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32화 (13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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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전쟁은 항상 피비린내를 동반한다.

“쿼르르…….”

낮 동안 치러진 전쟁으로 피비린내가 랄프 산맥 전역으로 퍼져나가자, 그 냄새에 이끌린 몬스터들이 하나둘씩 무리를 지어 하멜른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아놀드가 예상하지 못 했던 것이었다.

땡땡땡!!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한밤중에 경종이 울렸다. 한참 곤히 자고 있던 아놀드는 깜짝 놀라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이윽고 성벽 위에 올라가자,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이 크릉크릉 울음소리를 내며 하멜른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가슴 한켠이 절로 서늘해지는 광경이었다.

‘하필 이럴 때……!’

앞에는 프리지아 남작의 군세가 있었고, 뒤에는 몬스터들의 군세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 숫자가 적어서 놈들이 섣불리 하멜른 근처로 다가오지 않고 있었지만, 조금만 더 숫자가 모인다면 단번에 달려들 것이 틀림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뒤늦게 도착한 비비안이 아놀드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아놀드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몬스터들입니다. 놈들이 피냄새에 이끌려서 몰려든 것 같습니다.”

“그런……!”

아놀드의 말에 비비안의 안색 또한 창백하게 질렸다.

“놈들이 더 모이기 전에 정리해야 합니다. 당장 영지민들을 깨워야합니다.”

“하지만 다들 낮에 치룬 전투 탓에 지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놔두었다간……. 더 끔찍한 일이 생겨날 겁니다.”

최악의 경우, 낮 동안 두 무리의 군세를 상대해야 될지도 몰랐다. 이러한 까닭에서 아놀드는 서둘러 병사들에게 지시해 사람들을 깨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부 다 깨우거나 하진 않았다.

절반만 깨우고, 절반은 재웠다.

하지만 재운다고 해서 그 절반이 마냥 편안하게 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쏴라!!”

“크에에에엑!!”

몬스터들이 내뱉은 소리가 한 밤중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를 프리지아 남작이 못 들 리가 없었다. 밤중에 들여오는 몬스터들의 소리에 프리지아 남작은 잔꾀를 내었다.

“제 풀에 지치게 만들어주마.”

음험하게 웃은 프리지아 남작은 군의 절반을 깨웠다. 그리고 그 절반의 군대를 하멜른의 바로 앞까지 전진시켰다. 그리고는 화살이 딱 닿지 않은 위치에서 고함성을 내지르도록 만들었다.

“와아아아아아!!”

땡땡땡!!

아니나 다를까, 고함성에 놀란 병사들이 다급히 경종을 울렸다. 때문에 안 그래도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라고 정신이 없던 아놀드는 혼란에 빠졌다. 이 밤중에 적습이라니? 보통은 그런 일이 없었다.

저들은 잠도 없다는 말인가? 상식 이하였다. 하지만 그 상식 이하의 행동이 실제로 나오고 있었다. 으득, 이를 깨문 아놀드는 다급히 남은 절반도 깨워서 성벽 위로 올려 보냈다. 적들이 언제 어느 때, 접근해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최악이군.’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계속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몬스터들이 밀려 내려오고 있었고, 반대쪽에선 프리지아 남작의 군대가 고함성을 내지르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공격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하멜른의 영지민들은 낮과 밤, 모두 쉴 새 없이 전쟁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

“…….”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한 노인과 여자, 아이들로 구성된 군대인데 밤낮없이 치러진 전투 탓에 다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위험해.’

첫날을 무사히 보내나 싶었더니, 곧바로 하멜른이 함락되어 버릴 지도 모르는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여기서 함락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만약 적들에게 하멜른이 함락된다면 루이가 곤란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들에게 살해당하거나 범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아놀드, 그의 연인인 레베카 역시도 말이다.

이를 악 문 그는 검을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적이 온다!! 궁병 준비해라!!”

아놀드의 호령에 맞춰 다들 착착 움직였다. 어제보다 많이 익숙해진 움직이었지만 다들 피로한 탓인지 움직임이 둔했다. 하지만 그것을 다행히도 견인족들과 엘프들이 많이 메워주고 있었다. 그녀들은 천생 피로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처럼 성벽 이곳저곳을 누비며 적들을 고꾸라트렸다.

특히나 발석거의 위력이 단연 으뜸이었다.

비록 던질 수 있는 석재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긴 했지만, 한 번에 많은 수의 적들을 죽일 수 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했다.

“몬스터들이 성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 때, 일정 숫자가 모인 몬스터들이 성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간밤에 그토록 화살을 쏘아서 숫자를 줄여놓았건만 랄프 산맥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는 끝이 없었다. 아놀드는 안 그대로 부족한 병력을 반으로 나누어 몬스터들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수비에 공백이 생겼고, 프리지아 남작은 보다 집요하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며 공격했다.

그 결과 몇몇 병사들이 성벽 위로 올라와 거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에 견인족 여성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보았지만, 한번 거점을 형성한 적들은 좀처럼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방패로 수비를 견고히 한 뒤에 아군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이걸 어떻게……!’

하나둘씩 만들어진 적들의 거점에 아놀드는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견인족 여성들로는 더 이상 버텨낼 수가 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아니, 없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때, 이변이 일어났다.

“아놀드 님! 몬스터들이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돌연 몬스터들이 몬스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하멜른을 공격하고 있던 몬스터들의 뒤를 친 몬스터 무리에는 일찍이 루이와 거래를 했던 코볼트들도 속해있었다. 그들은 곡괭이와 도끼를 휘두르며 성벽에 달라붙은 몬스터들을 쳐내었고, 순식간에 난전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아놀드는 한순간 고민에 빠졌다.

‘몬스터들을 막던 병력을 도로 이곳으로 불러들여도 되는 건가?’

도로 이곳으로 불러들인다면 프리지아 남작의 병사들이 만든 거점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몬스터들을 막을 수단이 없어진다. 성벽 위로 몬스터들이 넘어 들어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도시가 순식간에 엉망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들의 거점을 그대로 놔둘 수는…….’

한참을 고민하던 아놀드는 기어코 결단을 내렸다.

“병력을 이리로 불러와라! 적들의 거점을 파괴한다! 그리고 내가 직접 몬스터들을 보겠다!”

이리 소리친 아놀드는 직접 몬스터들이 싸우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 반대쪽 성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몬스터들끼리 서로 싸우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거대한 덩치를 가진 오크가 성벽에 달라붙어 있는 오크와 고블린, 트롤을 잡아 뜯어 머리통을 으깨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정말로 몬스터들끼리…….’

난생처음 광경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지는데, 돌연 거대한 덩치의 오크가 아놀드를 향해 소리쳤다.

“취익! 거기 인간!”

“……!”

자신을 정확하게 집어서 말하는 오크의 태도에 아놀드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는데, 오크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 할 말을 쏟아내었다.

“도와주러 왔다! 성문을 열어라! 췻!”

그 외침에 아놀드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몬스터가 인간을 도와주러 오다니? 그런 이야기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몬스터들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만큼 구미가 당기는 일도 또 없었다.

실제로 오크는 성인 남성 서너 명 이상의 힘을 발휘하니 말이다.

더욱이 다들 어젯밤 이어진 프리지아 남작의 간계로 지친 상태였으니 말이다.

‘도움을 받는다면…….’

한참을 망설이던 아놀드는 문득 오크 무리 속에서 싸우고 있는 코볼트들을 발견했다. 물론 저 코볼트들이 일찍이 루이가 말했던 그 코볼트들인 줄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맞다고 한다면 정말로 이들이 하멜른을 돕기 위해서 찾아온 것일지도 몰랐다.

결국 아놀드는 결단을 내렸다.

“문을 열어라!”

이처럼 아놀드가 외치자, 병사들은 반신반의해하며 성문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거대한 오크를 선두로 무수히 많은 몬스터 무리가 도시 내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윽고 모두 다 넘어 들어온 듯이 싶더니, 아놀드에게 말을 걸었던 오크가 직접 성문을 닫으며 입을 열었다.

“암컷들에게 들었다. 취익! 너희 인간들이 암컷들을 구해줬다고! 췻! 이걸로 은혜는 갚았다. 취익!”

라고 말한 오크는 절반의 무리를 성벽 위로 올려 보내고, 나머지 절반의 무리를 이끌고서 프리지아 남작과 한창 싸우고 있는 성벽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런 오크의 언행에 아놀드는 한동안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생각해보다가 문득 일전에 루이가 어린 오크들을 데려왔던 일을 떠올렸다.

‘그 때, 감옥 안에 갇혀있던 몬스터들을 구해서 풀어줬다고 하셨는데……. 그게 이건가!’

실제로 그것 덕택에 견인족들이 루이에게 복속되기도 했었고 말이다.

아놀드는 당시 루이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는 동시에 자신의 결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했다.

============================ 작품 후기 ============================

은혜 갚는 오크 + 기타 이종족.

[炎風] 님 : 주인공 보정이죠.ㅋㅋ

qoewh 님 : 그러게요.ㅋㅋㅋ 뭐, 사실 루이는 이것도 염두에 두고서 만든거지만요.ㅎ

사신 카이스 님 : 감사합니다!

톰마 님 : 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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