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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폰 전기-107화 (10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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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필립 남작과 오필리아는 처음 마주친 날부터 급격하게 친해졌다. 서로에게 이끌렸다고 해야 될까? 운명이라고 해도 좋았다.

이민족의 팔다리를 썰고 있는 오필리아의 모습에 크게 감명 받은 필립 남작은 뭘 하더라도 오필리아와 함께 했다. 소녀 또한 필립 남작의 호의가 싫지만은 않았기에 함께 행동했다. 둘이서 어찌나 찰싹 붙어다니던지, 흡사 부녀를 보는 듯했다. 이에 호울과 피터가 농담 삼아 부녀 같다고 말하자, 필립 남작은 그 날로 오필리아를 자신의 양녀로 삼았다.

광기는 광기를 알아본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아자젤은 사이좋게 이민족의 팔다리를 써는 부녀의 모습을 보며 한탄했다.

“미친놈이 하나 더 늘었어!”

이러한 아자젤의 한탄과 함께 루이의 군대는 파죽지세로 히르카 부족을 휩쓸었다. 심지어 주변의 사냥감까지 싹쓸이 해버린 탓에 히르카 부족의 식량 사정은 순식간에 극악으로 치달았다.

결국 각각의 마을들은 하폰 북부를 약탈하고 있는 히르카 부족의 전사에게 식량을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걸 얌전히 두고 볼 루이가 아니었다.

예전에는 수송대의 크기가 루이가 가진 군대의 크기와 엇비슷해서 감히 공격할 생각을 못 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일천에서 삼천으로 전력이 상승한 만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다.

“쳐라!”

루이의 군대는 적의 수송대를 순식간에 휩쓸었다.

딱 움직이기에 좋을 만큼만 챙기고 나머지는 싹 다 불태워버리는 것이다. 불에 타는 식량을 보며 아까워하는 병사들도 적잖게 있었지만, 다들 필립 남작이 불필요한 노예를 끌고 다니다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이상으로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이처럼 수송대마저 끊기자, 히르카 부족의 마을들이 싹 다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하폰의 북부를 휩쓸고 있던 히르카 부족의 족장들은 다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대로 군대를 돌려서 루이의 군대를 칠 것인가, 아니면 계속해서 북부를 약탈할 것인가 말이다.

이 분기점에서 부족장들끼리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었다.

“부족민들을 구해야 하오! 당장 군대를 돌립시다!”

“그렇소, 이러다가 부족민들이 다 굶어죽겠소! 여기서 아무리 약탈하면 뭐하오? 동족들이 다 굶어죽고 있는데!”

아직까지 부족민들이 살아있는 부족장들은 당장 군대를 돌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부족민들이 루이에게 싹 다 몰살된 부족장들은 계속해서 약탈할 것을 주장했다.

“우리가 계속 약탈하며 내려가면 저들도 어쩔 수 없이 내려올 겁니다!”

“흔적조차 잡기 힘든 쥐새끼 같은 놈들이라는데, 어떻게 쫓으란 거요?”

“보급도 문제입니다. 여기야 약탈을 하니까 보급이 된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 땅은 사냥감이 아주 씨가 말랐다고 합니다. 여기서 물러나면 우리만 피를 보게 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본때를 보여줍시다!”

심지어 몇몇 부족장들은 이대로 하폰의 수도, 팔칸을 공격하자고까지 말했다. 이미 한 차례 하폰의 토벌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더니 간이 부운 것이었다.

“동족들을 이곳으로 이주시킵시다.”

그 때, 한 명의 부족장들이 이주를 제안했다.

“……차라리 잘 되지 않았습니까? 언제까지 그런 척박한 땅에 뿌리를 박고 있을 생각입니까?”

“하지만 하폰의 군대가…….”

“이미 우린 하폰의 군대를 물리쳤습니다! 저들은 약하고 우리는 강합니다! 저들은 우리의 이주를 막을 힘이 없습니다!”

젊은 부족장이 혈기 넘치게 소리치자, 그 혈기는 곧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곧 의견은 통합되었다. 다들 하폰의 북부로 이주하기로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거주지의 문제였다.

“성을 점령합시다.”

“많이 점령하세!”

하지만 그 문제 또한 금세 해결되었다. 바로 성을 점령하는 것으로 말이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약탈만 하지 않고 아예 뿌리를 박기 위해서 점령을 하는 것이었다. 성을 불태우지 않고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었다.

히르카 부족의 부족장들은 전사들을 이끌고 다니며 성 세 채를 점령했다.

부족 전체가 이주해오려면 한참 부족했지만, 성을 점령할수록 늘어나는 노예병의 숫자를 보니 금방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팽배해졌다. 특히나 하폰의 토벌대는 이런 이민족들의 행태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느릿느릿 움직이던 것조차도 멈춘 채로 멍하니 이민족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원인으로는 역시 밀튼 측 귀족들과 휴안 측 귀족들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민족 무리가 저리도 활개를 피우는데, 어째서 군을 움직이지 않는 거요!”

“그대들의 군세가 더 크니, 먼저 움직여야 되는 게 옳지 않소?”

“지난번에 우리를 지원해주지 않고서 어째서 그런 뻔뻔한 소리를……!”

“지원해 주려고 했는데, 지원해주기도 전에 퇴각하지 않았소?”

“이게 뚫린 입이라고 어디서 망언을……!”

“이민족들이 무서워서 꽁무니를 뺀 주제에 목소리 하나는 크군! 목소리로 이민족들을 몰아내겠어? 크하하핫!”

“이 배신자들!”

“겁쟁이 놈들!”

서로가 서로를 욕하며 견제했다. 제대로 화합이 이루어질 리가 만문했다. 결국 하폰의 귀족들은 히르카 부족에게 성 세 채를 더 빼앗기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히르카 부족의 군세가 3만을 넘어가 있었다.

이주해온 히르카 부족민들이 하폰 북부에 정착하면서 새로이 전사로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노예병들도 한층 더 많아져 있었다.

심각한 일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었다. 아니, 떨어지다 못 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때문에 토벌대를 구성한 귀족들이 부랴부랴 밀튼과 휴안에게 새로이 병사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걸 두 왕자의 진형에 있는 귀족들이 순순히 받아줄 리가 만무했다. 당장 가용하는 병력도 부족한데, 어떻게 보내라는 말인가? 더욱이 여기서 잘 못 병사를 빼내었다가는 아슬아슬한 균형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면 토벌 중에 아군의 병사가 더 많이 죽는 참사가 일어날지도 몰랐다.

실제로 토벌대를 구성하고 있는 휴안의 군세가 한 차례 전투로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고 말이다. 그에 반해서 밀튼 측 토벌대는 사망자는커녕 부상자 한 명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병사를 순순히 내어줄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귀족들은 토벌대의 책임을 추궁했다.

결국 서로 감정만 상한 채, 토벌대 지원은 유야무야 되었다.

“이 일은 어쩐단 말이오? 이대로 시간이 지체되었다간 우리가 역으로 먹히게 될 거요!”

“협력합시다! 이번에야 말로 협력하는 겁니다.”

밀튼 측 귀족들과 휴안 측 귀족들이 가까스로 합의를 보았다. 이미 한참 늦었지만 일만 일천의 군세가 토벌을 위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히르카 부족의 부족장들이 다시 모였다.

“멍청한 하폰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줍시다!”

“여기가 하폰의 무덤이다!”

히르카 부족의 족장들은 토벌대가 온다는 소식에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마중 나갔다. 그리고 이처럼 양측의 군세가 맞닿게 되자,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이 용감히 돌진했다. 계책이라던가, 전술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무식한 돌격이었다. 그러나 노예병을 앞세운 돌격이었기에 이것은 무척이나 유효했다.

“으아악! 쏘지 마! 악!”

“쏘지 말란 말이야! 끄악!”

토벌대가 쏜 화살은 대부분 노예병들에게 꽂혔다. 그리고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은 뒤에서 안전히 돌격한 뒤에 승냥이마냥 토벌대를 물어뜯었다. 순식간에 난전에 들어서게 된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휴안 측과 밀튼 측은 서로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또 우습게도 양 측 모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후퇴했다.

아군 병사를 미끼로 몰아놓고서 내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기가 막히게도 양 측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하폰의 토벌대가 썰물처럼 한꺼번에 밀려나는 형세가 되었다.

어찌나 질서정연하던지, 하나의 유인책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 때문에 히르카의 부족장들은 하폰의 계책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미 전투로 흥분된 전사들은 앞뒤재지 않고서 달려들었다.

그것은 엄청난 위력을 만들어내었다.

대비책 없이 물러나는 하폰의 토벌대를 뒤에서 사정없이 물어뜯은 전사들은 무수히 많은 전과를 올렸다. 특히나 밀튼 측에 비해서 많은 군사를 가지고 있던 휴안 측의 피해를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결국 이 날, 토벌대는 대패해서 휴안 측과 밀튼 측으로 각자 나뉘었다. 그리고 그렇게 쪼개어진 토벌대는 인접해 있는 성으로 몸을 숨겼다. 각 측의 귀족들은 상대방이 먼저 배신했다는 전서를 본진에 보냈다. 어떻게든 책임을 피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러한 토벌대의 편지를 받은 본진에서는 서로를 욕하며 책임을 추궁했다.

“이 편지에 적힌대로라면 그대들이 먼저 군사를 내뺐소!”

“흥! 지원을 바란다는 편지를 보내놓고서 내뺄 생각만 하고 있던 게 누군데!”

도망치려 한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밀튼 측 귀족들과 휴안 측 귀족들은 오십보백보 싸움만 하며 서로의 책임만 추궁했다. 그리고 이러는 와중에도 히르카 부족의 전사들은 하폰 북부의 성을 차례로 함락시켜 나아갔다.

============================ 작품 후기 ============================

천애 고아에서 귀족으로 신분 상승한 오필리아!

쿠마백작 님 : 정말 멋진 광기 아닙니까?

향향공주 님 : 히익? 자, 잠시만욬ㅋ

카이프 님 : 매너 넘치는 남작님이죠

팀워크 님 : 네, 감사합니다.ㅎ

칸데룬 님 : 크, 멋진 맞춤 예절이네요

Astraya 님 : 이구.ㅠㅠ 몸 건강히 다녀오세요

AliceChong 님 : 음,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만약에 루시아와 H씬이 있다면 마지막화쯤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 고민을 거듭해서 결정을 내릴 겁니다. 조아라가 근친에 민감하거든요

보람찬 님 : 정말로 예쁠 듯요. 아마도 화사하게 웃으며 썰지 않을까 싶네요. 활짝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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