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40화 (14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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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루펜시아 공작은 평화를 원한다고 했다.

자신의 조카딸인 엘리자베스 공주를 왕위에 올려, 후작과 중앙 귀족들을 서로 화해시킴으로서 하폰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겠노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공작은 처음부터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후작을 잠재된 위험이라고 판단하고서 제거할 생각을 품고 있었다.

왜냐하면 후작, 루이가 지니고 있는 능력이 너무나도 비상했기 때문이었다. 10살을 겨우 넘겼을 무렵, 카샤의 가루를 발견하여 큰돈을 벌었으며, 그 재산을 밑천으로 하여 랄프 산맥 아래에 자리를 잡아 하멜른이란 도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루이는 그것도 모자라서 화승총이란 무기를 개발했으며, 랄프 산맥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을 별다른 피해 없이 막아내었다.

하폰의 역대 왕들이 그렇게나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벌되지 않았던 랄프 산맥을 그 누구의 지원도 없이, 오로지 홀로 힘으로 정벌해낸 것이었다.

더욱이 루이는 지나치게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루이가 보다 나이를 먹어서 성인이 된다면 어찌 되겠는가? 당장은 엘리자베스가 왕위에 올라서 후작을 잘 다독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중에가 된다면 어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왕권을 넘볼 만큼 세력을 키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루이가 세력을 더 키우기 전에 그 싹을 잘라버릴 필요성이 있었다.

이는 중앙 귀족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루이는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더욱이 여기서 루이를 죽이는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하멜른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중앙 귀족들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카샤의 가루, 랄프 산맥의 광활한 영토, 화승총…….

탐욕스런 귀족들이 욕심을 내지 않을 리가 없었다.

루펜시아 공작은 귀족들을 지하 밀실로 불러 모았다.

비밀스럽게 회의를 하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은밀한 곳에 모인 귀족들은 분분하게 의견을 나누며, 후작을 어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후작을 엘리자베스 공주님의 왕위 계승식에 초대한 뒤에 홀로 남았을 때, 암살합시다.”

“그랬다간 엘리자베스 공주님께서 이상하게 여기실 겁니다. 안 그래도 영특하신 분이 아닙니까? 그러니 차라리 화재를 일으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마침 로렌스 왕자도 처리해야 되지 않습니까? 이 기회에 두 사람을 한 궁에 불러 모은 뒤에 불을 질러서 죽입시다. 사고라면 엘리자베스 공주님 또한 의심하지 않으실 겁니다.”

“두 사람이 순순히 모이겠습니까? 그보다는 계승식이 모두 끝나고, 후작이 돌아갈 때를 노려서 습격하는 편이 더 나을 겁니다. 도적 무리로 위장시켜놓는다면 깔끔하게 모든 게 끝날 겁니다.”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일이 있다면, 후작이 어느 정도 규모의 호위를 데려오느냐는 것입니다. 의심이 많은 작자이니, 분명 많은 수의 병사들을 대동해 올 것이 틀림없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초대를 할 때, 아예 호위 병력의 규모를 정해주면 되는 일입니다.”

“그랬다간 후작이 분명 의심할 것이오. 일전에도 휴안을 수도로 직접 데려오라 했더니, 반기를 들지 않았소?”

무수히 많은 의견들이 분분하게 오갔다. 하지만 끝끝내 결론이 나지 않자, 결국 모든 중앙 귀족들이 루펜시아 공작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척이나 컸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공작을 자신들의 우두머리로 인정했다는 것이었다.

루펜시아 공작은 가볍게 전율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비로소 하폰이란 나라의 권력을 자신을 손에 움켜쥐게 된 것이었다.

정점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겉보기에, 이 나라의 정점은 자신의 조카딸인 엘리자베스가 되겠지만 상관없었다. 실질적으로 권력을 쥐게 되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그에게서 있어서 더없이 이상적인 상황이었다.

루펜시아 공작은 천천히 사방을 훑어본 뒤에 입을 열었다.

“로렌스 왕자와 후작, 두 사람을 장미궁으로 불러낸 뒤에 방화로 죽입시다. 이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마침 두 사람 모두 우애가 좋기로 소문이 나있지 않습니까? 의기투합을 위해서 모인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화마를 미처 피하지 못 하고 불타죽는 것입니다. 의심할 여지는 없습니다. 분명 엘리자베스 공주님께서 별다른 의심을 품지 못 하시겠지요.”

이로서 루이를 죽일 방법이 정해졌다. 모든 귀족들은 군말 없이 루펜시아 공작의 결정에 수긍하며, 보다 상세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처럼 공작과 중앙 귀족들이 모의를 하고 있을 때, 이런 그들의 말소리를 엿듣는 이가 있었다.

“…….”

셋째 공주인 히르메였다.

그녀는 벽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숨을 죽였다.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곧바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만큼 자신이 엿들은 이야기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돌 벽을 쓸며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째서 이런…….’

자신이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큰 이야기였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이 이야기를 엿들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만약에 자신이 엿듣지 못 했다면 오라비인 로렌스와 막내 동생인 루이가 꼼짝없이 귀족들의 계략에 휘말려서 죽었을 테니 말이다.

천운이 도왔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어서 빨리 로렌스 오라버니께 알려드려야해.’

다급히 정신을 가다듬은 히르메를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오른쪽 벽을 손으로 짚으며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비록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비밀 통로였지만, 공주의 손에 쥐어져 있는 주먹만 한 야광주가 희미한 빛을 내며 통로를 비취주고 있었다.

하물며 이 통로는 일찍이 히르메가 몇 번이고 오갔던 적이 있었던 비밀 통로였다.

물론 히르메 같은 공주님이 돌아다니기에는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는 통로이기는 했다. 애당초 그녀의 신분상 이처럼 도둑처럼 비밀 통로를 사용하며 돌아다닐 이유가 하등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싫어하는 여성이었다.

오죽하면 그녀의 궁에 머무는 이가 어릴 적부터 돌봐주던 유모와 최소한의 시녀들 밖에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히르메는 타인이 돌아다니는 복도를 피하고, 이처럼 왕족들 밖에 알지 못 하는 비밀 통로를 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곧 그녀의 비밀스런 취미가 되었다.

왕국, 지하를 통해서 뚫려있는 통로를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것이었다. 물론 왕궁 지하 통로의 본연의 목적은 탐험이 아닌 적을 피해 도주하는 길이었지만 말이다. 허나 지금에 와서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기 때문에, 이처럼 비밀 통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히르메 공주 밖에 없었다.

히르메는 몇 번이고 오갔던 적이 있는 통로를 익숙하게 벗어났다. 그리고 이윽고 자신의 궁으로 돌아온 그녀는 유모를 다급히 불러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믿을만한 사람은 오직 유모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르셨습니까, 공주님?”

유모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히르메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서 빨리 로렌스 오라버니를 뵈어야해. 지금 바로 뵐 수 있을까?”

이러한 히르메의 말에 유모는 저도 모르게 놀란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한 번도 히르메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부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공주의 표정이 너무나도 심상지가 않았다.

마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처럼 말이다. 이에 유모는 일단 히르메를 안정시켜주고자, 물을 한 잔 떠온 뒤에 내밀었다.

“일단 이것부터 드세요, 공주님.”

“유모…….”

“진정하세요, 여기엔 무서운 것 없습니다.”

“으응, 고마워. 응. 맞아. 여긴 내 방인 걸.”

이처럼 유모에게서 물 잔을 건네받은 히르메는 한 모금 꼴깍 마셨다.

그 후, 그녀는 쿠쿠쿠, 낮게 웃으며 안심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이상, 자신을 위협할만한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히르메는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로렌스 오라버니를 뵈어야겠어.”

“곧바로 기별을 넣어두겠습니다.”

유모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에게 일러서 로렌스 왕자에게 방문 소식을 알려두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히르메의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오랜만에 공개적인 외출이니, 신경 쓸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히르메가 한 건 합니다!

나데스 님 : 흐엉, 흐엉!

수천천사 님 : 자매 덮밥! 일단 노력해보겠습니다.ㅋㅋㅋ 3P는 쓰기 너무 어렵더라고요.

Gomdoly 님 : 네, 정주행했습니다.ㅋㅋㅋ 재밌는 부분과 재미없는 부분이 너무 극명하더라고요. 특히 아놀드와 레베카의 H씬은... 삭제하고 싶을 정도더군요.

청룡문주 님 : 넼ㅋ 손풀기 끝났으니까요.ㅎ

Zxion 님 : 하폰 전기는 쓰기가 너무 어려워서..ㅠㅠ 한계입니다.

노스아스터 님: 조, 좋군요!

eastarea 님 : 전 작가들 모임 안 합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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