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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이튿날 아침,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오필리아를 깨웠다. 바깥 날씨가 화창한 지, 햇살이 몹시도 따스했다. 잠에서 깨어난 오필리아는 작게 하품을 하며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을 품에 안은 채로 곤히 자고 있는 루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행복했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할 수가 있었다. 마침내 루이의 여자가 된 것이다.
하복부 쪽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이 그 사실을 또렷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오필리아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해냈어!’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대견했다. 마음 같아선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고 싶었지만, 바로 코앞에 루이가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오필리아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꾹 참으며, 루이의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무척이나 따뜻했다. 간밤에 벽난로의 혜택을 받지 못했는데도 별로 춥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분명 이 체온 덕분일 것이다. 자신의 옆자리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이토록 고맙게 느껴진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중독될 것만 같았다.
앞으로 루이와 함께 자지 않으면, 편히 잠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오필리아는 소리 없이 배시시 웃으며, 루이의 품 안으로 좀 더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처럼 꼬무락거리며 소녀가 품 안에 안겨오자, 한참 잠에 빠져 있던 루이가 기척을 느끼곤 눈을 떴다.
“일어났느냐, 오필리아?”
루이의 목소리가 오필리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너무나도 다정한 목소리. 오필리아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걸 느끼며 작게 대답했다.
“네…….”
어째선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오필리아는 양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루이는 그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소녀의 잘록한 허리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아프진 않고?”
“네? 아, 네……. 안 아파요.”
“다행이구나.”
루이는 진심으로 안도하며 오필리아의 몸을 안아주었다. 다정한 포옹이었다. 문득 오필리아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누구한테도 이런 식으로 안겨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인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포옹이란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 건, 자신과는 인연이 없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막상 안기니 눈시울이 자꾸만 뜨거워졌다.
오필리아는 눈물을 꾹 참으며, 아이가 태어나거든 자주 안아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루에 한번씩……. 아니, 볼 때마다 안아주자. 내 아이에게도 이런 다정한 포옹을 해주자. 오필리아는 몇 번이고 속으로 맹세했다. 그리고는 밤하늘을 쏙 빼닮은 검은색 눈동자로 루이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왕자님…….”
“응?”
“좋아해요.”
“그래.”
“그리고 또……. 사랑해요.”
소녀의 수줍은 고백이었다. 그 고백은 받은 루이는 고개를 숙여 오필리아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진하고 열정적인 대답이었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는 루이를 두 팔로 끌어안으며 지금 이 순간을 만끽했다.
그렇게 두 남녀는 오전 내내, 침대 안에 사랑을 속삭이며 애정행각을 벌였다. 서로의 몸을 끌어안기도 하고, 키스를 하기도 하고, 또다시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언제까지고 이어나갈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하물며 루이에겐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었다.
오후가 되자, 루이는 서랍장 위에 올려져있는 종을 흔들어서 시녀를 불렀다.
방 안에서 오필리아와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밖으로 나가서 다른 가신들과 함께 점식 식사를 해도 좋았지만, 처녀 상실 이후에 찾아온 통증으로 걷는 게 고역일 오필리아의 모습이 훤히 보였기에 이런 배려를 한 것이었다.
오필리아는 이런 루이의 세심한 배려에 고마워하며, 시녀들이 별실 안으로 점식 식사를 나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점식 식사를 다 차린 시녀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별실 밖으로 나갔다.
점식 식사로 나온 건, 잉어를 넣어 푹 삶은 수프와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고기 그리고 부드러운 밀빵이었다. 루이는 자신의 수프 그릇에 담겨져 있는 잉어를 나이프와 포크로 요령 좋게 발라낸 뒤에 오필리아의 입에 넣어주었다.
잉어는 장수하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기에, 신전에서는 성스러운 물고기라고 부른다. 여기에 맛까지 좋으니, 하복부에서 올라오는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오필리아에겐 딱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입맛에 맞느냐?”
“네, 맛있어요.”
오필리아는 이처럼 루이가 손수 먹여주자, 마치 온 세상이라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며 다 받아먹었다. 하긴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아, 뒷골목에서 나고 자란 소녀가 왕자님에게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그 왕자님이 예전부터 짝사랑하고 있었던 대상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었다. 오필리아는 루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윽고 식사가 모두 끝나자, 루이는 오필리아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편히 쉬거라.”
이런 루이의 말에 오필리아는 고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헤어져야 된다는 사실이 아쉽긴 했지만, 루이는 자신이 감히 독점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 괜히 욕심을 부려서, 루이에게 미움을 받고 싶진 않았다.
루이는 얌전히 자신의 말을 따라주는 오필리아가 기특했기에 한 번 더 입맞춤을 해주고는 별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는 햇살로 한 가득했다. 루이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엘리자베스가 머물고 있는 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젯밤 로렌스와 테온이 루이에게 말했던 대로, 엘리자베스와의 혼인을 추진해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엘리자베스가 싫다고 한다면 루이도 얌전히 물러날 생각이었다.
‘첫째 누님과의 혼인이라…….’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비비안이라면 몰라도 엘리자베스는 단 한 번도 결혼 상대로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운명이란 게,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게 만들어진 모양인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쓴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복도를 따라 쭉 발걸음을 옮겨, 엘리자베스의 궁 안으로 들어섰다. 오필리아와 함께 점식 식사를 하기 위해서 시녀를 불렀을 때, 첫째 누이에게도 따로 기별을 넣어둔 덕분에 곧바로 만날 수 있었다.
“어서 오렴, 루이.”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온 루이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원래대로라면 여왕으로서 체통을 지키며 루이를 후작이라 불러야 됨이 옳았지만, 엘리자베스는 막내에게까지 그런 격식을 차리고 싶지가 않았다. 루이 또한 그것에 따로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고 말이다.
루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웃고는 엘리자베스 곁으로 다가갔다. 이에 첫째 누이가 어제처럼 자신의 옆자리로 손짓하자, 루이는 주저 없이 그리로 다가가 앉았다.
“간밤에 편히 주무셨습니까?”
“네가 위로해준 덕분인지, 편히 잘 수 있었단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구나. 물론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편한 건, 매한가지구나.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이냐?”
“혼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왔습니다.”
“나에 대한? 아니면 너에 대한?”
엘리자베스는 호기심을 표시했다.
“둘 다입니다.”
이쯤에서 첫째 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루이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어림짐작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섣불리 입을 열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루이의 다음 말을 경청할 뿐이었다.
“……저와 누님이 혼인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루이는 엘리자베스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루이?”
첫째 누이는 왠지 심술궂은 표정으로 루이에 물었다.
“저는 누님만 괜찮으시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네 생각이 궁금해. 나와 결혼해도 좋은 거니?”
“좋습니다. 누님과 결혼해도……. 아니, 누님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제게 과분할 지경이지요. 누님은 제게 있어서 그런 사람이니까요.”
루이는 있는 그대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더 좋은 말로 엘리자베스의 기분을 맞춰줄 수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속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말에 엘리자베스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 작품 후기 ============================
에필로그까지 얼마 안 남았군요!
노력하겠습니다!
울티오r 님 : 항상 감사합니다!
노스아스터 님 : ;ㅅ; 길게 쓰도록 노력할게요. 그리고 모든 코멘에 대답해주지는 않습니다!
수천천사 님 : 히익? 저 남잔데요. 참으세요
ppk12 님 : 핥핥 선명하게 핥고 있습니다.
나데스 님 : 자매덮밥이 문제네요. 끙... 어째선지 그다지 쓰고 싶지가 않아요. 어서 완결내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네요.ㅠ
메르카츠 님 : 오필리아가 좀 오래 굶주렸죠.ㅋㅋ
[炎風] 님 : 감사합니다!ㅎㅎ
qoewh 님 : 전 약혼자는 저도 생각해두긴 했는데.. 별로 등장시키고 싶지가 않네요.
九靈感 님 : 네, 감사합니다.ㅠㅠ
교토사구팽 님 : 허락을 구해야겠죠.ㅋㅋ 그리고 사실상 권력을 잡은 건, 루이니까요
LYLY146 님 : 세람이는 정말 귀요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