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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된 세계에서-14화 (14/163)

00014 [육덕녀, 김은미] =========================

다행히 나를 죽이려 했던 무서운 엘프를 만나거나 하지 않고, 무사히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다음 날을 맞이한 나. 오늘은 한 달에 몇 안 되는 아르바이트를 쉬는 날이었기에... 나는 조금 늦잠을 자려고 잠에서 깼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 좁디 좁은 자취방 안에는 내 단잠을 방해하는 존재가 무려 두 명이나 있었다. 사람 한 명 살기도 벅찬 곳에 둘이나!!

가장 먼저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말을 거는 마더. 이 녀석... 내가 자고 있을 때도 말 거는 건 아니겠지?

[헤헤! 사용자님, 일어나셨어요? 좋은 아침!! 좋.은.아.침!!]

좀 닥쳐주면 안 되겠니. 오빠, 잠 좀 자자.

그러나 이 말을 직접 입으로 내뱉었다가는 마더가 파업을 선언할 수 있었기에, 나는 애써 부처님과 같은 의지로 마더의 말을 무시하며 천천히 수마(睡魔)의 손길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내가 강철 같은 의지로 다시 잠들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내 머리를 강타하는 도토리 3연타.

딱! 딱! 딱!-

찍찍!!-

이제는 아주 도토리 던지는 기술이 일본의 닌자 저리가라 할 정도로 능숙해진 다람쥐가 내가 잠드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

그래도 나는 참았다.

오늘은 아르바이트가 쉬는 날. 예수님과 같은 마음으로 관대하게 둘을 용서하고, 마귀와도 같은 잠에 빠지고 싶은 날이었으니까.

조용히 다시...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전부 마더랑 빌어먹을 다람쥐를 얕본 것이었다. 둘은 내가 다시 눈을 감자마자 속사포마냥 방해를 거듭해왔다.

[사용자님, 사용자님! 제가 신님께 여쭤 봤는데요!]

찍찍!! 찌이이익!!-

“.............”

나는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최면술이란 능력은......게...... 아니라......하는 거.........]

딱딱딱딱딱딱!-

“.............”

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다. 내 머리를 미친 듯이 두들기는 도토리도, 내 귓가에 계속 울리는 마더의 목소리도... 만약 이 상황에서도 잘 수 있다면... 그건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아니라, 그냥 감각기관이 전부 마비된 불쌍한 사람일 게 분명하다.

“으아아악!! 이 새끼들!!”

결국 분노한 내가 이불을 저 멀리 던져버리며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다람쥐는 순간이동이라도 했는지 내 시야에서 사라졌으며, 마더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제라도 다시 자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미 내 잠은 저 하늘너머로 날아가 버려 운명하신 뒤였다.

“제길.......”

나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냉장고에서 생수통을 꺼내 그대로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시원한 물이 몸 안에 들어오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잠까지 다 사라졌다.

“에휴...그래, 늦잠 자서 뭐가 남겠냐.”

괜히 자기 위로를 하며 나는 애써 둘을 용서하기 위해 노력했고, 눈치를 보던 마더가 슬그머니 다시 입을 열었다.

[사용자님...헤헤, 화 풀리셨어요?]

“풀렸어. 애초에 그리 화난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니다, 사실 마더가 내 눈앞에 있었으면 그대로 엉덩이를 까서 볼기짝을 때려주고 싶을 만큼 화가 났었다. 그러나 27년이라는 시간동안 세상을 살아가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절대로 솔직하게 말해서는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내 말에 마더가 기뻤는지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신나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저는 사용자님을 믿고 있었어요. 아차! 제가 아까 말씀드렸는데 들으셨어요?]

그러고 보니 아까 마더가 나보고 뭐라고 했던 거 같은데, 사실 일부러 자려고 노력하느라 제대로 못 들었던 거 같다. 나는 당당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기억 안 나.”

[히잉, 너무해요. 그럼 다시 한 번 설명 드릴게요. 최면술이란 능력은 사용자님처럼 사용해도 상관은 없는데, 원래라면..........]

오늘따라 웬일로 마더의 입에서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말이 나올 것 같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문을 두들겼다. 순간 마더의 목소리에 집중하던 내 의식이 문쪽으로 쏠렸다.

쾅쾅!-

“응? 누구지?”

[...그렇게 사용하는...... 아, 정말!! 이번에도 안 들으셨죠?]

화를 내는 마더를 가볍게 잠재운 나는 재빠르게 문을 열었다. 혹시 지혜 누나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없지는 않았다.

“마더, 잠시만... 네, 나갑니다.”

끼익!-

낡은 자취방의 문이 열리며 드러난 것은 지혜 누나도, 집세를 받으러 온 아주머니도 아니었다. 내 앞에 있는 것은 푸른 머리카락을 가지고, 몸이 살짝 투명해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나와 우리 집을 방문한 여자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며 놀랐다.

“어?!”

먼저 입을 연 쪽은 어제 만났던 정령족 쪽이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이사 왔어요. 루룬 엘라시움이에요. 그냥 루룬이라 불러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치 연습이라도 했는지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장문의 인사를 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그녀를 보자, 왠지 귀여운 여동생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에 나도 천천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름은 강지우입니다. 대한민국의 군대를 건강하게 전역한 현재, 27살. 여자친구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솔로죠. 관심 있는 것은... 도토리와 함께 하는 산책이랍니다.”

[아, 정말!! 그런 소개는 왜 하는 거예요!!]

내 말에 루룬이 피식 웃더니 물었다. 그녀가 웃으니 청량한 향기 같은 것이 맡아졌다. 정령족이라 그런 걸까.

“도토리와 산책이요?”

“네?”

헉! 시발. 하도 도토리에 머리를 맞았더니 내가 실수로 도토리하고 산책을 한다고 말했나 보다. 이게 전부 매일 심심할 때마다 내 머리를 표적 삼아 도토리 던지기 기술을 연습하는 빌어먹을 다람쥐 때문이다. 나중에 찾아내면 손바닥을 찰싹 때려줘야겠다.

나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아하하, 도, 도토리가 아니라... 다람쥐하고요.”

“후훗, 어제도 만났었지만, 재밌으신 분인 거 같아 다행이에요. 어쨌든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아, 네에.......”

루룬은 그렇게 말을 남기더니, 지혜 누나가 원래 살던 방문을 천천히 열고 들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 내가 걱정이라도 됐는지 마더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사용자님.......]

그러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은 마더하고 전혀 달랐다. 루룬이라... 몸매도 나름 쭉쭉빵빵하고 얼굴은 정령왕의 딸이라 그런지 엘프하고도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거기다 성격까지 착하니 그야말로 이상의 여자였다. 나는 내 볼을 한 번 꼬집어 보며 중얼거렸다.

“굳이 최면으로 여자를 사귈 필요는 없지 않냐? 내 인생에 다시 봄이 찾아오려고 하는 거 같구나. 마더야.”

[......이익!! 이제 마더는 사용자님 따위는 몰라요. 흥이에요! 흥!]

정말로 삐졌는지 마더는 내가 옷을 챙겨 입고 다시 거리로 나갈 때까지 진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괜히 미안해져 계속 사과를 했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화가 난 듯 살짝 중얼거리는 소리밖에 안 들렸다.

“미안해. 마더, 응? 화 풀자.”

[정말......내가 얼마나 사용자님을......... 신님께 여쭤 보기까지......... 에이, 몰라요. 마더는 진짜로 화가 났어요.]

끄응, 어떻게 화를 풀어줘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그렇게 내가 그녀의 화를 풀어줄 방법을 구상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왠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걸어가게 되는 법.

나는 천천히 인파들 사이에 살살 끼이며 겨우 상황이 보이는 자리까지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근육이 아주 튼실해보이는 녹색 피부의 오크 한 마리와, 엄청난 크기의 가슴과, 굵직한 허벅지를 가진 인간 여자가 마주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으르렁거리던 둘이 부딪히는 순간, 나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저 여자를 첫 번째 공략 상대로 삼겠다고.

============================ 작품 후기 ============================

Yoshihilo / 죄송합니다. 설명이 살짝 부족했나 보네요. 경험치 량이 낮은 것은 굳이 전부 마더가 수치화해서 알려주지 않습니다. 엘프는 레벨4 정도라고 마더가 설명을 해줬고요, 그에 비해 검제는 레벨 7 이었습니다.... 그것 외에도... 거구는 아빠고, 엄마는 그 때 다른 빌딩에서 저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표현이 부족했던 거 같네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보니 그러한 일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아커리 / 다람쥐가 인기가 대단하네요...ㄷㄷ;;

비수검 / 다람쥐가 제 뇌를 도토리로 깨부수는 것 같네요.

[후, 지금 생각해서 살짝 후회하는 건데... 지혜하고 보냈던 편을 조금이라도 넣을 걸 그랬어요... 그 때는 왜 그랬는지... 하고 계속 생각되네요 ㅠㅠ... 죄송해요. 여러분. 실망하셨을 분들이 많았을거란 생각이 계속 들어요.]

[마음 같아서는 한 편 도 올려드리고 싶은데, 약기운이 확 돌아서 안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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