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33화 (13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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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크워어어어어!!”

몬스터들이 내지르는 함성은 적아 구분 없이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몇몇 이들은 하멜른의 수비가 뚫렸다고 생각하고 암담한 표정을 지어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성벽 위로 올라온 오크들이 하멜른의 병사들을 그대로 지나쳐, 성벽 위에 거점을 만든 프리지아 남작의 병사들만을 골라서 공격하자 다들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모, 몬스터들이 우리를 돕는 거야?”

“아군이야? 몬스터가?”

이처럼 다들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라 하고 있을 때, 아놀드가 크게 소리치며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몬스터들과 함께 싸워라! 그들은 우리의 아군이다!”

이러한 아놀드의 외침에 그제야 판단이 선 병사들은 환호성에 가까운 고함성을 터트리며 몬스터들과 함께 성벽 위에 거점을 만든 프리지아 남작의 병사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이었다.

방패병을 앞세워 거점을 단단히 틀어막고 있던 적병들은 갑작스레 난입해 들어온 오크와 고블린 같은 몬스터 무리에 의해서 여지없이 밀려나고 말았다. 애당초 오크와 같은 몬스터는 일반 성인 남성의 서너 배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들이 힘으로 밀고 들어오니, 방패로 계속 버티고 있을 재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중간 중간 엘프들이 화살을 쏘고,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견인족들이 분탕질까지 쳐놓으니 진형을 제대로 유지 될 턱이 없었다. 적들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태에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은 성벽 아래로 도로 내려가려고까지 했다.

“몬스터들까지 있단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나, 난 싫어! 몬스터들에게 잡아먹히기 싫어!”

“돌아가! 돌아가란 말이야!”

적들이 혼란에 빠지자, 오크들은 더더욱 기가 살아선 성나게 날뛰었다. 도망치는 적병의 머리통을 붙잡은 뒤에 살점을 물어뜯어 먹거나, 적들의 피로 갈증을 채우는 등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적들에게 보다 강한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물론 그것이 아군에게도 영향을 끼쳤지만, 몬스터들이 오로지 적군만을 공격한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더해주어 적들만큼은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야, 이 개자식들아! 이거나 처먹어라!!”

그 때, 램지의 걸쭉한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대포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포신을 어깨에 들쳐 맨 채로 성벽 위에 올라선 그는 포구를 적들에게 겨누었다. 그리고는 심지에 불을 붙여 포탄을 발사했다.

쾅!

커다란 굉음과 함께 날아간 포탄은 펑! 소리와 함께 적들의 진영에 떨어졌다. 흙먼지가 잔뜩 일어나고 적병들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램지는 새까맣게 물든 얼굴로 껄껄 웃더니, 함께 일하는 대장장이들에게도 시켜서 포탄을 발사하도록 했다.

그러자 쾅! 쾅! 소리와 함께 날아간 포탄이 적들의 진형을 어지럽혔다. 사방이 폭발음으로 가득 찼고, 불이 붙은 적들은 땅에 나뒹굴어 비명을 질러내었다. 지옥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적들은 전의를 상실한 듯이 더 이상 성벽 위로 올라오려 하지 않았다.

성벽 위에 남아있는 적들로 몬스터들에게 먹히기 싫은 모양인지, 무기를 집어던지고서 성벽 아래로 뛰어내리거나, 두 손을 들어 항복을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몬스터들을 무자비했다. 그들은 항복한 병사들까지 모두 먹어치우고는 코를 벌름 거리며 성벽 아래에 있는 적들을 노려보았다.

심지어 몇몇 몬스터들은 전투에 도취된 듯이 성벽 아래로 뛰어 내려가 미친 듯이 적들을 살육하고 있었다.

“퇴, 퇴각! 전군 퇴각!!”

프리지아 남작은 갑작스런 몬스터의 출현에 당황한 나머지 전군 후퇴를 명령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은 그의 머릿속에 없었던 까닭이었다. 아니, 애당초 그 누가 이런 상황을 예측했겠는가? 몬스터들이 인간을 도와서 싸우다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미쳤어……!’

마치 하멜른은 자신들이 사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인 것만 같았다.

동떨어진 느낌. 프리지아 남작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리도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인지, 그리고 사기가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인지,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은 무기가 왜 이리도 많은 것인지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몬스터들까지 나타났다.

쉽다고 생각했던 전투는 시간이 흐를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빌어먹을!”

흡사 사방이 꽉 막힌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어서 빨리 하멜른을 점령해야지만 루이와 협상을 할 수 있을 텐데, 하멜른은 점령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게 되면 결국 루이의 군대가 오게 되어있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프리지아 남작은 군을 일단 뒤로 물린 뒤에 고민에 빠졌다. 일단 이대로 뒤로 물러난 뒤에 후일을 도모할 것인지, 아니면 루이가 이끄는 군대가 여기로 오기 전까지 하멜른을 지키던지 말이다.

하지만 그 무엇 하나 탐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물러나 후일을 도모한다고 하더라도 루이가 저런 말도 안 되는 무기들을 앞세워 귀족들을 공격해온다면 도저히 막아낼 수 없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루이는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을 수족처럼 부리고 있었다. 흉포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을 말이다!

그런 상대를 무슨 수로 이긴다는 것인가? 게다가 루이는 단 오천의 병사로 십만의 병사들을 몰살시킨 장본인이었다. 물론 그것이 갑작스레 쏟아진 폭우 덕택이라고는 하지만 오천으로 십만을 상대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여신의 가호를 받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 선택받은 자.

프리지아 남작이 봐도, 루이는 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딱 시기 좋게 폭우가 쏟아져, 적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이윽고 결단을 내린 프리지아 남작은 전열을 가다듬은 뒤에 다시금 공세를 퍼부었다.

사실상 이게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하더라도 무리는 아니었다. 프리지아 남작은 병사들을 다그치며 하멜른의 성벽을 오르도록 했다. 그리고 이런 남작의 호령에 맞춰, 창대를 어깨에 맨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춰 진군하기 시작했다.

비록 이만 군세 중에서 오천 명 정도의 병사들이 죽기는 했지만, 아직 일만 오천의 잘 훈련된 병사들이 그의 수중에 있었다. 이 정도 숫자라면 충분히 하멜른을 점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남작의 착각에 불과했다.

하멜른의 성벽에 올라있는 영지민들은 전투를 거듭할수록 전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어설프게 활시위에 화살을 걸던 병사들도 이제는 제법 그럴 듯하게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 있었고, 창과 방패를 든 병사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적들을 맞이할 품새를 딱 갖추고 있었다.

물론 다들 간밤에 제대로 된 휴식과 숙면을 취하지 못 한 탓에 지쳐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온갖 이종족들이 빈틈없이 채워주고 있었다. 특히나 오크의 활약이 단연 발군이었다.

그들은 싸우면 싸울수록 활력이 돋는지, 적들의 몸을 찢고 머리를 뭉개버릴 때마다 기쁨에 가득 찬 포효성을 터트렸다.

“쏴라!!”

아놀드 또한 전투를 거듭할수록 능숙하게 병사들을 통솔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프리지아 남작의 병사들이 제대로 된 공세를 펼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성벽 위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온갖 이종족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적들은 성벽 위에 올라오는 족족 오크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해야만 되었고, 물어뜯겨 잘려나간 팔다리는 성벽 아래로 떨어져 아군의 사기를 끝없이 떨어트렸다.

더욱이 램지가 쏘는 포탄과 도시 안쪽에서 비앙카의 지휘에 맞춰 쏘아대는 발석거의 거대한 투사체가 프리지아 남작의 진채에 꽂힐 때면 다들 기가 죽은 듯이 새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전의를 상실하곤 했다.

그럼에도 프리지아 남작은 끊임없이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잘 못 된 줄 알면서도 더 이상 멈출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거짓말이야……. 이럴 리가 없어. 이럴 순 없다고!”

프리지아 남작은 발작하듯 소리쳤다. 이건 그가 계획했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멜른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견고했으며, 많은 이민족들의 비호를 받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머리를 쥐어뜯던 프리지아 남작은 하멜른을 점령 할만 한 방법을 강구해보았다.

하지만 몇 번을 고민해보아도 하멜른을 점령할만한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언가 방법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무언가 타개책을 떠올리던 프리지아 남작은 문득 뒤쪽에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군인가?’

혹시 싶은 생각에서 뒤돌아보았지만, 불운하게도 그들은 아군이 아니었다.

“돌격!!”

가장 선두에 선 루이가 크게 소리치며 검을 앞으로 내지르자, 아자젤과 쿤이 각기 기사들을 이끌고서 적의 후방을 향해 용감히 돌격했다.

비록 오백 명 남짓한 숫자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돌격은 소름이 절로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보통 기사단의 돌격의 위력을 결정짓는 것은 가장 선두에 선 자의 무력이었다.

그 자의 무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기사단이 수월하게 적진을 파고들 수 있었으며, 단숨에 적들을 양단 내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만큼 쉽게 죽는 위치이긴 했지만 죽지 않고 버텨내기만 한다면 문제가 없었다. 더욱이 여기에 적들을 단숨에 휩쓸어버릴 만큼의 무력과 용기를 지닌 자라면 이미 그 기사단의 돌격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아자젤과 쿤을 더없이 훌륭했다.

두 사람은 가장 선두에 선 채로 프리지아 남작의 군대를 휩쓸었고, 뒤따라오는 기사들이 차례차례 적들을 짓밟으며 유린했다. 더욱이 기사라는 병종 자체가 이 시대 최고의 병과였다. 뛰어난 기동력과 돌파력 그리고 개개인이 뛰어난 무력을 지닌 고급 인재들이었다.

그런 기사의 돌격을 일반 보병들이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아악!”

“으악!”

이곳저곳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프리지아 남작은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비명 소리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거듭된 변수가 그의 뇌를 둔하게 만들었다.

‘어째서…….’

최소한 이삼일은 더 있다가 와야 될 루이의 군대가 벌써부터 도착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전장을 훑어보던 프리지아 남작은 이내 루이의 군대가 오로지 기사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오백 명의 기사들만 이끌고서 온 것이었다.

이 사실은 깨달은 프리지아 남작은 다급히 소리쳤다.

“당황하지 마라! 적들은 고작 오백에 불과하다! 창병 진형을 갖추고 적들의 돌격을 막아라!”

프리이자 남작이 크게 소리치며 다그치자, 그제야 몇몇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서 창을 높이 치켜들었다. 아무리 공성전으로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죽어나갔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만이란 병사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그 일만 중에 삼천이 있었다.

적들이 아무리 기사라 하더라도 진형을 견고히 갖추고서 대비한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단,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의 이야기였다.

“흐아아아압!!”

선두에 선 쿤이 창을 크게 휘두를 때마다 적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갔고, 그 틈을 비집고서 아자젤과 그 휘하의 기사들이 뛰어들면 적들이 제아무리 견고한 진형을 짜놓고 있다 하더라도 한순간 우그러지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돌파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루이의 회귀 이전에도 그러했고 말이다.

쿤과 아자젤, 두 사람이 이끄는 기사단이야 말로 이 시대 최고의 기사단이었다.

============================ 작품 후기 ============================

루이!

리눅 님 : 네, 감사합니다!

사신 카이스 님 :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이산화 님 : 헛, 그런 고평가라니... 감사합니다.ㅎ

破天魔痕 님 : 은혜갚는 오크!

14C2A58H2 님 : 서연이랑 화해를 한 뒤에도 문제가 산재해있죠.ㅋㅋㅋ 일단 하폰 완결내고, 차기작 쓰면서 매니저 어플을 찬찬히 진행할 생각입니다. 아니면 일단 차기작까지 완결을 낸 뒤에 매니저 어플을 재연재하던가요. 언제 한번 공지를 올릴 생각입니다. 당장은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매니저 어플을 못 잡고 있겠더라고요.ㅠㅠ

qoewh 님 :ㅋㅋㅋㅋ 판타지 맞아요!ㅋㅋㅋㅋ

thecrazy 님 : 얼른 완결내고 차기작 써야죠.ㅎㅎ 그리고 힘들긴 한데, 그래도 힘내야죠.ㅠㅠ 끝까지 하폰 전기를 봐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시는걸요!

돔페리뇽 님 : 오크는 역시 의리와 Waaagh!!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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