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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루이와 함께 하멜른으로 들어선 데릴은 십인장이 되어 아벨의 지휘 아래에 들어가게 되었다.
수십 명의 병사를 이끌던 기사에서 십인장이 된 것이었지만, 데릴은 조금도 불만을 표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은 마음껏 보였다. 아벨은 이런 그의 태도에 무척이나 만족했고, 루이에게 매일 보고했다. 혹여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상인의 말대로 데릴은 뛰어난 기사였다. 동시에 열정 또한 대단했다.
더불어 그는 하멜른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인지 고향처럼 아껴주었다. 노모 또한 그간의 데릴의 고초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루판스 영지를 잊고 새로이 하멜른에서 추억을 만들어 나아갔다.
‘조만간 백인장으로 만들어도 되겠군.’
루이는 조용히 상념에 잠겼다. 만약에 데릴처럼 뛰어난 기사를 거듭 하멜른으로 영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분명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 차후에 있을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철가면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뛰어난 기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무언가 방법이…….’
곰곰이 생각하던 중에 루이의 눈이 형형하게 빛을 내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렇군.”
자리에서 일어난 루이는 그 즉시, 아놀드를 불러내어 데릴과 같은 상황에 처한 기사들을 찾아내도록 했다. 게다가 여기는 포상금도 걸었다. 이해득실을 따지고서 움직이는 상인들이니, 틀림없이 억울한 상황에 처한 기사들을 보는 즉시 하멜른으로 편지를 보낼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생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하폰 전역에서 상인들이 편지를 날아왔다. 루이는 아벨과 아자젤에게 일러서 억울한 상황에 처한 기사들을 구해 하멜른으로 데려오도록 했다. 그러자 아벨과 아자젤이 곧바로 병사를 이끌고서 기사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다수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아벨과 아자젤의 말을 따라 하멜른으로 기꺼이 향했다. 어쩔 때는 상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기사들이 하멜른으로 속속들이 모이고 있는 동안, 휴안과 밀튼의 대치는 계속 길어졌다. 워낙에 가진 군세의 덩치가 크다보니 섣불리 승부를 내지 못 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무의미한 소모전만 거듭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틈을 타서 북쪽의 이민족들이 준동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추수가 끝나고 눈이 내리기 전에 약탈을 하는 이민족들이었지만, 밀튼과 휴안이 대치하면서 국경에 허점이 생긴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까닭에서 이민족들이 일이백씩 무리를 지어 하폰의 국경지대를 약탈하기 시작했다.
본래대로라면 아자젤이 북부 경비를 새로이 정비해서 이민족들의 침입을 막아내어야 되었지만, 아자젤이 루이에게 있음으로 인해서 역사가 뒤바뀐 것이었다. 때문에 북부의 경비는 좀처럼 이민족들을 막아내지 못 했고, 결국 국경 안쪽까지 약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민족들이 텔리아로 향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이민족들이 텔리아까지 들어왔다는 말인가? 적은 얼마나 되는가?”
“날이 저물고 있어서 확실치 않으나, 일백이 되어 보입니다.”
“한시가 급하니 병사들을 준비시켜라! 마을을 구원한다!”
“보고는…….”
“보고는 나중에 하겠다! 지금은 영지민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네!”
병사에게 보고를 받은 비달은 그 즉시 영지병들을 인솔해 마을로 향했다. 그러자 이민족들이 불화살을 쏘며 마을을 약탈하고 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비달은 크게 분개하며 검을 뽑아들었다.
“돌격! 이민족들을 몰아내라!”
비달이 앞장서서 내달리자, 영지병들이 크게 함성을 내지르며 뒤따랐다. 그리고 이처럼 영지병들이 측면에서 들이닥치자, 진형도 없이 마구잡이로 약탈, 강간을 하고 있던 이민족들이 순식간에 죽어나갔다.
“크아아악!”
“죽여!”
“여자를 챙겨라! 나머지는 필요없다!”
“지켜라! 영지민들이 끌려가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이민족들은 젊은 여인들을 납치해가려고 했지만 비달이 적극적으로 방해한 끝에 단 한 명도 빼앗기지 않았다. 그렇게 한 마을을 지키는데 성공한 비달은 안도하며 성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해서 절차를 무시하고 영지병들을 운용한 것인가!”
영주 대리가 크게 역정을 내며 비달을 꾸짖었다.
“급작스럽게 이민족들이 쳐들어와, 마을을 구원하는 것이 급하다고 판단되어…….”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이민족이 무슨 말인가? 더욱이 설혹 이민족들이 쳐들어 왔다고 하더라도 응당 내게 보고한 뒤에 병사를 운용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가 아닌가? 지금 그대는 나를 무시하는 것인가?”
“아닙니다! 다만 영지민들이 걱정되어서…….”
“영지민은 걱정되고 군령은 걱정되지 않는 것인가? 그대 때문에 한낱 병졸들까지 군령을 우습게 여길까 두렵네.”
“하지만…….”
“어디 한번 솔직하게 말해보게. 사실은 전공이 탐나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긴 자네는 이번에 영주님을 따라 전쟁터에 나서지 못 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지. 이번에 이민족들을 몰아내면 영주님이 자네를 불러줄 거라 생각한 건가? 우습군!”
“아닙니다, 저는…….”
“아니면 뭔가! 전공이 탐난 게 아니란 말인가? 당장 나가게!”
영주 대리는 비달을 꾸짖은 뒤에 석 달 감봉에 처했다. 비달은 억울했으나,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고 출전한 것은 분명 자신의 잘못이었기에 얌전히 수긍했다. 그리고 이처럼 시일이 지나자, 또다시 이민족들이 국경을 넘어 들어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비달은 곧장 영주 대리를 찾아가 보고했다. 그러자 영주 대리는 턱없이 적은 병력을 비달에게 내주며 말했다.
“한낱 이민족들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
비달은 그제야 영주 대리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기서 항명한다면 그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항명한다면 항명하는 대로 죽는 것만도 못 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가문의 명예를 더럽힐 바에는 죽는 게 낫다.’
이처럼 죽음을 각오한 비달은 병사들을 이끌고서 이민족들이 약탈하고 있는 마을로 향했다. 그러자 이전과는 다르게 약탈을 끝마치고서 비달의 병사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민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숫자로도 밀리는데 지형적인 이점마저도 빼앗긴 것이었다. 비달의 부관이 다가와 간청했다.
“지금은 물러나셔야 합니다.”
“어디로 물러난다는 말인가?”
비달의 물음에 부관은 함부로 대답하지 못 했다. 뒤에는 영주 대리가 시퍼렇게 두 눈에 불을 키고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대로 성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민족들에게 사로잡힌 영지민들을 구하지 못 한 죄로 처벌당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을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는 이민족들을 상대로 달려든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결국 죽기 살기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죽거든 도망쳐라!”
이리 말한 비달은 검을 뽑아들고서 이민족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이 사뭇 비장해보이기까지 했다. 병사들은 그런 비달을 따라 우렁찬 고함성을 터트리며 마을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민족들은 그런 비달의 군대의 기세에 밀린 듯이 주춤주춤 했다. 그리고 이윽고 두 군대가 부딪친 순간, 비달은 순식간에 십여 명이 넘어가는 이민족들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이민족들 또한 만만치 않았다. 나무 울타리를 넘어 들어오는 영지병들을 창으로 찔러 죽이거나 화살을 쏘아 쓰러트렸다. 마을은 순식간에 어지러워졌다. 하지만 비달이 이민족들을 한껏 휘저은 덕택에 승리를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이민족의 수가 십여 명 정도가 되었을 때, 저 멀리서 고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원군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그것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다른 마을을 약탈하고 있던 이민족들이 지원을 온 것이었다. 비달은 살아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는 영지민들의 생로를 뚫기 위해 말머리를 돌렸다.
“나를 따라와라! 내가 길을 뚫겠다!”
크게 소리친 비달은 몸을 아끼지 않고 영지병들이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길을 뚫었다. 그러나 이민족들은 집요했다. 그들은 일전에 비달에게 당한 굴욕을 복수하고자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들로서는 비달은 물론이고 휘하 병사들조차도 놓칠 수 없었다.
이처럼 이민족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자, 비달의 힘도 점차 다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멍청했구나!’
비달은 한탄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찰나, 측면에서 화살이 날아와 이민족들의 목줄기를 꿰뚫었다.
“아아악!”
“크악!”
순식간이었다. 수십 명의 이민족들이 사방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고, 비달과 남은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윽고 모든 이민족들이 쓰러지고 나자, 잘 무장된 기병 수십 기가 비달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윽고 선두에 선 장수 한 명이 비달에게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까?”
루이의 명을 받고서 억울한 기사를 구원한 뒤에 때마침 길을 지나고 있던 아벨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우연히 구함을 받은 비달은 감격해 마지않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감사를 했다. 이에 아벨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사정을 가진 자라고 생각하고서 그와 이야기를 나눈 뒤에 예정에도 없이 비달까지 하멜른으로 데려가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것이 바로 나비 효과!
돔페리뇽 님 : 흐흐, 인재가 모이는군요
향향공주 님 : 그렇죠. 인재는 역시 줍줍이 최고죠
메카닉덕후 님 : 안 그래도 완결내기 위해서 힘쓰고 있습니다!
Astraya 님 : 그러겠습니다!
쿠마백작 님 : 애착은 몰라도 애증은 가지고 있습니다.ㅋㅋ
노스아스터 님 : 오! 알아주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네, 그것 일화 비슷하게 따왔습니다.ㅎㅎ 아무래도 실화가 바탕으로 되어야지, 조금은 현실성이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