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03화 (10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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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이민족들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국가적인 재앙이라고 하더라도 무방했다. 실제로 하폰의 사람이라면 치를 떨 정도였다. 일단 이민족들은 눈에 보이는 마을이나 도시로 쳐들어가 온갖 살육과 방화를 저질렀으며, 가족이 보는 앞에서 어미와 딸을 번갈아 윤간하는 패륜을 서슴없이 저질렀으니 말이다.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도리가 없었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밀튼과 휴안. 두 왕자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최소한 이민족들을 몰아낸 뒤에 싸움을 벌어야 될 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누구 한 명 섣불리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에 여기서 이민족들과 싸우다가 자칫 큰 피해라도 입게 된다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양 진형은 현재 백중지세라고 하더라도 전혀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민족이라는 예상지 못 한 변수로 인해서 무게 추가 기울어지게 된다면 이제까지 대치하고 있었던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두 왕자는 이 일을 어찌해야 되는지 끙끙 앓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던 중에 프리지아 남작이 앞으로 나섰다. 남작은 루이가 보유하고 있는 병사의 숫자가 많으며, 도적들을 물리친 전적이 있다는 것을 내세워 루이로 하여금 이민족들을 몰아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에 밀튼과 휴안, 두 왕자 모두 혹했다. 아니, 왕자들뿐만이 아니었다. 휘하 귀족들 모두 찬성하며 남작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일단 루이는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있는 중립이었으며,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과 도적들을 몰아낼 정도로 수준 높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까닭에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루이에게 편지가 전해지게 되었다.

“망할.”

루이는 이를 악물었다.

독박을 써도 단단히 뒤집어썼다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평상시였다면 이민족 처리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한참 병사를 모집해도 모자랄 판에…….’

군사뿐만이 아니었다. 인재도 모아야 되었고, 식량과 병장기를 최대한 비축해두어야 될 때였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런데 그걸 모두 재껴두고서 북쪽의 이민족들을 상대해야 되니, 루이의 입장에선 복창 터질 일이었다.

그것도 끊임없이 몰려오는 이민족들을 상대로 말이다.

이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었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부 경비를 강화시켜야 되는데.’

루이의 시선이 아자젤에게로 향했다. 여기서 아자젤을 회귀 이전대로 북부 경비대에 배치시켜둔다면 최소한 이민족들이 꼼짝도 하지 못 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루이는 이러한 생각을 강하게 떨쳐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여기서 아자젤을 북부 경비대로 보내게 되면, 아자젤 휘하의 병력이 붕 떠버리게 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아자젤은 뛰어난 기사였다. 이토록 귀중한 인재를 한낱 이민족들 때문에 내줄 수는 없었다.

바득바득, 이를 간 루이는 결국 두 왕자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여기서 거절했다가는 휴안과 밀튼의 엄한 견제를 받게 될 테니 말이다. 더욱이 이제까지 호의적으로 하멜른과 교역을 하고 있던 도시들이 등을 돌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악의 경우, 카샤의 가루를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팔아야 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 수도는 두 왕자의 손에 꽉 쥐어져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천천히 숨을 내쉰 루이는 이민족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칼을 뽑았다. 아자젤과 오필리아 그리고 호울과 피터, 비달을 뽑아 도합 일천 명의 정병이었다. 일천 명이 최소한 30개의 마을을 지켜야 될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루이는 반대로 생각했다.

‘이민족들이 하폰을 두 번 다신 넘볼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현재 이민족, 히르카 부족의 인구는 12만 명이 넘었다. 물론 이외도 많은 부족이 있기는 했지만, 하폰과 직접적으로 맞닿고 있는 부족은 히르카 부족이 유일했다. 그런데 일천으로 12만에 달하는 히르카 부족을 재기 불능 상태로 몰아붙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통상적인 국가 전쟁일 경우였다. 히르카 부족은 말 그대로 이민족이었다. 하나의 정부 아래에 뭉친 국가가 아닌 여러 부족이 모인 연합이었다. 때문에 단기전으로 빠르게 각개격파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더욱이 루이는 일전에 한 차례 이러한 방법을 써본 적이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그 때보다 훨씬 더 과격할 것이 틀림없었다.

루이는 아벨과 아놀드 그리고 카샨, 클라우드에게 하멜른을 맡긴 뒤에 일천의 영지병들을 이끌고서 북쪽으로 향했다.

“최대한 빠르게 북쪽으로 향한다.”

이러한 루이의 명령에 아자젤이 의문을 제기했다.

“마을을 지키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일천의 병력으로 수십 개의 마을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이민족들을 정벌하겠다.”

이리 말한 루이는 눈에 보이는 이민족들만 처리하며 북쪽으로 거듭 향했다. 이 때, 이민족들이 마을을 약탈하며 만들어내는 참상을 직접 목격한 병사들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 하고 이민족들이라고 하면 치를 떨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것을 실제로 보게 되니, 그 분노가 자연스럽게 치밀어 오르게 되는 것이었다. 더욱이 같은 민족이 타 민족에게 약탈당하고 모욕을 당하는 것이었다.

분노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덕분에 루이가 이끄는 군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아졌다. 루이는 이 사기를 유지하며 빠르게 행군했다. 그리고 이윽고 북쪽 전선에 도착하자, 루이는 곧바로 히르카 부족의 거점인 찬드니를 급습했다.

물론 이민족이라는 특성상 히르카 부족 또한 루이의 군대가 국경을 넘어 찬드니로 접근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루이의 군대가 찬드니에 가까워지자,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수백에 달하는 기병들이 일제히 뛰쳐나오자, 땅이 진동하는 듯했다. 하지만 루이를 비롯한 그 누구 한명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들 모두 이보다 더 거친 몬스터들과 한 차례 이상 전투를 치룬 숙련병이었으며 히르카 부족에게 약탈당하면서 신음하는 하폰의 백성들을 보았기에 분노가 극에 달해있는 상태였다. 오히려 올 테면 오란 식으로 분기탱천했다.

“사격 개시!”

루이는 오필리아의 부대를 앞세워 사격을 개시했다. 그러자 연속적인 굉음이 터지면서 총구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갔다. 그러자 선두에 서서 달려오던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더욱이 총소리에 익숙지 않은 말들이 깜짝 놀라서 발버둥치기까지 했다.

때문에 수백에 달하는 전사들이 순식간에 전투불능이 빠졌다.

“투창!”

루이가 말 위에서 재차 소리치자, 이번에는 아자젤의 부대가 짧은 단창을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말들과 뒤엉켜 쓰러져 있던 부족의 전사들이 단말마를 내뱉으며 숨이 끊어졌다. 이후는 간단했다.

호울과 피터 그리고 비달이 이끄는 병사들이 남은 전사들을 처리했다.

수백에 달했던 부족의 전사들은 루이의 군대 앞에 힘 한번 쓰지 못 하고 몰살당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여기서 중갑보병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들이 앞장서서 날뛰자, 부족의 전사들은 검 한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 하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이처럼 부족의 전사들을 단번에 몰살시킨 루이는 곧바로 찬드니를 공격했다. 부족의 전사들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던 찬드니는 루이의 군대가 공격해오자, 변변찮은 대응을 하지 못 했다. 애당초 이민족이었기 때문에 그 흔한 울타리조차도 없었다. 때문에 병사들은 움집에 불을 피우고 이민족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 때, 루이는 잔혹하게 명령을 내렸다.

“어린 아이와 노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죽여라! 젊은 사람이라면 하나도 예외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젊은 사람들을 모조리 사로잡아서 하멜른으로 보내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하기에는 여유가 많지 않았다. 이건 무조건 단기전으로 가야만 되었다. 신속하게 적들을 섬멸하고 재기 불능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다른 거추장스러운 것은 필요가 없었다.

전리품? 전리품이라고 한다면 하멜른에서 나오는 카샤의 가루와 은만으로도 충분했다.

“……전부 끝났으면 마을을 완전히 불태워라!”

이처럼 마을까지 불태우고 나자, 일천 명이 넘어가는 부랑자가 생겨났다. 루이는 이들을 풀어주었고, 이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인근 마을로 가야만 되었다.

마을이 불타고 여분의 식량이 없는 이상, 살 길은 인근 마을로 가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일천 명이 넘어가는 부랑자들이 인근 부락으로 가게 되면, 자연히 식량 사정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큰 마을 대여섯 개만 초토화시켜버리면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는 히르카 부족의 식량 상황은 순식간에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 탓에 이민족들이 더더욱 약탈에 열을 올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좋은 일이었다.

어차피 그들이 약탈을 한다고 해서 하멜른이 약탈당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디 한번 너희도 고생해봐라.’

루이는 자신을 북부로 내몬 귀족들을 생각하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러한 루이의 생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루이가 딱 큰 마을 다섯 개를 불태웠을 무렵, 히르카 부족 마을의 식량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급기야 부랑자들이 마을 내로 들어오지 못 하도록 막거나 죽이는 일까지 생겼다.

또 어떤 이민족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약탈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 히르카 부족의 족장들이 들고 일어섰다. 루이의 군대와 정면으로 맞닥들이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루이의 군대를 뒤쫓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루이의 군대는 어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빠르게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거점 점령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식량 또한 그 지역에서 약탈하는 것으로 보충했다. 보급부대조차 존재하지 않는 부대이니, 추격이 빠르게 진행될 리가 없었다. 더욱이 가는 길마다 부랑자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먹을 것을 달라며 애달 복걸하니, 추격대의 입장에서는 곤란하기 그지없었다.

“이 개자식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었다.

부족장들은 이대로 루이의 군대를 쫓아다니기 보다는 아예 하폰으로 몰려가서 떼거지로 약탈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더불어 루이와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저쪽도 듣는 귀가 있다면 알아서 하폰으로 기어들어올 것이 틀림없었다.

“……복수의 시간이다! 전부 죽여라!”

부족장들은 루이에게 당한 수모를 그대로 갚아주기 위해서 하폰으로 향했다. 물경 일만에 달하는 대군이 모인 것이었다. 루이의 군대가 보인 만행이 히르카 부족 전역에 퍼지면서 지원자들이 앞다투어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일만에 달하는 이민족들이 하폰의 국경을 넘어 안쪽으로 들어오자, 귀족들이 안달을 내기 시작했다. 휴안과 밀튼 역시도 난색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지금 전투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일만에 달하는 이민족들이 북부 지역을 휩쓸면 성조차도 견디지 못 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도 잠시, 북부 지대를 당장에라도 휩쓸 것처럼 내려오던 이민족들이 돌연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다급한 소식이 전해져왔기 때문이었다.

“이, 이놈들이……!”

부족장들이 전사들을 이끌고서 하폰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루이가 마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부족장들이 다스리는 마을을 차례대로 급습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수비 병력이 있기는 했지만, 루이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일천의 정병을 가로막기에는 그 전력이 턱없이 미약했다.

‘하폰이 미치기라도 한 건가!’

부족장들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었다. 여태껏 몇 번씩 하폰에서 자신들을 공격해오기는 했었지만,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공격해오기는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전쟁이란 게 무엇이던가? 바로 영토를 넓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루이가 보이는 행동은 그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파괴만 할 뿐이었다.

영토를 넓힐 생각도 없이, 죽이고 또 죽였다. 심지어 약탈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딱 며칠 동안 먹을 식량만 약탈하고 나머지는 싹 다 불태워버리는 것이었다. 말린 고기부터 시작해서 값비싼 가죽까지 말이다!

때문에 부족장들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만 되었다. 맞불을 놓아서 약탈을 하던가, 아니면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회군을 하던가 말이다. 물론 군사를 절반씩 나누는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 되면 도리어 각개격파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좋아, 어디 한번 갈 때까지 가보자!”

결국 부족장들은 결단을 내렸다. 이대로 일만을 이끌고서 하폰을 약탈하기로 말이다. 어차피 여기서 당장 회군한다고 한들 마을을 지켜내기란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치킨 게임이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기서 루이가 손해 보는 것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여기서 손해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히르카 부족과 귀족들뿐이었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루이 : 쫄리시면 뒈지시던지!

히르카 부족장 : 뭐, 임마? 다 덤벼, 이 새끼들아!

하폰 귀족들 : 어? 자, 잠깐?

메카닉덕후 님 : 되도록 빨리 완결내겠다는 거지, 당장 완결내겠다는 건 아닙니다.ㅋㅋ

엥카나숀 님 : 저도 연참하고 싶은데, 매니저 어플의 장벽이 너무나도 크고 아름답네요.

향향공주 님 : 네? 아뇨, 그건 안 되죠. 병력이 몇 배 차이인데요. 밀튼의 8만이고, 휴안의 13만입니다. 그에 반해서 루이는 이천 조금 넘은 수준입니다. 넘사벽이에요.

리눅 님 : 네, 감사합니다!

아쉐니트 님 : 중복이라 할 수는 없는 게, 서로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하나는 왕자 전쟁에 관한거고, 또 하나는 이민족에 관한 거니까요

smxdmdmd 님 : 죄송합니다. 흑흑

[炎風] 님 : 헉, 쿠폰 감사합니다.ㅎ

허니앙쥬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걱정마세요, 그런 결말은 아닙니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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