해야 되었다.

더욱이 지금은 루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늦은 겨울, 휴안이 드디어 검을 뽑아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맞춰 무수히 많은 귀족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마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물론 밀튼 또한 자신의 세력을 일으키며 용병들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덧붙여 밀튼은 자신을 정당한 왕위 후계자라 칭했으며, 휴안을 역도라 불렀다.

그것은 옳은 말이었고, 정당했다.

대의는 밀튼에게 있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게, 정당성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었다. 휴안에게는 따르는 휘하 귀족 세력이 많았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알듯이 밀튼은 폭군의 기질을 타고 난 상태였다.

그런 폭군의 말을 귀담아 들을 귀족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귀족의 대다수는 휴안에게 붙었고, 용병의 대다수는 밀튼에게 붙었다.

이 결과는 아주 간단한 생각의 차이였다.

귀족들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밀튼보다는 휴안을 구슬리가 훨씬 쉬웠고, 용병들의 입장에선 밀튼이 왕이 될 시에 보다 많은 전쟁을 할 것 같으니 동참한 것이었다. 더욱이 밀튼의 용병술은 하폰 전역에 익히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실제로 아슬롯조차도 밀튼에게 한수 접어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결국 밀튼의 8만과 휴안의 13만이 왕좌를 두고서 맞붙게 되었다. 그냥 얼핏 보면 5만이란 차이로 승패가 극명해보였지만, 밀튼의 용병술을 염두에 두어 두고 보면 사실 별 차이 없이 막상막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실제로 회귀 이전에도 밀튼은 극심한 병력 차이에도 휴안을 몇 번이고 궁지로 몰아넣었으니 말이다.

그 때는 거의 두 배의 병력 차이를 두고 있었으니, 차라리 지금이 훨씬 좋다고 볼 수 있었다. 더욱이 지금은 겨울이었다. 징병한 병사보다 용병이 아무래도 이 추위 속에서 잘 싸우는 법이었다.

밀튼 또한 그 점을 잘 알고서 일부러 과도하게 휴안의 귀족들을 몰아붙인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결국 그 수가 휴안을 왕성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두 왕자는 서로 으르렁대며 왕성을 빠져나온 뒤에 결전지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곧장 맞붙는 건 아니었다.

두 군대 모두 덩치가 큰 만큼 한번 움직일 때마다 진형이 요동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 때는 수비를 굳히는 쪽이 유리했다.

이 점을 휴안과 밀튼 모두 잘 알고 있을테니, 결국 남은 건 결전의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서로 전초전만 벌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도 훈련이 잘 된 정규군을 동원하는 것이 아닌 휘하에 거느린 용병들을 보내 상대 마을을 약탈하거나 소규모 군대를 기습하는 정도였다.

즉, 이것 또한 인내심 싸움이었다.

상대의 도발에 누가 더 잘 참나, 그리고 누가 더 도발을 잘 하느냐 였다.

문제는 이런 짓을 하는 바람에 하폰의 국민들이 고통에 시름한다는 것이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경우에는 그나마 사정이 괜찮았다. 하지만 그러지 못 한 마을과 같은 경우에는 여지없이 쑥대밭이 되어야만 되었다.

결국 고향을 잃은 영지민들이 선택할 길은 영주를 찾아가는 것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귀족들이 발 벗고 전쟁에 나선 상태였다.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갈길 잃은 영지민들을 보살펴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고향을 잃은 영지민들은 거지가 되어 길거리를 전전하다 굶어죽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늦은 겨울이라는 점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버티면 봄이 찾아올 테고, 그것은 곧 농사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이었다.

그 시기까지만 버티면 돈을 받고 밭일을 할 수 있었다. 소작농 신세가 되겠지만, 삶을 연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충분히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그 시기를 버티는 이는 극히 적었다. 어린아이는 두 말 할 것도 없고, 늙은 자는 전부 굶어죽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나마 예쁘장한 여성만 자신의 성을 팔아 삶을 연명할 것이다.

결국 살아남는 건, 피골이 상접한 남성과 성을 팔아 목숨을 연명한 여성이 전부인 셈이다.

고향을 잃은 영지민들 또한 그 사실을 알았기에 가족을 살리기 위해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닿은 곳은 역시 하멜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멜른은 부유했고, 또한 화전민들을 계속해서 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하멜른으로 피난민들이 잔뜩 몰렸다. 인구가 폭증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과언은 아니었다.

루이는 새로이 마을 두 개를 더 만들고, 피난민들에게 성벽 노역을 시켰다. 피난민들의 입장으로는 먹고 재워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했기에 성심성의껏 성벽 노역에 가담했다. 특히나 성벽이 있어야 몬스터들로부터 마을을 안전히 지킬 수 있으니, 다들 제 일처럼 해주었다. 이러다보니 하멜른의 인구가 어느덧 오만을 넘게 되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백작령의 규모를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루이는 밀튼과 휴안이 왕위 다툼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 동안 하멜른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자 원정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덧붙여 광산을 하나 더 개발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물론 지금 당장 무기 생산이 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면 무구류 값이 폭등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 조짐이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루이는 그 전에 무구류를 비축해 둘 겸 기회가 된다면 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밀튼과 휴안, 양 측을 오고가며 무기를 판다면 제법 쏠쏠한 이득을 남길 수 있게 틀림없었다.

물론 두 왕자가 그 꼴을 좋게 볼 리가 없었지만, 원래 중립이란 게 이럴 때 이득을 보는 세력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다.

조금 원망을 받는다고 해서 지장이 갈 건 없었다.

지금 당장 루이가 해야 될 일은 두 왕자가 최대한 오래 싸우게 만드는 일이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귀족들이 소모해야 되는 병사의 양은 계속 늘어나게 되니 말이다.

아주 간단한 이치였다. 귀족들의 힘이 약해질수록 왕의 힘은 강해지고, 왕의 힘이 약해질수록 귀족들의 힘이 세지는 것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루이는 이 전쟁을 최대한 평평하게 균형을 맞추어 오래 질질 끌게 만들 생각을 했다.

휴안이 병으로 죽기 전까지 말이다.

여하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루이는 새롭게 개척할 광산이 자리 잡은 서쪽을 목표로 삼았다. 여기서 승리해 광산을 확보한다면 루이는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이고, 여기서 패배해 광산을 확보하지 못 한다면 몬스터들의 화를 돋우게 될 것이다. 더욱이 병사들이 몬스터를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다시 랄프 산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일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루이가 직접 이끄는 원정대가 말이다.

이러한 까닭에서 루이는 보다 신경 써서 원정대를 꾸렸다.

그 전력을 살펴보자면 정규병이 팔백 명에 달했으며, 그 중에 궁수가 이백이었다. 게다가 이번 원정에는 오필리아의 화승총 부대 일백이 참여했다. 너무 이른 게 아닌가 싶긴 했지만, 오필리아가 강력하게 요구한 만큼 무언가 수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러다보니 이번 원정대의 규모는 유난히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밀튼과 휴안과 같은 군대에 비하면 바람 앞의 등불처럼 미미했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쓰다보니 대화가 없네요!

이렇게 저는 설명충이 되고...!

나데스 님 : 첫코 놀이 하지 말아주세요.ㅠㅠ

팀워크 님 : 네, 감사합니다! 이번편도 즐독요!

뇌수막염 님 : 플래그 마스터! 하지만 회수는...!

향향공주 님 : 엌ㅋㅋㅋㅋ 뇌수라눀ㅋㅋ

[炎風] 님 : 역시 착각계가 갑이죠

돔페리뇽 님 : 키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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