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5 [옆집 누나, 서지혜] =========================
마치 산에서 사는 타잔마냥 다람쥐와 술래잡기를 한 지 일주일 째. 나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최면술에 성공하셨습니다.]
[다음 레벨까지 필요 경험치 : 0 EXP]
[최면술 Lv 0 → Lv 1로 상승합니다.]
[다음 레벨까지 필요 경험치 : 1000EXP]
[효과가 상승합니다. 자신보다 레벨이 낮거나, 마음이 약해진 상대에게 최면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전이랑 다르게 레벨이 오르자 효과를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마더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매일 나한테 구박만 하던 녀석이 웬일로 이러는 걸까.
그 때 마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헤, 축하드려요. 사용자님!]
그런데 방금 전이랑 목소리가 완전 다르다. 레벨업을 알려줄 때는 남자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귀여운 여자가 애교부리는 듯 한 목소리였다. 당연 나 또한 귀여운 마더의 목소리에 평소랑 달리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고맙다. 근데 어떻게 된 일이야? 목소리가 바뀌었잖아?”
내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마더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업데이트 될 거라고. 제가 신님께 부탁해서 가장 먼저 목소리부터 바꿔 달라 했거든요.]
음, 개인적으로 아이템 상점이나 다른 기능이 업데이트 되길 바랬는데...어쨌든 이것도 마음에 드는 군.
“잘했어. 마더. 축하한다.”
[고마워요. 사용자님. 사용자님도 능력 레벨 오른 거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크, 크하하하! 고맙다. 고마워.”
나는 그제야 마더의 목소리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그렇다. 나는 결국 최면술 레벨을 올린 것이다. 태어나서 이 날만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는 이 때를 기다렸다.
나는 재빨리 내가 일하는 짱짱마트에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내 구식 스마트폰이 잡음 섞인 울음을 내더니, 잠시 뒤 마트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의 익숙한 목소리가 폰 너머에서 들렸다.
[짱짱 마트입니다. 무슨 볼일 있으신가요?]
“아줌마, 저에요. 강지우.”
[어, 지우 씨. 무슨 일이야. 이제 곧 일하러 올 시간 아니야?]
벌써부터 내 양심을 찌르는 아주머니의 물음에 나는 잠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저 오늘 일 못 나가요. 내일부터 더 열심히 할 테니, 죄송합니다. 내일 뵈요. 아주머니!!”
[자, 잠깐 지우.......]
삑!-
나는 재빨리 통화종료 버튼을 눌러 전화를 끄고, 아예 전원도 꺼버렸다. 이미 최면술을 옆집 누나인, 서지혜한테 사용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미리 계획된 일이었다.
오늘만큼은 절대 누구도 방해하지 못 할 것이야.
“음하하하하!!”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마더가 중얼거렸다.
[그냥 아르바이트 쉬는 날에 하시면 될 거 가지고......사용자님은 정말.......]
‘흥! 남자란 때때로 아르바이트를 쉬는 한이 있더라도 해야 되는 일이 있는 법.’
사실 그냥 내가 기념 삼아 쉬는 것에 불과했지만, 나는 그렇게 자기 위로를 했다. 붉은 노을이 지는 것을 보며 나는 급하게 산을 내려왔다. 다음으로 내가 일하는 마트가 아닌, 더 싸게 물건들을 파는 다다마트로 가서 맛있는 삼겹살하고 도수가 높은 맥주를 왕창 구매했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상처를 입는 내 체크카드를 보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지만, 이게 전부 지혜 누나를 공략하기 위함이라 생각하자 눈물대신 쿠퍼액이 나올 것만 같았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다다마트에서 고기와 술을 구입한 뒤,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린다. 이런 짓을 정말 해도 되는가 싶기도 했지만, 지혜 누나를 슬프게 하거나 괴롭게 하지는 않을거야 라고 다시 자위를 하며 어느 순간 내가 사는 작은 자취방 앞에 도착했다.
“후우, 후우. 진정해. 넌 할 수 있어. 강지우.”
자기 자신에게 용기가 나는 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대패가 아닌 두툼한 살을 자랑하는 삼겹살들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 이 날을 위해 대패 삼겹살도 아닌, 통삼겹을 샀다.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내 자취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옆집에 사는 지혜 누나의 자취방 문을 두들겼다.
쾅쾅!-
살살 두들겼는데도 큰 소리를 내는 쓰레기 같은 문. 괜히 지혜 누나가 이 소리에 신경질내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방금 운동을 갔다 오고, 이제 막 씻었는지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머리카락과 브래지어가 살짝 보이는 얇고 새하얀 민소매티, 그리고 밑에는 집에서 편하게 입는 쫙 달라붙는 짧은 운동복을 입은 지혜 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허벅지와 거대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혜 누나. 거기다가 민소매티 끈 옆에 보이는 검은색 브라 끈까지.
“꿀꺽.”
난 평소보다 훨씬 야해 보이는 그런 누나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누가 봐도 시뻘개졌을 게 분명하다.
그런 나를 발견했는지 지혜누나가 피식하고 웃더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지우야? 누나 머리 말리는 중인데.”
“..........”
덜덜덜!-
말해야하는데 입이 전혀 안 떨어진다. 평생 동정에다 여자친구 한 번 사귀어 본 적 없는 마법사다보니 준비는 대마법사 저리가라인데, 실제로 행동하려고 하니 모아이 석상이 된 것 마냥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마더의 응원이 들렸다.
[사용자님! 힘내세요! 할 수 있어요오!!!]
만약 마더가 남자 목소리였다면 힘을 내기는커녕 풀이 죽어, 바로 내 자취방으로 헐레벌떡 도망갔겠지만 지금 마더의 목소리는 귀엽기 그지없는 여동생 같은 목소리. 나는 대마법사로서 힘을 발휘했다.
“누, 누나! 저기, 저...... 아니 제, 제가 고기를 조금 많이 샀거든요. 마, 막상 혼자 먹으려니 많아서 그런데 저랑 같이 드실래요? 수, 술도 사왔는데.”
내 말에 누나가 ‘흐응?’하고 콧소리를 내며 나를 훑어보더니 다시 한 번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이 나를 훑어보는 순간 나는 발기를 하는 미친짓을 할 뻔 했었다. 다행히 불경과 애국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겨우 막았다.
“쿡, 그래. 알았어. 들어와. 지우야.”
역시 마음씨 착한 누나. 나는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
-짱짱마트가 아닌 다다마트의 로고가 그려진 봉지.
-잔뜩 담겨 있는 고기와 술.
-급하게 와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지우.
이걸 보여줌으로서 착한 누나가 날 불쌍하게 여길 걸 미리 노린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러 내 자취방에 먼저 들어가지 않은 것이고 말이다.
어쨌든 결국 내 1차 작전은 성공했다. 이제 2차 작전만 성공하면 누나와 침대에서......으흐흐.
그 때 자취방 안에서 지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해, 안 들어와? 흐응, 안 들어올 거면 문 닫는다.”
“으, 으아악! 드, 들어갈 거 에요!”
나는 헐레벌떡 지혜 누나의 자취방 안으로 드디어 입성을 하고 말았다. 그런 내 귓가에 마더의 응원이 들렸다.
[사용자님! 화이팅! 오늘 드디어 어른이 되는 거에요!]
맡겨만 주렴. 오빠 힘낼게.
[.........]
============================ 작품 후기 ============================
비수검 / 찍찍? (신선?)
사령관 : 작전은 어떻게 되고 있나?
지우 : 옙! 순조롭습니다!
사령관 : 공략을 시작하라!
지우 : 예스, 유어 하이네스!
* 추천, 선작, 코멘트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