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3 [육덕녀, 김은미] =========================
내가 강해지자고 결심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동안 많은 생각을 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진짜 무진장 약하다는 것이다. 마더 덕분에 최면술 레벨2에 도달했지만, 싸우는데 있어서 무언가라도 하려면 적어도 4레벨은 되어야 했었다.
근데 문제는 레벨이 올라서인지 이제 필요경험치의 양이 상상을 초월하는 데에 비해, 경험치 오르는 양은 쥐꼬리만 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람쥐나 아무 능력이 없는 동물들한테 최면술을 사용할 경우 이제 경험치도 아예 안 올랐다.
[최면술로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면 되죠!]
마더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최면술사들은 전부 직접 싸우기보다는 최면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니까. 그러나 문제는 그것도 나름 수준이 있는 녀석들을 이용해야지, 그냥 능력 레벨 0이나 1짜리 사람들을 무더기로 쓴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건 그냥 사람을 도구로만 쓰는 미친놈이었다. 나는 입이 째진 싸이코마냥 미친놈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
나는 마더의 물음에 내가 일주일 동안 생각했던 계획을 드러냈다.
“...지혜 누나가 내 최면에 걸렸던 때를 떠올려봐.”
[에이...설마 아니죠? 쓰레기님.]
갑자기 나를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는 마더. 그러나 내가 최면술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절정에 달하는 순간, 마음에 빈틈이 생기는 법. 특히 여자란 침대 위에서만큼은 남자를 이길 수 없어...라고 나는 생각했지.”
[...흐아앙, 사용자님은 변태에요. 쓰레기에요. 머저리라고요!]
나는 마더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남자를 공략할 수는 없지 않느냐. 물론 이 계획에 개인적인 흑심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지혜 누나를 못 본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섹스를 몰랐던 예전의 나라면 매일 나의 왼손으로 아침마다 텐트를 치는 나의 건강한 성기의 욕구를 풀어주었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섹스가 주는 기쁨을 알아가던 나였기에 오히려 더욱 더 섹스가 그리웠다. 그렇다면 강해지는 동시에 섹스도 하고, 그로 인해 강한 여자들까지 내 손에 넣으면 그야말로 일석삼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 쓰레기.
다람쥐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나를 향해 손을 마구 휘저었다.
찍찍!-
“넌 도토리나 먹고 있으렴.”
나는 도토리 하나를 다람쥐에게 던져주며 고민했다. 여자를 손에 넣고, 최면술 레벨을 올린다는 생각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여자의 능력과 레벨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마더, 혹시 다른 사람 정보 같은 거 띄어줄 수 없어?”
[흥, 그런 기능은 없거든요.]
“흐음... 역시 일단은 닥치는 대로 최면술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나.”
능력이 나보다 낮은 레벨이면 바로 최면에 걸릴 것이고, 나보다 높은 레벨이거나 동일한 레벨이면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나는 그렇게 마음먹고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거리로 가 백화점 앞에 있는 분수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비밀 병기 중 하나인 다람쥐를 꺼내들었다. 닥치는 대로 최면을 건다했지만, 최소 조건은 내가 최면을 걸 상대와 눈을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고, 너무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람쥐는 평소에 보기 힘든 동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특히 여자들을 위주로 말이다.
찍?-
따뜻한 공간에서 아늑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던 다람쥐는 갑작스럽게 차가운 바람이 들이닥치자 부르르 떨더니 내 얼굴에 도토리를 던졌다. 이 자식, 날이 가면 갈수록 도토리 던지는 기술만 늘어나는군.
“고생 좀 해라. 응?”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람쥐에게 최면을 걸었다. 미안했지만 이미 인터넷 주문으로 도토리를 왕창 주문해놨으니까, 그걸로 사과해야겠다.
“넌 지금부터 여자들이 다가오면 애교를 부리는 거야. 막 손으로 얼굴을 붙잡고 춤을 춘다던지, 여자의 어깨에 올라가 뽀뽀를 한다든지. 알겠지?”
[최면술에 성공하셨습니다.]
[마더는 사용자님께 실망했어요. 여자가 그렇게 좋으시면......마더를......]
“응? 뭐라고 했어?”
[아,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흥흥! 흥흥흥!]
그 때 다람쥐를 꺼낸 것이 결실을 맺었는지 여자 두 명이 조심스럽게 이쪽으로 다가왔다. 음, 근데 솔직히 이런 말하면 안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못 생겼다. 가슴이 크다기보다는 그냥 살이 찐 것 같았고, 몸무게도 나보다 많이 나갈 것 같은 여자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저... 다람쥐 좀 만져도 되나요?”
나는 나를 향해 물어보는 여자와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치며 최면술을 발동했다. 너무 의심 가는 최면을 걸어서는 안 되었기에 나는 준비해놨던 말을 내뱉었다.
“흐음, 별로 안 만지고 싶지 않으세요? 이대로 돌아가고 싶다던가?”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최면술에 실패하셨습니다.]
헉! 무슨 초장부터 바로 실패를 하다니. 나는 마더의 목소리를 들으며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다람쥐를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설마 이런 여자들이 능력 레벨이 2이상 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자, 장난이었습니다. 하하하.”
찍찍!-
내 최면대로 여자가 다가오자 자신의 볼을 부여잡다가, 여자의 어깨 위로 쪼르르 올라가 볼에 뽀뽀까지 해주는 다람쥐. 그런 다람쥐 때문에 행복한지 여자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행복해했다.
“귀엽다. 이 다람쥐.”
“그러게.”
근데 역시 지혜 누나와 엘프 때문에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여자가 예뻐 보이지 않는다. 아니, 못 생겨 보였다. 무엇보다 저 몸에 깔린다면 복상사가 아니라, 그냥 압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 저 여자들은 패스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더가 그런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날카롭게 물어왔다.
[사용자님, 저 여자들은 안 노릴 건가요? 딱 보니 능력레벨도 괜찮아 보이는데! 흥이에요. 흥! 결국 사용자님도 여자 외모만 신경 쓰는 남자란 거죠?!]
“커흠, 커흠!”
나는 괜히 머쓱해져 헛기침을 내뱉었고, 그런 내 반응에 오히려 여자들이 깜짝 놀라며 다람쥐를 다시 나한테 돌려줬다.
“죄송해요. 너무 오래 데리고 있었네요. 감사했습니다.”
“감사했어요.”
“아뇨, 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 뒤로도 많은 여자들을 만났는데, 의외로 처음 만났던 거구의 여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내 최면에 걸려들었다. 그걸로 보아 이 세상에는 레벨 1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뭐, 거의 다 자기 능력에 레벨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 나도 마더가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테니까.
결국 소량의 경험치 말고는 얻은 게 없는 내가 포기하고 그냥 아르바이트나 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내가 일어나려는데, 촉촉한 물기가 젖어 있는 것만 같은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저기요.”
“아, 네!”
나는 살면서 이런 목소리를 처음 들어봐, 깜짝 놀라 대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곳에는 몸이 살짝 투명해 보이는 푸른 머리의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몸이 투명해보이다니, 내가 궁금해 하자 마더가 여자의 정체에 대해 알려주었다.
[와아, 정령족이에요. 보기 드문 존재들이라고요. 정령왕께서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을 때만 태어나는 세상에 몇 없는 존재들이에요. 능력 레벨로 따지면 5에요. 거기다 푸른색을 띄고 있는 것을 보니,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님의 딸인 거 같네요. 공격과 방어, 심지어 치료술까지 그 누구도 그녀를 따라가기 힘들 거예요.]
미친... 하루 종일 레벨1만 만나다가 갑작스럽게 레벨5를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나는 그대로 굳었다. 그런 나를 보며 여자가 미소 짓더니, 물었다.
“다람쥐 좀 만져 봐도 될까요?”
“아, 네....”
“고마워요.”
나는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알자마자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우리 귀여운 다람쥐를 건네주었고, 여자는 다람쥐를 부드럽게 한 번 쓰다듬더니, 다시 나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천천히 몸을 돌려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나는 그제야 긴장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살짝 이지만 스치면서 닿았던, 남아있는 촉촉한 물기에 손등을 쓰다듬으며 마더에게 물었다.
“나중에는 저 여자도 최면으로 조종할 수 있는 걸까?”
[뭐, 사용자님 하기 나름이죠. 그나저나 오늘은 허탕인 거 같네요. 흐으음... 애초에 있잖아요. 사용자님의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솔직히 사용자님께서 여자랑 하고 싶어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런 방법은 별로 효율이 좋다고 보기는 힘든 거 같아요.]
“그래?”
[네, 차라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최면술로 다가가기 보다는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능력을 쓰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 사람을 공략하는 게 옳다고 마더는 생각해요. 사용자님께서 지금 해야 할 것은 능력 레벨을 올려야 하는 것도 있지만, 나중에 사용자님 대신 싸워줄 여자들을 구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중구난방 식으로 해서는 이도 저도 안 될 거에요.]
그제야 나는 내가 오늘 했던 행동이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만 버렸군.
“쳇, 조금만 더 빨리 말해주지.”
[네에?!]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내일부터는 마더의 말대로 해봐야겠다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근데, 설마... 그 엘프하고 또 마주치는 건 아니겠지?
============================ 작품 후기 ============================
끄응, 제가 오늘 몸이 좀 아파서 주사를 맞고 와서 그런지... 글이 중구난방으로 적히네요. 좀 더 매끄러운 전개로 주인공이 여자들을 손에 넣어서 강해지는... 그런 스토리를 적으려 했는데... 계속 머리가 멍해지고... 그래서인지 살짝 억지가 조금 들어가있는 거 같네요.
그래도 쉰다고 해서 더 글이 잘 써지는 타입은 아니라 억지로라도 조금씩 적어 나가 보렵니다. 역시 [개막장]작가...
첫 여자는 누가 좋을지... 상상이 안 가네요.
비수검 / 귀요미^_^
소설조아용용 / 음... 레벨은 이제 2가 되는게 맞지 않나요...? 저번에는 0 - > 1로 되었다고 제가 적었던 거 같아요.
HighMax / 주사 맞고 적은 약 빤 연참이어서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