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06화 (10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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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휴안의 진형을 빠져나올 당시, 필립 남작은 모든 것이 증오스러웠다.

자신의 가족을 죽인 이민족들이 증오스러웠고, 자신에게 감언이설을 속삭인 귀족들이 원망스러웠다. 또한 자신을 끝끝내 돕지 않은 휴안도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증오스러웠던 것은 바로 루이였다.

이 모든 게, 바로 루이 때문에 일어난 것만 같았다.

애초에 루이가 북부만 지켰다면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괜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아서, 자신의 가족이 떼몰살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북부로 올라와서 이민족들을 상대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필립 남작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그릇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북부를 약탈하는 이민족 무리는 수십에 달하는데, 자신은 고작 하나에 불과했다.

한 손으로 열 손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필립 남작이 한 마을을 구하면 다른 수십 개의 마을이 이민족들에게 약탈당했다. 심지어 남작이 구한 마을도 길면 일주일, 짧은 하루만에 약탈당해 잿더미가 되었다. 이건 도저히 혼자서 막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마을이 쑥대밭이 되어버린 탓에 보급도 원활하지 않았다. 물론 성이 남아있긴 했지만, 성들 또한 밀려드는 피난민들로 인해서 남은 식량이 없었다. 오히려 식량을 보급하러 갔던 필립 남작의 군대가 남은 식량마저 내놓아야 될 상황이었다.

이건 답도 없었다.

막으려면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되었다.

‘북부 경비대!’

필립 남작은 북부 경비로 향했다. 그러나 북부를 지키고 있어야 될 북부 경비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심지어 왕자의 전쟁으로 보급도 뚝 끊긴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비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대다수의 병사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 하고 탈영했다. 그나마 남은 자들이 북부를 지켜보겠다고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수백 명씩 무리지어 내려오는 이민족들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들에겐 더 이상 힘이 없었다.

필립 남작은 말머리를 돌렸다.

‘이걸 어찌해야 된다는 말인가.’

탄식이 절로 터져 나왔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히르카 부족장들이 이끄는 이만 군세와 대적해볼까도 싶었다. 그러나 남작이 가진 삼천으로 이만과 맞붙는 것은 자살행위 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복수심에 눈이 멀었다고는 하지만 그런 식으로 헛되이 목숨을 버릴 수는 없었다.

결국 남작에게 남은 수단은 히르카 부족의 땅으로 넘어가 똑같이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 순간, 필립 남작은 그제야 루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 귀족들이 내몬 것이었다.

필립 남작이야 복수를 위해서 북부로 왔다지만, 루이는 귀족들에게 떠밀려서 북부로 온 것이었다.

그런 루이의 군대가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 이 땅에서 고작 일천의 군세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방금 전에 필립 남작이 생각했던 전술을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 손으로 열 손을 막느니, 차라리 한 손으로 열 손만큼이나 세게 때리는 것이었다.

결론이 이렇게 내려지자, 루이에게 향해졌던 필립 남작의 증오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오히려 죄송스러움이 밀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귀족들이 루이를 북부로 보내서 이민족들을 막도록 해야 한다고 할 때, 남작 또한 찬성했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자신이 따로 병력을 소모할 필요도 없이 루이의 군대로 자신의 땅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로구나!’

필립 남작은 그제서야 모든 것을 깨닫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남작은 곧바로 군대를 이끌고서 히르카 부족의 영토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루이의 군대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 정찰병을 보내보았다. 그러나 어디 한군데 오래 머물지 않는 루이의 군대를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쉬웠다면 히르카 부족이 먼저 루이의 군대를 찾아냈을 일이었다.

결국 남작은 루이의 군대 찾기를 포기하고, 이민족의 마을을 발견하는 족족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루이보다 세 배 많은 군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지간한 마을은 숨 한번 내쉬지 못 하고 몰살당했다.

이 순간부터 필립 남작은 신이 났다. 고통에 울부짖는 이민족들을 보니, 이제야 겨우 복수다운 복수를 하는 듯했다. 남작의 병사들 또한 죽은 가족들의 넋을 기리듯이 최대한 잔인하게 이민족들을 죽였다.

“전부 노예로 삼는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남작은 히르카 부족을 두고두고 괴롭히기 위해서 노예로 삼았다. 그러나 이것이 실수였다. 군대에 노예가 포함되자, 움직임이 둔해졌다. 결국 그것이 꼬리가 되어,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의 발에 밟히고 말았다.

히르카 부족령을 지키고 있던 부족장들이 남은 전사들을 끌어 모아서 필립 남작의 군대를 공격했다. 그 숫자가 무려 오천이었다. 그러나 필립 남작의 군대 또한 만만치 않았다. 다들 고향땅이 이민족들에게 짓밟혔다는 증오심 때문에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과 싸웠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만 같은 접전이었다.

하지만 사방에서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이 모여들자, 필립 남작의 군대도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숫자가 이천 이하로 뚝 떨어지자, 필립 남작은 뒤로 후퇴했다. 하지만 이 땅은 히르카 부족의 땅이었다.

어디로 도망쳐도 히르카 부족들 밖에 없었다.

결국 필립 남작은 적들에게 포위당해 전멸당할 위기에 빠졌다.

‘이렇게 죽는 건가……!’

어리석었다. 루이가 했던 것처럼 모조리 죽이고 계속 나아가야만 되었다. 복수심에 눈이 멀어 그릇된 판단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보았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필립 남작이 죽음을 예견했을 때,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쏴라!”

탕! 탕! 탕!

우레와 같은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흑색 연기가 자욱하게 뿌려졌다. 동시에 이민족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필립 남작의 눈앞에서 천벌이 이루어지고 있던 것이었다.

“쳐라!”

이처럼 남작이 감탄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날랜 기병들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젊은 기사가 검을 휘두르며 선봉에 서고, 그 뒤를 따라 아름다운 여성 병사들이 이민족들을 베고 찌르고 쓰러트렸다.

그 광경에 모든 병사들의 넋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필립 남작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서 소리쳤다.

“공격!”

남작의 외침에 모든 병사들이 분기탱천해서는 이민족들을 공격했다. 그리고 이처럼 루이의 군대가 난입해 들어오자,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은 변변찮은 저항도 못 하고 모조리 몰살당했다.

그리고 이처럼 루이에게 목숨을 구함 받은 필립 남작은 루이의 앞에 무릎을 꿇고 청했다.

“후각 각하와 함께 행동하고 싶습니다. 히르카 부족을 모조리 몰살시킬 수만 있다면 제 영혼이라도 내어드리겠습니다!”

루이는 이러한 필립 남작의 뜻을 의심했다. 혹시라도 귀족들의 간계일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루이는 그 날, 남작을 불러내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긴 이야기 끝에 루이는 남작의 증오가 순수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마음 한켠으론 걱정되는 것이 있어서 이리 물었다.

“남작은 내가 원망스럽지 않소?”

이러한 루이의 물음에 남작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찌 후작 각하를 원망한다는 말입니까? 물론 처음에는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휴안 왕자님의 진형을 빠져나와 북부로 와보니, 후작 각하의 심정을 금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저의 행동이 얼마나 그릇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남작은 길게 말하기 보다는 자신의 진심을 최대한 내보였다. 그리고 그 말에 루이는 진심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날, 필립 남작은 진정으로 루이에게 환영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루이는 필립 남작의 군대를 합쳐서 삼천의 군세를 가지게 되었다.

군세가 3배로 불어난 만큼 그 힘 또한 강해졌지만, 이제는 어지간한 마을을 약탈하지 않는 이상 군세를 유지하기 버거웠다. 때문에 루이는 이제껏 입맛만 뚝뚝 다시며 지나쳤던 큰 마을들을 공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슬슬 노는 물을 바꿀 때가 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삼천에 달하는 군세가 이제껏 안전하다고 생각되었던 부족의 마을을 공격해오니, 히르카 부족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더욱이 일천도 막기 버거운데, 이번에는 삼천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전사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화승총의 존재였다.

탕! 탕! 탕!

총구가 불을 뿜을 때마다 전사들이 뒤로 고꾸라지며 피를 뿌리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게다가 말들도 총소리에 깜짝 놀라서 이리저리 날 뛰니, 히르카 부족이 자랑하는 기병들은 제 힘의 반의 반도 제대로 내지 못 했다.

결국 히르카 부족의 마을은 루이의 군대에 의해서 점령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날, 오필리아와 필립 남작은 서로 하하호호 웃으며 사이좋게 이민족의 팔다리를 썰었다.

============================ 작품 후기 ============================

오필리아 : 먼저 자르세요. 호호

필립 남작 : 레이디 퍼스트!

오필리아 : 어머, 매너 좋으시네요. 그럼 함께 썰까요?

필립 남작 : 허허, 이거 참 매너가 좋은 아가씨구만.

서걱서걱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 : 으아악! 그만해! 이 미친년놈들아!

노스아스터  님 : 원래 귀족이란 게, 이익집단이니까요. 오죽했으면 인구의 10%가 부의 90%를 가져가겠습니까? 뭐, 지금도 비슷하지만요

향향공주 님 : 사실 진짜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건, 첫째인 아슬롯과 둘째인 밀튼이죠. 휴안과 루이는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보람찬 님 : 그렇죠. 결국 피보는 건 백성들..ㅠㅠ

황녀아리샤 님 : 이 시대에는 성벽이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걍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됩니다. 그래서 이천 죽었잖아여. 몽골이 유럽 정복한 거,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forgetting 님 : 으음, 그렇긴 하죠.

Astraya 님 :흙밭이요? 왜요?

AliceChong 님 : 약혼은 했지만, 섹스는 안 했죠!

허니앙쥬 님 : 걱정마세요. 차곡차곡 먹고 있습니다. 벌써 2살이나 먹었는 걸요. 그래서 지금 13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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