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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코볼트는 아주 뛰어난 광부이다. 그들은 광석을 캐내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어둠에 눈이 밝다. 더욱이 무작정 광산을 개발하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그들은 어떤 식으로 광산을 파야지 지반이 무너지지 않는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광산이 무너져 내리는 예기치 못 하는 사고를 겪는 기존의 광산과는 다르게 새로이 얻은 광산은 별다른 사고 없이 꾸준히 광석을 획득할 수 있었다. 특히나 이번에 오크들을 몰아내면서 새로운 은광을 발견했는데, 여기에 은맥이 꽤나 깊고 넓게 형성되어 있어 루이의 재정 상항을 이전보다 두 배 이상 호전시켜주었다.
한편 루이에게 내쫓긴 오크들이 다시금 힘을 모아 영지를 공격해왔다. 일백에 달하는 수였지만, 오크들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던 오필리아가 미리 함정을 파놓은 덕택에 손쉽게 막아내었다. 아니,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일부를 사로잡기까지 했다.
루이는 상으로 오필리아에게 오크를 넘겨주었다. 좀 더 오크에 대해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이 일로 오필리아의 광기가 한층 더 해지겠지만, 루이가 진작 알고 있던 흑장미의 광기에 비하면 이건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좀 더 오필리아의 광기가 두드러졌으면 할 뿐이었다. 그래야지 당장 미래에 있을 전쟁에 써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보복이랍시고 공격해온 오크들까지 막아낸 루이는 이번에는 도적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 밀튼과 휴안이 서로 대립하게 되면서 도적들이 여기저기서 전염병마냥 창궐했기 때문이었다. 썩은 시체에 구더기가 들끓는 꼴이었다. 루이는 원정대로 편성했던 군대를 그대로 돌려 도적들에게 창칼을 겨누었다.
그러자 도적들이 이 소식을 어찌 들었는지, 연합하여 루이를 막아보려 했다. 그러나 말이 연합이지, 사실상 이해득실을 따져서 모인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루이의 팔백 군세를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적들은 루이의 군세와 맞붙는 즉시 와해되었다.
먼저 오필리아가 이끄는 일백의 흑장미대가 기선제압으로 화승총을 쏘자, 여기저기서 도적들이 피를 뿌리며 고꾸라졌다. 이것만 해도 도적들의 사기는 형편없이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그 뒤를 잇는 아자젤의 병사들이 말을 타고서 달려들자, 순식간에 도적들이 말발굽 아래에 짓밟히며 비명성을 터트렸다.
결국 적들은 순식간에 전열을 흐트러트리고서 우왕좌왕 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벨이 이끄는 궁수들이 멀리 도망치는 도적들의 등에 화살을 꽂아주었다. 때문에 도적들은 결국 도망치기를 포기하고서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혼란을 틈타 도적이 되었던 자들은 순식간에 몰락했다. 루이는 이 기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멀리 떨어진 영지까지 찾아가 도적들을 모조리 몰살시켰다. 당연히 모든 영주들이 이런 루이의 행동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도적들은 골칫덩어리였기 때문이었다.
밀튼과 휴안 역시 어린 동생, 루이의 행동을 칭찬했다.
일단 각 귀족들이 병사들을 아끼지 않고 여기로 보낸 준 이상 영지가 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영지 수비에 빈틈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거기를 좀먹듯이 파고드는 도적놈들을 루이가 알아서 전부 다 잡아주니, 두 왕자 입장에선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처럼 귀족들의 환호를 받으며 루이는 무려 이천에 달하는 도적들을 소탕하고, 오백의 도적을 포로로 잡는 성과를 만들어내었다. 루이는 이렇게 사로잡은 도적 중에 사백을 외국으로 떠나는 노예 상인에게 팔았다. 이들은 멀리 떨어진 이국의 땅으로 팔려가, 배의 노를 저으며 일평생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일백은 새로이 개발한 광산의 광부로 삼았다. 이들 역시 외국으로 팔려나가는 사백 명의 도적들과 마찬가지로 힘든 노역을 하며 평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슬슬 기사단을 만들어야겠구나.”
이렇듯 도적들을 모조리 소탕하고 하멜른으로 돌아온 루이는 아자젤에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 말에 아자젤은 그 즉시, 루이와 상의하여 최종적으로 마흔 명의 기사 후보생들을 뽑았다. 대부분이 하폰의 수도, 팔칸에서 데려온 정병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몇몇은 화전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재능이 있는 자들도 속해있었다.
당연히 이 중에는 힐렌 자유 기사단을 이끌던 피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선이 발표되던 날, 피터가 루이를 찾아와 거절했다. 이유는 좀 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위치에 아주 만족한 듯이 싶었다.
듣자하니 순진한 엘프 여성 한명을 꼬셔서 아내로 맞이했다고 하던데, 아마도 좀 더 편하게 삶을 살고 싶은 모양이었다.
딱 얼굴값을 하는 자였다. 루이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알겠다고 한 뒤에 새롭게 한 명을 더 뽑아, 마흔 명의 기사단을 꾸렸다.
사실 기사단을 육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그리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물론 야전에서의 위력은 더할 나위 없이 굉장하다. 그들이 말을 타고 용감히 적진을 향해 달려들 때면 적 보병들이 우르르 무너져버리니 말이다.
물론 오필리아의 흑장미 부대가 화승총으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는 했지만 기사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일단 화승총은 너무나도 느렸다. 그 움직임이 굉장히 둔하고, 재장전하기까지 그 시간이 오래 걸렸다. 화승총을 한두 번 쏘면 적들이 접근하고도 남았다. 만약 그것이 말을 탄 기병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반면에 기사단은 날래고 빨랐다. 적 보병의 전열을 무너트리고 나서 다시 돌아와 한 번 더 가로지르면 웬만한 보병 진형은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헝클어진다. 더욱이 운이 좋다면 적 지휘관을 죽이는 것도 가능했다.
실제로 왕자의 전쟁 도중에 밀튼이 기사단을 이끌고서 적 지휘관을 몇 번이고 베어 넘겼으니 말이다. 만약에 그 때, 행운의 여신이 밀튼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면 휴안은 병으로 죽는 게 아닌 전쟁 도중에 밀튼의 칼날 아래 차디 찬 시신이 되었을 것이다.
여하튼 기사단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버거운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영주는 영지의 알짜배기 상당 부분을 기사의 장원으로 내주어야 되기 때문에 항상 재정이 빠듯하다. 유능한 기사가 많을수록 풍요 속의 빈곤이 심해지는 것이다.
간단히 비교해서 말하자면, 일백 명의 기사단을 유지할 돈이면 중장기명 삼백 혹은 중보병 오백을 키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 과장된 감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기사단을 키운다는 것은 대충 이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까닭에도 불구하고 기사단은 여전히 필수불가결의 존재였다. 기사단에 맞설 수 있는 건, 같은 기사단뿐이었으니 말이다. 체스로 따지자면 기사단은 퀸과 같은 존재였다.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또한 강력한 말이니 말이다.
때문에 루이는 마흔 명으로 이루어진 기사단을 만들고, 장원 대신에 금화를 지불했다. 장원을 주게 되면 그만큼 금화를 아낄 수 있기는 했지만, 돈을 아끼고 땅을 아끼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손해란 걸 알고 있었던 루이는 일부러 금화로 지불한 것이었다.
기사로 뽑힌 이들 또한 랄프 산맥의 땅을 장원으로 하사 받아 몬스터들에게 언제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는 것보다는 금화로 받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 군말 없이 받았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더라도 이들 모두 루이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높은 자들이었기 때문에 불만을 가질 리가 없었다.
그것이 화전민 출신이라면 더 했다.
솔직히 말해서 화전민 출신으로 기사단에 속한다는 건,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들 광신도에 가까운 충성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이 중에는 여성 또한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면모가 더 심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하멜른에 알려지자, 하멜른의 영지민이라면 남녀 불문하고 다들 병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여아들은 더 이상 소꿉놀이를 하지 않고, 남아들과 어울리며 전쟁놀이를 했다. 또한 신부 수업을 받아야 될 여성들 또한 검을 들고서 수련을 하기에 이르렀다. 설혹 병사에 뜻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검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하멜른 전체에 문보다는 무의 가치가 높아졌다.
출세의 길은 오로지 검이다. 이것이 팽배해진 것이었다.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쓸모없는 가치관이었지만, 지금은 붉은 피가 강을 이루는 시대였다. 좋은 소식이었다. 루이는 크게 기뻐하며 장려했다. 그리고 이처럼 한참 무를 숭상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을 때, 휴안의 사신이 루이를 찾아왔다.
루이는 무슨 일인가 싶어, 산재한 일을 미루고서 사신을 만났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사신은 무척이나 젊은 귀족이었다. 몇 번 본 적이 있는 귀족이었다. 분명 프리지아 남작이었을 것이다. 루이는 프리지아 남작을 반기며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쯤, 프리지아 남작이 제안했다.
“도적 토벌은 실로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처리하지 못 한 도적이 하나 남아있지 않습니까? 이 땅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도적이요. 그 도적을 처리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직접 공격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후방만 교란해주신다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전쟁으로 얻는 땅의 일할을 영주님에게 드리겠습니다.”
돌려 말한 것이었지만, 도적이라 하면 밀튼을 뜻하는 것이었다. 둘째 왕자, 그것도 현재로서 가장 왕위에 가까운 자를 도적이라고 칭하다니……. 실로 간담이 큰 자였다. 하지만 또 이 화법은 교묘했다. 루이가 이걸로 무어라 따진다면 프리지아 남작은 틀림없이 그게 무슨 소리냐며 발뺌할 것이 틀림없었다.
음흉한 자였다. 이런 자가 휴안의 곁에 있으니, 이리저리 발로 채이듯이 휘둘리는 것이 틀림없었다. 루이는 마음속 깊이 혐오감이 치솟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가장 큰 세력을 가진 도적이라 하면 마땅히 가장 큰 형님이 처리해야 함이 옳지 않겠는가? 이것은 내 소관이 아니다.”
이처럼 루이가 딱 잘라 말하자, 프리지아 남작이 사람 좋은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큰 세력을 가진 도적이라 하지만 오합지졸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눈앞에 놓인 것만 볼 줄 알지, 뒤는 볼 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밀튼이 루이를 철썩 같이 믿고 있으니, 그 신용을 이용하란 뜻이었다. 실로 쥐새끼 같은 인물이었다. 루이는 결국 참지 못 하고 우레와 같이 소리쳤다.
“그리 말한다면 당장 네 녀석의 목부터 베어야겠구나! 눈앞에 놓인 것만 볼 줄 아는 건, 그대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더냐? 오호라, 그렇다면 네 녀석 역시 도적이로구나. 여봐라!”
루이가 크게 소리치자, 아벨과 호울이 앞으로 나섰다. 큰 덩치를 가진 두 사람이 다가오니, 프리지아 남작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이 자를 매질해서 돌려보내라! 두 번 다신 도적질을 할 수 없도록 말이다.”
죽이라 하려던 것은 간신히 참은 루이는 매질로 그쳤다. 여기서 사신을 죽였다가는 휴안과 아주 척을 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루이의 말에 아벨과 호울이 당장 프리지아 남작을 끌고 나갔다. 이 때, 남작이 이럴 순 없다며 소리쳤지만, 매질이 시작되자 그것은 곧 비명소리도 변했다.
그리고 이 소리를 들은 아놀드가 허겁지겁 루이에게 달려와 우려 섞인 말을 했지만, 루이는 ‘내 형제를 모욕하는 자를 놔둘 순 없다.’라는 말로 뜻을 굳혔다. 결국 프리지아 남작은 스무 대 넘는 매질을 당하고는 마차에 실려 휴안에게 보내졌다.
============================ 작품 후기 ============================
감성을 선택한 루이.
사실 이것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분명 많은 분들이 루이의 감성적인 선택에 실망하고 욕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면모가 바로 루이고, 이렇기에 루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리 결단을 내린 겁니다. 이전에는 한 차례, 루이의 감성적인 결단을 수정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로 수정하지 않을 겁니다.
독자님들의 넓은 아량을 바랄 따름입니다.
이키다스 님 : 사실 마법의 존재 유무, 이건 미설정된 부분입니다. 하지만 하폰 전기가 조교사의 후속작이란 점을 생각해보았을 때, 마법의 존재가 등장해야 되는 것은 옳습니다. 하지만 대대적으로 마법이 등장하지는 않을 겁니다. 조교사에서도 그랬지만, 마법사는 매우 희귀한 인재니까요.
로넨그린 님 : 저도 오필리아처럼 광기어린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핡핡
우월정자매 님 : 사실 에이나에 대한 분량은 그리 생각도 안 했습니다. 처음부터 에이나는 히로인 대상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니 미련을 버리세요! 오필리아가 히로인입니다. 데이지하고요.
AliceChong 님 : AliceChong 님도 한해 소망 이루어지시길 빌겠습니다!
九靈感 님 : 헛, 축하드려요! 꼭 면접 합격하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