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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된 세계에서-2화 (2/163)

00002 [최면술을 얻다.] =========================

‘에브리원 평화협정’이 맺어진지도 벌써 2년이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사람부터 입으로 불을 뿜어내는 용인족까지 없는 게 없는 세상이 되어버리다니.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지구의 유일무이한 무능력자인 나는 오늘도 열심히 대형마트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명하고 있었다. 심지어 옆에서 바코드를 찍고 있는 푸짐하게 생긴 아줌마조차 능력이 있다. 무슨 능력이라 했더라 ‘채소를 싱싱하게 만드는 능력’이라나 뭐라나. 저 능력 어디다가 써먹는 거지?

근데, 그따위 능력조차 없으니 저것도 부러울 수밖에 없다.

세상에 별의 별 능력이 다 있고,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알 고 있다. 허나 아니다. 여기 바로 내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아무 능력도 받지 못 한 내가 있으니까!!

아오, 서러운데 창피하기까지 해서 지나가던 사람 붙잡고도 얘기를 못 할 것 같다.

“저기요! 빨리 찍어주세요.”

혼자하는 생각이 너무 길었는지 나를 재촉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어떤 개같은 년이야.’

감히 불쌍한 무능력자의 생각을 방해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내 여자는 예쁘면 되고, 남자는 돈만 있으면 다 된다고 하던가.

나는 여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들끓던 화가 맨틀을 꿰뚫고 내핵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입을 턱하고 벌렸다.

내 행동에 나를 재촉하던 여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씨, 인간주제에 예쁜 건 알아가지고. 흥!”

심지어 인상을 찌푸리는 것조차 예쁘다. 아쉬운 건 역시 몸매가 조금 빈약하다는 걸까. 그러나 그것은 외모로 커버가 되었다. 과연 세상에 저러한 코가 존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오뚝한 코. 부드러운 눈매지만, 인상을 찌푸리니 날카로운 눈매가 되어도 어울리는 아름다운 눈.

입안에 성기를 집어넣으면 바로 정액과 쿠퍼액을 동시에 질질 흘릴 것만 같은 분홍빛 입술. 거기다가 왠지 만지고 싶게 만드는 기다란 귀까지.

그렇다. 내 눈앞에 있는 여자는 종족 자체가 인간이 아닌 ‘엘프’였다. 엘프녀도 아니다. 그냥 ‘엘프’였다.

“저기요. 인간님아? 엘프 처음봐요? 그만 입 닥치고 계산이나 좀 해주세요. 네?”

만약 못 생긴 여자나 아줌마가 이런 말을 내뱉었다면 목숨을 걸고 싸웠을 테지만 너무나도 예쁜 엘프가 말하니 오히려 황송하다.

“아, 네네.”

말하는 것은 바코드를 1초에 열 개라도 찍을 것처럼 말하면서 내 행동은 굼벵이가 태어나기 전인 굼벵이 알보다 더 느렸다. 1초에 열 개는 무슨, 10초에 바코드 하나를 못 찍고 있었다. 전부 엘프의 외모와 체향을 더 오래 느끼기 위해.

그걸 느꼈는지 이제는 아예 내 손에서 바코드 기계를 빼앗아 드는 엘프.

“이럴 줄 알았어. 아, 진짜... 이래서 남자가 보는 카운터에는 안 가는데......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빌어먹을 새끼들이 많은지.”

아아, 입담도 너무나도 매력적이야. 나는 엘프와 닿았던 손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부터 이 손을 절대 씻지 않고, 매일 이 손으로 자위를 해야겠다.’

손을 만졌을 뿐인데 향수라도 뿌렸는지 오렌지 향이 짙게 내 코를 찔렀다. 그런데 정작 반응하는 곳은 내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똘똘이였다.

“음.......”

그래도 일하는 도중에 발기를 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불경 종류인 마라심경부터 불도심경까지 외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어느새 엘프 여성은 자기 혼자 바코드를 찍고, 자기 혼자 돈을 지불한 채 사라진 뒤였다. 제길, 발기하기 전에 얼굴이나 좀 더 볼 걸.

아쉽다.

*

*

*

*

*

*

아르바이트는 나름 바쁘게 보내다보니 금방 끝났다. 나는 이미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보며 오늘 받아낸 유통기한 아슬아슬한 음식들의 무게를 느끼며 웃었다. 어느새 내 입에서는 자조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하, 진짜... 세상 살기...... 존나 힘들다.”

무능력자.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무능력자였다. 물론 절대 가지고 싶지 않은 능력도 있기는 했었다.

예를 들면 ‘응가가 되는 능력’이라던지. ‘나무를 쓰레기로 바꾸는 능력’이라던지. 이딴 능력은 사실 줘도 안 받았다. 대체 응가가 되는 능력은 어디다가 쓰는 거야. 것보다 똥됐다 다시 돌아오면 어떤 느낌이지.

어쨌든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문득. 걸어가던 내 눈에 하늘이 보였다.

밤하늘이 아름답다. 원래라면 절대 보이지 않을 별들이 반짝거리며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부 이종족과 전쟁을 치르면서 생긴 결과물이었다.

이종족 중에 가장 강했던 것은 역시 드래곤들이었고, 지구인들 중에는 그런 드래곤들과도 싸울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은 존재들이 있었다.

검제, 권제, 어둠의 마녀, 올마스터 등등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받은 이능력자들은 드래곤들과 싸웠는데, 그 여파만으로 지구를 병들게 하던 나쁜 공기를 전부 날려버렸다.

참 능력 있어.

‘썅, 그대로 서로 싸우다 죽었으면 좋았을텐데.’

문제는 최강자들은 굳이 소설이나 만화에서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는 더 안 죽는다는 거다. 이 세상에 이능력과 이종족이 생기면서 안 그래도 흙수저는 흙흙하고 울던 세상이 이제는 아예 울지도 못 하게 되었다.

흙수저는 평생 흙수저입니다.......라는 말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제일 먼저 실릴 정도로 이것은 당연시 되고 있었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대중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 이거다.

“또 지랄 맞은 생각이나 하고 있네.”

혼자 살기 시작한지 벌써 1년. 혼잣말만 늘었다. 그러고보니 가족과 인연이 끊긴 것도 벌써 1년이나 되었네. 내가 무능력자인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어라, 도착했다.”

역시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한가함을 안 느끼려면 쓸 데 없는 생각을 하는 게 최고다. 나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오늘 받은 유통기한 아슬아슬한 음식들을 냉장고에 하나씩 차곡차곡 정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능력...... 가지고 싶다.”

이때까지 능력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몰랐다. 얼핏 듣기로는 신의 목소리가 들려서 자신에게 능력을 부여해주었다고 한다.

그 목소리 제발 나한테도 좀 들려줬으면 좋겠다.

냉장고 정리가 끝난 나는 그냥 그대로 침대에 몸을 눕혀 컴퓨터를 켰다. 티비는 없었다. 혼자 사는 자취생이 티비는 무슨. 차라리 구식 컴퓨터 하나 있는 게 훨씬 낫지.

우우웅!-

더럽게 느린 컴퓨터 부팅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은 뭘 할까 고민했다. 뭐, 혼자 사는 남자가 알바 끝나고 밤에 컴퓨터로 할 건 정해져 있었지만.

“어, 켜졌다.”

컴퓨터가 완벽히 켜지고 나는 내가 자주 들어가는 19금 사이트에 들어가 동영상 목록을 주르륵 훑어봤다. 검색어란에 Elf 라고도 쳐봤지만, 역시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엘프란 종족은 자존심이 쌘데다가 그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마법이면 마법, 검이면 검 못 하는 게 없는 최강 종족 중 한 명인 엘프가 야동이나 찍고 있을 리가 없었지.

“하, 시발. 그냥 오늘도 거유 간호사녀나 보면서 딸이나 치자.”

동영상을 재생하자 순진하기 그지없게 생긴 간호사가 모습을 드러내며 진찰을 돌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환자가 덮치자 ‘안 돼요. 안 돼요.’ 하면서 웃는데 저게 오히려 더 섹시해보여 바로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며 내 성기가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아흣, 앙! 자, 잠시만...... 흐아아앙! 거, 거기는 약하단 말이에요. 흣, 아흑! 하아악! 드, 들어왔어요. 아흣!’

남자 배우의 성기가 여자의 음부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장면이 클로즈업 돼서 보였다.

철썩철썩!-

‘흐아아앙! 조, 좋아요오...... 좋아요! 아흣, 흐앙! 아아앙!!’

“헉헉, 지랄하네. 개 같은 년.”

탁탁탁!-

나는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동영상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40분이나 되는 동영상, 최대한 마지막까지 버텨 남자 배우가 사정할 때까지 버텨서 같이 사정하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남자 배우가 한 자세로 여자의 꽃잎을 쑤시는 곳에서 바로 싸버렸다.

“헉헉! 쌰, 썅년!”

나는 재빨리 고개를 젖히며 사정을 했고, 고환에서부터 생성된 정액이 순식간에 내 요도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울컥!-

퓨퓨퓻!-

빳빳해졌던 내 성기는 금세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고, 나는 현자타임을 느끼며 천천히 정액을 닦아냈다. 무능력자라서인 건 아닌데, 그냥 내 정액 양이 작은 걸 보니 무능력자라서 내가 이렇게 정력이 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기랄.......”

서럽고 슬픈데, 현자타임까지 겹쳐 이제는 자괴감이 극에 달했다.

“이렇게 살아야 하냐. 진짜..........”

나는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괜히 팔로 내 눈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그냥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점점 들고,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하며 자살 쪽으로 마음이 기울 때쯤이었다.

내 귓가에 갑자기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앗! 자, 자살이라뇨. 안 돼 요오!]

“뭐, 뭐야?!”

나는 갑작스런 여자 목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27살이란 나이를 쳐 먹고 이때까지 여자의 꽃잎 한 번 들쑤셔본 적 없던 동정이라...... 환청이 들리는 것일까.

그러나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고, 나는 이게 환청이 아님을 깨달았다.

[환청 아니에요. 흐앙, 그것보다 죄송해요. 제가 실수를 해서 까먹고 당신께 부여해야 할 능력을 이때까지 가지고 있어버렸어요.]

뭐, 뭣이?!

그럼 나도 원래는 무능력자가 아니었다는 소리잖아.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여기가 자취하는 곳이라 조용해야하는 것도 잊은 채 마구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 새끼야! 누구야! 당장 튀어나와. 이 시발 년아! 죽여 버리겠어!!”

[후, 훌쩍. 너, 너무 화내지 마세요. 지금이라도 능력 부여 해드릴 게요. 그, 그것도 업그레이드까지 해서요.]

그러나 정말로 내핵에 들어 있던 화가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로 가고 있을 정도로 화가 난 나는 그 소리를 듣는다고 가만히 ‘예, 고마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개같은 년. 능력이고 나발이고 그냥 당장 튀어나오......커억!”

나는 화를 내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이게 그 드라마에서만 보던 화를 한계 끝까지 내면 찾아온다는 고혈압인 것일까.

‘...앰뷸런스 불러줄 사람도 없는데. 좆 됐다.’

그러나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내 머릿속에 울리던 여자의 목소리가 상황을 가르쳐주었기 때문.

[헤헤, 능력이 조금 강하게 업그레이드 돼서 잠깐이지만 아플지도 몰라요. 어쨌든 저는 이만 가볼게요. 바이바이.]

안 돼. 이년아. 이리와!

그러나 내 외침은 이내 몰려오기 시작한 고통에 묻혔다.

“으, 으아아아아악!!”

머리가 깨지는 것만 같은 고통에 나는 참지 못 하고 비명을 질렀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시스템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최면술M을 획득하셨습니다.]

============================ 작품 후기 ============================

의외로 판타지가 되가네... 이거. 막상 적고 나니 깨달은 작가.

초보 티가 팍팍 나는 필력... 창피하네요 (부끄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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