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14화 (11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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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삶]

현재 루이가 소유한 영지는 하멜른과 광산을 중심으로 세워진 마을 세 곳이다.

이 때, 각각의 마을들이 광산을 중심으로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그 거리가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형국이었다. 물론 램지의 도움을 받아서 성벽을 세워두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몬스터들과 산짐승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루이는 하멜른과 각 마을을 잇는 도로를 건설하고 길목의 치안을 집중적으로 신경 쓰기로 계획을 세웠다. 물론 기존에 쓰던 길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 길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엉성하게 만들어진 흙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루이는 이번에 아예 그 길을 싹 갈아엎어버리고 대대적으로 도로를 건설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비록 많은 인력과 금화가 쓰이는 계획이긴 했지만, 어차피 하멜른에 남아도는 것이 인력과 돈이었다. 기실 인력이야 매일 같이 방문하는 화전민들로 인해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고 돈은 카샤의 가루를 팔 때마다 알아서 들어오니 부족할 일이 없었다.

오히려 귀부인들이 매일 같이 시종들을 보내서 팔아달라고 애원할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멜른에 인력과 금이 마를 일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하멜른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니러니 하게도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다른 영지와는 다르게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시대에선 상당히 기형적인 구조라고 볼 수 있었다. 만약에 하멜른 주변이 온통 적들이었다면 굶어죽기에 딱 좋은 도시 구조였다. 하지만 그것은 많은 금화로 초기에 잘 무마시킨 루이였다. 실제로 밀튼과 휴안을 위시한 대다수의 귀족들이 루이를 좋게 봐주고 있었다.

물론 몇몇은 승냥이마냥 루이가 가진 카샤의 가루를 탐내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휴안과 밀튼이 잘 막아주고 있는 형세였다.

그 누가 두 왕자의 뜻을 거스르고 루이에게 시비를 걸겠는가? 하물며 루이는 다른 이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랄프 산맥을 잘 틀어막고 있는 상태였다. 그 덕택에 이득을 본 귀족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니, 귀족들뿐이겠는가? 상인들 또한 랄프 산맥에서 나오는 귀한 약재와 과일을 챙겨서 한 몫 두둑이 챙기고 있었다.

덕분에 현 시대에 있어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도시가 바로 하멜른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기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위업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물며 루이의 나이가 이제 열 셋이었다. 어린 나이에 이런 위업을 달성했으니, 모두가 장래를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루이는 콧대를 높이긴 커녕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쥐 죽은 듯이 숨을 죽인 채로 내실을 다시고 외부를 경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루이가 조금 특출난 행동을 하게 된다면 분명 밀튼이 루이 쪽으로 눈짓 한번 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만에 하나 밀튼이 갑자기 변덕을 부려서 수만의 군대로 하멜른을 지르밟고 간다면, 하멜른은 저항다운 저항 한번 못 하고 활활 불에 타오를 테니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과장된 감이 없잖아 있기는 했다. 일단 루이의 곁에는 수많은 명장들과 함께 화승총이라는 월등히 앞선 무기가 있었으니 말이다. 막말로 하멜른을 버리고 반란군 무리가 그랬던 것처럼 유격전을 펼친다면 제아무리 밀튼이라고 하더라도 버티지 못 할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과연 무엇이 남겠는가?

하폰 왕국은 왕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더욱이 사방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수많은 왕국들이 하나둘씩 야욕을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물며 철가면도 남아있었다.

‘이 전력으로 철가면을 상대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그의 무력이 두려웠다. 이름을 널리 알린 기사들도 철가면의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픽픽 고꾸라지고는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지금은 최대한 숨을 죽여야 될 때였다. 휴안이 병으로 죽고, 밀튼이 알아서 미쳐 고꾸라지기를 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년이었다.

5년 동안 죽은 듯이 하멜른의 기실을 다지며 기회를 노리면, 언젠가 능구렁이 같은 귀족들을 일거에 싹 몰아내고 왕좌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에서 루이는 대대적으로 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동시에 광산을 통해서 나오는 금속으로 무기를 제조했다. 명분으로는 몬스터 토벌을 내걸었기 때문에 그 어떤 사람도 루이의 행동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한편 밀튼은 휴안의 군세를 폭풍처럼 몰아붙였다.

어떤 이들은 밀튼을 악귀라고 불렀다.

실제로 그는 악귀처럼 휴안을 쫓아다녔다. 그야말로 죽다 살아난 자였다. 모두가 그를 두려웠으며, 귀족들은 그와 마주치면 도망치기 바빴다.

그럼에도 휴안은 어떻게든 상황을 호전시켜보기 위해서 발악을 해보았다. 최대한 용병들을 고용하고 농노들을 징집했다. 그리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재정 악화와 영지민의 피폐함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휴안이 루이에게 금전을 빌리려고까지 했다.

어린 동생에게 금전을 빌린다는 건, 그의 상황이 정말로 극악에 치달았다는 증거였다. 루이는 휴안의 편지를 받고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중립의 입장을 지킨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물론 편지를 들고 온 귀족이 펄펄 뛰며 악을 썼지만, 괜히 밀튼에게 미운 털이 박히기 싫은 루이였기에 단호히 축객령을 내었다.

이 일로 휴안과 서먹서먹해지겠지만, 대세는 이미 밀튼에게 기운지 오래였다.

더욱이 하폰 북부을 휩쓴 이민족들과 싸우는 도중에 휴안이 밀튼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소문까지 나게 되자, 곳곳에서 마을 단위로 반란이 일어났다. 그들은 휴안에게 대항하고, 밀튼의 군대가 오면 기꺼이 자원입대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정든 고향을 버리고 도망치기까지 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나 민심이 극단적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가장 컸다. 뒤늦게 휴안의 귀족들이 영지민들이 도망치지 못 하도록 엄중히 감시를 내렸다지만, 이탈하는 영지민의 숫자가 조금 줄어다 뿐이지 여전히 넘쳐날 정도로 많았다.

심지어 밀튼의 군세가 영지민의 이탈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영지민들의 도주를 막을 길이 없었다.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밀튼에게 유리해져갔다.

반면에 휴안은 끔찍한 현실에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영지민들은 한결같이 분노하며 반역을 꿈꾸고 있었고, 이런 영지의 현실에 귀족들이 하나둘씩 군세를 이탈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밀튼에게 항복하기까지 했다.

여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전쟁이 끝날 판이었다.

이쯤에서 루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3년은 가야될 전쟁이 벌써부터 끝날 기미를 보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휴안이 병을 얻었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전황이 계속해서 안 좋아지자, 결국 화병을 얻은 것이었다.

결국 루이는 이쯤에서라도 뒤늦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이건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을 쏟아 붓는 격이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볼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결정을 내린 루이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서 휴안에게 금화를 비밀리에 지원해주었다. 그리고 이 금화를 받은 휴안은 과거에 루이를 미워했던 마음을 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에게 있어서 이건 마지막 기회인 것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희망이 없었다.

밀튼은 루이가 준 금화로 엄청난 숫자의 용병들을 고용했다. 심지어 외국의 용병들까지도 모집했다. 사방팔방에서 용병들이 모여들었고, 그 수가 무려 4만에 달했다. 무지막지한 수라고 할 수 있었다.

막말로 휴안은 여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

그렇게 분연히 외친 휴안은 판노니아로 향했다. 결전을 각오한 것이었기에 그 기세가 거셀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귀족들은 휴안이 갑자기 큰돈을 구한 것에 의문을 구하긴 했으나, 휴안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기에 기꺼이 뜻에 따랐다.

그리고 이 소식에 전해들은 밀튼 또한 사방에 뿌려져 있던 군대를 한곳으로 집결시킨 뒤에 맞이하러 나갔다. 두 왕자가 이끄는 대군은 판노니아를 가로 짓는 강을 두고서 만났다. 휴안과 밀튼은 각각 맞붙기 전에 동서로 나뉘어 진을 쳤다.

그 후, 먼저 진용을 갖춘 밀튼이 말을 탄 채 다리 위에 서서 큰 소리를 휴안을 꾸짖었다.

“휴안, 이 배신자 놈! 왕가의 명예를 더럽힌 네 놈이 무슨 낯으로 여기까지 온다는 말이냐?”

이에 휴안 또한 말을 타고 나타나 반박했다.

“그것은 순전히 보고 중에 실수가 있었던 것뿐이었소! 나 또한 그 날, 크게 자책했었소! 하지만 어쩌란 거요? 이미 벌어진 일이거늘! 하물며 그대 또한 나를 공격하지 않았소! 어찌 이민족과 싸우고 있는 같은 형제의 등에 칼을 꽂는다는 말인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부끄러움? 기가 차지도 않는군! 네 놈이 과연 부끄러움을 알기나 하는 것이냐! 이 망나니 같은 놈!”

한층 더 큰 목소리로 휴안을 꾸짖은 밀튼은 그대로 곧장 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휴안 또한 용감히 밀튼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 사람의 검이 순식간에 십 여차례 엇갈렸다. 그러나 무예에 있어서 밀튼이 월등히 휴안을 앞서고 있었다.

서서히 밀리는 것을 느낀 휴안은 더 이상 버티지 못 하고 자기 진 쪽으로 도망쳤다. 그걸 본 밀튼은 휴안을 잡기 위해 뒤를 쫓는 동시에 군세를 이용해 공격했다. 갑작스레 벌어진 전면전이었다. 당황한 병졸들은 갑자기 몰아치는 밀튼의 군세에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 했다.

반면에 이런 밀튼의 갑작스런 공격 명령에 익숙해져 있던 밀튼의 병사들은 그의 팔다리가 되어 휴안의 군세를 짓밟았다. 그걸 본 휴안은 기사와 용병 대장을 내보내 밀튼은 상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밀튼의 상대가 제대로 되지 못 했다.

오히려 분기탱천한 밀튼의 검을 제대로 받지 못 하고 고꾸라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처럼 다섯 중에 둘이 밀튼의 검에 맞아 죽자, 남은 셋은 두려움에 질려 말머리를 돌렸다.

다섯으로도 막지 못 한 걸, 셋으로 막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싸움은 끝났다고 하면 편이 옳았다. 밀튼의 뒤를 따라 몰려드는 병사들의 모습에 휴안의 병사들은 대적할 엄두도 내지 못 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물며 용병들이라고 해서 목숨 걸고서 이 싸움을 이어나갈 필요가 없었다. 진은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밀튼은 겁에 질린 적들을 유린하며 휴안을 찾아 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귀족들과 함께 도망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발견했다.

밀튼은 검을 높이 치켜들며 휴안을 향해 소리쳤다.

“휴안, 어딜 그렇게 부리나케 도망치는 것이냐! 남자답게 이리 나와서 나와 결판을 지어라!”

그 외침을 들은 휴안은 찔끔 눈을 감았다. 꼼짝 없이 밀튼에게 붙잡힌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때, 밀튼의 앞을 한 사람이 가로막았다. 키가 2미터에 달하는 거한이었는데, 말을 타지 않고 가죽을 덧댄 갑옷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일반 병졸인 걸로 보였다. 이에 밀튼이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다.

“비켜라!”

이처럼 밀튼이 소리치며 검을 휘두르는데, 거한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그의 검을 받아내었다. 아니, 받아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는 듯이 도리어 밀튼을 밀쳐내기까지 했다. 때문에 깜짝 놀란 밀튼은 방심했던 마음을 고쳐먹고 거한을 진심으로 상대했다. 그러나 수십 차례 검을 맞부딪쳐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도리어 밀튼, 그가 힘이 부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휴안을 구원하기 위한 귀족들의 병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밀튼은 으득 이를 갈며 말머리를 뒤로 돌렸다. 제아무리 그의 무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적진 깊숙이에서 오랫동안 싸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밀튼이 돌아가자, 휴안은 숨을 돌리며 자신을 구해준 거한을 찾아갔다.

“음……!”

이 때, 휴안은 거한의 얼굴에 나있는 흉터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침음성을 내뱉고 말았다. 너무나도 끔찍한 흉터였기 때문이었다. 차마 말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휴안은 마음을 다그치며 입을 열었다. 아니,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왕자님을 뵙습니다.”

거한의 옆으로 번듯한 청년이 나타나 예의를 차렸다. 그는 어느 귀족가의 자식인 듯이 예의바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청년의 행동에 거한 또한 어설프게나마 예의를 취했다.

“그대들은 누군가?”

휴안이 조심스레 물음을 던지자, 청년이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테온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쿤입니다.”

============================ 작품 후기 ============================

예전에 루이가 태워버린 논문 기억하십니까? 그걸 쓴 사람이 바로 테온입니다.

팀워크 님 : 네, 감사합니다.ㅎ

메카닉덕후 님 :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 전까지 최대한 완결 맞춰보겠습니다.

qoewh 님 : 루시아는 사랑이죠! ㅎㅎ

도즈 님 : 스포이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superrobot 님 : 지적 감사합니다!

rudejr4614 님 : 할 생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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