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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폰 전기-149화 (149/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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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엘리자베스 여왕의 명령이 떨어졌다.

루이는 예의를 갖추어 그 명을 받들었다. 문 앞을 가로막고 있던 왕실 근위대 역시도 순순히 길을 터주었다. 이제 더 이상 루이의 앞을 가로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중앙 귀족들은 차례차례 병사들의 손에 의해서 시룬궁 밖으로 끌려 나갔다.

몇몇 귀족들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온갖 저주를 쏟아내며 저항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대로 기울어버린 상태였다. 이들 모두 예외 없이 차디찬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가 왕족 살해 모의죄로 처형당할 것이다.

물론 그들의 가문 역시도 화를 면치 못 할 것이다.

그저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루이의 자비심에 기대는 것 밖에 없었다.

루펜시아 공작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 나갔다. 패배자의 비참한 말로였다. 하지만 만약에 그가 루이와 로렌스를 죽이는데 성공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웃고 있는 이는 루이가 아닌 공작과 중앙 귀족들이었을 것이다.

루이는 한동안 루펜시아 공작의 지켜보다가 이윽고 시선을 거두었다.

첫째 누이가 걱정된 까닭이었다. 혈육에 대한 정이 남다른 엘리자베스이니, 분명 루펜시아 공작의 모습을 보고서 마음 아파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돌려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니, 아니나 다를까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로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절로 미어져 왔다. 루이는 새삼 자신이 첫째 누이에게 못 할 짓을 했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그녀를 배려해주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지금 여기서 루이가 해야 될 일은 엘리자베스를 위로해주는 일 밖에 없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루이는 로렌스에게 뒷일을 맡겼다. 그는 이런 막내의 부탁을 기꺼이 받아주었다. 그 또한 루이와 마찬가지로 첫째 누이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로렌스는 루이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주고는 병사들을 이끌고서 시룬궁 밖으로 나갔다.

궁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루이는 엘리자베스의 곁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누님.”

이리 말하며 루이가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아주자, 첫째 누이의 고개가 그제야 들어 올려졌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이 맺혀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가늘게 어깨를 떨며 루이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도 내 외숙이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아.”

충격이 많이 커보였다.

그녀가 루펜시아 공작을 얼마만큼 신뢰하고 있었던 것인지, 굳이 물어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루이는 이처럼 혼란스러워하는 첫째 누이는 어찌 달래주어야 할지 쉬이 갈피를 잡지 못 했다. 하지만 이는 분명 루이가 감당해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공작, 스스로가 자초한 일입니다. 욕심이 과했던 것이지요. 그것 때문에 누님이 마음을 쓰실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원망하셔야 될 입장이십니다. 그는 누님을 이용하여 권력을 잡고자 했으니까요.”

“맞아, 루이. 네 말이 옳아.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해결 방법은 없었던 걸까? 애초에 내가 왕위에만 오르지 않았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누님께서 왕위에 오르신 덕분에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지 않을 수가 있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내가 왕위에 오른 탓에 외숙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어. 잘 못 했으면 루이, 네가 죽었을 거야. 난 너무나도 두려워. 나 때문에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미안해, 루이. 정말로 미안해.”

엘리자베스는 루이가 알던 것 이상으로 가녀린 여성이었다. 강인하지만 상냥했다. 왕족이기 전에 여성이었다. 루이는 누이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입을 열었다.

“눈물을 그치십시오. 누가 보면 제가 죽은 줄 알겠습니다. 자, 보십시오. 이렇게 살아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누님 때문에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틀렸습니다. 저는 누님께서 왕위에 오르기도 전부터 귀족들과 등을 진 상태였습니다. 이건 단지 예정된 수순에 불과했습니다.”

루이의 말대로 이번 일은 루펜시아 공작이 아니더라도 다른 중앙 귀족들이 충분히 꾸밀 수 있는 일이었다. 언제가 한번은 치러야 될 홍역이었다. 루이는 다시금 엘리자베스의 손을 꼭 붙잡아주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 누님께서 저 때문에 눈물을 흘릴 필요는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을 이만큼이나 위해주는 루이의 상냥함에 감동 받았다. 자신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막내의 손이 너무나도 따스했다. 자신을 똑바로 마주봐주고 있는 루이가 아슬롯과 닮아보였으나, 전혀 달랐다.

아슬롯과는 다른 상냥함이었다.

루이는 아슬롯과는 다르게, 자신을 여동생이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서 배려해주고 있었다.

그것이 무척이나 고마우면서도 설렜다. 엘리자베스는 눈물을 그치곤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 누이의 얼굴에서 근심이 조금 덜어진 게 엿보였다. 루이는 그것에 안도하고는 엘리자베스를 그녀의 궁으로 데려다주었다. 엘리자베스는 돌아가는 동안 루이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소심한 어리광이었다. 하긴 장녀로서 그녀가 언제 이런 어리광을 부려보았겠는가? 루이는 엘리자베스의 귀여운 어리광을 받아주며 달래주었다.

그리고 이처럼 첫째 누이를 달래주고는 자신의 궁으로 돌아오자, 로렌스를 비롯한 여러 가신들이 루이를 반겨주었다.

다들 하나 같이 개운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큰 일이 무사히 끝났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로렌스의 표정이 가장 환하게 펴져 있었다. 루이 덕택에 자신의 목숨을 건졌을 뿐더러, 외국 상단과도 이야기가 잘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하폰을 떠나, 외국 상단과 함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것이다.

“다들 수고가 많았다.”

루이는 가신들을 크게 치하해주고는 연회를 열어주었다.

꿀과 우유를 섞어 구운 밀빵과 꿩 고기, 새끼 돼지 통구이 그리고 온갖 진기한 맛난 요리들이 데운 포도주와 함께 식탁 위에 올라왔다. 마치 이제까지의 고생을 보상해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다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진탕 마셨다.

루이는 로렌스와 함께 술잔을 나누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로렌스가 이야기를 했는데, 대부분이 외국 상단에 대한 이야기였다. 상행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가 있었다. 때문에 루이는 형님에게 도움을 주고자, 카샤의 가루가 담겨있는 목갑 100개를 주기로 약속했다. 황금과 같은 값에 거래되는 카샤의 가루이니, 분명 로렌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덕분에 두 형제의 대화는 한층 더 화기애애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 대화가 무르익어갈 때쯤, 로렌스가 넌지시 말했다.

“루이야, 너는 엘리자베스 누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현명하고 상냥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성군이 될 테지요.”

루이는 즉답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을 뿐더러,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이건 로렌스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한 명의 여인으로선 어떠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도 알다시피 루펜시아 공작은 우리 중에 한 명을 엘리자베스 누님과 혼인시키려고 했다. 비록 의도는 불순했으나, 그 계획만큼은 나쁘지 않단 생각이 자꾸만 드는구나. 더욱이 지금에 이르러선 너와 누님의 결혼이 절실해 보이고 말이다. 분명 너라면 누님을 잘 보필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이러한 로렌스의 말에 곁에 있던 테온이 한 마디 거들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로렌스 왕자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후일을 위해서라도 엘리자베스 여왕님과 혼인을 하심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지금이 적기이기도 하고요. 망설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주군.”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비록 루이가 비비안과 약혼을 했다지만, 혼인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엘리자베스와 혼인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더욱이 테온이 꿈꾸고 있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폐위시키기보다는 루이와 혼인하는 편이 훨씬 더 좋았다.

그 편이 훨씬 보기도 좋았고, 반발도 적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처럼 두 사람이 말을 하자, 루이는 고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가 생각하기에도 엘리자베스를 폐위시키기보단 혼인을 통해 조화롭게 나아가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이 일은 차후 엘리자베스 누님과 의논해보겠습니다. 저 혼자 좋다고 해서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루이의 말에 로렌스와 테온, 두 사람 모두 납득하곤 물러나주었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에서 H씬 나옵니다. 누구랑 H할지는 비밀이에요!

페롯치v 님 : 이거 다 쓰면요!

수천천사 님 : 하악하악!

메르카츠 님 : 역시 공주는 장녀죠

eastarea 님 : 엌ㅋ 수확의 시간ㅋㅋㅋ

픽시브 님 : 그렇군요, 수확의 시간. 납득!

毒龍 님 : ㄴㄴㄴ 그런거 없습니다. 전 깔끔하게 완결낼 겁니다!

반딧가 님 : 헛, 스포하시면 안 됩니다.ㅂㄷㅂㄷ 물론 아주 똑같이 가진 않을 겁니다. 차차 바뀌는 방향으로 할 생각입니다.

양마루 님 : 어, 음..그렇긴 하죠. 하지만 중세 배경이니까. 뭐, 괜찮겠죠

qoewh 님 :오네쇼탘ㅋㅋㅋ 엌ㅋ 그러네욬ㅋㅋ

매실농축액2 님 : 3P는 한번 고려해보겠습니다. 3P 한번 쓰면 진이 빠져서요.;ㅅ;

Lgb 님 : 전 괴로웠습니다! 이 글은 너무 어려웠습니다! 전 역시 가벼운게 좋습니다.

한승언 님 : 에이, 그러면 스포잖아요.;ㅅ;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炎風] 님 : [炎風] 님도 최고요! ㅇㅅㅇ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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