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00화 (10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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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루이가 한 행동은 극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모진 매질을 당한 뒤에 내쫓긴 프리지아 남작은 틀림없이 휴안과 루이의 사이를 이간질 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루이가 따로 사정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내겠지만, 본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함께 멀어지는 법이었다.

더욱이 프리지아 남작과 같은 간신배들이 가까이 붙어서 소곤거린다면 제 아무리 현명한 군주라고 하더라도 홀라당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그 대상은 휴안이었다.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그 성격 좋은 휴안조차도 귀가 솔깃해져선 루이를 의심할 것이 틀림없었다. 더욱이 지금은 밀튼과 대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언제 루이가 배신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몇 배로 치솟을 것이다.

어쩌면 잠시 자존심을 접어두고서 군사를 몰아쳐 내려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루이가 프리지아 남작을 매질해서 쫓아낸 것은 밀튼을 모욕했으며 더 나아가 루이에게 명예롭지 못 한 일을 종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휴안이 루이를 말로서 비난할지는 몰라도 행동에 나설 수 없을 거란 계산이 깔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휴안은 밀튼과 대치 중에 있었다. 이 상황에서 병력을 루이에게 빼돌릴 여유 같은 건 없었다.

그 병력으로 차라리 밀튼을 공격하는 것이 유용했다.

물론 지루한 대치 끝에 전면전이 이루어지고, 그 전면전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휴안이 루이에게 죄를 추궁하며 군사를 몰아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휴안과 밀튼은 서로 호각이었다. 결코 누구 한 명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일은 없었다.

이러한 까닭에서 루이가 이토록 대범하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이 사실은 모르는 아놀드는 걱정에 머리를 감싸고 끙끙 앓아대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결국, 프리지아 남작은 분풀이 식으로 루이를 욕하며 휴안과 루이의 사이를 열심히 이간질 중일 것이다. 그리고 휴안은 그럴 리가 없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면서도 조금씩 의심의 싹을 틔우고 있을 것이다. 일단 프리지아 남작이 모진 매질을 당하고 쫓겨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사신은 자신이 모시는 주군의 분신이다.

즉, 사신에게 매질을 가했다는 것은 곧 휴안에게도 매질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휴안은 싫든 좋든 간에 루이에게 실망하고 의심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골치 아프군.’

루이는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혔다. 프리지아 남작을 매질해서 내쫓은 건, 조금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그토록 사이좋게 지냈던 휴안에게 의심받는다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불쾌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휴안에게 달려가서 오해였다고 말하고 싶었다. 더불어 프리지아 남작이 밀튼을 도적 무리라고 칭하며 자신에게 명예롭지 못 한 일을 시켰다고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상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미 휴안의 곁에는 간신배들로 가득 차있었고, 그들은 프리지아 남작과 같은 부류였다. 게다가 이런 시기에 루이가 휴안을 찾아가게 된다면 밀튼에게 괜한 의심을 남길 수가 있었다.

혹시라도 루이가 밀튼과 한통속이 된 건 아닌가 하는 이런 의심을 말이다.

때문에 루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멀리 떨어진 연인에게 애틋한 편지를 보내듯이 서신을 보내는 일 뿐이었다. 루이는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편지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똑똑.

그 때, 정중하기 그지없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루이가 들어오라고 말하자, 방 안으로 데이지가 들어왔다. 소녀는 따뜻한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와서는 루이의 발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조아려 앉은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데이지, 네가 보기에 이 전쟁을 누가 이길 것 같으냐?”

루이의 물음에 데이지는 소년의 신발을 벗기다 말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기저기서 들은 게 있는 모양인지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대답했다.

“오필리아가 말하기를 정당한 후계자가 이길 거라고 했습니다.”

“오필리아가?”

데이지의 대답을 들은 루이는 조금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설마하니 여기서 오필리아의 의견을 듣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는 자신의 발을 꼼꼼히 씻기는 데이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네 의견이 아니지 않느냐, 데이지? 나는 네 의견이 궁금하구나.”

이러한 루이의 말에 데이지는 찰박찰박 물소리를 내며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꼼꼼히 닦았다. 그리고 이윽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던 데이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전쟁은 제게 너무 어렵습니다.”

그 말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데이지처럼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이야기였다. 하물며 소녀는 자신처럼 정치에 눈이 밝은 것이 아닌 단순히 영주의 전용 시녀에 불과했다. 그런 소녀가 알 수 있는 건, 극히 드물었다.

기껏 해봐야 오필리아가 말하는 것을 귀동냥하는 것 밖에 없었다.

‘어린 소녀라…….’

문득 루이의 눈에 데이지의 신체가 보였다. 속살이 의복으로 꼼꼼하게 감추어져 있기는 했지만, 루이가 그 동안 잘 먹인 덕분인지 몸에 살집이 제법 잘 올라있었다. 특히나 작년과는 다르게 확연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은 소녀가 여인으로 변모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인으로.’

루이는 손을 뻗어 데이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일순 소녀의 몸이 흠칫 떨더니, 이윽고 부끄러운 듯이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였다. 루이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느꼈다.

하지만 상대는 아직 어린 소녀였다. 루이는 어찌 해야 될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 했다.

이전에는 루시아의 나신을 보고서 흥분하더니, 이번에는 데이지였다. 당황한 루이는 황급히 손을 떼어내었다. 하지만 한번 뛰기 시작한 심장은 좀처럼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루이는 허공에 손을 휘적이다가 이윽고 무릎 위로 떨어트렸다.

“나가보거라.”

이러한 루이의 말에 데이지는 안도 반, 실망 반 섞인 표정을 지어보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본 루이는 잠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이건 대체 무엇일까? 잠시 입술을 달싹이던 루이는 자기도 모르게 데이지의 손목을 붙잡고 말았다.

이 때문에 소녀의 손에 들려있던 대야가 크게 흔들리며 물을 약간 쏟아내었다. 그러나 루이는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잠시만, 이대로 있거라.”

이리 말한 루이는 잠시 혼란스런 마음을 정돈했다. 그리고 이윽고 가슴이 진정되었을 때, 데이지의 손에 들려있는 대야를 내려놓도록 말한 뒤에 자신의 품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또래의 여자 아이의 작은 체구가 포옥 루이의 품에 안겼다. 더불어 데이지의 머리카락이 루이의 코를 간질였다.

기분 좋은 간지럼이었다. 루이는 잠시 데이지를 끌어안은 채로 상념에 잠겼다. 마침 잘 된 기회였다. 남성의 가장 큰 의무는 다름 아닌 다음 세대의 번창이다. 아직 어린 나이긴 하지만 지금은 난세였다. 루이라고 해서 마냥 안전하라는 법은 없었다. 물론 전쟁은 오필리아와 아벨 그리고 아자젤에게 맡기고 자신은 하멜른에만 있는다면 어느 정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는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바로 랄프 산맥이었다. 언제 어느 때, 몬스터들이 들이닥친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장소였다. 결국 어디에 있든 간에 안전할 수 없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최선이라고 한다면 바로 후계를 든든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아무리 루시아라는 후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루이는 데이지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불덩이처럼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더불어 소녀의 눈썹이 애처롭게 파르르 떨고 있었다.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루이는 그대로 데이지의 턱을 잡아 올려 키스하려 했다. 그런데 그 때, 어쩐 일인지 데이지의 모습과 루시아의 모습이 겹쳐서 보였다.

“아.”

깜짝 놀란 루이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리며 뒤로 황급히 몸을 빼고 말았다. 물론 꼴사납게 뒤로 넘어지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데이지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었다.

‘어째서…….’

잠시 곤란해 하던 루이는 이윽고 데이지와 루시아가 비슷한 나이 대의 또래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확실히 겹쳐서 볼 수도 있었다. 놀란 가슴을 애써 다그친 루이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이전과 같은 성욕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았다.

“…….”

잠시 입술을 달싹이던 루이는 이내 데이지의 입술이 아닌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는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잠시 숨을 고르던 소년은 이윽고 데이지의 몸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침대 안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이불을 들추고서 소녀를 눕혔다.

소녀는 긴장이 되는 모양인지, 어깨를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이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너무 그렇게 떨지 말거라.’라고 속삭여준 뒤에 데이지를 꼭 끌어안은 채로 잠을 청했다. 그러자 따스한 온기가 여실히 전해져왔다.

겨울의 막바지라고는 하지만 날씨는 여전히 혹독해서 밤이면 몸서리치고는 했는데, 이렇게 데이지를 꼭 끌어안고서 잠을 청하니 실로 포근했다. 더불어 다행히도 욕정하는 일도 없었다.

루이는 안도하며 그대로 두 눈을 감았다. 이 때, 데이지는 잠시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윽고 루이가 완전히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는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이와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모양인지 배시시 웃음을 터트렸다.

“왕자님…….”

자그마한 목소리로 루이를 부른 데이지는 콩닥콩닥 제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소녀는 이 넘쳐흐르는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해하다가 이윽고 용기를 내어 루이의 입술에 살짝 입술을 맞췄다. 그러자 온 몸이 저절로 떨려왔다.

행복해서 이대로 곧장 죽을 것만 같았다.

데이지는 숨을 색색 내쉬다가 이윽고 다시 한 번 더 루이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하지만 좀처럼 만족이 되지 않는 모양인지, 루이 몰래 한 번 더 도전했다가 돌연 소년이 작게 신음하며 눈썹을 파르르 떨자 깜짝 놀라며 더 이상 도전하지 않았다.

그저 이 떨림을 간직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작품 후기 ============================

100회를 기념해서 H씬이나 쓸까 싶었는데... 나이가 너무 어리네요.

*그리고 지난편 말씀 감사합니다!

*H씬 보고 싶으신 분들은 매니저 어플 보세요!

향향공주 님 : 역시 루이는 상냥해야 제맛이죠!

메카닉덕후 님 : 으음, 노력하고 있습니다.ㅠㅠ

로넨그린 님 : 확실히 오필리아를 제대로 컨트롤할 수만 있다면...오오미.

아쉐니트 님 : 밀튼이 왕위에 오르던, 휴안이 왕위에 오르던 하폰은 깽판됩니다..ㅠㅠ

smxdmdmd 님 : H씬을 원하시길래 아놀드하고 레베카 씬 넣어드렸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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