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01화 (10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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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루이의 생각대로 프리지아 남작은 앞뒤 살피지 않고 휴안에게 달려가 자신이 당한 일을 미주알고주알 전부 다 이야기했다. 물론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프리지아 남작에게 유리한 것들이었다.

자신이 루이에게 말한 것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루이가 자신에게 말한 것은 최대한으로 부풀리는 것이었다. 그것도 악의적으로 말이다. 만약에 루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버럭 성을 내며 반박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사자가 없는 자리였다.

때문에 프리지아 남작의 이야기가 다소 과장되었다고 해서 흠을 잡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남작의 등에는 매질을 당한 상흔까지 버젓이 나있었다.

이것은 명부상실 진실이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여러 귀족들이 당장에 루이를 이곳으로 불러내어 죄를 물어야 된다고 아우성쳤다. 휴안조차도 루이가 혹시라도 자신을 배신하고 밀튼에게 붙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말았다.

게다가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휴안에게는 악재나 다름이 없었다.

‘루이를 불러야 되는 건가.’

이처럼 휴안이 고민하고 있을 때, 루이가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 아놀드가 상인들을 통해 비밀리에 전한 편지였다. 만약에 이것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전해졌다면 프리지아 남작과 같은 귀족들이 중간에 가로채었겠지만, 작은 상단과 큰 상단을 오고가며 돌아왔기에 무사히 휴안의 손에 쥐어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

휴안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편지의 내용을 읽은 뒤에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그렇지!’

루이가 이유 없이 프리지아 남작을 매질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편지에는 루이가 남작을 매질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조목조목 적혀있었다. 휴안은 두 번 세 번 편지를 꼼꼼히 읽은 뒤에 맞은편에 앉아있는 젊은 사내에게 건네주었다.

“루이에게 내 편지를 전해줄 수 있겠는가?”

“가능합니다.”

상인의 대답은 들은 휴안은 곧바로 답장을 적어 사내의 손에 쥐어주었다. 사내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편지를 곱게 품속에 집어넣은 뒤에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 후, 휴안은 더 이상 루이를 모함하는 프리지아 남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작은 이상함을 느끼는 동시에 계획이 틀어졌음을 깨달았다.

‘무언가 밀통을 주고받았군.’

으득, 이를 간 프리지아 남작은 휴안을 바라보았다.

왕자가 저리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이상, 그를 설득하는 것은 단순 심력낭비에 불과했다. 휴안이 귀족들을 믿듯이, 루이 또한 믿으니 말이다.

휴안이란 사람은 항상 그랬다.

그는 모두를 신뢰했다. 또한 대상에는 차별이 없었다. 상대가 자신을 먼저 배신하지 않는 이상, 자신이 먼저 배신하는 일은 없다는 뜻이었다.

좋게 말하면 사람 됨됨이가 좋은 것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눈 뜨고 코 베이기 딱 좋은 사람이었다.

‘……일단은 물러나야겠군.’

프리지아 남작은 다음을 기약하며 입을 다물었다. 동시에 다른 귀족들과 눈짓을 주고받은 뒤에 밀튼의 군대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전술을 짜내기 시작했다. 일단 밀튼의 군대를 무너트려야지, 이후에 루이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휴안의 막사에서 군사 회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도적떼로 위장한 밀튼의 군대가 휴안을 지지하는 귀족 세력 중에 하나인 루판스 남작의 영지를 어슬렁거렸다. 이를 발견한 데릴은 도적들이 영지를 염탐하는 것이라 생각하고서 성으로 돌아가 상관에게 보고를 올렸다.

“도적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혹여 저들이 영지를 공격해오기라도 한다면 큰 피해를 입게 될 겁니다.”

이러한 데릴의 말에 상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검 재주 하나 믿고서 이리저리 날뛰는 꼴이 망아지 같아서 눈엣가시처럼 보였는데, 이번에 아주 작정을 한 듯이 말도 안 되는 요청을 한 것이었다.

“그럼 지금 나보고 루판스 남작님에게 전령을 보내서 병사를 보내달라고 부탁하라는 말이냐?”

“무리인 줄은 알고 있지만, 영지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런 멍청한 놈! 지금 루판스 남작님이 어디에 계신지 모르는 것이냐? 바로 휴안 왕자님의 군대다! 이런 상황에서 도적떼가 걱정되어 병사를 뺀다고 한다면 남작님의 위치가 어찌 될 것 같으냐!”

“영지가 도적들에게 유린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깟 마을 한두 개 유린당하는 것보다는 남작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처럼 딱 잘라 말한 상관은 데릴을 내쳤다.

‘어쩔 수 없군. 어떻게든 막아보는 수밖에.’

수적인 열세가 뚜렷했다. 더욱이 상대는 도적떼로 위장한 밀튼의 군대였다. 한낱 도적떼로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실제로 적들을 단순 도적떼라 생각하고서 단순무식하게 상대했던 여타 영지들은 하나 같이 처참하게 패배를 맛보아야만 되었다.

이러한 까닭에서 데릴은 병사들을 데리고 마을을 하나씩 찾아가 목책을 설치하고 주변 정찰을 강화했다. 그리고 이처럼 마을의 수비를 견고하게 하고 있는 동안 전령이 달려왔다.

“마을이 도적들에게 급습당하고 있습니다!”

해가 질 무렵, 도적들이 마을의 목책을 순식간에 파괴하고 들이닥쳤다.

특히나 말을 탄 기병의 기동력은 무시무시했다. 영지민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도적들을 피해서 사방팔방 도망쳐보려 했지만, 도적들은 순식간에 쫓아가 굴비 엮듯이 엮어버렸다.

몇몇 마을 청년들이 데릴이 놓고 간 무기로 저항해보려 했지만, 전투를 밥 먹듯이 하는 적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무기를 들고 저항했던 청년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도적들의 칼날 아래 죽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이 마냥 헛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시간을 끌어준 덕택에 데릴이 병사들을 이끌고서 늦게나마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쳐라!”

도적들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마을을 본 데릴은 눈이 뒤집혀서는 크게 소리치며 말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이에 병사들 또한 크게 고함성을 내지르며 도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반면에 도적들은 설마하니 이토록 빠르게 영지병이 도착할 줄은 몰랐기에 다소 우왕좌왕 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데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도적들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당할 도적들이 아니었다.

“적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 쳐라!”

도적 무리를 이끄는 대장이 큰 소리로 소리치자, 그제야 도적들이 정신을 차리고서 데릴의 병사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전황이 뒤바뀌었다. 애초에 적들의 숫자가 영지병들의 숫자를 훨씬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데릴은 여기서 물러나지 않았다.

‘여기서 물러나게 된다면 차례로 마을이 약탈당하게 될 것이다.’

그의 안광에서 푸른빛이 새어나왔다. 데릴은 말고삐를 힘껏 잡아당기며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대장을 친다!’

데릴은 단숨에 도적들을 뚫고서 대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도적 두목 또한 바라던 바였다는 듯이 검을 뽑아들었다.

“배짱이 두둑하구나!”

이리 소리친 도적 두목은 데릴과 검과 맞부딪혔다. 서로의 검이 불꽃을 튀기며 공기를 뒤흔들자, 순식간에 전장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집중되었다. 더불어 밧줄에 묶인 영지민들이 간절하게 데릴을 바라보았다. 본능적으로 데릴이 자신들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데릴은 고양감을 느끼며 더더욱 거칠게 도적 두목을 몰아붙였다.

“허억!”

순간 도적 두목의 입 밖으로 헛숨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강해진 근력에 놀란 것이었다. 때문에 도적 두목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데릴은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엔 도적 두목의 목을 베었다.

“도적 두목의 목을 베었다! 전부 몰아내라!”

“와아아아!!”

이처럼 데릴이 크게 소리치자, 병사들이 일시에 크게 소리치며 도적들을 몰아붙였다. 더불어 도적들에게 이끌려가던 영지민들도 작든 크든 반항하며 도적들의 거동에 제한을 주었다. 때문에 도적들이 하나 둘씩 피를 뿌리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에 도적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추격을…….’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는 도적들을 보며 추격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든 데릴이었지만, 지친 병사들을 보고 있자니 차마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전투로 살아남은 병사가 삼분지 일도 채 되지 않았다.

데릴은 피 묻은 검을 축 늘어트리며 점점 멀어지는 도적들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한편 이 소식을 전해들은 데릴의 상관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 했다. 만약에 이번 일이 루판스 남작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틀림없이 데릴이 자신보다도 더 높은 직위에 올라서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데릴의 상관은 그 즉시, 루판스 남작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의 내용은 데릴이 자신의 명을 어기고 독단으로 병사를 운용해 무리하게 도적들을 공격했다가 병사의 태반을 잃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도적들이 마을을 공격해왔다는 내용과 지켜냈다는 내용은 쏙 빼었다.

그저 병사를 잃었다는 것만 강조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무척이나 잘 먹혀들었다. 루판스 남작은 편지의 내용만 믿고서 데릴을 그 즉시 직위 해체시킨 뒤에 일반 병사로 격하시켰다. 데릴은 부당하다며 루판스 남작을 직접 볼 것을 요구했지만, 그의 상관은 편지의 내용을 보여주는 것으로 데릴을 침묵시키고 오히려 명령 불복종이란 이유로 매질을 했다.

이 후, 데릴의 상관은 그를 죽일 생각에서 일부러 도적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었다. 사지로 내몬 것이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데릴은 악착같이 살아남아, 어떻게든 돌아왔다. 일단 루판스 남작이 영지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자신의 무고함을 밝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자 간에 전면전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데릴의 상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갔다.

‘이러다가 죽는 건가.’

물론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탈영병이 되어, 일평생 쫓기며 살게 된다. 더욱이 그에게는 보살펴야 될 노모도 있었다. 나이 든 어머니가 병사들에게 쫓기며 남은 삶을 살도록 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도적들과 싸우다가 명예롭게 죽는 것이 나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죽음이라.’

데릴의 의지는 하루가 다르게 꺾여 나갔다. 한편 루판스 남작의 영지에 머무르고 있던 상인 하나가 데릴을 측은하게 생각하고서 하멜른에 편지를 보냈다. 뛰어난 기사의 억울한 사정을 소상히 적어서 보낸 것이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루이의 손에 들어갔다.

‘놀랍군.’

호기심이 치미는 것을 느낀 루이는 아벨에게 일러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곧 잘 훈련된 병사 스무 명을 뽑아, 루판스 영지로 향한 루이는 데릴이 도적들과 싸우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루이는 감탄을 금치 못 했다.

“하.”

넝마가 되다시피 한 갑옷을 두르고서 도적들을 베고 있는 그의 모습을 흡사 귀신을 보는 듯했다. 루이는 그 모습에 매료되어, 당장 데릴을 구원하도록 했다. 그리고 곧 루이의 병사들에게 구함을 받은 데릴은 이가 빠진 검을 축 늘어트린 채로 소년과 마주했다.

“그대의 이름이 데릴인가?”

루이의 물음에 데릴은 소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정중히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좋다, 그럼 지금 이 시간부로 그대는 내가 거둬드리겠다.”

“하오나 저는…….”

“걱정마라, 그대의 명예는 내 이름을 걸고서 지켜 줄 테니.”

루이는 자신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실제로 그 정도의 힘을 가진 루이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루이는 데릴에게 자신의 능력을 직접 보여줄 생각에서 많은 금화를 지불해 루판스 남작을 매수했다. 루판스 남작의 입장에서는 데릴이야 어찌 되든 간에 상관없었기 때문에 기꺼이 그의 불명예를 벗겨주었다.

편지 한통으로 많은 금화를 가질 수 있는 일이니, 루판스 남작으로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처럼 불명예가 벗겨지자, 데릴은 그 즉시 루이에게 부복하고는 늙은 노모를 데리고 하멜른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역시 인재는 주워야지 제맛이죠.

라이나 류트 님 : 감사합니다!

버킷 님 : 그러게요.ㅎ

smxdmdmd 님 : 주인공 나이가...?!

향향공주 님 : 외국 침략이 아니라 반란 때문에 죽었죠.

마리오넷 님 : 일반란에서 연재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도 일반란으로 옮기고 싶어요.

이산화 님 : 그럼 데이지의 기억이 루시아여야지요.ㅋㅋ 동화내용은 크게 상관없습니다

흰옷 님 : 저도 되도록 구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정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thecrazy 님 : !! 큰 오타였네요. 감사합니다

허니앙쥬 님 : 그런가요? 전 이것 때문에 죽을 맛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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