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 [옆집 누나, 서지혜] =========================
노력을 해서 들어온 지혜 누나의 영광스런 자취방이라 그럴까. 입구에서부터 좋은 향기가 났다. 거기다 나와 똑같이 작은 방에 침대 하나와 책상 하나, 그리고 구석에 옷장이 하나 있을 뿐인데,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인지 다른 차원에 온 것만 같았다.
모든 여자의 방이 다 이렇게 깔끔하고 좋은 향기가 나는 걸까. 아니면 지혜 누나의 방이라 이런 냄새가 나는 걸까.
어찌되었던 나는 처음 경험하는 여자의 방과, 처음으로 여자와 단 둘이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계속 쿵쾅거렸다.
“으음, 잠시만 기다려봐. 마음 같아서는 불판에 굽고 싶은데... 내 방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으니까. 후라이팬 꺼내줄게.”
“네? 네.”
나는 긴장해서 대답하는 것조차 제대로 못 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후라이팬을 꺼내고 있는 누나의 뒷모습이 보였다. 완전히 드러난 목덜미부터 등 뒤로 뼈가 살짝 보이는 새하얀 등. 트레이닝복 바지를 꽉 채우는 씰룩거리는 엉덩이까지. 모든 것이 매력적이었다. 오늘 저 등부터 엉덩이, 모든 것이 내 것이 된다 생각하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누나가 후라이팬을 찾은 듯 드밀고 있던 고개를 꺼내 일어섰다.
“아! 여기 있다.”
나는 재빨리 누나한테 후라이팬을 뺏어들었다.
“저한테 주세요. 제가 이래 보여도 군인일 때 고기 굽는 게 특기라고 말할 정도로 고기를 잘 구워요.”
“그래? 후후, 그럼 맡길게. 지우야.”
“넵!”
구조는 내 방과 똑같았기에 어려울 건 없었다. 나는 재빠르게 대답하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 후라이팬을 천천히 달구며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켰다. 하마터면 최면을 거는 건 고사하고 등만 보고 흥분해서 누나를 덮칠 뻔 했다.
적당히 달궈진 것 같은 후라이팬에 천천히 고기를 올렸다.
치이이익!-
소리만 들어도 군침이 돈다. 잠시지만 삼겹살이 주는 냄새와 소리 때문에 흥분이 가라앉았다. 뒤에서 누나는 삼겹살 구워지는 소리를 듣더니 감탄을 하며 좋아했다.
“꺄아! 소리 봐. 얼마 만에 먹는 고기야... 고마워. 지우야. 다음번에는 누나가 고기 사들고 찾아갈게.”
나는 내 방에 찾아온다는 누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 후라이팬을 건드렸고, 그 탓에 기름이 살짝 내 팔뚝에 튀었다.
“으악! 따가워라.”
별로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갑작스런 따끔함에 내가 소리를 질렀고, 누나는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우리 고기 굽는 척척박사님이 왜 이러실까?”
“그, 그러게요.”
따끔함에 고기에만 모든 걸 쏟아 붓고 있던 내 집중력이 깨지고 다시 누나 쪽으로 신경이 기울기 시작했다. 누나는 1인용 침대에 걸터 앉아 다리를 꼬고 고기가 구워지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리 사이로 그녀의 엉덩이 굴곡이 대놓고 보이고 있었다. 거기다 좁은 방안에서 후라이팬으로 고기를 굽다보니 열기가 올라와 나와 누나의 몸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땀 때문에 엉덩이 굴곡 너머로 브래지어와 똑같은 검은색 팬티가 비쳐보였다.
‘시발, 미치겠네.’
안 보려고 해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가 계속 돌아가며 옆을 힐끔힐끔 바라봤고, 그걸 눈치 챘는지 누나가 화들짝 놀라며 꼬고 있던 다리를 풀었다.
‘헉!’
나는 그 순간 창피해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몰래 보고 있는 걸 들키다니...... 누나가 어떻게 생각했을지 상상이 안 간다.
날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고기나 들고 와서 자기 몸이나 따먹으려고 왔구나...하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아, 생각해보니 그게 진짜 이유였지.
근데 때마침 고기까지 다 구워졌고, 나는 큼지막하게 자른 삼겹살들을 대충 접시에 담아, 맥주와 함께 세팅을 시작했다. 고기하고 술 밖에 없었기에 준비는 금방 끝났고, 나는 작은 목소리로 누나를 불렀다.
“누, 누나. 다 됐어요.......”
“그, 그래. 먹자.”
“..........”
누가 뭐라할 것 없이 괜히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내 목으로 넘어가는 게 고기인지 내 혀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나는 지금 창피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건 누나 또한 마찬가지인지 고기를 입에 넣으면서 계속 나를 힐끔힐끔 바라 보고 있었다.
‘이대로 최면을 사용하면 바로 실패다.’
직감적으로 다람쥐들에게 최면을 많이 사용하면서 느꼈던 내 감이 말하고 있었다. 누나는 딱 봐도 긴장한 상태로 나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누나가 나를 경계하고 있는 이상 최면이 먹힐 리가 없었다.
나는 재빨리 2차 단계로 돌입해야함을 느꼈다.
“누나, 이렇게 된 거 짠해요. 짠!”
“응? 그, 그러자.”
캉!-
누나와 나는 도수가 높은 맥주캔을 부딪히며 함께 술을 들이켰다. 내 눈치를 보며 마시는 양을 조절하는 누나가 보였지만, 나는 오늘 목숨을 걸었다. 내 혈관에 흐르는 것이 적혈구가 아니라 알코올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누나를 취하게 해서 최면을 걸 생각이었다.
“한 잔 더!”
“.......”
“한 잔 더해요! 누나! 헤헤.”
“너,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야?”
이 때 이미 나는 살짝 취했던 게 분명하다. 반면에 마시는 양을 조절한 누나는 아직까지 멀쩡한 상태였고 말이다. 최면은 오히려 내가 걸린 것 같았다. 결국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진탕 술을 마신 건 나였고, 멀쩡한 건 누나였다.
[사용자님.......]
‘말하지 마.’
나는 나를 안타깝게 부르는 마더의 목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작전은 실패다. 누나는 취하지 않았고, 취한 것은 나였다. 누가 봐도 이런 상황에서 누나에게 최면을 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누나를 강제로 덮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누나를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가 무서웠다.
싫다고 하는 여자를 강제로 강간하는 것은 아직 나에게는 너무나도 거부감이 느껴지는 일이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이제 치우자.”
“히끅, 네. 제, 제가 치울테니...읍, 누나는 그냥 앉아 계세요.”
내 말에 내 눈치를 보던 누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마 딱 봐도 많이 취한 내가 걱정되는 것 같았다. 거기다가 오늘 고기하고 술도 전부 내가 사왔고 말이다.
“아니야. 그냥 내가 뒤처리 할 테니까, 지우야. 넌 이제 방에 가서 자.”
평소 같았으면 자상하게 말하는 누나의 말에 반항하지 않고 바로 방으로 돌아갔겠지만, 술에 취했고, 작전이 실패했다는 슬픔과 동시에 술을 먹으면서 계속 봐왔던 누나의 몸 때문에 흥분해서인지 나는 누나의 말에 오히려 소리쳤다.
“아, 괜찮다니까엽. 그냥 제가...욱, 치울게요.”
“지우야... 너 많이 취했어. 그냥.......”
계속해서 나를 보내려고 하는 누나한테 이제는 서러움까지 느껴져 나는 나도 모르게 일주일 동안 매일 익숙하게 사용하던 최면을 사용하고 말았다.
“아, 진짜! 그냥 가만히 앉아있으라고요!”
어차피 실패할 줄 알았던 최면술. 그러나 거짓말처럼 들려온 마더의 목소리는 달랐다.
[최면술에 성공하셨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당황스런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라. 모, 몸이 안 움직여. 지, 지우야!”
“..........”
세상에 이런 일이.
============================ 작품 후기 ============================
비수검 / 찍찍 ( 인간을 다람쥐로 만드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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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음편이네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