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2 / 0158 ----------------------------------------------
[귀족]
로렌스 왕자의 편지를 받은 지 삼일이 지났다. 드디어 수도로부터 연락이 왔다. 엘리자베스 공주의 왕위 계승식에 관한 편지였다. 더불어 후작인 루이를 정중하게 초대한다는 내용 또한 적혀있었다.
로렌스가 보낸 편지에 적혀있었던 내용 그대로였다.
루이는 이 편지를 가져온 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여기서 화를 내야 될지 아니면 태연하게 대해야 될지 고민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자신이 화를 낸다면 왕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것이었고, 반대로 태연하게 있는다면 야욕이 전혀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던 루이는 이내 태연하게 행동했다.
구태여 여기서 화를 내야 될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루이는 장녀인 엘리자베스와 나름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응당 기뻐하며 축하해줘야 되는 것이 옳았다. 하물며 루이는 수도를 떠나, 하멜른을 세우면서 왕위에 대한 야욕이 없다는 것을 은근하게 내비쳐보였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힘을 기르기 위한 연기였지만 말이다.
“알았다. 참석하도록 하지.”
“후작 각하의 참석에 엘리자베스 공주님 또한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이처럼 루이가 자신의 결정을 밝히자, 사신은 무척이나 기뻐해하는 기색을 내비쳐보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분명 속으로 자신들의 계획이 착착 잘 진행되어 가고 있다며 좋아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루이는 혀를 내두르고는 가신들을 불러 모았다.
왕위 계승식에 참석하는 게 확정된 이상, 모든 병력을 끌고 가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관례대로 호위에 필요한 적정 인원만 데려가야 되었다. 그 때문에 루이는 사전에 이야기한대로 일부 병력을 하멜른으로 돌려보냈다.
이 때, 일부 병력과 함께 휴안도 하멜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만에 하나 자신이 중앙 귀족들의 모략에 당하여 사망하게 되었을 때, 하멜른이 중앙 귀족들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걸 휴안으로 하여금 막기 위해서였다.
물론 공식적인 후계자인 루시아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나이가 너무나도 어렸다. 하물며 여성이었다. 상대적으로 중앙 귀족들의 압박을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
반면에 휴안을 그렇지 않았다.
왕족으로, 왕자로서 오랫동안 제왕학을 배워왔던 그였다. 더욱이 혈통까지 좋으니, 중앙 귀족들이라고 하더라도 휴안이 다스리는 하멜른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 할 것이 틀림없었다. 특히나 휴안이라면 그 올바른 성품으로 하멜른을 평화롭게 통치해줄 것이 분명했다.
“조심하거라, 루이.”
휴안은 하멜른으로 돌아가기 직전, 루이를 따사로이 끌어안아주며 염려의 뜻을 내비쳐보였다. 이에 루이는 형님의 몸을 강하게 마주 안아주고는 천천히 떨어졌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 그보다 건강을 잘 챙기십시오. 결코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걱정이 뚝뚝 묻어나는 루이의 말에 휴안은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거라. 안 그래도 네 덕분에 기력을 많이 회복했으니, 당분간은 감기도 걸리지 않을 것 같구나.”
그 말대로 혹여나 바람이 불면 날아갈까, 노심초사하며 휴안의 건강을 챙겨준 루이였다.
휴안 또한 그런 막내의 마음에 감동한 상태이기도 했다. 그 덕분일까? 날이 갈수록 기력을 회복해, 최근에는 기침도 하지 않게 된 휴안이었다.
휴안은 고마운 마음에 루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병사들과 함께 하멜른으로 돌아갔다. 루이는 그런 형님을 마지막까지 배웅해주고는 남은 병사들을 이끌고서 하폰의 수도, 팔칸으로 향했다.
비록 많은 수의 병사들이 하멜른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루이가 이끄는 군대의 규모는 여전히 대단했다. 왜냐하면 일전에 하멜른을 나서기 직전에 합류한 유스테스 백작을 비롯한 여러 귀족들 또한 왕위 계승식에 따로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그들도 따로 호위 병력을 데려갈 수 있었다.
물론 루이와 마찬가지로 병력 규모가 제법 줄어들긴 했지만, 아무래도 여러 귀족들이 모여 있다 보니 그 숫자가 상당했다.
더없이 든든한 일이었다.
기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중앙 귀족들의 반항을 무력으로 찍어 누를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루이에게는 아벨이나 쿤과 같은 인물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더욱이 화승총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설령 수에서 밀린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가 있었다.
‘이길 수 있다.’
루이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었다. 하지만 막상 하폰의 수도, 팔칸이 저 멀리 보이자 가슴이 격하게 뛰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다다랐다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났다.
몇십 번이고 보았던 팔칸의 모습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차분히 숨을 죽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보이는 성탑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형인 둘째 왕자 밀튼을 죽이고, 루시아와의 정쟁에서 이겼을 때……. 루시아가 저 성탑에서 떨어져 죽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
성탑에는 그 누구도 서있지 않았다. 루이는 그 모습에 비로소 안심했다. 격하게 뛰던 가슴이 점점 가라앉았다. 그렇다, 역사가 바뀐 것이다. 확실하게 바뀌었다. 그 누구도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루이는 주먹을 꽉 쥐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뀌었다는 증거였다.
슬쩍 웃은 루이는 개선장군처럼 당당히 하폰의 수도, 팔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루이를 향해 꽃잎을 뿌려주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루이를 보기 위해서 거리로 나왔다.
하폰의 북부를 이민족으로부터 지켜내었으며, 자신의 형제를 위해서 기꺼이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 포악한 밀튼 왕을 고꾸라트리기까지 했다. 하물며 이번에 왕위에 오를 엘리자베스와 사이가 좋다고까지 하니, 백성들이 루이를 적대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루이는 수많은 백성들의 환영을 받으며 왕성으로 향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로렌스가 밖으로 나와서 루이를 반겨주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까닭이었다.
“왔구나, 루이. 아주 잘 왔다!”
“진정하시지요, 형님.”
루이는 이런 로렌스를 차분히 진정시켰다. 주변에서 보는 눈이 너무나도 많았던 까닭이었다.
로렌스 또한 뒤늦게 깨닫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이다보니, 쉬이 진정할 수는 없었다. 루이는 그것을 짐작하고는 로렌스와 함께 별실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형제가 별실로 향하기 전에 루펜시아 공작이 루이를 찾아왔다.
“후작 각하를 뵙습니다.”
“루펜시아 공작, 오랜만이오.”
썩 달갑진 않았지만, 루이는 루펜시아 공작의 인사를 애써 달갑게 받아주었다. 여기서 너무 적의를 드러내었다간 오히려 저들이 의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능청스런 연기에 공작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서글서글하게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혹여 후작 각하께서 못 오시는 건 아닐까, 공주님께서 많이 걱정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사히 오셨으니, 틀림없이 공주님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누님께서 기뻐하신다니, 다행이구려. 그보다 누님은 어디 계신가?”
“엘리자베스 공주님께선 왕위 계승식 준비로 무척이나 바쁘십니다. 때문에 제가 이렇게 대신해서 후작 각하를 맞이하러 나온 겁니다. 그러니 너무 노하진 말아주십시오.”
“아니오, 충분히 감사하고 있소.”
이번 왕위 계승식의 주인공인 만큼 엘리자베스가 바쁠 거라는 건, 그 누구보다도 루이가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회귀 이전에 한번 왕위 계승식을 치러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루이가 이해해주자, 루펜시아 공작은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먼 길을 오시느라 피곤하실 테니, 오늘은 편히 쉬시지요. 내일 정오에 오찬 약속을 잡아둘 테니, 그 때 엘리자베스 공주님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호의에 감사하오.”
루이의 말에 루펜시아 공작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물러났다.
어디 한 곳, 흠잡을 데 없는 행동가짐이었다. 도저히 루이와 로렌스를 죽이기 위해서 흉계를 꾸미고 있는 자라고는 보기가 힘들었다.
허나 로렌스가 루이에게 거짓을 말할 까닭은 조금도 없었다. 애당초 왕위에 대한 욕심이라곤 조금도 없는 그였다. 그렇기에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루시아에게 살해당했던 것일 것이다.
루이는 흐트러질 뻔한 마음을 재차 부여잡고는 로렌스와 함께 별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거의 다 끝나가는군요. 흐뭇하군요!ㅎㅎ
울티오r 님 : 추천 감사합니다.ㅎㅎ
탱구나 님 : 그러게요.;ㅅ;
매실농축액2 님 : 생각해보니 확정 H씬이 많군요. 루시아, 오르가, 아만다, 오필리아. 그 외는 살짝 애매한데, 괜찮으려나요?ㅎㅎ
[炎風] 님 : 힉, 죄송합니다.;ㅅ;
노스아스터 님 : 배다른 남매니 가능할것 같긴한데.. 일단 함 보고요.ㅋㅋ
나데스 님 : 저도 나데스님 알라뷰요!
쌜 님 : 어, 음... 이거 다 쓰고 연재할게요!
14C2A58H2 님 : ㅋㅋㅋㅋㅋ 중앙 귀족놈들!
ppk12 님 : 핡!
eastarea 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